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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억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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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삭개5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2
최근연재일 :
2021.08.05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805
추천수 :
130
글자수 :
258,868

작성
21.07.17 16:53
조회
41
추천
2
글자
12쪽

해미 2-38

DUMMY

해미에게 그 수련원에 가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그녀는 극구 말렸지만 이미 통화하기 전부터 나는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은 직후였다.


분명 무당 집보다 무서울 것이었지만 여기서 일을 중단하고 싶지 않았다. 포기하고 돌아가 봤자 내가 맞이할 현실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을 해미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가 전처럼 정상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상자를 꼭 찾아야 했고, 그래서 수련원에 반드시 가야 했다.


무당 딸의 다이어리에 적힌 한자를 일일이 휴대폰 인터넷으로 검색해 그 음과 뜻을 완전히 파악했다. 상세하게 해독된, 강원도의 그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정말로 지도 상에 장소가 나타났다.


나는 혹시나 내가 어떻게 될까 봐 그 주소를 해미에게 문자로 보내주었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만큼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몰랐고 차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나를 공격하듯이 크고 위협적이었다. 해가 뜰 시간이 지났음에도 세상은 멈춰 있는 듯 밝음보다 깜깜함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오늘 이 날씨가 악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날 하늘은 일반인이 느끼기에 불쾌하고 찝찝했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하는 데 1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나는 해미의 영혼이 담긴 상자가 제사에 이용되기 전에 그들을 막아야 했으므로 빨리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이상하게도, 흐린 날씨와 이른 시간 때문인지 도로에 차가 없었다. 세상에 나 혼자 남아 무작정 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나마 내 옆에 있는 고양이가 의지 되었다. 내 주변에 살아 있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나는 운전하면서 가끔씩 조수석에 앉은 녀석을 쳐다봤는데 신기하게도 녀석은 나처럼 목적지에 갈 의지가 있는지 눈을 껌뻑이며 앞 유리창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운전에만 집중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깊고 외진 산 중턱에 허허벌판이 있었고 그 끝에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2층짜리였는데 높이는 낮지만 건물이 가로로 길어서 꽤 규모가 있는 편이었다. 해미가 축귀해준 손님 딸의 말에 따르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중형 크기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산의 공간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사이즈였다. 거대한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처음에 건물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려고 했으나 그게 곧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건물 근처에 차가 세워져 있으면 그들이 내가 온 것을 알아챌 게 뻔했다. 그래서 건물로 다가가는 차를 급히 후진시켜 건물 안에서 봤을 때 잘 보이지 않는 가장자리 숲길에 차를 댔다.


주차한 곳에서 수련원 건물까지 꽤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서 도망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나는 한 손에는 주장자를 들고 다른 손에는 고양이를 안은 채 비에 젖은 흙바닥을 밟으며 건물로 향했다. 비를 맞고 있어서 빨리 달리고 싶었으나 내 진입 소리가 건물 안에 있는 그들한테 들릴까 봐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건물 중앙 쪽으로 다가가면 벌판의 내 모습이 쉽게 눈에 띄므로 가장자리 쪽으로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큰 규모와 다르게 건물에는 문이 별로 없었다. 정문으로 보이는 중앙 쪽 하나와 후문으로 보이는 뒤편의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후문은 표면에 감옥처럼 쇠창살이 덧대어 있어 입장이 불가능했다. 물론 건물 안에서 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법밖에 없었으나 그건 너무 위험한 짓이었다. 왠지 정말 그쪽으로 들어가면 내가 올 것을 알고 미리 지키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발각될 것 같았다.


나는 정문 진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건물을 한 바퀴 돌면서 들어갈 곳이 따로 있는지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 몸은 비에 젖어 엉망이었고 물 때문에 옷이 무거워져 행동까지 느려진 상태였다.


