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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즐
작품등록일 :
2021.05.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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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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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hapter.9 마왕의 흔적 (4)

DUMMY

마왕은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어째서 우리의 땅을 탐하는가. 어째서 우리의 삶을 수확하는가.


-그대가 우리의 신이더냐, 아니면 인세의 신이더냐.


-한낮 인간에 불과한 네놈이, 어째서 우리의 세계에 찾아와 검을 휘두르는가.


-어째서. 끝난 전쟁을 또다시 불피우는가.


마치 시구처럼 읊어진 마왕의 말.


그 말에서 어폐를 느낀 제로는 머리를 굴렸다.


상식상 마족은 악, 인간은 선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마왕의 말은 그 상식에서 약간 벗어났다.


마왕이 했던 말을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우리의 땅을 탐한다.’


그것은 인간이 마족을 공격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삶을 수확한다.’


그것은 곧 인간이 마족을 학살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곳은 인간들의 세계가 아닌 마왕의 세계. 굳이 표현하자면 제국 카라드가 있던 그 세상이 아닌 아예 다른 세상임을 의미했다.


그리고 마왕이 한 마지막 문장에서, 아서와 다른 5명의 용사들의 힘으로 전쟁이 끝났음을 볼 수 있었다.


설정상 바뀐 것은 없었다.


마왕은 아서를 포함한 6명의 용사에게 봉인당했고, 그것으로 전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인간들은 마족과 마왕의 세계를 공격해왔고, 새로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마왕의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인간들은 마왕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했고, 오직 마족을 죽일 뿐이었다.


인간은 애초에 마왕을 들을 상태도 아니었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인간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눈에 아무런 초점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이 쏘아낸 화살은 오직 마족만을 저격했지만, 한편으로는 동료를 맞출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그들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지만, 자비 또한 없었다.


그들은 감정이 없었고, 오로지 살육만이 심어진 기계처럼 마족을 죽일 뿐이었다.


그들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찮은 것들아. 어서 너희를 이곳에 보낸 왕을 데려와라!!


마왕은 그런 인간들의 상태를 알았고, 격노했으며 자신의 검을 휘둘러냈다.


마왕이 휘두른 검로에 따라 강한 풍압이 일어났고, 그 풍압을 따라 마왕의 마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기가 어느정도 끝에 다다름과 동시에.


쿠콰쾅--!!


검은 번개가 내리치며 달려오는 인간들을 멸살했다.


마왕의 검은 번개에 의해 수백의 인간이 죽었음에도, 모락모락 흙먼지가 피어나 시야조차 고르지 않았음에도, 인간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불나방처럼 마왕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동료의 시신을 밟고, 동료가 남긴 방패와 갑옷을 밟고 달려가,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불나방들이여!! 자신의 생과 적의 생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해들이여! 당장 너희의 왕을 데려와라!!


마왕이 분노가 서린 목소리가, 한층 커진 그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왕은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마왕의 몸에서 일렁이던 마기가 파도처럼 퍼졌다.


그래. 그것은 더글러스의 그 공격의 몇 배 강화 버전이라 볼 수 있었다. 이론은 더글러스의 그것과 같았다.


하지만 마왕의 마기 파도는 더글러스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리력이 거의 없던 더글러스의 마기의 파도와는 달리 마왕의 것은 닿는 것만으로도 적을 베어버릴 힘을 지녔다.


마왕과 인간의 싸움은 한참동안 지속되었다.


인간은 비명조차 흘리지 않았고, 마왕은 지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터전을 공격해오던 인간들에게 마왕은 어떠한 분노와 증오를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 일을 일으킨 한명의 인간에게만 그 분노와 증오를 뿜어냈다.


마왕은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다시 말을 꺼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인간의 왕이여.


마왕은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자, 유일하게 정신이 멀쩡한 자를 알렸다.


제로 역시 그곳을 향해 무심코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망토의 후드로 가린 남성이 있ᄋᅠᆻ다.


“왕이라···, 고작?”


그 목소리는 한없이 권태스럽고, 지루하다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로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얼굴을 보여라 인간!!!


마왕은 울부짖었다.


그에 남성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후드를 벗어냈다.


그의 후드안에서 가려졌던 황금의 머릿결이 흩날렸다.


또한 황금의 눈이 마왕을 응시했다.


제로 역시 그를 자세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로 역시 그 남자를 잘 알고 있었다.


만세(萬世)의 대도서관에서 만났던 이름마저도 가려졌던 금발 금안의 미청년.


엘렌과 닮았었던 그 남자였다.


남자는 아까 마왕이 읊던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한, 그런 의미가 섞여있음을 제로도, 마왕도 가볍게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용을 죽였다. 마족의 사천왕을 죽였다. 그리고 마왕을 봉한 용사를 죽였다.”


용과 사천왕을 죽였다.


근데 마왕을 봉한 용사 마저 죽였다니?


