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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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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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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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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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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9. 백병지왕 (1)

DUMMY

<종족전쟁(種族戰爭)>.

체스의 형태를 띤 범우주적인 게임.

이 게임의 진행단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첫 번째, ‘오프닝(Opening)’.


[오프닝]의 주요한 목적은 바둑의 정석(定石)처럼, ‘그랜드 마스터’가 자신의 기물들을 전개시켜 초반의 이점을 취하는 것에 있었다.

‘E4’ 스퀘어 같은 초반 구역들을 점유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기물들간의 전투를 준비하는 단계.

일종의 탐색전이라 봐도 무방했다.


두 번째, ‘미들게임(Middlegame)’.


여기서부턴 게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다.

‘그랜드 마스터’들은 자신의 기물들을 중앙으로 진출시킨다. 게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앙 스퀘어를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기물들간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끝내는 살아남은 종족이 단둘만이 남는다.

그렇게 도달하는 곳이 바로······.


‘엔드게임(Endgame)’.


우리가 마지막에 도달한 게임의 최종장이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당신은 ‘E6’ 스퀘어에 배치되었습니다.]


내가 배치된 ‘E6’ 스퀘어.

이곳은 [미들게임]의 도입부였다.



*



혹시 ‘E5’ 스퀘어를 잘못 읽은 건가 싶어서 다시 확인해봤지만, 메시지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정말로 [미들게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게임이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표정이 창백하군요. 흠, 역시 ‘그랜드 마스터’를 직접 대면했기 때문이려나······.]


옆을 돌아보니, 로키가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알겠다.

아마, 내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뭐, 당신이 무슨 기분일지는 제 알 바가 아니죠. 그럼 곧바로 보상을 드리겠─]


나는 중간에 녀석의 말을 끊었다.


“잠깐 기다려봐.”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내가 배치될 곳은 ‘E5’ 스퀘어일 텐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


벌써 [미들게임]에 진입하기에는 진행이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잘 모르시겠군요.]


로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즉위식’의 거행이 끝난 뒤로 1년이 지났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방금 이 녀석이 뭐라고 한 거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당신이 ‘■1’ 스퀘어에서 시련을 치르는 동안 게임은 빠르게 순행했고, 그 결과 바깥은 1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죠. 물론, 다른 종족의 ‘킹’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뭐라 말하려다 뒷말을 삼켰다.

로키의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불공정한 일이었지만, 게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게 맞는 것일 수도 있었다.


[‘킹’급 기물은 규격 외의 강자인 만큼, 처음부터 행마할 수 있게 둔다면 게임이 금방 끝나버린단 말이죠. 그래서 제정된 규칙이 바로······ ‘킹’의 첫 배치는 1년이 경과한 후여야 한다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소리였다. ‘킹’급 기물들을 초장부터 활개 치게 둔다면 홀로 게임을 휩쓸어 버릴 테니, 첫 배치에 약간의 텀을 둔다는 것이다.

덕분에 미래 지식을 활용해 ‘E5’ 스퀘어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계획이 어그러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이득에 전혀 밀리지 않는, 오히려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걸까.


“좋아, 지금 보상을 받겠어.”


[그럼, 첫 번째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받아야 하는 보상은 총 세 가지.

그중 첫 번째는 ‘킹’급 고유 능력이었다.


[보상 정산이 시작됩니다.]

[보상으로 ‘킹’급 고유 능력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물 정보’가 갱신됩니다.]


선물상자를 개봉하는 아이라도 된 심정이었다. 과연 무슨 효과를 가진 능력일까. 기왕이면 공격에 관련된 능력이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물 정보.”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물 정보’를 열람합니다.]


+


<기물 정보>


· 이름 : 김연우

· 나이 : 27세 (37세)

· 직위

1. 인간종족 ‘폰(Pawn)’

2. 마족 ‘킹(King)’

· 고유 능력

1. 프로모션 (폰)

2. 불사의 존재 (킹)

3. 마왕화(魔王化) (킹)

4. 약자멸시 (킹)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고블린 ‘킹’이 보유하는 능력. 적대하는 모든 기물들에게 각종 ‘페널티’를 부여한다.

