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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8.05 01: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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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8
추천수 :
130
글자수 :
258,868

작성
21.06.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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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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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해미 2-31

DUMMY

잠이 들었던 모양인지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눈을 떴다. 내가 누워 있는 곳은 거실의 소파였다. 내 몸 위에는 얇은 이불이 덮여 있었다. 아마도 해미가, 아무리 여름이라 하더라도 밤은 추우니까 내 걱정을 해서 덮어준 것 같았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들기 전 같이 쉬고 있던 그녀는 자기 방으로 갔는지 안 보이는 상태였다. 거실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시간은, 발코니 밖을 보니 새벽과 아침의 중간이었다. 대략 5시가 아니었을까. 하늘의 색은 밤의 검은색에서 아침의 하늘색으로 가기 위해 파란색으로 잠시 머문 상태였다.


나는 더 자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주방으로 가 물을 한 잔 마시고 내 방에 들어갔다. 열린 창으로 새벽의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와 방 안을 조금 밝혔다. 이부자리가 어지럽혀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자는 중에 내가 빙의되어 한바탕 난리를 친 것 같았다.


나는 이부자리 위에 앉아서 벽에 등을 기댄 채 배를 한번 만져보았다. 이 속에 아직도 귀신이 있을 것이었는데 언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나를 꿈속에 가둔 채 현실에서는 내 몸을 조종했으니 앞으로 더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 없었다.


나는 갑자기 해미의 손길이 그리웠다. 그 따뜻한 손으로 몇 번 어루만져 주면 금방 귀신이 쫓겨나듯 내 몸에서 도망칠 것 같았다.


'아마도 자고 있겠지? 어제 험한 일을 겪었으니까 많이 피곤할 거야. 이따 아침에 깨면 그때 얘기해 보자.'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앉아서 쉬었다. 새벽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침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열린 창을 통해 서늘한 공기가 들어와 덥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한수, 자?"


밖에서 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깨어나 내 방까지 온 거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나는 안 잔다 밝히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앉은 자세에서 팔을 뻗어 문을 열자 그 밖에서 서 있던 해미도 쪼그리고 앉아 나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지금 일어난 거야?"


내가 물었다.


"아까 일어났어. 너는 잘 잤어?"


"응, 거실에서 자다 방금 들어온 거야. 근데 이 시간에 왜?"


"옷 입고 외출 준비할래?"


"응? 지금?"


나는 놀라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응, 가야 할 데가 있어."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가 의미심장했기에 나는 더 묻지 않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얼른 화장실에 가 간단히 씻고 방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세상은 아직도 아침이 오지 않아서 파란색인 상태였다.


차를 타고 해미와 함께 도착한 곳은 산에 있는 어느 절이었다. 꽤 크고 유명한 곳이었다. 평일이고 이른 아침이었기에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등산로 초입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그 절까지 올라갔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어서 걸어서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해미가 나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다 있을 거라 생각하고 괜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옆에 있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묵묵히 산을 올랐다.


절 입구를 통과할 때 나는 엄청난 복통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정말 갑자기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욱 하고 몸이 아래로 접혔다. 그 통증은 귀신에 의한 것이 확실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강도가 심했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아. 몸속에 있는 그것 때문에 그래."


해미가 위로해주듯이 같이 쪼그리고 앉아 말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겨우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없이 맑은 눈동자와 평온한 인상이 보였다. 그녀 뒤에는 절 입구에 으레 있는 사천왕이 서 있었다. 그는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처럼 혼을 내듯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보니까 복통이 더욱 심해졌다. 내 안에 있는 귀신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배 속의 여기저기가 아프고 쑤셨다.


"일어나야 해. 이곳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할 수 있지?"


해미가 내 팔을 잡고 부축하며 말했다. 나는 여기서 계속 고통을 느끼며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으므로 안간힘을 써 한 발짝씩 내딛었다. 입구를 다 통과할 때까지 되도록 사천왕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천왕문을 지나 해미가 나를 이끈 곳은 요사채였다. 나는 대웅전 같은 곳에 가서 백팔배나 삼천배를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스님들이 거주하는 곳에 가게 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앞마당에 도착하기만 했는데 거기서 문을 열고 한 스님이 나왔다. 우리가 왔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안녕하세요."


해미가 합장하며 인사를 건넸다. 나도 그녀를 따라 어설프게 인사를 했다.


"일찍 오셨네요. 일단 들어오세요."


스님이 손짓하며 이리 오라 했다. 해미는 나를 그에게 보내며, 혼자 들어가라고 자신은 여기 있겠다는 행동을 취했다. 나는 스님을 따라 요사채에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툇마루에 오르자 복통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복잡한 미로 형식의 복도가 나왔다. 그 길 옆으로 일정한 구획마다 개인이 거주하는 방이 마련돼 있었다. 나는 스님을 따라 기역 자로 꺾으며 그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내가 나중에 큰돈을 벌어 집을 지으면 절처럼 조용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님의 방은 좁았다. 다섯 평도 안 돼 보이는 면적에 작은 책상과 정리된 침구류가 달랑 있었다. 간소한 수납장도 하나 보였는데 아무래도 거기에 옷과 소지품을 보관하는 것 같았다.


나는 스님과 함께 바닥에 앉아 서로 마주 보았다. 처음 만난 사람과 좁은 공간에서 그렇게 있으니까 기분이 좀 불편했다. 스님 인상이 선한 게 그래도 안심을 주어 다행이었다.


"그 무당 집에 다녀왔다고?"


