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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8.05 01: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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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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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글자수 :
25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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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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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추천
3
글자
13쪽

해미 2-15

DUMMY

눈이 갑자기 뜨였다.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닌데 잠을 깬 것이었다. 창밖의 어둠으로 보아 아직도 깊은 밤인 듯했다. 나는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시 49분이었다.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깨어난 것이다. 나는 신기하기도 했고 어쨌든 다행이라고 생각해 알람을 미리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거실에 나가니 화장실 문틈으로 빛이 새고 있었다. 안에서 세수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미일 것이었다. 벌써 일어나서 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어제 무당한테 받아 온 상자를 바라봤다. 그것은 현관문 쪽 신발장 위에 놓여 있었다. 밖의 길가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집 안까지 들어와 희미하게 시야를 제공해 주었다. 저 작은 상자에 악귀가 들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해미가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일찍 일어났네?"


해미의 생얼은 밤인데도 달빛처럼 환했다. 누가 보면 오히려 그녀를 귀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절로 잠에서 깼어. 나도 세수하고 올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해미를 스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세면대에는 해미가 세수한 흔적의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있었다. 나는 그게 불쾌하지 않았다.


내가 세수를 하고 나왔을 때 소파에 앉은 해미가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이리 와서 여기 앉으라는 신호였다. 나는 냉큼 가서 그녀 옆에 앉았다.


"나는 큰방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네가 상자 열고 바로 들어와. 기다리고 있을게."


해미는 상자 속 귀신이 엿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곤소곤 말했다.


"나 혼자 열라고?"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큰방에 들어가야 해?"


역시 그녀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내가 물었다.


"그럼 귀신이랑 같이 거실에 있을 거야?"


해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나도 큰방으로 피신해야 할 것 같았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큰방에 신령이 모셔져 있으니 귀신도 그 안에 있는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네가 여기서 싸울 줄 알았어, 그때처럼."


나도 작게 말했다.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야. 악귀를 괴롭혀서 그놈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알아야 해. 거기가 악의 소굴일 테니까."


해미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작전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2시다. 먼저 들어가 있을게."


해미가 소파에서 일어나 얼른 큰방으로 들어갔다. 깜깜한 거실에 나 혼자 남겨졌다. 나는 익숙한 공간인데도 으스스함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빛이 있는 발코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귀신이 확 나타나 나를 놀랠 것 같았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시간의 숫자가 2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다른 데 고개 돌리지 않고 오직 그것만 보았다.


새벽의 공기는 조용했고 나는 마치 진공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잠에 빠져 있고 나만 깨어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며 시계 속 변하는 숫자를 바라보았다.


2시 정각이 되었을 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상자가 있는 신발장에 갔다. 상자 정면에는 걸쇠가 부착돼 있었고 나는 거기서 핀을 뺀 다음 뚜껑을 열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개봉되었다. 약간의 악취가 피어올랐다. 무당이 말한 그 냄새 같았다.


나는 미련과 호기심을 갖지 않고 얼른 큰방으로 갔다. 노크를 하니 안에서 해미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해미와 함께 그곳에 앉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다렸다.


해미는 방에서 촛불만 켜 놓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실이 있는 벽 쪽을 향해 앉았다. 뭐가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심리적인 영향 때문에 그쪽을 선택한 것이다. 뭐, 해미 눈에는 실제로 뭐가 보였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잠시 후 새벽 집 안의 정적을 깨고 누가 숨을 깊게 내뱉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거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방독면을 쓰고 숨을 길게 뱉을 때 나는 소리와 흡사했다. 확실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해미는 지금 나는 소리가 귀신의 것이라는 듯이 나에게 눈빛을 주었다. 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는 우리가 있는 방 쪽으로 가까워졌고 그 소리 외에 발자국 같은 소리도 났다. 저벅저벅. 귀신이 걷는 소리였다. 발이 느린 듯, 한 발자국과 다음 발자국 사이에 간격이 길었다.


그 발걸음 소리는 큰방 앞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 거실을 거닐었다. 나는 방 안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밖에 있는 귀신이 알아채고 들어올까 봐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흡도 최대한 조용히 했다.


귀신의 발걸음이 내가 묵는 손님방 주변에서 났다. 아마도 내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무섭고 불쾌해서 좌불안석이 되었다.


"방에 들어가면 밖에 나가서 상자 뚜껑 닫고 와."


해미가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런 건 무리라는 뜻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완강했다. 반드시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듯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귀신의 발걸음은 내 방까지 깊숙이 들어갔고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큰방 문을 조금 열었다. 정말 문고리 돌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조심히 행동했다. 나는 혹시 귀신이 알아채고 거실로 나올까 봐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절대로 지하실 사신 이후로 귀신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거실에 나갔을 때 귀신의 숨소리가 내 방에서 났다. 녀석이 거기에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바닥을 밟고 또 발을 떼었다. 그렇게 천천히 발걸음을 딛어서 상자 앞까지 도달했고 그것의 뚜껑 또한 소리 나지 않게 천천히 닫았다. 걸쇠에 매달린 핀까지 확실하게 꽂았다.


나는 돌아갈 때도 천천히 움직이려고 했는데 내 방에서 귀신이 나오는 소리가 들려 엄청 빠른 속도로 큰방으로 뛰어가 문을 닫았다. 정말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고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본능적으로 문고리에 달린 잠금 버튼을 엄지 손가락으로 눌렀다.


"잘했어."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미가 나를 토닥이며 말했다.


"못 봐서 다행이야."