건물 측면에서 창문 여러 개를 발견했다. 그걸 열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았는데 높이가 꽤 있었다. 까치발을 해도 고개를 많이 들어 올려야 겨우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주변에서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물건을 찾아 보았다. 숲에 있는 돌밖에 보이지 않았다. 개중에 조금 큰 것이 있어 그걸 들고 창문 아래 놓은 다음 밟고 올라가 창 안을 들여다보았다. 발 디딜 것을 찾았다고 해서 무작정 열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안에 누가 있을지 모르는 법이니까 말이다.


뿌연 창을 통해 보이는 실내에는 일단 아무도 없었다. 학교 교실만 한 크기였는데 회사 사무실처럼 책상이 놓여 있고 수납 가구가 적절히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일한 흔적은 아주 오래된 것처럼 이제는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폐업한 사무실을 보는 기분이었다. 손바닥으로 책상을 쓸면 먼지가 묻어날 것 같았다.


나는 1분 넘게 창밖에서 눈만 내민 채 안을 들여다보았다. 비를 그만 맞고 싶어서 빨리 들어가고 싶었지만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안쪽 상황을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은 우주 공간처럼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내가 들어가도 변화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창문을 열고 고양이를 먼저 들인 다음 나도 따라서 들어갔다. 주장자를 가방에 꽂은 후 손바닥으로 창틀 바닥을 짚고 뛰어올라 다리 한쪽을 걸치고 그렇게 힘겹게 넘어갔다.


사무실 바닥에 착지할 때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내려갔다. 지면과 내 발의 높이가 낮을수록 소리가 적을 것이었다.


들어오기 전 내 생각은, 건물 안을 빠르게 지나치며 곧 상자를 찾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오니까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일단 내가 너무 젖어 있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위축된 상태였다.


옷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그게 곧 내가 침입한 흔적으로 남았고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쩍쩍 물기 있는 소리가 나 내 존재감이 너무 발산되었다. 나는 일단 화장실 같은 데 들어가 옷을 좀 짜고 싶었다.


사무실 밖은 평범한 복도였다. 긴 복도에는 시멘트 벽과 바닥만 있을 뿐 어떤 사람과 사물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신 병동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아무 목적 없이 짓지 않았을 텐데 이러한 거대 건물에 빈 공간이 많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아무것도 없음이 불쑥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도 주었다.


나는 정문이 있는 복도 중앙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 떨어지는 게 신경 쓰였으나 그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손에 든 주장자로 다 패겠다는 각오도 있었으므로 내 흔적에 대한 고민은 걸을수록 점차 사라졌다.


정문으로 통하는 복도 모퉁이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기역 자로 꺾이는 그 구간에 누가 있으면 복도를 지나치는 나를 발견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FPS 게임을 하는 것처럼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하려고 사선으로 물러나면서 모퉁이 도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냥 고개를 빼고 쳐다보는 건 자신을 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측면으로 물러날수록 모퉁이 쪽의 시야가 드러났다. 내가 최대한 확보한 각도에서는 일단 아무도 없었다. 귀를 기울여 인기척을 감지했는데 그냥 밖에서 비 내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금 안심하고 다시 원래 있던 벽에 붙어 모퉁이 도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커다란 유리문으로 된 정문이 보였다. 그쪽 복도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나중에 탈출할 것을 대비해 문이 혹시 잠겨 있는지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았다. 문고리에는 어떠한 잠금 장치도 없었고 문을 밀면 그냥 열리는 구조였다. 다행이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기역 자 모퉁이를 그냥 지나치면 긴 복도 측면에 화장실이 나왔다. 학교마다 있는 평범한 화장실과 같았다. 나는 그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 유리로 비친 소변기에 아무도 없었고 변기 칸도 열려 있었기에 입장하기 전 특별히 경계하지 않았다.


나는 고양이를 안고 변기 칸에 들어가 반팔을 벗은 뒤 걸레 짜듯이 물기를 빼냈다. 꽤 많은 양의 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나는 내친 김에 바지도 벗어 짰다. 신발을 벗어 양말도 그렇게 했다.