스님이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대뜸 말했다. '그 무당 집'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그도 대충 사정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네, 거기서 일하다 잠깐 기절했거든요."


나는 숨길 것 없이 다 말했다. 그래야 스님이 뭔가 정확한 비방을 내릴 것 같았다.


"왜? 왜 기절했는데?"


스님의 목소리는 아주 무서운 공포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진지했다.


"주방에서 이어지는 통로 쪽에 방들이 있었어요. 거기서 한 여자가 기괴한 모습으로 춤을 추는 걸 봤거든요. 근데 저는 분명히 도망쳤는데 깨어 보니 다른 방에 누워 있었어요."


"스스로 기절한 걸 몰랐던 거네."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일어났을 때 제 옆에 또 이상한 여자가 앉아 있었어요. 그냥 움직이지 않은 채 입만 벌리고 있었죠."


"음··· 그 뒤로 배가 아픈 거였고?"


"네."


"가위도 눌렸어?"


"네."


"귀신은?"


"봤죠."


"어떻게?"


"검은 연기가 제 배를 뚫고 나와 귀신의 모습으로 변했어요. 어느 날은 꿈을 꿨는데 제 영혼이 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상태로 집 밖에 나가 놀다 들어왔는데 귀신이 제 몸에 먼저 들어가려고 했어요."


"완전히 빼앗길 뻔했네. 살아 있는 사람의 육신을 탐하는 거. 그게 귀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야. 그들은 그걸 먹는다고 표현하지."


나는 그때 정말로 먹힐 뻔한 거여서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귀신을 빨리 물리치고 싶어서 물었다.


"며칠 됐는데?"


"일주일? 일주일은 좀 안 된 거 같은데."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빙의되면 귀신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그냥 가버리는 거야."


가버린다는 말은 죽음을 뜻했다.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떠날 수 없었기에 구조의 눈빛과 표정을 스님에게 전달했다.


"일단 조용히 날 따라와. 다른 스님들 있으니까 발소리 조심하고."


나는 그의 지시대로 요사채를 조용히 나와 근처에 있는 암자 같은 곳으로 향했다.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미도 우리를 따라 목적지로 같이 갔다. 그녀는 나에게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고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는 엄숙하고 경건했다. 나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암벽을 옆에 두고 높이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었고 그 끝에 작은 한옥 건물이 있었다. 지붕은 커다란데 몸체는 작아서 전체적으로 버섯 같은 모양이었다. 입구 쪽 처마 밑에 그곳의 명칭을 알리는 패가 달려 있었는데 어려운 한자라서 나는 읽지 못했다.


스님과 나는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갔고 해미는 밖에서 기다렸다. 나는 그녀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안심이 됐다. 귀신만 내 몸에서 나가면 이제부터는 내가 그녀의 버팀목이 돼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나에게 누우라고 했다. 나는 불상이 내려다보는 마루에 일자로 누웠다. 내 착각일 수 있는데 몸속의 귀신이 벌써부터 살기 위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넌 이제 끝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스님은 불단에 초를 켜고 향을 피운 뒤 불상을 바라보고 앉아 경을 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앞에 가로로 누운 채 눈을 감았다. 내가 제단에 올려진 제물 같았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스님의 경이 지속되자 내 배에서 진짜로 그것이 꿈틀대는 느낌이 났다. 막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것 같았다. 동시에 복통도 함께 찾아왔다. 나는 무지하게 아파서 배를 손으로 감싸고 몸을 비틀었다. 주문 같은 스님의 말이 더욱 커지고 빨라졌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그렇게 아파 본 적은 처음이었으므로 배를 잡고 몸을 양옆으로 이리 틀고 저리 틀었다. 여자의 출산도 이보다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군대 훈련소 가서 화생방 한 번 더 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어느 순간 스님은 경을 멈추고 불단 쪽으로 가서 몽둥이 같은 것을 가지고 왔다. 주장자였는데 굵기가 좀 있고 흉측하게 생겨서 정말 한 대 맞으면 병원에 실려 갈 것 같았다.


'설마 저걸로 날 때리진 않겠지.'


나는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배 아파 죽겠는데 몽둥이 찜질까지 당한다면 차라리 저승이 낫겠다는 심정이었다.


스님은 누워 있는 내 뒷덜미를 잡더니 엄청난 괴력으로 나를 일으켜 앉혔다. 나는 인형처럼 그의 손에 매달려 마루에 명상하듯이 앉게 되었다. 스님이 무슨 헬스나 격투기라도 했는지 힘이 장사였다.


내 등에서 곧바로 충격이 전해졌다. 설마설마했는데 스님이 정말로 그 주장자로 나를 친 것이었다. 나는 저항할 겨를도 없이 연달아 세 대를 맞았다.


퍽! 퍽! 퍽!


마지막 세 번째 타격을 맞는 순간 나는 입으로 무엇을 토해 냈다. 아침에 먹은 게 없기에 음식물은 아니었고 검은 기체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눈으로 입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내가 가위 눌린 꿈에서 봤던 검은 연기와 동일한 것이었다.


나는 아픔과 놀람과 동시에 후련함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를 괴롭혔던 복통과 배 속의 꿈틀거림이 말끔히 사라졌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귀신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할 것도 분명했다.


나는 눈앞이 맑아졌고, 정신이 또렷해졌고, 드디어 본래 나로 돌아오게 되었다. 불상과 스님 앞에서 절로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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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해미 2-39 21.07.22 22 2 12쪽
43 해미 2-38 21.07.17 42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8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9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7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9 2 12쪽
» 해미 2-31 21.06.28 158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8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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