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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7.28 23:1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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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8
글자수 :
253,458

작성
21.05.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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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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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해미 2-5

DUMMY

휴대폰은 화장실 입구로 통하는 길에 던져져 있었다. 젤리 케이스를 씌운 덕분에 별다른 손상은 없었다. 나는 꺼진 휴대폰을 전원을 눌러 켜고 해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 순간 현관문의 벨이 울렸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 귀신의 어떤 장난이 시작된 줄 알았다.


"한수야, 나야."


문 밖에서 들린 목소리는 해미였다. 나는 반가움과 안도감을 느꼈지만 문 앞에 다가간 순간 그것도 귀신의 장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휴대폰 통화에서도 귀신이 해미인 척하지 않았는가.


"정말 너 맞아?"


문을 사이에 두고 내가 문 밖의 존재에게 물었다.


"응, 나야."


문 밖의 존재가 태연하게 답했다.


"네가 누군데?"


"나?"


"응, 네 이름이 뭐냐고."


"해미."


"성은?"


"오. 오해미. 지금 장난쳐?"


"그럼 나는 누구야? 내 이름 말해 봐."


"이한수."


정말 해미가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얇은 소재의 가벼운 외투를 걸친 해미가 문 밖에 서 있었다.


"혼자 무서웠지?"


제정신이 아닌 내 상태를 보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이 밤에 어떻게 온 거야?"


나는 그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이미 내 사정을 다 알고 온 것 같았다. 무당이니까 어떤 영적 계시를 받았을 것었이다.


"꿈에서 봤어, 너 호텔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예지몽 같은 건가?"


"응, 그래도 내가 부적 쓴 게 있으니까 그것이 안에 들어오지는 못한 거야."


나는 아까 창문 밖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귀신이 떠올라 다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근데 아까 나한테 전화한 거 맞아?"


"내가?"


"응, 전화한 거 아니지? 그것도 귀신이지?"


"내 목소리 흉내 내고 그랬어?"


"응, 너랑 목소리가 똑같아서 진짜 너인 줄 알았어."


나는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원래 걔네들 그런 거 잘해. 귀신은 어떤 모습도 다 따라 할 수 있거든."


"그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네?"


"일반인은 그렇지.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홀리는 거야."


더 이상 호텔에 머무를 수 없었던 나는 해미를 따라 짐을 챙기고 그녀의 차에 올라탔다. 귀신을 본 이상 비싼 숙박비에 대한 미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해미의 집에 오자마자 나는 그녀의 방에 안치된 그림 속 산신령 같은 분께 절을 하고 기도를 드렸다. 제발 귀신이 저를 해치지 못하게 해주세요. 저는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앞으로 더 착하게 살겠습니다.


늦은 밤이어서 우리는 대화를 깊게 나누지 못했다. 해미도 자다가 꿈을 꿔서 내게 달려온 것이었기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한 궁금증을 무턱대고 물어볼 수 없었다. 내일 아침에 꼭 물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지.


해미는 나에게 안 쓰는 방 하나를 내주었다. 1층에 있는 작은방이었다. 창고처럼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는 곳이었는데 그런 때문인지 내가 이불 깔고 잘 자리가 겨우 남아 있었다. 그래도 그곳은 귀신이 나오는 호텔 방보다 나을 것이었다.


나는 해미와 그녀가 모시는 신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 여기고 든든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었다. 남의 집에서 자는 건데 의외로 깊고 빨리 잠들었다. 해미가 바닥에 난방을 틀어준 모양인지 잠자리도 따뜻했다.


다음 날 나는 깨어나자마자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그녀에게 조언도 들으려고 했는데 그녀는 집에 없었다. 시간이 아침 8시 정도였는데 아무리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찾아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 정말 나 혼자 남았다는 게 느껴졌다.


