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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억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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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8.05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815
추천수 :
130
글자수 :
258,868

작성
21.07.09 00:15
조회
78
추천
2
글자
12쪽

해미 2-35

DUMMY

귀신은 피를 흘리면서도 출혈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해미는 칼을 휘두르면서 그가 오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얼른 호랑이 등에 타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귀신이 또 목덜미를 낚아챌까 봐 서로 맞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미는 귀신과 간격이 어느 정도 벌어지면 잽싸게 호랑이에 올라탈 생각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귀신에게 무력으로 맞서는 건 그녀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에 다다랐을 때 해미는 귀신의 얼굴에 칼을 꽂듯이 던지고 호랑이 위에 올라탔다. 칼은 순식간에 날아가 귀신의 이마에 꽂힐 뻔했으나 그가 팔로 막았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해미는 귀신이 공격을 받고 한눈 판 사이 나처럼 호랑이 등에 올라왔고, 호랑이는 잽싸게 뚫린 벽의 구멍으로 몸을 날려 도망쳤다. 나는 그 탈출 순간에 안도와 전율을 느꼈다. 이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해미의 비명이 들렸고 나는 호랑이 등에 매달린 채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뒤돌아보았다. 아까처럼 해미가 귀신의 손에 잡혀 있었다. 집을 나가려는 순간 귀신에게 붙잡힌 것이었다.


호랑이가 멈춘 뒤 집 쪽을 돌아보았고 해미를 공격하지 말라는 뜻으로 귀신에게 으르렁거렸다. 기가 센 쪽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기에 정작 호랑이는 달려들지 못했다.


귀신 손에 붙잡혀 괴로워하는 해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라도 내려서 그녀를 구출하고 싶었지만 일반인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더욱이 해미는 나를 걱정하듯이 자기는 괜찮다며 얼른 도망치라고 소리 질렀다.


"너까지 잡히면 우리 모두 죽어!"


그게 해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귀신은 그녀의 허리에 손가락을 푹 찌르더니 풍선 바람 빼듯이 단번에, 넣었던 손가락을 뺐다. 끔찍하게도 해미의 몸이 바람 빠진 인형처럼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익숙한 웃음이 들리면서 무당 딸이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계단 아래 비밀의 공간에서 보았던 큰 상자가 들려 있었다. 무당 딸이 그 뚜껑을 열자 귀신이 자기 손에 들린 해미의 몸을 그 속에 구겨 넣었다.


백호가 해미를 구출할 방법이 없음을 알고 나를 등에 태운 채 얼른 도망쳤다. 녀석은 거대한 몸을 재빠르게 놀려 밤길을 하늘 날 듯이 달렸다. 나는 비행기에 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하나도 신 나지 않았다. 해미를 잃은 슬픔에 눈물이 났고 그 방울이 달리는 속도에 의해 뒤로 뿌려지듯 흩날렸다.


호랑이가 해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것은 고양이로 크기가 줄어들고 모양이 바뀌었다. 이미 등에서 내린 나는 그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것은 결국 황금색 줄무늬의 고양이가 되었는데 녀석은 내가 알던 그 고양이가 맞았다. 해미 집을 서성이던 그 녀석이 호랑이로 변신한 것이었다. 평범한 길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본래 영물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대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갔고 그 길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문이 열려 있었는지 손잡이를 당기자 쉽게 열렸고, 더 신기하게도 안에 들어서자마자 꿈에서 깨어 현실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나는 해미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자신을 의식했다. 바로 고개를 돌려 해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상태였고 내가 아무리 깨우고 불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전에 우리 둘의 손가락에 묶어 놓았던 머리카락이 끊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다시 붙여 이을 수 없었기에 나는 그것을 내 손가락과 그녀 손가락에서 각각 빼버렸다.


나는 방에 불을 켜고 그녀가 숨을 쉬는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보아 숨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이 되지 않은 새벽이었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그녀를 신당 방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적인 행위로 사고를 당했으니 영적인 힘에 의지하는 게 수순이었다.


나는 해미를 들어 업고 1층의 신당 방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밟을 때 조심해야 했으므로 걸음을 최대한 천천히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해미의 무게는 속이 빈 것처럼 무겁지 않았다. 그냥 가벼운 물건 하나 든 느낌이었다.


나는 신당 방에 도착해 신령 상이 있는 제단 앞에 그녀를 눕힌 뒤 다시 2층에 올라가 침구류를 가지고 내려왔다. 그래도 자고 있는 상태니까 아무것도 덮지 않으면 몸이 추울 것 같았다.


바닥에 요를 깔고 그 위에 해미를 눕히고 그녀 위에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는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향 하나를 피운 뒤 신령님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빌었다.


"해미를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꿈에서 무당 집에 간 후로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집 귀신한테 잡혀서 상자 속에 들어갔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나는 해미가 어서 일어나도록 팔다리도 열심히 주물렀다. 뭔가 자극이 있으면 그녀가 더 빨리 깨어날 것 같았다.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근데 결국 모든 게 실패가 되면 아침에 구급차를 부를 생각이었다.


신령님이 자기 모시는 무당인 해미를 역시 외면하지 않으셨는지, 30분 뒤에 그녀가 눈을 뜨고 깨어났다. 나는 기적같이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걸 보고 하마터면 놀라고 기뻐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해미야, 괜찮아? 정신이 들어?"


그래도 여전히 걱정은 됐으므로 내가 얼른 물었다.


해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나를 보더니 안심이 된다는 듯이 다시 눈을 감고 숨을 길게 뱉었다. 나는 그녀가 그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몇 시야? 나 오래 누워 있었어?"