‘설마, 아서를 제외한 5 용사를 놈이 죽인 건가?’


정황상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초월의 업은 단 하나. 마왕을 죽이는 것이다.”


초월의 업. 그것은 뜻 그대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는 하나의 길임을 의미했다.


그리고 남성은 벌써 그 끝에 다다랐던 것이다.


“나의 이름은 크리서스 디 카라드. 인간들의 왕이었던 존재이자, 인간으로서 최초의 신이 될 존재다.”


남성, 그러니까 시황제 크리서스의 실로 오만한 그 선언이 울려퍼졌다.


그것은 마왕에게 한 말인 듯 했지만, 하늘의 무언가는 분노한 듯 번개를 일렀다.


“마왕. 덤벼라.”


그 말과 함께 크리서스는 검을 빼 들었다.


다만 그의 표정에는 한없이 지루하다는 권태감이 묻어나왔다.


“고작 이따위가 마왕이라니. 어쩌면 용사들이 더 재밌었을 지도 모르겠군.”


제로의 입장에선 마왕도 한없이 높은 곳이었지만 크리서스에겐 고작인 것인가···.


그래. 크리서스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됐다.


신 앞에서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마왕 앞에서 오만할 자격이 됐다.


그의 힘은 마왕의 곱절, 혹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지루하니 길게 끌지는 않으마.”


크리서스는 가볍게 도약했다.


다만 가볍게 도약했다는 서술 치곤 그의 몸은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사라졌고, 제로가 그를 찾았을 때에는 마왕과 검을 맞대고 있었다.


크리서스와 마왕의 격돌.


그것을 시작으로 한 합, 한 합, 싸움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싸움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크리서스의 검이 마왕의 몸에 닿을 때마다 마왕의 온몸에 균열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마왕의 봉인은 유효했던 건가.’


아서가 바친 그의 존재가 마왕을 속박했던 것이고, 용사의 목숨을 건 사투를 대가로 하여 마왕은 복구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아예 봉인되었다.


파직-


저 마왕은 오직 마족의 염원으로 다시 부활한 마왕에 불과했다.


조각난 마왕을 그저 마족의 염원으로 끼워맞춘 반쪽짜리 신에 불과했다.


그 실체는 마왕이나 지금은 봉인에 의해 한없이 약해진 마왕이었다.


약화된 마왕의 몸에 생겨난 균열은 크리서스와 한 합이 이어질 때마다 커졌다.


마치 거미줄처럼 이어진 그 균열은 점차 아슬아슬해졌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느냐. 어째서 인간 세계의 지배자로 만족하지 않는 것이냐!!


마왕은 다급하게 말했다.


“그거 알아? 신이라는 한없이 전지전능하면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존재들. 우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관음증 환자들 말이야.”


신, 그들은 전지전능했다. 하지만 그 힘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그게 어쨌단 말이지?


마왕은 크리서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신은 아무리 빌어도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지. 아무리 염원해도 우리를 구원하지 않아.”


“열받지 않아? 나는 한때 던전에서 끊임없이 구르고 굴렀어. 절망에 빠졌고, 희망이란 보이지 않았지. 그 과정에서 신은 무엇을 했을 것이라 생각해?”


라고 계속 짓걸이는 크리서스였으나, 그의 눈에서 진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은 관찰할 뿐, 배풀지 않아. 그렇기에 나는 신을 베려고 하는 것이야.”


‘저건 결국 명분에 불과하다.’


제로의 말이 맞다.


저것은 명분이다. 신을 죽인다는 명분,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길을 만들어내기 위한 명분.


애초에 크리서스도 그 신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초월의 업을 한걸음 남겨둔 크리서스는 다른 세계로 넘어오고, 인간들을 세뇌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다.


그는 신과 필적할 존재였으며 어쩌면 인간들 입장에선 신이라 볼 수 있었다.


다만 놈은 역시 방금까지도 인간을 죽음에 빠트릴 뿐, 그것을 구경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개소리 집어치워라. 너는 단순히···.


마왕 역시 그것을 간파했다.


“하하하, 역시 마왕이구나. 그래. 사실 그건 명분에 불과하고 진실은 그저 지루할 뿐이야. 이 세계에서 나를 대적할 자는 없었고, 그나마 있는 신은 너무나 강하니까~”


-그러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신과 싸우기 위해서 신이 되겠단 말인가,


“바로 그거지! 신을 베기 위한 조건, 그것은 신이 되는 길이이까!”


크리서스는 마치 진리라도 깨달은 듯 웃으며 말했다.


-미쳤군.


“응, 자주 듣는 말이지.”


‘신이 되기 위해서, 마족을, 용사들을 그리고 마왕마저도 죽일 생각인 것인가.’


제로는 이 시점에서, 아니 그가 등장한 그 시점부터 크리서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세가 지루하기에 다른 지배자들을 죽여 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겠다니.


