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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억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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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7.26 2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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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6
글자수 :
248,237

작성
21.06.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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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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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해미 2-21

DUMMY

나도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붉은빛이 가득한 방의 내부였다. 무당이 점을 봤던 방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내가 그 방에 누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신령상을 모신 제단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지? 아직도 당집에 있는 건가?'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린 뒤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내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였다. 처음에 그 무당인 줄 알았는데 머리카락을 보니 검은색이었다. 무당은 백발이니 그녀일 리가 없었다. 뒷모습만 봐도 젊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괴상함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다리까지 완전히 일어섰다. 내 옆에 앉은 여자는 내가 움직여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상처럼 계속 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위치가 나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내 옆에 앉았지만 방향을 튼 채로 있었기에 일단 나는 그녀의 얼굴 정면을 보지 못했다.


내가 일어섰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긴 머리카락에 가려진 그녀의 옆모습이었다. 방에 불이 꺼져 있고 촛불만 켜진 채 빨간 벽지에 반사돼서 방 안의 모든 것이 빨간색으로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이 굉장히 하얗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 때문에 정확한 식별은 불가능했지만 소매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이 궂은일 한 번 안 해본 사람처럼 곱고 하얬기 때문이다.


"저기요."


나는 그녀 옆에 서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내가 불러도 방금과 같은 자세로 앉아 있기만 했다. 혹시 나를 지켜보다 잠든 게 아닐까 하여 조금 더 크게 불러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쨌든 방을 나가야 했으므로 천천히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의 얼굴 정면도 힐끗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방문으로 향하던 내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긴 앞머리를 내려 얼굴을 가린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힘을 느꼈다. 왠지 지금 나와 같은 방에 앉아 있는 그녀가 아까 1층 복도 방에서 보았던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까 1층 복도 방에서 본 여자 얼굴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왠지 느낌이 그랬다. 나는 또다시 경직된 몸을 억지로 움직여 방문을 열었다.


문고리가 돌아가고 방문이 열리자 조금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방을 나감과 동시에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현관을 찾았다. 거실이 있는 곳에 현관이 있으니 거실로 나가야 했다.


길이 난 곳 끝에 계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2층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갔다. 계단 통로에는 등이 없어 전체가 밤처럼 어두웠다. 나는 계단을 제대로 밟고 있는지도 모른 채 헐레벌떡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한 순간 계단 입구에 무당이 서 있었다. 나는 또 놀라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


"허걱!"


내가 그렇게 반응하자 무당이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넓은 흰자에 점처럼 작게 박힌 검은자. 나는 그녀의 눈이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괜찮은 거야?"


무당이 약간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그녀한테도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네, 제가 왜 방에 누워 있었죠?"


나는 영문을 몰라서 물었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1층 복도 방에서 이상한 여자를 보고 뒤돌아 도망쳤던 것이었다.


"저기에 쓰러져 있었어. 기절한 모양이더라고."


무당이 부엌 쪽에 있는 1층 복도를 가리켰다. 나는 그녀가 사람을 시켜 기절한 나를 2층 방에 눕힌 것이라 생각했다.


"아, 그랬구나. 잠깐 정신이 없었나 봐요."


나는 1층 복도 방에서 울음소리를 내며 괴상한 춤을 추는 여자를 봤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내가 기절했다는 걸 믿을 수 없는 상태였다.


"젊은 사람이 그렇게 기가 약해서 어떡해. 운동도 하고 음식도 가려 먹고 그러라고."


"네, 알겠습니다."


나는 빨리 그녀를 지나쳐 현관으로 가고 싶었는데 그녀는 좀처럼 내 앞에서 비키지 않았다. 게처럼 옆으로 발을 살짝 옮겨 그녀를 지나치는 것도 그 순간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여기서 일하면 좋은 기운 많이 받아갈 거야. 걱정 말라고."


확실히 나쁜 기운만 받을 것 같았다. 화장실에 있던 남자, 복도 방에 있던 여자, 2층 빨간 방에 있던 여자.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무당까지. 일반인인 내가 봐도 그들은 절대 좋은 기운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머리 숙여 인사했다. 무당이 몸을 쓱 옆으로 돌려 내가 지나가게 해주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얼른 현관까지 이동했다.


'드디어 탈출한다.'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남은 긴장감과 곧 다가올 해방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잠깐!"


뒤에서 무당이 소리쳤다. 나는 무시할 수 없어서 뒤를 돌아봤다.


"돈 받아 가야지."


일당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일은 했으니 돈은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무당은 거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흰 봉투를 가리켰다. 내가 갈 때 주려고 미리 준비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대로 그것을 집으려고 걸음을 돌렸다. 무당과 거리가 다시 가까워진 건데 그것마저도 내 기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맞나. 세어 봐."


흰 봉투를 집어 든 내게 무당이 말했다.


노란 5만 원짜리 지폐가 두 장 들어 있었다.


"네, 맞아요."


나는 봉투를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은 안 나와도 돼."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내일요?"


하지만 즉석에서 기뻐할 수 없어서 아쉬운 척하며 이유를 물었다.


"응, 오늘이 금요일이지? 주말 쉬고 앞으로 월수금만 나와."