해미가 입을 열었다.


"다섯 시야. 새벽. 나 먼저 일어나고 30분 정도 됐어."


"그래도 많이 잤네. 어느 정도 잠들었을 때 꿈꾼 모양이다."


"너 귀신한테 잡혔던 거 기억나? 어떻게 된 거야?"


"그랬지. 그래서 나··· 지금 움직이지 못할 거 같아."


누워 있는 해미가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몸이 안 움직여. 허리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


해미가 자기 손으로 내 팔을 잡은 채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힘들어할 뿐이었다.


"그 꿈속의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해미가 말을 마치고 자기가 누워 있는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내가 자신을 신당 방에 눕혀 둔 걸 알고 나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원 가자."


내가 말했다.


"병원 가서 될 일이 아니야."


그녀가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일반인인 나는 무당인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되는데?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잖아."


"그 집에 가서 다시 상자를 찾아야 돼. 우리 저번에 상자 속 영가 구해줬잖아. 그거랑 비슷한 일이야."


그 집에 다시 가야 한다는 건 내가 다시 가야 함을 뜻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해미는 지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누워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무서웠지만 당연히 내가 그 일을 해야 함을 받아들였다. 해미는 꿈속에서 나를 살리려고 먼저 계단을 오르게 했고 거실에 나와서도 호랑이 등에 나를 먼저 태웠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것도 다 내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수, 호랑이 타고 집에 온 거야?"


해미가 물었다.


"응, 그게 알고 보니 그 고양이였더라고."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답했다.


"맞아. 전생에 백호였어. 귀신 잡아먹는 호랑이."


"누가? 그 고양이가?"


"응, 그래서 우리 구하러 왔나 봐."


나는 길에서 보이는 하찮은 동물이라도 엄청난 영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더불어 동물에게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꿈에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깬 거야?"


해미가 물었다.


"응, 문 열고 들어오니까 눈이 떠졌어. 너는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해미가 겪은 일이 매우 궁금했다.


"나는 너도 같은 꿈을 꾼 줄 알았어. 상자 속에 들어간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이 온통 검은 공간이더라고.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깜깜한 공간에 나 혼자 누워 있었어. 근데 내 공간 옆에 다른 차원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네가 있더라고."


내가 있던 공간은 그녀와 다르게 온통 하얬다고 한다. 흰 벽으로 사방을 막은 것처럼 그 새하얀 곳에 내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녀는 자신의 공간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지금 현실처럼 허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나는 벽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들겼다. 해미가 자신의 공간에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나는 그 공간을 탈출했고 내가 나가자마자 그녀는 현실에서 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이게 그녀가 겪은 일이었다.


어떤 상징이 있는 것 같았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얼른 해미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그 무당 집에 가서 상자를 찾아야 했다.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할게. 이거 꼭 붙들고 있어."


나는 해미의 휴대폰을 그녀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팔은 움직일 수 있기에 내가 유사시 전화하면 그녀가 받을 것이었다.


"만약 못 찾으면 그냥 와. 내 몸은 어떻게든 고쳐볼 테니까."


그건 정말 그녀가 자신을 치유할 수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내가 다칠까 봐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내가 꼭 찾아올게. 다시 일어서면 우리 밖으로 놀러 다니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가 낯익었고 그 느낌에 따라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기억.


"그때 생각난다. 나 아파서 학원 못 나갔는데 네가 약 사 들고 우리 집까지 찾아왔잖아."


때마침 해미도 같은 기억이 났는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내 기억을 더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랬다. 스무 살 때 해미가 학원에 나오지 않아 선생님께 물어보니 오늘은 아파서 쉰다고 해서 학원 끝나자마자 약국 들러 약 사고 그녀 집에 달려갔었다.


나는 그때 저녁 시간까지 그녀 옆에 같이 있었고 그녀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갔었다.


집에 혼자 있을 해미를 위해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나왔다. 아침이 다가올 시간인데 검은 구름이 하늘에 잔뜩 끼어서 일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는 없었다.


나는 대문을 나가기 전에 이마에 남아 있는 입맞춤 흔적을 의식했다. 집을 나가기 전 해미가 해준 뽀뽀였다. 그건 사랑의 의미가 아니라 영적인 의식의 일종이었다.


"잠깐 이리 와봐."


해미의 그 말에 나는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설마설마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내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눈과 눈 사이의 미간보다 살짝 위에 있는 지점이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며 뿌리칠 수도 없었다.


"이게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뽀뽀를 마친 뒤 누워 있는 그녀가 말했다.


"뭐 한 건데?"


내가 물었다.


"영안을 잠시 띄워준 거야. 귀신 같은 게 보여도 너무 놀라지 마."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차에 오르려고 문을 열자 황금색 줄무늬 고양이가 야옹 하고 먼저 탑승했다. 나는 그의 존재를 이제 알기에 그가 귀찮지 않고 오히려 고마웠다. 전생에 귀신 잡아먹은 호랑이였다고 하니 그의 동행이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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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해미 2-39 21.07.22 22 2 12쪽
43 해미 2-38 21.07.17 42 2 12쪽
42 해미 2-37 21.07.14 49 2 12쪽
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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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해미 2-34 21.07.05 99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7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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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30 해미 2-25 21.06.14 290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2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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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해미 2-20 21.06.07 3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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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해미 2-18 21.06.04 389 3 12쪽
22 해미 2-17 21.06.03 390 4 12쪽
21 해미 2-16 21.06.02 420 3 13쪽
20 해미 2-15 21.06.02 40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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