─단, 동등한 직위의 기물에게는 효과가 반감된다.

· 보유 스킬

1. 마안(魔眼) (킹)

2. 웨펀 부스터 (폰)


※다수의 ‘그랜드 마스터’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다수의 ‘심판’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


······아, [약자멸시]인가.

아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고블린 ‘킹’에 관련된 시련을 치렀던 만큼, 보상도 그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1년이 지난 게 맞긴 맞군.”


정보창에 표기된 나이가 한 살 늘어나 있었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안다. 좀 억울해서 그렇지.

체감 시간은 한 달이 안 지났는데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기분이 찜찜할 뿐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다음 보상을 수령하겠어.”


[빨라서 좋군요. 이어서 두 번째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받을 보상은 아이템인가?

이걸로 두 번째로 얻는 ‘킹’급 아이템이었다.


[보상으로 ‘킹’급 아이템, ‘불명예의 유산’을 획득하였습니다.]


가드에 음각된 녹색의 기하학적인 문양과 일자로 뻗은 새하얀 검신. 고블린 ‘킹’이 사용하던 대검이 장검으로 축소된듯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


<아이템 정보>


·이름 : 불명예의 유산 (킹)

·설명 : 수많은 동족을 참살한 전(前) 고블린 ‘킹’의 장검. 착용 시 모든 능력치가 3단계 상승한다. 또한, 하위 등급의 무구에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상승하는 추가 능력치는 말할 것도 없고,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라는 옵션은 정말이지······.

이번에 ‘학살자의 원혼석’을 장착할 무기가 필요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얻으니 한시름 놓였다.

솔직히 생각해봐라. ‘폰’급 무구에 ‘킹’급 장착 아이템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나는 로키에게 물었다.


“마지막은 ‘다크피스’인가?”


[물론 그렇습니다.]


확실히, 녀석의 말대로 ‘다크피스’는 이전 보상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필요하다고 해야겠지. 1년의 시간을 무위로 보낸 만큼, 손실된 능력치를 회복해야 했다.


[보상으로 ‘다크피스’를 획득하였습니다.]


‘다크피스’들이 허공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며, 흩뿌려지는 수십의 흑색 파편들.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눈이 돌아갈 광경이었다.


[이걸로 보상의 정산도 마지막이군요.]


로키의 신형이 점차 흐릿해졌다.


[그럼, 당신의 행마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어차피 네놈들이 게임 내적으로 크게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 실컷 광대라 부르면서 지켜만 봐라.


내가 이 게임의 끝에서 내릴 선택을.


모습을 감춘 로키를 뒤로하고, 나는 바닥에 널린 ‘다크피스’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모두를 손으로 들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인벤토리] 같은 스킬이 있다면 모르지만······ 여기서 적당량을 사용해야겠지.

일단 가장 중요한 체력부터 강화해볼까.


[‘다크피스’ 13개를 사용해 체력을 강화합니다.]

[체력 2단계 ▶ 체력 15단계]

[당신의 육체가 병장기의 예기를 버티기 시작합니다.]


이제 내 피부는 평범한 날붙이로는 상처 입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다음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능력치부터.


[‘다크피스’ 8개를 사용해 근력을 강화합니다.]

[근력 2단계 ▶ 근력 10단계]

[근력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다크피스’ 10개를 사용해 민첩을 강화합니다.]

[민첩 0단계 ▶ 민첩 10단계]

[민첩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이걸로 기본적인 능력치는 맞췄다. 남은 ‘다크피스’는 스무 개 남짓. 이건 따로 사용할 곳이 있었다.

나는 겉옷을 벗어 그 안에 ‘다크피스’들을 담았다. 혹시 흘러내리지 않도록 잘 감싸 멘 뒤,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떨어질 명령을 기다렸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지시를 내립니다.]

[열 번째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


< 열 번째 지령 - ‘뒤늦은 합류’ >


─제한시간 내에 다른 ‘기물’들이 있는 거점으로 이동하시오.


조건 : 거점으로의 합류


제한시간 : 24시간


보상 : 없음


실패시 : 폐기


+


제한시간이 24시간이라.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백(白)’이 내가 죽는 것을 원할 리는 없었다.

