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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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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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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미 2-13

DUMMY

지하실에서 악귀를 모신 남자, 그 아저씨가 알려준 곳은 강릉 시내에서 좀 떨어진 촌구석 동네였다. 해미는 어제 차로 귀가하던 때 아저씨에게 그곳이 어디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그가 스승으로 모셨던 무당의 집. 악귀를 위한 제단을 만들라고 시켰던 그 무당이 현재 어디에 사는지 해미는 물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역시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 나는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이렇게 위험까지 무릅쓰며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해미에게는 그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미 꿈에 악마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 하니 나와 영 무관한 일인 것 같지도 않아서 나는 그녀를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이미 내 삶의 반은 영적인 부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럼 그 무당도 악귀를 모시는 거야?"


운전하는 해미에게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정상적인 무당이라면 제자에게 그런 짓을 시키진 않지."


해미가 운전석의 정면을 보며 답했다.


"옛날에 학원 그만둘 때 신내림 때문에 그런 거야?"


나는 우리의 과거를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밖에 없을 것 같아서 재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응, 이 길로 들어서려고 미술도, 대학 진학도 관둔 거야."


해미가 솔직하게 답했다. 그녀의 말에는 지난날의 후회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10년이나 흘렀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혹시 나한테 얘기했었어?"


"뭘?"


"마지막 통화 때 신내림 받는 거 때문에 떠난다고···."


"아니, 안 했을걸."


나는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당시 그녀의 상황이 이해돼서 질문을 멈췄다. 미대 입시를 위해 재수 중인 스무 살 여자애가 신내림의 운명을 덤덤하게 수용하기란 매우 힘들었을 것이었다.


우리가 탄 차는 1시간 이상을 달려 인적이 드문 산길로 향했다. 지하실이 있던 빌라촌처럼 여기도 외지고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강했다. 나는 왜 우리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마다 이런 곳인지 의아해하다 귀신과 관련된 곳임을 인식하고 그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


귀신, 더구나 악귀가 사람 많고 밝은 곳에 살 리가 없었다. 우리의 차는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멈췄고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거리에 집 한 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여기가 우리 여정의 진짜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공포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정말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산길의 공터 같은 곳에 차를 두고 그 집 쪽으로 걸었다. 높은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었고 잎과 가지 들이 집을 보호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게 어떤 저주의 기운처럼 느껴졌다.


집으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해미와 나는 동시에 무얼 보고 멈춰 섰다. 사람들의 긴 행렬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게 편의점과 지하실에서 보았던 사람의 영혼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여기도 악귀가 영가들을 잡아 놓는 곳인가?


하지만 해미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의 눈에는 그 사람들이 영가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 눈이 정확했으니 그들은 사람이 맞았다. 나도 곧 그들이 사람임을 인지했다.


"뭐지? 진짜 사람이네."


내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일단 나는 차에 다시 들어가 있어야겠어."


옆에서 같이 걷다가 해미가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왜? 나 혼자 어쩌라고."


"나는 저기 못 들어가. 너 혼자 가야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무당인 거 쟤들이 모르겠어? 나는 벌써부터 기운이 느껴지는데? 어차피 너는 일반인이니까 그냥 점 보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해미가 말한 '쟤들'은 그 집의 무당을 뜻했다. 지하실 아저씨에게 악귀를 모시라고 했던 중년 여성 말이다. 그녀도 영감이 있을 테니 해미가 손님인 척 들어간다면 분명히 무당인 걸 알아채고 내쫓을 것이라는 게 해미의 주장이었다. 나는 설득되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겁이 많아서 혼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하실도 해미가 옆에 있으니까 그나마 참고 들어간 거지, 진짜 더한 악귀와 무당이 있을 저 집은 해미 없이 혼자서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그 집과 좀 떨어진 거리에 있는 당시에도 오한을 느끼듯 몸이 춥고 발이 무거웠다.


