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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억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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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7.28 23:1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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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9
추천수 :
128
글자수 :
253,458

작성
21.05.26 22:56
조회
490
추천
2
글자
11쪽

해미 2-8

DUMMY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우리는 각자 떨어져 잤다. 나는 소파를 택했고 해미에게 침대를 양보했다. 해미는 괜찮다고 했지만 남자인 내가 여자인 그녀를 소파에서 자게 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원래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데 그날은 귀신을 보고 쫓겨서 힘들었던 탓인지 금방 잠에 빠졌다.


밤중에 목이 말라서 잠깐 깼을 때 해미가 잘 있는지 확인했는데 그녀는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본래 비치돼 있어야 할 생수병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어제 잠들기 전까지 냉장고를 열어본 기억이 없었다. 해미가 물을 다 마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방 안을 뒤져 봤는데 버려진 생수병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호텔 측에서 생수를 가져다 놓지 않은 거라 생각했다. 갈증이 점점 심해졌으므로 나는 지갑을 들고 방을 나왔다. 호텔 1층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귀신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설마 또 괴롭히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호텔 내부는 복도나 엘리베이터나 어디든 불이 켜져 있었기에 그닥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편의점에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알바생이 계산대에 서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는 데 아무도 만나지 못했으므로 그의 존재가 안심이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귀신이 함부로 나타나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가게에 들어가자 알바생이 가만있을 뿐 인사를 하지 않았다. 꼭 인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손님을 보고 인기척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움직임이 없는 마네킹 같았다.


나는 자정이 넘은 밤이니까 혼자 그렇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 한 통을 사려고 넓은 편의점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호텔에 입점된 곳이라 평수가 꽤 컸다. 호텔을 이용하는 투숙객를 받으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음료가 있어야 할 냉장 칸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 해맸다. 왔던 곳을 되돌아가도 물이 있는 코너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편의점 내부의 끝까지 가보았다. 과자, 아이스크림, 냉동 식품, 생필품까지 다 파는데 물을 안 팔 리가 없었다.


입구 반대편의 벽에 다다른 나는 이곳이 끝임을 느꼈다. 다행히 술과 음료가 진열된 냉장 칸이 보였다. 나는 거기에 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찬찬히 살폈는데 또 신기하게 생수는 보이지 않았다. 뭐지? 장난치는 건가?


냉장 칸을 따라 옆으로 걸으면서 물을 찾는데 마지막 칸 옆에 화살표 표시가 보였다. 그 표시는 빨간색이었고 어떤 설명도 없이 그 그림만 벽에 달랑 붙어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그 화살표를 따라,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통로로 들어갔다. 왠지 그곳에 물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화살표로 따로 표시해 둔 것이라 생각했다.


편의점 내부와 다르게 그곳만 유독 조명이 없어 컴컴했다. 화살표 하나를 경계로 밝음과 어둠이 나뉘는 기분이었다. 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어두운 통로를 걸었다. 이런 데 물이 있을 리 없을 거란 생각이 차츰 들었다. 하지만 확인해 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었기에 나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어두운 복도의 저 끝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였다. 나는 반가움을 느꼈다. 어쨌든 물이 있는 건 확실한 거니까 말이다. 나는 그 물소리를 따라 빠르게 접근했다. 얼른 사고 나가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다른 곳에는 생수가 없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생수가 보관된 냉장 칸은 없고 웬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등을 돌린 채 벽을 보고 서 있었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물을 사려고 기다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미동도 없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이 벽을 보고 서서 마네킹처럼 있을 뿐이었다.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세상의 깊은 진실을 알면 위험해지는 것처럼 나도 너무 깊숙한 곳까지 왔음을 직감했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한 존재가 눈에 띄어 몸이 경직되었다. 너무 소름 끼쳐서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벽을 보고 서 있는 사람들 뒤로 한 존재가 사람을 뜯어 먹고 있었다. 분명히 사람을 물건처럼 집어 물어뜯고 그 몸에서 흐르는 피를 꿀꺽 마시는 모습이었다. 벽 보고 서 있는 사람들은 차례대로 그렇게 먹혀가고 이었다.


나는 얼른 도망치려고 했는데 발이 쉽게 떼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움직이면 그 존재가 알아차리고 내게 다가와 나를 먹을 것 같았다. 나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그 괴물 같은 놈은 벽 보고 서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해치워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나는 가만있다가는 반드시 죽겠다 생각하고 온몸에 힘을 주어 도망쳤다. 아마 소리도 지른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괴물이 쫓아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른 채 정신 없이 달렸다. 편의점이 운동장처럼 넓어서 아무리 달려도 입구가 나오지 않았다. 복잡한 미로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며칠 전 식당에 갔다가 홀린 것처럼 여기서도 홀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기분이었다. 과자가 진열된 칸. 또 과자가 진열된 칸. 다시 과자가 진열된 칸. 나는 편의점 안을 달리면서 욕을 내뱉었다.