한번 그렇게 탈수하자 몸이 가벼워졌다. 게임 캐릭터처럼 건물 안을 휘저으며 주장자로 악당을 모두 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양이는 덮어 놓은 변기 뚜껑 위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나는 어느덧 그와 애착 관계가 형성됐기에 해미 집으로 돌아가면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혼자 있으니까, 고양이 제외하고, 어쨌든 낯선 건물 화장실에 있으니까 공포감이 서서히 찾아왔다. 무엇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건 그냥 본능적인 현상이었다.


나는 변기 칸에서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복도에 다시 서자마자 양옆을 번갈아 쳐다봤다. 터널처럼 긴 복도에는 내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고 그 끝에는 시멘트 벽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안심을 하고 복도를 더 가 계단이 있는 쪽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잠깐 부연하자면 대부분의 건물에는 정문이 있는 복도 중앙이나 양 끝에 계단이 있기 마련인데 그 수련원은 복도 중앙이 아니라 약간 더 옆으로 치우친 3/4 정도 되는 곳에 계단이 있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려고 몸을 틀었는데, 틀기 전 옆 쪽 시야에서, 그러니까 내가 화장실을 나와 양옆을 번갈아 보던 그 복도 끝에서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몸을 틀어 고개를 돌릴 때 분명 시야 끝자락에서 어떤 존재가 감지됐었다. 처음 양옆을 번갈아 봤을 때는 없었는데 몸을 트는 순간 어떤 게 나타난 것이었다. 나는 그 존재를 확인하려면, 이미 몸을 틀었으므로 뒤를 돌아봐야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근데 문제는 그렇다고 냅다 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나는 발각됐으므로 계단에 도착한다 해도 내 처지는 달라질 게 없었다. 도망을 해야 한다면 계단 쪽으로 가지 말고 모퉁이를 돌아 정문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 그 존재를 마주해야 했다.


내 한쪽 팔에 안겨 있는 고양이 털이 가시처럼 서 있는 게 느껴졌다. 영물인 녀석이 뭔가 감지한 게 틀림없었다. 내가 몸을 틀며 얼핏 본 게 착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나는 주장자를 꽉 쥔 채 몸을 돌렸고 나를 당황케 한 존재와 마주했다. 그것은 온몸이 하얀 인간 형체의 무엇이었다. 건물 내벽도 하얀데 그것은 더 하얬다. 마치 누가 가장 하얀 디지털 색(#FFFFFF)을 현실 세상에 입혀 놓은 느낌이었다. 너무 하얘서 이질적이었다.


처음에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그게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어 유정물이 맞음을 느끼게 됐다. 나는 얼른 정문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서웠으므로 소리라도 지를 법한데 목구멍조차 막혀 있어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복도 끝에 있는 그것은 멀리 있는 나를 쳐다봤고, 복도 중앙쯤에 있는 나도 멀리 있는 그것을 쳐다봤다. 10초 넘게 서로 응시했는데 가위에 눌린 것처럼 내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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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해미 2-39 21.07.22 22 2 12쪽
» 해미 2-38 21.07.17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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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해미 2-36 21.07.12 57 2 12쪽
40 해미 2-35 21.07.09 78 2 12쪽
39 해미 2-34 21.07.05 99 2 12쪽
38 해미 2-33 21.07.03 117 2 12쪽
37 해미 2-32 21.07.01 129 2 12쪽
36 해미 2-31 21.06.28 157 2 12쪽
35 해미 2-30 21.06.25 172 2 12쪽
34 해미 2-29 21.06.23 188 2 12쪽
33 해미 2-28 21.06.21 209 2 13쪽
32 해미 2-27 21.06.18 234 2 12쪽
31 해미 2-26 21.06.16 256 3 13쪽
30 해미 2-25 21.06.14 290 3 12쪽
29 해미 2-24 21.06.12 32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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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해미 2-22 21.06.09 3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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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해미 2-20 21.06.07 3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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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해미 2-18 21.06.04 388 3 12쪽
22 해미 2-17 21.06.03 390 4 12쪽
21 해미 2-16 21.06.02 420 3 13쪽
20 해미 2-15 21.06.02 405 3 13쪽
19 해미 2-14 21.06.01 40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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