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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7.24 04:3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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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글자수 :
24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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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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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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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해미 2-16

DUMMY

일전에 호텔에서 편의점 꿈을 꾼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때도 해미가 내 꿈에 들어와 사신을 혼내주었다. 나는 이번에도 그녀와 꿈에서 같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해미는 겁도 없이 귀신의 시체, 일어나지 않고 쓰러졌으니까 시체라고 하겠다, 어쨌든 그것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시체가 보기 역겨워서 그녀 등 뒤에 있었다.


신발장에는 긴 구두 주걱이 달려 있었는데 해미는 그걸로 쓰러진 시체를 툭툭 쳐 얼굴이 드러나도록 했다. 시체는 인형처럼 쉽게 움직였다. 긴 산발의 머리를 헤치자 귀신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났다.


눈을 뜬 채였는데 흰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체가 검었고 코는 신기하게도 어렴풋이 형체만 존재할 뿐 구멍이 없었다. 생성되다가 만 듯한 느낌이었다. 입은 고문 당한 것처럼 검은 실로 꿰매져 있었다. 나는 녀석이 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는지 이해되었다. 코가 없어서 입으로 호흡해야 하는데 입마저 꿰매져 있으니 숨이 나갈 통로가 좁아서 그랬던 것이었다.


"로쿠로쿠비네."


해미가 구두 주걱으로 귀신의 긴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뭔데?"


내가 물었다.


"목이 긴 요괴."


"일반 귀신이랑 다른 거야?"


"내가 보기에 원한 있는 영가한테 저주를 걸어서 이런 요괴를 만든 것 같아."


"누가? 그 무당이?"


"응, 지하실 남자한테도 악귀를 만들라고 시킨 걸 보면 그 무당 짓이 분명해. 이런 식으로 악귀를 만들어 세상에 퍼트리는 거지."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나는 해미 같은 선한 무당이 있기에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한수."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응?"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있지?"


"그렇지."


"그 사람들이 왜 나쁘게 사는 거 같아?"


"글쎄··· 그런 성격이라서? 아니면 그렇게 살아야 자기한테 유리하니까?"


"맞아. 그 무당도 그런 거야."


나는 대충 이해한 뒤 더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귀신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안심하는 사이, 갑자기 그놈이 긴 목을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난 코브라처럼 목이 높게 섰고 입에서는 실로 꿰맨 틈 사이로 숨이 연기처럼 새어 나왔다. 목이 얼마나 긴지 상체밖에 없는 놈이 키는 천장에 닿을 만했다.


해미는 나를 보호하듯 한쪽 팔을 뻗어 뒤로 물러나게 했고 다른 손에는 무기처럼 구두 주걱을 들었다. 그걸로 저 요괴를 맞서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데서 무기를 찾을 때가 아니었다.


요괴는 두 팔로 몸을 지탱하며 힘겹게 전진했다. 아까 상자를 열어 두고 큰방에 있을 때 왜 귀신의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힘겹게 들렸는지 알 것 같았다.


해미와 나는 요괴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뒤로 물러섰다. 누가 먼저 조금이라도 공격의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싸움이 일어날 순간이었다. 결국 요괴가 계속 다가오자 해미는 들고 있던 구두 주걱을 칼처럼 휘둘러 녀석의 목을 때렸다.


놀랍게도 정말 칼처럼 요괴 목에 상처가 났고 거기서 검은 피가 흘렀다. 나는 구두 주걱이 칼처럼 상대를 벤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지금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목에 상처가 나 화난 요괴는 긴 목에 달린 머리를 철퇴처럼 휘둘러 우리를 한꺼번에 공격했다. 해미와 나는 그걸 맞고 거실 발코니 쪽으로 날아갔다. 공중에 뜬 몸이 벽에 부딪치고 바닥에 쿵 떨어졌음이 당연했다. 나는 꿈인데도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해미는 괴수처럼 달려오는 요괴에게 얼른 구두 주걱을 날렸다. 그게 부메랑처럼 날아가서 녀석의 이마에 꽂혔다. 그놈 머리가 충격 때문에 뒤로 젖혀졌고 녀석은 이마에 꽂힌 걸 빼내기 위해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고통스러운 신음도 입에서 함께 나왔다.