"이 개놈들아, 나 좀 그만 괴롭혀!"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로 앞에 출입구가 보였다. 나는 얼른 그리로 달려갔다. 곁눈질로 봤는데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은 편의점 끝에 괴물이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처럼 멍하게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허락됐다면 나는 그에게 어서 도망치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아무튼 출입문에 도착한 나는 손잡이를 당겨 힘껏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누가 밖에서 잠근 것처럼, 아니 접착제로 문을 붙여 놓은 것처럼 문이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열 받아서 발로 문을 쾅쾅 쳤다. 그래도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문이 유리로 돼 있어서 그걸 깨고 나갈까 했으나 몸이 다칠까 봐 그건 일단 보류했다.


나는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에게 가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빨리 문 좀 열어주세요!"


알바생은 내가 소리쳐도 멍하니 있을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저기요! 문 좀 열어 달라고요!"


나는 알바생 얼굴 가까이 가서 계속 말했으나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가만있을 뿐이었다. 현재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의 얼굴 앞에 손을 휘저어 보았다. 그래도 그는 마네킹처럼 가만있었다.


나는 궁지에 몰린 쥐 새끼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편의점 후미진 곳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들을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나는 단지 물을 사려고 왔을 뿐인데 이렇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이제 물 소리가 내 옆에서도 났다. 나는 편의점 출입문 앞에 서 있었는데 아까 구석에서 봤던 존재가 나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녀석은 한손에 사람의 상반신을 들고 있었다. 키가 무척 커서 천장에 머리가 닿아 등을 굽힐 정도였다. 녀석도 역시나 검은색이었고 이목구비의 형체는 불분명했다.


녀석이 걷지 않고 땅에서 스르륵 움직이듯 내게 다가왔다. 마치 발 없는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무섭고 놀라서 몸을 돌린 채 문 손잡이를 마구 당겼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때 해미가 나타나 문을 열어주었다. 편의점 밖에서 그녀가 문을 열자 신기하게도 꼼짝하지 않던 문이 쉽게 열렸다. 나는 등 뒤의 귀신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해미에게 덥썩 안겼다.


그와 동시에 눈이 떠졌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것은 모두 꿈이었다. 역시 현실에 그런 게 존재할 리 만무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해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안도의 숨을 뱉었다.


"괜찮아?"


그녀가 물었다.


"나 악몽 꿨어. 귀신 때문인가."


내가 답했다.


"사신을 봤구나."


"응? 사신이라니."


"걔는 그런 식으로 죽은 영혼을 끌고 다니는 애야. 잘 도망쳤어."


해미는 내 꿈을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본 것은, 그 편의점 구석에서 본 존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노예처럼 부리고 다니는 사신이었다. 그것도 악귀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럼 편의점에 있던 사람들은 뭐야? 줄지어 있던데."


"걔한테 붙잡힌 영혼들이지. 너도 그렇게 될 뻔했어."


"해미, 네가 내 꿈에 나타난 거야?"


"나타났다기보다 내가 깨워줬으니까 네 꿈이 나를 보여준 거겠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나를 깨웠기 때문에 내가 꿈에서 그녀를 나타낸 것이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나를 도와준 그녀에게 고마웠다.


"다시 잘 수 있겠어?"


해미가 누워 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뭔가 야릇함을 느꼈다. 내 숙면을 위해 자장가라도 불러줄 셈인가.


"자야지. 근데 넌 안 자?"


"나도 잘게. 꿈에서 만나."


"꿈에서 만나자고? 어떻게?"


"지금 바로 자면 다시 그 꿈과 연결될 거야. 다시 편의점으로 갈 거라고. 나도 네 꿈으로 찾아갈 테니까 그때 보자."


나는 그녀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다. 잠에서 덜 깨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꿈에서 두 사람이 만나다니 영화 같은 얘기였다. 아무리 무당이라도 해도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듯싶었다.


"그게 가능해? 지금 이것도 꿈인가?"


내가 물었다.


"일단 자. 그 사신 꼭 잡아야 하니까. 너는 그냥 잠만 자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꿈에 함께한다면 든든할 것 같아서 일단 마음은 놓였다. 해미가 옆에 있다면 그 사신도 별로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해미는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가 누웠다. 나도 소파에 누운 채로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쉽게 안 올 줄 알았는데 눈 감자마자 스르륵 다시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편의점에 와 있었다.


해미가 문을 열어준 곳에 내가 서 있었고 편의점 안은 내가 도망쳐 나올 때의 모습이었다. 안에 그 사신이란 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졌다. 최대한 그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녀석은 편의점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문을 경계로 해서 그 안에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걸 깨닫고 좀 마음이 놓여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해미였다. 정말 내 꿈에 그녀가 나타난 것이었다.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쁨과 안도의 표현이었다.


"자, 이제 들어가자."


그녀가 앞장섰고 나는 그녀를 따라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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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해미 2-25 21.06.14 290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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