분명 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겠지.


문제는, 그 거점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인데.


나는 주변 정경을 살폈다.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과 그 중심을 따라 흐르는 푸른 강. 지류의 건너편에는 울창한 밀림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저 숲에는 접근할 필요가 없었다. 거점으로 이동하는 거라면 지류를 따라 이동하면 될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서둘러 이동할 것을 명합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강줄기를 따라 이동한 지 30여 분이 흘렀을 무렵. 괴물들의 무리와 조우한 것은 그때였다.


[7급 괴수, ‘뿔 늑대’가 당신에게 적의를 드러냅니다.]


그래, 이 녀석들이 나올 때가 됐지.

윤기가 흐르는 은빛 갈기에 다른 늑대들의 3배는 돼 보이는 덩치. 놈들의 머리 위로는 작은 뿔이 솟아 있었다.


7급 괴수, 뿔 늑대.


‘E6’ 스퀘어에 서식하는 괴물들 중에서 가장 약하고, 가장 흔한 녀석이었다.

이 녀석들이 보이는 걸 보니, 제대로 가고 있는 모양이군.


크르르르르······.


물경 20마리가 넘는 뿔 늑대들이 무리를 지어 내게 다가왔다. 나는 [불명예의 유산]을 쥐었다.

문득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스쳤다.


이 녀석들도, 고블린처럼 ‘종족’이었을까?


딱히 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말하길, 기물의 자격을 박탈당하면 이지(理智)가 서서히 사라진다고 했다.

총 다섯 번의 게임이 진행되면서 많은 종족들이 몰락한 만큼, 어쩌면 이 녀석들도 그런 부류일 수도 있었다.


크릉!


나는 달려드는 뿔 늑대를 상대했다. 전투 자체는 일방적이었다. ‘다크피스’로 강화된 능력치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웃돌고 있었다.


스가각!


짧은 절삭음과 함께, 뿔 늑대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뿔 늑대의 고기].


이 고기들은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직접 들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쉽지만 여기에 내버려 두고 이동해야겠지.

나는 사체들을 지나쳐 평원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반나절 정도를 더 걸었을까.


저 멀리, 평원의 위로 굳게 솟아 있는 거대한 흉벽이 보였다. 뿔 늑대 같은 괴물들은 감히 범접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든든한 높이의 흉벽.


[당신은 성공적으로 지령을 완수하였습니다.]

[안으로 진입해 다른 기물들과 합류하십시오.]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 인간종족이 구축해낸 성채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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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isode 9. 백병지왕 (3) +4 21.06.29 1,441 66 13쪽
30 Episode 9. 백병지왕 (2) +2 21.06.24 1,760 78 15쪽
» Episode 9. 백병지왕 (1) 21.06.21 1,785 76 11쪽
28 Episode 8. 왕의 증명 (3) 21.06.18 1,811 78 13쪽
27 Episode 8. 왕의 증명 (2) 21.06.16 1,839 80 11쪽
26 Episode 8. 왕의 증명 (1) +5 21.06.10 1,872 83 12쪽
25 Episode 7. 즉위(卽位) (4) +3 21.06.09 1,882 81 15쪽
24 Episode 7. 즉위(卽位) (3) +1 21.06.07 1,889 81 10쪽
23 Episode 7. 즉위(卽位) (2) +1 21.06.05 1,918 80 10쪽
22 Episode 7. 즉위(卽位) (1) +3 21.06.04 1,947 80 9쪽
21 Episode 6. 폐위(廢位) (3) +3 21.06.03 1,966 83 11쪽
20 Episode 6. 폐위(廢位) (2) +2 21.06.02 2,012 75 10쪽
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66 71 8쪽
18 Episode 5. 몰락한 종족 (4) +2 21.05.31 2,118 65 9쪽
17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21.05.29 2,146 67 12쪽
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16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307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64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23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504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74 78 9쪽
10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42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92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65 82 10쪽
7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35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34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69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77 114 9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95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66 125 12쪽
1 Prologue. 게임이 재시작됩니다 +9 21.05.12 4,592 1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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