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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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증
작품등록일 :
2021.05.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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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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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장철우, 마고를 보다

DUMMY

장철우는 증산도에 온 이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었다.

시골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일어나서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바로 학교로 갔다.

할머니들은 일찍 일어나서 농사며 집안일이며 끊임없이 하셨다.

그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장철우 또한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일어나자마자 쇼핑몰을 확인했다.

“이렇게 오이를 사는 사람이 많다니!”

최근에 구매자가 꽤 늘고 있었다.


장철우는 신이 나서 힘든 줄도 몰랐다.

댓글도 더욱 꼼꼼하게 달고, 하나하나 주문에도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이정도면 아이들 뒷바라지는 할 수 있겠지?”

장철우는 착착 준비해나갔다.


아이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고, 그 애들이라면 뭘 해도 뜰 게 확실하다.

일단 얼굴이 화면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장철우는 혼자 실실 웃으면서 주문서를 처리하였다.

“뭘 그렇게 웃어요? 철우사제?”

최소망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요새 쇼핑몰 고객이 꽤 늘어서 절로 웃음이 나네요. 이제 서울로 가도 될 것 같아요. 애들도 더 나이들기 전에 데뷔하고.”

“다 철우사제 덕분이에요. 참, 오늘도 종교인협회에 가요. 택배 부치고 바로 갈께요.”

“또요?”


“네. 만신님이랑 친해졌는데, 이제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야죠. 그럼 저도 한자리 주겠죠.”

“친해진 거 확실해요?”


“당연하죠. 우리 증산도를 보려고 이 시골마을까지 오셨는데. 설마 대놓고 안 친하다고 하겠어요?”

장철우는 어이가 없었다.


“한 자리 받으면 돈 되는 건 확실해요?”

“확실해요. 철우사제가 거기 주차장을 봤어야 하는데, 아깝다.

주차장에는 벤츠이상만 있어요. 내가 이름도 잘 모르는 자동차까지 있다구요.

왠만하면 제가 아는데, 이름도 모를 자동차까지!!! 그걸 보며 더 의지를 불태웠죠.”


“지금도 쇼핑몰도 잘 되고 애들 아이돌로 성공하면...”

“그 정도로는 어림없어요. 그 협회에 국가보조금, 경제단체의 기부금, 각 개별단체의 헌금 등 예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요?

그 무엇을 생각하든 거기에 동그라미를 몇 개는 더 붙여야 할 거에요.


저도 꼭 그런 자동차도 타보고, 서울에 우리 증산도건물도 세우고. 암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히히”


장철우는 갈수록 흥분하는 최소망이 좀 걱정되었다.

돈에 한참 맛들었을 때 자신의 모습 같았다.


“그런데 증산도에 아무도 그런 걸 원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

“내가 원해요! 내가!!!! 증산도 최고사제인 내가!!!!”

“휴우~네네. 최고사제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해야죠. 알았어요. 알았어.”


최소망은 요새 살판났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돈 한푼이 없었다.

그런데 장철우가 들어오더니, 어느새 생활비 걱정이 없어졌다.


또 어느새 협회의 만신님과 얘기까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쭉쭉 잘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최소망은 의지를 불태웠다.



‘저렇게 허황된 꿈을 쫓다니, 쯧쯧쯧’

장철우는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최소망이 나가고 장철우는 다시 고객들의 주문을 확인하였다.

고객들의 댓글을 읽는 것으로 마음을 정화했다.


-여기 채소들은 살아있어요.

-여기 채소를 먹고 암환자가 나았어요! 꼭 드세요!!!

-입맛 떨어졌을 때는 여기 채소가 최고에요! 꼭 먹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아요^^


“역시 기분이 꿀꿀할 때는 고객들의 베스트 댓글이 최고야.”


돈이 없어 광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맘카페나 여러 사이트에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주고 있었다.


“그래. 최고사제가 말도 안되는 꿈을 쫓으면, 나라도 열심히 해야지. 애들도 할머니들도 저리 열심히 하는데.”

장철우는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조직에서 적은 보수에 불만품고 사기치던 과거를 잊어 버린 듯 했다.

또다시 적은 보수에 미친 듯이 일만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장철우ㅠㅠ




#뒷산에서 있은 일



어느 새 어눅어눅한 저녁이 되고 있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집으로 오지 않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한 자신이 뿌듯한 장철우.

장철우는 잠시 쉴 겸, 뒷산으로 어슬렁어슬렁 산책했다.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주위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저 멀리 마고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 키가 저렇게 컸었나?’

장철우는 가까이 갈수록 할머니가 꽤 크게 느껴졌다.


거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 장철우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마고할머니는 공중에 떠 있었다!!!!


‘뭐야! 뭐야! 저게 도대체 뭐냐고!!!!!!’

장철우는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마고할머니는 공중에 떠 있고, 그 앞에는 작은 불새가 빛을 내며 멈춰서 있었다.

작은 불새와 마고할머니가 있는 그 주위 공간은 오로라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제 정화의 시간이다.

-......

-다음 대의 마고는 준비되고 있는가.

-...조금만 미룰까 합니다. ...아주 조금만...

-질서는?

-압니다. 그저... 조금만 미루겠습니다.

-...이번 대의 마고는 너무나... 인간적이군.

-...네, 그래도 하겠습니다.