"괜찮아. 그냥 저기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너도 손님이라 생각할 거야. 일단 들어가서 내부가 어떤지, 어떤 여자인지, 누가 함께 있는지 봐줘. 아, 그리고 부적 하나 꼭 써 달라고 해."


"부적?"


"응,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고 거짓말해. 잘 때 가위 많이 눌리고 가끔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고. 네가 웹툰 작가니까 맘대로 이야기 지어내 봐."


해미가 그렇게 말한 뒤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흰 봉투를 꺼내어 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5만 원짜리 다섯 장이야. 그 정도면 괜찮을 거야."


복비로 쓸 돈과 부적 값이었다. 나는 무슨 엄마한테 용돈 받는 아들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당연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해미는 나에게 격려의 눈빛을 보냈고 나는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무섭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고 결국 나는 그 집에 도착해서 점 보러 온 손님이 되어 버렸다.


2층으로 된 단독 주택이었다. 크기가 꽤 컸고 지은 지 30년은 돼 보였다. 인적 드문 산속에 이런 집이 홀로 있다니 직접 보고도 그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산의 면적을 혼자 쓰고 있어서 그런지 마당이 되게 넓었고 근처에 손님을 위해 주차장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아마도 주차장으로 통하는 길이 본래 정식적으로 찾아오는 길인 듯했다. 점을 다 본 손님들은 그 길을 통해 차를 타고 산을 빠져나갔다.


손님의 대부분은 여자였다. 나이도 중년이 대다수였다. 가끔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다. 아마도 취업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들으려고 온 것일 터였다. 나는 손님 중 남자가 별로 없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점 한 번 보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어디서 소문을 들은 거지?'

나는 긴 줄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 예약했냐고 대뜸 물었다. 나는 예약은 안 했다고 답했다. 그는 나를 맨 뒷줄에 세웠고 노트에 내 이름을 적어 갔다. 아마도 손님을 관리하는 사람 같았다. 인상이 무섭고 말투가 무례해서 나는 기분이 나빴다.


줄 서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남자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매우 평범했다. 무당 집이라고 생각될 물건이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의 가정집처럼 텔레비전과 냉장고와 소파가 있을 뿐이었다.


나는 거실을 거쳐 큰방 같은 곳에 들어갔다. 방문을 열자 특유의 향내가 코를 찔렀다. 근데 그 냄새가 보통의 향과는 달라서 나는 좀 적응하기 힘들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데 살면서 처음 맡아 보는 것이었고 내 기분은 확실히 불쾌했다.


벽 중앙에 해미의 방에서 보았던 신령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 음식을 올리는 제단이 마련돼 있었다. 동자처럼 보이는 작은 인형 같은 것도 몇 개 있었다. 무당집이니 그런 것은 특별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나는 무당으로 보이는 여자 앞에 앉았다. 지하실 아저씨의 말로는 중년 여성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머리가 전체적으로 새햐얬다. 피부도 늙어서 쭈글쭈글했다. 절대로 중년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최소 예순 살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무당을 오래 관찰할 수 없었다. 하얀 머리와 늙은 피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크고 무서운 눈이 얼굴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의 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가 산짐승을 눈을 뽑아다가 그녀의 얼굴에 콱 박아 놓은 느낌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괴기스러운 사람 눈은 처음 보았다. 나는 겁을 먹어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곁눈질로 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보았다. 검은자가 흰자의 정중앙에 있었고 일반 사람보다 흰자의 면적이 유난히 넓었다. 그러니까 검은자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다. 일부러 손님에게 위압감과 신비감을 주기 위해 특수 렌즈를 끼고 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 왔네."


그녀의 목소리는 외모처럼 늙고 탁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무당 특유의 음색이었다. 나는 괴상하게 생긴 그 무당의 입에서 말이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절대로 평생을 말하지 않고 영적 기운으로만 살 것 같은 모습인데, 그녀도 나처럼 말을 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녀에 대한 무서움이 살짝 줄어들었다.


"네, 서울에서 왔어요."


나는 답했다.