휴대폰에는 그녀가 남긴 문자가 있었다. 기도하러 산에 다녀올 테니 집에서 쉬고 있으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멍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답답해져서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황금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전과 같이 담 위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곳이 자기 영역인 것처럼 당당한 자세였다. 나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지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운동하듯이 마당을 돌아다녔다. 날이 맑아서 눈부신 햇살이 잔디 사이사이까지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해미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녀의 기도 의식에 지장을 줄까 봐 단념했다. 집 밖에는 그녀의 차가 조용히 세워져 있었다. 차를 타고 가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것은 그녀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근방에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집과 그곳의 산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동산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동네 구경 좀 할 겸 봉우리가 보이는 그곳으로 무작정 향했다. 해미와 내가 서로 통한다면 그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행여나 만나지 못하더라도 나는 등산을 한 것이니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그 산은 가파르지 않아서 오르는 데 숨이 차지 않았다. 적당하게 운동이 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미 개척돼 있는 오솔길 같은 걸 따라 느린 걸음으로 땅을 밟았다. 등산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 집에 앉아서 그림만 그린 탓인지 산을 오르는 행위가 어색했다.


아침부터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은 모두 입을 닫고 묵묵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벌써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고 나와 같이 지금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해미가 기도할 만한 곳을 두리번거리며 탐색했다. 아직 뭔가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어느 정도 이르렀을 때 쉴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나는 정자 같은 곳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현재 있는 곳은 중턱인 것 같았다. 다른 산과 높이를 비교해 보니 위치가 가늠되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정자에 휴식을 취하러 온 사람이 늘었다. 대개가 노인이었다. 그들은 사과나 오이를 잘라 먹으며 말없이 경치를 구경했다. 먹다 남은 것을 바닥에 멀리 던지면 새들이 눈치를 보며 다가와 부리로 쪼아 먹었다.


나는 남은 산을 올려다보았다. 왠지 그 높이까지 해미가 올라갔을 것 같지 않았다. 기도하러 올 때마다 그 높은 곳까지 가야 하는 건 고역이었다. 해미의 마른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느낌이 이끄는 대로 일단 내려갔다. 왠지 샛길로 빠지는 곳에 기도터가 있을 것 같았다. 산이 완만한 덕분에 하산하는 발에 무리가 적었다. 나는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신기하게도 올라갈 때 보이지 않았던 장소가 내려가는 내 시야에 들어왔다. 길이 구불구불 한쪽으로 이어진 곳에 큰 나무가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다른 나무에 비해 키가 크고 잎이 많았다. 누가 봐도 영물이었다. 나는 그쪽에 해미가 있을 것이란 기대에 걸음을 빨리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기도터가 맞음이 확신됐다.


큰 나무가 있는 공간에 당도했을 때 나는 자연히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촉새같이 빠른 움직임이 신성하고 경건한 그 터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를 보고 경외감을 느껴서 절로 숙연해졌다.


나무 주변에는 기도하는 사람이 좀 있었다. 모두 나름의 자세를 취하고 무언가 빌고 있었다. 나는 그 무리에 해미도 끼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기도하러 온 사람인 척하며 해미와 최대한 닮은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그녀라고 생각될 사람은 없었다.


허탕을 친 듯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에 누가 뒤에서 어깨를 쳤다. 돌아보니 해미였다. 어째서 갑자기 나타난 거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반가워서 와락 안을 뻔했다.


"어디 있었어?"


내가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해미가 되물었다.


"왠지 있을 것 같더라고. 여기 산이니까."


해미는 이해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특유의 눈웃음이 아침따라 예뻐 보였다.


"지금은 괜찮은 거지?"


어제 일이 생각난 듯 그녀가 물었다.


"응, 되게 잘 잤어. 꿈도 안 꾸고."


나는 그녀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물론 그녀의 집에서 무탈하게 잔 것은 사실이었다.


"기도하고 내려갈래?"


그녀가 시선을 돌려 기도터의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시선도 그녀를 따라 그 나무에 향했다.


"그래. 잠깐 기다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무 앞으로 가 인사를 꾸벅 한 다음 속으로 빌었다. 감사하다고.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감사하다고 말했다. 내 심정은 정말 그러했다.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다.