고작 지루함 때문에 신이 되겠다니.


그게 무슨 이유고 명분인가.


더욱이.


크리서스의 지루함에 의해 희생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존재를 바친 아서.


목숨을 걸고 인세를 구해낸 용사들, 현재 조각나고 있는 자신을 보고도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는 마왕.


세뇌당해 불나방이 된 인간들. 자신의 애인, 아버지, 그리고 자식을 잃은 인세의 사람들.


그 외에 수많은 마족들까지.


어째서 그렇게 희생되었어야 했느냔 말인가.


“뭐, 이해를 바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어.”


크리서스는 소시오패스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도구로 생각하는 그런.


크리서스는 소름 끼치는 웃음을 유지한 채 마왕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다.


-커억!!


마왕의 신음은 불길하게 울려 퍼졌다.


크리서스의 검이 마왕에 심장에 닿은 순간은 마왕의 몸에 생겼던 균열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서로 이어진 상태였다.


“마지막 할 말은?”


-인간, 나는 죽어서도 죽지 못한 채 너를 저주할 것이다.


마왕의 그러한 의지가 곧, 죽었음에도 4개의 아티팩트로 분해되 봉인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어째서 더글러스가 말했던 마왕의 목적이 시황제인지를 알려 주었다.


또한 부족했던 더글러스의 설명창을 채워주었다.


“그래···. 그때쯤이면 재밌는 싸움이 되길 바랄게. 기대하지.”


전혀 기대도 되지 않는다는 표정과 함께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는 무기질적인 미소를 지은 크리서스는 검을 비틀었다.


그 순간, 마왕은 빛으로 산화되었고, 그 빛은 곧 붉은 비를 만들어냈다.


크리서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비를 맞으며 조용히 선포했다.


“신계에는 지루한 것이 없기를.”


그 선언과 함께.


한 명의 마족이 산화되었다.


그 대신 크리서스는 신위에 올랐으며.


[만세(萬世)의 대도서관이 크리서스 디 카라드에게 신명을 내립니다.]


[멸살자(滅殺者)가 탄생했습니다.]


멸살자라는 신명을 얻었고.


[만세의 대도서관이 멸살자의 도전을 받아들입니다.]


크리서스가 만세의 대도서관에 도전자라는 신분으로 사서가 된 순간이었다.


[마족-더글러스의 설정창이 리뉴얼됩니다.]


[마왕의 조각-더글러스]


[마왕의 파편중 ‘투쟁심’을 가지고 있는 파편 중 하나이다.]


그 알림을 끝으로, 제로는 다시 더글러스가 있는 현실로 돌아왔다.


작가의말

뜬금없이 등장했지만, 나름대로 스토리의 중추가 될 내용입니다. 아마 이번 화를 분기로 하여 내용의 전개가 약간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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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tra Episode. 크리언 21.07.05 65 0 18쪽
61 Chapter.13 신의 적의 (2) 21.07.02 75 1 20쪽
60 Chapter.13 신의 적의 (1) 21.06.30 76 1 14쪽
59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6) 21.06.29 53 0 11쪽
58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5) 21.06.29 66 0 12쪽
57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4) 21.06.20 73 2 13쪽
56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3) 21.06.20 42 2 13쪽
55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2) 21.06.19 56 2 11쪽
54 Chapter.12 변화하는 운명 (1) 21.06.19 66 2 12쪽
53 Chapter.11 피어오르는 위험 (5) 21.06.16 74 2 12쪽
52 Chapter.11 피어오르는 위험 (4) 21.06.15 59 2 12쪽
51 Chapter.11 피어오르는 위험 (3) 21.06.15 62 2 11쪽
50 Chapter.11 피어오르는 위험 (2) 21.06.14 77 2 12쪽
49 Chapter.11 피어오르는 위험 (1) 21.06.14 74 1 12쪽
48 Chapter.10 시험 끝 (3) +1 21.06.11 84 3 16쪽
47 Chapter.10 시험 끝 (2) 21.06.10 107 5 15쪽
46 Chapter.10 시험 끝 (1) 21.06.09 104 6 11쪽
» Chapter.9 마왕의 흔적 (4) +1 21.06.08 103 5 12쪽
44 Chapter.9 마왕의 흔적 (3) 21.06.07 108 6 12쪽
43 Chapter.9 마왕의 흔적 (2) 21.06.06 101 7 15쪽
42 Chapter.9 마왕의 흔적 (1) +3 21.06.05 124 7 12쪽
41 Chapter.8 마족의 파편 (5) 21.06.04 113 6 13쪽
40 Chapter.8 마족의 파편 (4) +2 21.06.03 129 7 10쪽
39 Chapter.8 마족의 파편 (3) 21.06.03 126 6 14쪽
38 Chapter.8 마족의 파편 (2) +1 21.06.02 152 8 12쪽
37 Chapter.8 마족의 파편 (1) +3 21.06.01 147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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