나는 주 3일만 일해도 돼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다시 그녀에게 꾸벅 인사한 뒤 현관으로 가 급히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드디어 진짜 탈출이었다. 나는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달렸다. 어두운 숲의 공터에 차 한 대만 달랑 있었다. 갑자기 그 상황이 오싹해져 나는 얼른 차에 탑승했다.


해미 집에 어떻게 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차를 막 몰고 집에 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내가 보였다. 옆에서는 해미가 바닥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그녀가 물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어떤 저주에 풀린 것처럼 편안해졌다.


"내가 기절했었대. 근데 나는 그런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그 집에서 이상한 것들을 봤어. 사람들이 죄다 이상해. 현실 사람 같지 않아."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주절주절 말했다. 화장실에서 본 남자는 발이 이상했고, 복도 방에서 본 여자는 괴상한 춤을 추었고, 2층 방은 온통 빨간 벽지에 입 벌리고 있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고 했다. 무당인 해미에게 꼭 말해서 그에 대한 어떤 해답을 듣고 싶었다. 그게 나를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것 같았다.


"모두 귀신의 장난이야. 한수가 그런 거에 관심 가질수록 더 심해질 거라고. 다음부터는 이상한 소리가 나도 이상한 게 보여도 신경 쓰지 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 건드리지 못하니까."


해미가 내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충분히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밤은 그녀와 이렇게 계속 있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 숙면을 방해하는 개꿈이 없어서 몸이 무척 개운했다. 방을 나가니 해미는 주방에서 또 나를 위해 아침을 차리고 있었고 나는 또 미안함을 느꼈다.


'아침밥 얻어먹으려고 여기 온 건 아닌데···.'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은 거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어서 앉아."


주방 조리대에서 요리하느라 내게 뒤돌아 있던 그녀가 마치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서 있던 내게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방문을 열고 나온 내 인기척을 느꼈으리라.


나는 이미 몇 가지 반찬이 준비돼 있는 식탁에 앉았고 곧이어 해미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가져와 중앙에 놓았다. 나는 음식의 맛있는 향을 맡고 급하게 식욕이 생겼다.


"병풍 뒤 좀 보려고 하니까 역정을 내더라고."


밥을 먹으며 내가 말했다. 해미는 아침을 안 먹기에 내 앞에 물만 마시며 앉아 있었다.


"뭔가 있는 게 확실하네. 그러니까 철저하게 감시하는 거겠지."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계속 감시하고 있으면 절대 들어갈 수 없잖아."


"한눈 팔 사건을 만들어야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든가. 혹시 방에 창문 같은 건 없었어?"


나는 해미의 말을 듣고 방에 창문이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방에 창문이 없었다. 제단과 병풍으로 가려진 벽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벽에는 일반 가정집의 흰 벽지만 발라져 있을 뿐 창문처럼 뚫려 있는 구멍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진짜 없네. 그냥 벽뿐이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말했다.


"꼭 창문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면 몰래 들어갈 수도 없겠네. 어쩌면 병풍 뒤의 공간에는 있을지 몰라. 혹시 기억 나? 집 외부에서는 창이 보였는지."


나는 그 집 외관을 둘러본 적 없기에 기억나는 게 없었다. 일 마치고 집을 나왔을 때도 그냥 주차장 공터로 냅다 뛰었을 뿐이었다.


"전혀 기억 안 나. 다음에 갈 때 한번 자세히 살펴볼게."


"운이 따른다면 분명히 기회가 생기겠지. 만약 어찌할 수 없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마. 다른 방법도 많으니까."


나는 점점 내가 그 무당집에 잠입해 병풍 뒤의 상자를 열어야 하는, 그런 작전을 부여받은 첩보원이라고 스스로 생각되었다. 상자를 열어 달라는 해미의 부탁을 처음 받았을 때는 무섭고 그래서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반드시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의지로 충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그 당집은 다시 가도 무서울 것 같았다.


오전에 손님이 온다고 해서 아침에 청소를 했다. 내가 여기 집에 온 후로 해미가 손님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본인의 영적 수행을 위해 잠시 손님을 받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슬슬 한 명씩 받는다는 게 그녀의 얘기였다.


나는 신당에 앉아 손님을 두고 점 보는 해미를 상상해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라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무당이 맞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바람을 쐬러 마당에 나갔다. 날이 긴 여름이라 벌써 해가 낮처럼 높게 떠 있었다. 다행히 먼 바다에서 해풍이 밀려와 여기까지 부는 듯해 그 느낌이 시원했다.


하늘을 보고 있는데 대문 위에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해미가 오늘 아침에 단 것이었다. 하얀색과 빨간색 천이 긴 대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따라 하늘을 날 듯이 나부꼈다. 나는 괜히 기분이 신성해졌고 숨을 크게 들이쉬어 상쾌한 기운을 내 안으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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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해미 2-39 21.07.22 21 2 12쪽
43 해미 2-38 21.07.17 41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8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8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6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8 2 12쪽
36 해미 2-31 21.06.28 154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7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30 해미 2-25 21.06.14 289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16 2 13쪽
28 해미 2-23 21.06.10 329 2 13쪽
27 해미 2-22 21.06.09 335 3 12쪽
» 해미 2-21 21.06.07 3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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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해미 2-17 21.06.03 389 4 12쪽
21 해미 2-16 21.06.02 419 3 13쪽
20 해미 2-15 21.06.02 40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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