해미는 요괴가 괴로워하는 사이 큰방에 들어가 작은 단지를 들고 나왔다. 나는 소파 뒤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내가 나서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리가 없는 요괴는 결국 엎드린 채 자기 손으로 이마에 꽂힌 구두 주걱을 뽑았고 이번에도 검은 피를 철철 흘렸다. 산 높은 곳에서 폭포가 떨어지듯 그의 이마에서 피가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녀석은 우리에게 보복하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거실을 뒤졌다. 나는 발각될까 봐 소파 뒤에 납작 엎드렸다. 소파 밑의 틈으로 요괴 뒤에 서 있는 해미의 발이 보였다.


갑자기 그쪽에서 무언가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요괴의 신음도 들렸다. 해미가 던진 무언가의 일부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게 내가 있는 소파 밑까지 굴러 들어왔다. 바로 앞에서 보니 그건 쌀이었다. 해미는 단지에 있던 쌀을 요괴에게 뿌린 것이었다. 아마도 어떤 주술의 힘이 있었으니까 그게 요괴를 공격하고 펑펑 터졌을 것이었다.


쌀을 다 던진 해미는 마지막에 항아리처럼 고온의 흙으로 만든 단지까지 요괴 머리에 던져버렸다. 녀석은 시름시름 앓다가 상자가 있는 현관으로 기어갔다. 마치 거기가 자기 집이자 고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해미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녀는 신발장 위에 있던 상자를 낚아채 뚜껑을 열고 그 안에 있던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요괴가 그걸 보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일전에 지하실에서 해미가 새의 목을 비틀려고 하자 사신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이제 우리 쪽이 거의 이긴 것 같아 소파 뒤에 숨어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이거 들고 있어."


해미가 내게 빈 상자를 건넸다. 그녀는 주머니를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나도 옆에서 고개 빼고 그 안을 구경했다.


악취가 심하게 올라와 우리 두 사람 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머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거실을 메웠다. 해미가 팔로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 발코니 창을 가리켰다. 나는 얼른 그쪽으로 가서 창을 열었다.


악취를 상징하는 검은 연기가 열린 창을 통해 외부로 날아갔다. 그래도 세상은 넓으니까 그 정도 악취는 자연에 해를 끼치지 못할 것 같았다.


해미는 주머니 입을 크게 열고 다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썩은 곡식 같은 게 가득 들어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그 낱알들 속에 묵직한 게 잡혀 한번 꺼내 보았다. 나는 보자마자 악취를 맡았던 때처럼 고개를 돌렸다. 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해미가 꺼낸 것은 잘린 닭 머리였다. 크기가 작았지만 혐오감은 매우 컸다. 볏과 눈과 털이 산 것처럼 멀쩡했다. 도대체 저딴 걸 왜 넣는 거지? 동물 머리가 악귀에 도움이 되는 건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닭 머리 말고도 사람의 긴 머리카락도 발견됐다. 그것은 실 뭉텅이처럼 엉켜 있었다. 누구의 것일지 궁금했다.


"한수, 방에서 라이터 좀 갖다줘."


해미가 말했다. 그녀가 향을 피울 때 쓰는 라이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큰방에 들어가 서랍장 위에 놓여 있는 라이터를 들고 나왔다.


해미는 그것으로 불을 켠 뒤 그 위에다 아슬아슬하게 주머니를 갖다 댔다. 요괴가 그 모습을 보자 마치 자신이 죽을 것처럼 발광을 했다. 아마도 그 주머니가 요괴의 본체인 것 같았다. 지하실의 사신도 검은 새와 그런 관계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실제 현실의 세계에서는 저런 상징물이 있고 꿈이나 영적 세계에서 저것을 바탕으로 하여 귀신이 활동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를 만든 사람이 그 무당 맞지?"


해미가 요괴에게 물었다. 녀석은 입에서 검은 숨을 천천히 뱉었다. 그건 해미의 질문에 맞다는 긍정의 표현이었다. 느낌으로 나도 알 수 있었다.


"너 같은 놈이 몇 개나 더 있어?"


내 머릿속에서 갑자기 환영 같은 것이 떠올랐다. 지하실 사신이 보여주었던 그런 이미지 방법과 동일했다. 나는 생각 속에서 요괴가 보여준 이미지를 보았다.