나는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안 보여. 지금은 소리만 들릴 뿐이야."


해미가 위로하듯 그렇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내가 물었다. 밖에서는 아까보다 크고 빠르게 귀신의 소리가 들렸다. 그놈의 숨소리와 걸음 소리가 모두 격해졌다. 아마도 내가 상자를 닫아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하는 거 지켜보고 있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


해미가 그렇게 말하고 거실이 있는 벽 쪽을 향해 책상다리로 앉았다. 나는 곁에서 그녀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딸랑딸랑. 해미 손에 달린 방울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다른 손에는 하얀 천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허공에 이리저리 휘저었다. 악귀를 퇴치하는 어떤 의식 같았다.


거실에서 귀신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울 소리가 길어짐에 따라 그 고통의 신음이 커져갔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귀신을 압박하는 것 같았다. 내가 당하는 것도 아닌데 등에서 땀이 났다.


귀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해미는 계속 방울을 흔들었다. 영적 능력이 없는 나에게도 밖에 있는 기운이 사그라짐이 느껴졌다. 해미는 곧 손을 멈추고 무구를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우리는 문을 열고 거실에 나갔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실은 상자를 열기 전 혼자 소파에 있었을 때와 모습이 같았다. 해미는 어느 한곳을 주시한 뒤 나에게 방에서 가서 이부자리를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요, 이불, 베개를 들고 나왔다.


해미는 2층으로 올라가자고 했고 나는 그녀를 따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이 집에 오고 나서 2층은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나무로 된 계단을 오르자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게 거실의 귀신을 깨울까 봐 그때까지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2층에는 해미의 방이 있었다. 1층의 큰방은 신령을 위한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가 자는 방은 2층에 있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그 방에 들어갔다. 적당한 크기에 아늑한 장소였다. 창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는데 거길 통해 밖의 전경이 내려다보일 것이었다.


"오늘 여기서 자야 돼."


해미가 말했다. 그녀가 왜 이부자리를 가지고 오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괜스레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초등학생 때 좋아하던 여자애를 복도에서 만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나는 해미에 대한 호감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내 손가락에 홍실이 걸려 있다고 했지. 정신 차리자.'


해미는 자기 침대에 앉았고 나는 그 아래에 이부자리를 깔았다. 내가 잠자리를 완성하자 해미가 켜 놨던 스탠드 등을 꺼주었다. 둘만 있는 방이 깜깜해졌다.


나는 이제 각자 잘 차례인 것 같아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해미가 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내 이부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돌발 행동에 놀랐다. 설마 같이 자려는 건가? 난 여자가 있는데.


"잠이 잘 안 올 거야. 일단 앉아 봐."


해미가 시키는 대로 나는 이부자리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녀도 내 앞에 똑같은 자세로 앉았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 보았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나는 기분이 야릇했다.


"빨리 자야 하니까 내가 비방 하나를 해줄게."


해미가 두 엄지 손가락으로 내 눈꺼풀을 살짝 누르더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일종의 마사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어렸을 적 배 아팠을 때 엄마가 손으로 문질러 주었던 게 생각났다. 그때처럼 해미의 손길도 따뜻하고 편안했다. 나는 눈 감은 채 이 상태가 영원하기를 바랐다.


해미의 손은 내 눈에서 아래로 내려와 목과 팔을 거쳐 손에 도착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쓰다듬은 뒤 손을 맞잡은 것이었다. 내 피부로 느껴지는 그녀의 손가락과 손바닥 감촉은 아기처럼 보들보들했다. 그녀는 정말 나이를 먹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내 착각일지 모르겠는데 그녀와 맞잡은 손에서 어떤 전류 같은 걸 느꼈다. 우리의 몸은 하나가 된 듯 전기가 통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졸음이 왔고 눈 감고 있던 고개를 한 번 떨어뜨렸다.


"이제 됐어. 푹 자."


해미가 그렇게 말한 뒤 손을 놓고 자기 침대에 올라갔다. 나는 편안한 상태로 금방 잠에 빠졌다.


몇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는데 중간에 잠에서 일어났다. 나는 자연스럽게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거실에 가서 발코니의 창밖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계단을 내려와 거실에 섰을 때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악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상자가 놓여 있던 신발장의 현관에 웬 괴상한 형체가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에서 나온 악귀가 틀림없었다.


거실이 깜깜한 덕분에 그것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밝은 곳이었다면 정확하게 보여 나는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왠지 모르게 그 귀신을 가까이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내 머릿속 어디선가 또 다른 자아가 다가가지 말라고 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호기심에 끌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여자 귀신이었다. 목이 뱀처럼 길고 몸은 상반신만 존재했다. 녀석은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자기 목을 그렇게 감고 있었다. 상반신은 허리가 아니라 가슴까지만 있었다. 끔찍하게도 그 밑으로는 내장 같은 게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나와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찌나 길고 검은지 깜깜한 밤에도 더 또렷하게 보였다.


나는 구역질이 나서 뒤로 물러났다. 지하실에서 봤던 사신보다 훨씬 끔찍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사신이 귀여울 정도였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탁 쳤다. 돌아보니 해미였다.


"어, 일어났어?"


내가 물었다.


"무슨 소리야. 자기도 자고 있으면서."


해미가 그렇게 답했다. 나는 그제서야 이것이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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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미 2-38 21.07.17 42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9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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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해미 2-34 21.07.05 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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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해미 2-32 21.07.01 1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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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9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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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해미 2-18 21.06.04 3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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