신내림을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약 10년간 해미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 말을 먼저 꺼낸 이유는 아침 먹을 내가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서 혼자 해결하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그녀의 의식과 생활에 내가 방해 된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면서 혼자 외출을 나갔다. 집에 같이 있으면 그녀가 불편해할 것이 뻔했다.


나는 아무 길이나 쏘다니며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아침이니까 든든하게 밥을 먹고 싶었다. 묘하게도 된장찌개, 제육볶음, 닭도리탕 같은 간판을 내건 식당은 하나같이 문이 닫혀 있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였다. 지방에서는 그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울에도 점심부터 영업하는 식당이 꽤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연 식당이 보일 때까지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계속 들어갔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는 나도 몰랐다. 나중에 밥을 먹고 나와서 휴대폰 지도를 보며 길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번화가에서 멀어질수록 허름한 주택가가 나타났고 길도 점점 좁아졌다. 이런 동네에 사람이 살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주민들은 모두 집을 버리고 더 나은 곳으로 떠난 분위기였다. 나는 내가 군인 시절에 근무했던 지역이 떠올랐다. 행인도 없고 상업 시설도 없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똥개들의 짖음이 전부인 동네.


나는 발길을 돌려 다시 번화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행인도 없는 곳에 식당이 존재할 리 만무했다. 그렇게 뒤돌아 방향을 바꿔 잠깐 걸었는데 방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곳에 꽤 깨끗한 간판을 건 식당 하나가 눈에 띄었다. 분명 올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식당은 주변 분위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혼자서 열심히 살고, 혼자서 돈 잘 벌고, 혼자서 즐거운 모습이었다. 어쨌든 좋은 인상인 건 분명했다. 간판에는 상호 옆에 작은 글씨로 된장찌개, 제육볶음, 닭도리탕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내가 찾는 식당이라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 되기 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구석에서 식사하고 있는 여자 외에는 나뿐이었다. 내가 들어가자 주방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와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무얼 먹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찌개가 당겨서 된장찌개를 달라고 했다. 그녀는 별 반응 없이 내 말을 듣고 다시 주방에 들어갔다.


나는 적당한 곳에 앉아서 식당 내부를 구경했다. 다섯 테이블 정도 있는 작은 평수였다. 하지만 테이블 사이가 멀어서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여자 손님에게 향했다. 그녀는 감지 않은 듯한 머리에 허름한 반팔 티를 입고 있었다. 누가 보면 돈 내고 먹는 손님이 아니라 그냥 사정이 딱해서 주인에게 공짜로 얻어먹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나는 그녀와 눈 마주치는 게 싫고 불편해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곧 나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고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음을 느꼈다. 그건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가 쳐다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보는 시선이 레이저처럼 내 뺨에 닿았지만 밥 먹으러 온 식당에서 눈싸움이나 기 싸움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 손님은 무슨 오기인지 밥을 먹으면서도 내게 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눈은 나를 향한 채 손으로 밥을 먹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하릴없이 나는 슬쩍 그녀를 쳐다봤는데, 내가 무얼 잘못 본 것인가 하고 다시 그녀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본 것은 밥과 음식을 뜨지 않고 허공에 숟가락질만 하는 그녀의 모습이었고, 다시 본 것은 이목구비가 위아래 거꾸로 돼 있는 그녀의 얼굴이었다.


눈이 있어야 할 위치에 입술이 있었고 입술이 있어야 할 위치에 눈이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얼른 식당을 빠져나왔다. 된장찌개고 뭐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식당을 나와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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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미 2-38 21.07.17 41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8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8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7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9 2 12쪽
36 해미 2-31 21.06.28 157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7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30 해미 2-25 21.06.14 290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19 2 13쪽
28 해미 2-23 21.06.10 330 2 13쪽
27 해미 2-22 21.06.09 335 3 12쪽
26 해미 2-21 21.06.07 363 4 11쪽
25 해미 2-20 21.06.07 360 3 12쪽
24 해미 2-19 21.06.05 387 3 12쪽
23 해미 2-18 21.06.04 388 3 12쪽
22 해미 2-17 21.06.03 390 4 12쪽
21 해미 2-16 21.06.02 41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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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해미 2-14 21.06.01 40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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