"아니, 서울은 자네 사는 곳이고 여기 온 건 강릉에 머물다 온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내 사정을 그렇게 훤히 알고 있다는 게, 이미 내가 점 보러 온 손님이 아님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 왔어요. 유명한 점집이 있다길래 온 거예요."


무당은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나를 노려봤다. 근데 본래 눈이 무섭게 생겨서 내게 그런 느낌을 준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녀 눈을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아 자연스럽게 시선을 옆의 딴 곳에 두었다. 엽전과 오방기가 있었는데 그런 무정물이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결혼할 놈이 무슨 바람이 든 거지?"


나는 또 놀랐다. 마치 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무당은 술술 말했다. 내가 서울에 샤샤를 놔두고 해미를 찾으러 강릉까지 왔다는 걸 그녀는 아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거짓말했다가는 작살이 날 것 같았다.


"곧 결혼할 거예요.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솔직하게 답하고, 내가 결혼할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나는 본래 위장 침입 한 것이기에 진짜로 궁금한 것은 없었다. 그런 것이라도 물어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네 손가락에 실이 걸려 있잖아."


무당이 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무슨 실이 걸려 있다길래 손가락을 펴서 봤다. 다섯 손가락 모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네가 본다고 보이는 게 아니야."


무당이 나를 다그치듯이 말했다. 해미처럼 그녀도 영안으로 무언가 보는 것 같았다.


"제가 정말로 그 사람과 결혼할까요?"


나는 무당이 무서웠지만 능력만큼은 진짜 용한 것 같아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제는 진짜로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 근데 너한테 왜 다른 여자가 보이지? 세 명인데 한 명은 흐릿하게 잘 안 보이네."


무당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노려보더니 옆에 있던 부채를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걸 편 뒤 공중에 새 날갯짓하듯이 흔들었다. 나는 그 동작이 뭔가 비정상적으로 보여서 계속 쳐다볼 수 없었다. 마치 정신병 있는 사람이 강박증 앓듯이 행동하는 것 같았다.


"뭐지? 특이한 게 왔네."


무당이 부채질을 멈추고 혼잣말하듯 입을 열었다. 나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다른 무당인 해미의 지시로 여기에 왔다는 게 발각되면 그 무당이 즉석에서 내게 저주를 내릴 것 같았다.


"너 혼자 왔어?"


무당이 째려보며 말했다.


"네, 혼자 왔는데요."


나는 당당한 척하며 거짓말했다.


"너한테 누군가 있는 거 같은데 보이지 않아. 그냥 느낌만 느껴져. 혹시 집 안에 죽은 사람 있나?"


"아니요, 없어요."


무당은 나를 못 믿겠다는 듯이 계속 쳐다봤다. 나는 그녀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어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진짜 궁금한 것들은 나중에 정말 혼자 와서 물어야 할 판이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나는 내 임무를 시작했다. 다른 얘기를 하지 않으면 무당이 집요하게 파고들 거고 해미의 존재가 발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귀신 때문에 왔어요."


내가 좀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


"귀신?"


무당이 반응을 보였다.


"네, 저희 집에 귀신 같은 게 있어서···."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긴장감을 느꼈다. 내 서툰 거짓말이 무당의 예리한 눈동자를 속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꼴이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무당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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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미 2-38 21.07.17 41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8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8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7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9 2 12쪽
36 해미 2-31 21.06.28 157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7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30 해미 2-25 21.06.14 290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19 2 13쪽
28 해미 2-23 21.06.10 330 2 13쪽
27 해미 2-22 21.06.09 335 3 12쪽
26 해미 2-21 21.06.07 363 4 11쪽
25 해미 2-20 21.06.07 360 3 12쪽
24 해미 2-19 21.06.05 387 3 12쪽
23 해미 2-18 21.06.04 388 3 12쪽
22 해미 2-17 21.06.03 390 4 12쪽
21 해미 2-16 21.06.02 419 3 13쪽
20 해미 2-15 21.06.02 404 3 13쪽
19 해미 2-14 21.06.01 401 2 12쪽
» 해미 2-13 21.05.31 4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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