-...결국 조화로 돌아간다. ... 마고의 뜻대로 하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소리도 흔한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공간에는 오로지 작은 불새와 마고할머니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장철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달리고 싶었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마고할머니가 인간이 아니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저건 뭐지? 뭐야!!!’

장철우는 겨우 기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긴 그냥 평범한 시골교회같은 거 아니었나?

아까 그건 뭐지?

어떻게 평범한 시골할머니가 공중에 떠서 불에 덮힌 새와 얘기를 할 수 있지?

뭐냐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장철우는 사무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한참 그렇게 있다가, 간신히 간이침대로 올라가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설마 귀신이나 구미호나 뭐 그런건 아니겠지?

할머니가 구미호? 에이, 말도 안 돼지.

...그래도 아까 공중에 떠 있었잖아!!!’


장철우는 도저히 이성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농사나 짓고 자기에게 오이를 주던, 그 할머니가 공중에 떠서!!! 불새와 얘기를 하고!!!

여기는 도대체 뭐냐고!!!


장철우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불을 덮어쓰고 꽉 잡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무실에 최소망이 들어왔다.

“어, 철우사제 있었어요? 왜 불도 안 켜고 그래요?”


최소망이 오자, 장철우는 최소망을 가만히 봤다.

최소망같이 세속적인 사람이 막 공중을 날고 그러지는 않을 거라 판단했다.


“...최고사제.”

“왜 그래요?”

“...제가 엄청난 것을 봤어요.”


최소망은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이불은 왜 저렇게 뒤집어쓰고 있는걸까?


“최고사제, 설마 최고사제조차 그런 건 아니겠지요?”

“도대체 뭘 말이에요?”


“...최고사제는 알고 있었나요?”

“뭘 말이에요?”


“...공중부양.”

“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최소망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자,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된 장철우는 이불에서 얼굴을 조금 더 내고는 말했다.


“제가 좀 쉴려고 뒷산에 갔었는데요.”

“예에? 쉴 시간이 어디 있어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나는 어떻~게든 우리 증산도를 일으켜보려고 여기저기 굽신거리고 다니는데.”


역시 최소망은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 게 확실했다.


“아무튼! 뒷산에 갔었는데요. 거기서 엄청난 걸 봤어요.”

“뭐요? 난 바빠 죽겠는데. 치.”


“...할머니가 ...공중에 떠서 ...불새랑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최소망은 눈이 똥그래져서는 장철우를 봤다.


“...미쳤어요?”


장철우는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차분해졌다.

진짜 말이 안 되는 말이니까.


“그게...저도 말도 안 되는 건 아는데...할머니가 진짜로 공중에 떠서..”

“아~!!! 진짜!!! 요새 쇼핑몰도 잘되고 일이 많은 건 아는데, 철우사제...

휴우~ 저는 이번에 정말 잘 하고 싶어요. 협회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거 같아요 .”


“최고사제, 그런데 ...진짜로... 정말로...할머니가 하늘에 막 떠서...”

“정말 이럴 거에요? 철우사제 힘든 거 알아요.

제가 일도 안 도와주고해서 미안해요.미안하다구요.


그런데 정말 만신님과 친해져서 그런지, 협회에서 간부도 맡을 거 같아요. 사람들이 저랑 막 얘기하려고 한다구요. 처음에는 아무도 아는 척도 안 했었는데 말이에요.


이번에 제대로 자리 잡으면, 철우사제도 일할 필요도 없고, 조직같은 거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협회사람은 누구도 못 건드리더라구요. 정치권이 상당히 연결되어 있거든요.”


장철우는 최소망의 얘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최소망이 저렇게 말할수록 여기가 현실이라는 실감이 났다.


“최고사제, 혹시...마고할머니가 증산도의 교주인 겁니까?”

“교주? 음... 그런 건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이 기대고, 사람들을 지키고, 이끌어주는 분은 누굽니까?”

“그건 당연히 마고할머니죠.”


“그럼, 마고할머니가 교주가 맞네요.”


“그런가요? 그런 게 교주면 할머니가 교주 맞네요.

암튼 좀 쉬어요. 철우사제가 아프면 큰일나요. 절대 아프면 안 돼요.”

최소망은 장철우가 아프면 쇼핑몰일을 자기가 다 하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빨리 누워요. 빨리! 푹 쉬어야 해요. 오늘은 다른 일 하면 절대 안돼요.”

장철우를 어거지로 눕히고 최소망은 자기 방으로 갔다.


최소망이 나가고 방 안은 조용했다.

장철우는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당장 떠나 버릴까? 너무 무섭잖아. 귀신이나 구미호면...

그래도 조직에서 아직 찾고 있으면 어떻게 해, 여기만큼 숨기 좋은 곳은 없는데...

귀신보다는 조직이 나은가?...진짜 귀신이긴 한건가?

귀신이나 구미호가 아니면 하늘을 어떻게 날아? 염동력?'


별별 잡생각이 다 들었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는 편했다.

고아원에서 자랄 때부터 어딜 가도 마음이 불편하고,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이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다시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좀 무섭긴 하지만, 그냥 여기 있자.

하늘을 좀 날면 어때?.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한데.

막 날고 그래도... 괜찮겠지?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설마... 잡아먹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나가기 싫어서 자기합리화를 시작하는 장철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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