무당집의 그 무당이 어떤 방에서 제를 올리고 있었다. 제단에는 내게 건네준 상자와 비슷한 것들이 늘여져 있었다. 가운데에는 다른 것들보다 큰 상자가 떡하니 있었다. 아마도 그게 가장 힘이 센 악귀일 듯싶었다.


하지만 그 방은 내가 그 집에서 들어갔던 방과 달랐다. 점을 봤던 방에는 신령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그 방에는 악마처럼 징그럽게 생긴 어떤 존재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도저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방의 벽지도 그곳은 전부 빨간색이었다. 예쁜 빨강이 아니라 매우 불쾌한 빨강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요괴가 더 이상 나에게는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기를 바랐다.


"역시 그냥 당집이 아니었어."


해미가 그 이미지를 보고 말했다.


"그 무당이 끝인 거야, 아니면 더 큰 세력이 있어?"


요괴는 잠시 망설였다. 분명히 숨기는 것이 있는 듯했다. 해미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라이터 불을 다시 켜고 주머니를 태울 듯이 갖다 댔다. 요괴는 괴음을 내며 자지러졌다.


"나도 상식은 있는 사람이야. 만약 네가 협조한다면 너한테도 도움을 줄게.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너도 계속 요괴로 머물 수는 없잖아."


요괴는 해미의 말을 듣고 천천히 숨을 뱉었다. 검은 연기가 입의 꿰맨 자국의 틈을 비집고 나와 거실 바닥에 낮게 깔렸다.


"우리는 그 무당년을 족칠 생각이야. 그년이 없으면 너도 그냥 상자 속에 봉인되거나 구천을 떠돌 뿐이라고. 널 모시는 사람 하나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래?"


해미는 요괴를 설득하고 있었다. 녀석은 아까보다 차분해져 잠자코 있었다.


"일이 끝나면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고 약속할게."


잠시 후 우리의 생각 속에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다른 방이었다. 강당처럼 면적이 꽤나 넓었다. 거기에 수많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 뭐라 중얼거리고 앞에 있는 누구를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마치 사이비 종교의 설교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지휘했던 자는 다름 아닌 그 무당이었다. 내게 점을 봐준 그 여자. 무당도 하고 사이비 종교도 하는 건가? 나는 그 이미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요괴는 바로 다른 장면을 보여줬다. 감옥 같은 곳이었다. 작은 방에 열 명 정도 되는 사람이 갇혀 있었다. 철로 된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사람 키가 닿지 않는 높이에 창살이 있는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죽은 것처럼 누워 있거나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거나 멍한 눈빛으로 그냥 앉아 있었다.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여자가 급하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야외였다. 주변에 숲과 산이 있는 것이 보였고 먼 곳에 어떤 건물 하나가 보였다. 꽤 큰 규모의 건물이었다. 저렇게 잘 지어진 건물이 그런 인적 드문 곳에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사위스러웠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달리면서 얼른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곧 붙잡혔고 비명을 질렀지만 따라온 사람들에 의해 입이 막혀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어떤 육중한 기계가 작동되었다. 무시무시한 철제 구조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그 안에 들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서 인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남자들이 사람을 거기에 던졌다. 당하는 사람들은 감옥에 있었던 자들처럼 저항하지 않고 물건처럼 기계 속에 빨려 들어갔다. 육중한 톱니바퀴가 사람들을 짓눌렀다. 아까 잡혀온 여자도 그들처럼 던져졌다. 여자는 소리치고 저항했지만 그녀의 입은 청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몸도 묶여 있었다.


기계 밖으로 여자의 두 손이 뻗쳐 나왔다. 팔 힘으로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무당집의 무당이 자기의 방에서 여자의 머리카락과 닭 목을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자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주머니를 상자에 넣기 전에 빨간 붓으로 한자를 적은 종이를 상자 안쪽 벽에 붙였다. 아마 그게 그녀의 이름인 것 같았다.


요괴가 보여준 이미지는 그것이 끝이었다.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해미도 아는 것처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슬프고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데 내 마음이 실제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울고 싶었다. 요괴는 이미 두 눈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해미는 들고 있던 주머니를 소중히 손으로 잡은 뒤 요괴에게 말했다.


"네 원한을 풀어주고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 꼭 약속 지킬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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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8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6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8 2 12쪽
36 해미 2-31 21.06.28 150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7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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