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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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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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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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6

DUMMY

"전하"


내가 뒤를 돌아보자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무장관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예, 전하. 아주 큰 일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예상하지 못한 '큰 일'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나는 불안함을 감추면서 재무장관을 응시했다.


"전하께서도 이제 서른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후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어?


나는 의외의 소리에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입은 계속해서 나불거렸다.


"후계를 생산하는 것도 임금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임무입니다. 전하께서 백성들의 아버지시라면 왕후가 되실 분은 백성들의 어머이라고 할 수 있사오니 지금 백성들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님... 왜 패드립함.


"이로 인해 수많은 백성들이 불안함에 떨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배필을 맞이하시어 나라를 안정시키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릇 사람이란 가정을 만들어야 완전해지는 법. 혼인을 미루는 것은 전하께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훈수 멈춰!


...라고는 하지만 그의 말은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 후계의 부재는 군주정에 있어 굉장한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대라면 몰라도 이 시대에서 내 나이는 그야말로 노땅 그 자체이리라. 결혼을 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


사실 난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나면 진지하게 서로 고민하고 하는거고 아니면 그냥 연애나 즐기며 화려한 솔로 라이프를 누리는 거고.


하지만... 난 언젠가는 다시 현대 지구로 돌아갈 사람이다.


아니, 그 이전에 우선은 수명의 문제가 있지 않나?


만약 내가 진짜로 누군가와 서로 사랑에 빠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서로에게 불행일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서서히 늙어가며 떠나는 모습을, 내 짝은 늙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서로 헤어지는 결말로 끝날 테니.


그래도 불구하고 만나라면 만날수야 있지만 조금 무서웠다.


함께 살면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정' 정도는 들 텐데... 그걸 몇 번이나 겪어야 하는 것일까.


"... 전하?"


내 생각은 재무장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깨어졌다.


"아... 잠시 생각할 것이 있었습니다."


"크흠... 어쨌건 이 생각은 마냥 소신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관료 대부분의 생각이 일치합니다."


"... 우선은 물러나 보세요. 혼인이라는 걸 고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으니."


좋은 말로 재무장관을 물리쳤지만 내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차라리 그저 똑같이 100년간의 삶이 주어졌었다면 편했을 텐데


"신의 가호를 받고 영생을 누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부디 해답이 나오기를 빌며






...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내 고민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근 한달간 일본국에 답사를 보내고 황무지와 버려진 밭들을 개간하는 자에게는 감세혜택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며 나름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고민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니.


내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왔지만 그것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하다못해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당장 '영생'에 대한 것을 말로 밝히면 미친놈 취급받는건 시간문제다.


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것과 내 입으로 밝히는 것은 천지차이이니.


"전하... 요근래 안색이 좋지 않사옵니다..."


"아... 박 내관, 괜찮습니다."


그동안 내게 큰 힘이 되었던 내관 박성, 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이번에는 도움이 될 수 없었다.


"......."


내 목소리에 들은 완곡한 거절의 뜻을 읽은 것인지는 몰라도 그 뒤로부턴 그는 단 한 마디도 걸어오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 정도 있었을까 그는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전하..."


".........."


"소신이 딱 한 가지만 고하겠습니다. 소신은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내관이옵니다. 진실되게 말하면야 신체 일부가 재기능을 못하는 사람이옵니다. 하여 소신도 걱정하고 또 걱정하였사옵니다. 내 내자가 나를 못난 사람이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내 피를 물려받지 않는 내 아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결국엔 그럴듯한 가정을 꾸려서 오손도손 잘 살고 있사옵니다. 전하, 소신도 혼인을 하기 전에는 온갖 걱정을 다 했사옵니다. 허나 막상 일을 치르고 보니 모든것이 그 걱정같지는 않았사옵니다. 전하,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너무 두려워 마소서. 그 두려움 중 대부분은 전하께서 이겨내실 수 있는 것이옵고 일부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옵니다."


... 차라리 성 불구자였으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생에서 오는 그 갭은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 이상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건 내가 해결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해결할 수도 없다.


... 그리고 더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게 내 걱정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적어도 한 번은.


딱 한 번만.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 중신들의 의견은 고가 모두 들었습니다."


무어라 말하려는 관료들을 손짓으로 막고선 말을 이었다.


"허나 지금은 너무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니 고의 혼인은 2년 후인 784년에 추진토록 하겠습니다."


재무장관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반론은 용납하지 않겠다.' 라는 내 모습에 겨우 타협하였는지 물러났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은 너무 바빴다. 단 하루라도 허루투 할 수 없었다.


"육군장관"


"예, 전하"


"육군부에 쌀 70만석을 할당하겠습니다. 재무부와 협력해 청천강 일대를 요새화 하십시오. 그곳이 우리의 2차 방어선이 될 것이니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전하!!"


무려 전년에 비해 100%나 증액된 국방비에 육군장관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비싼 비용인 것은 맞지만 북쪽을 막을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비싼 비용도 아니었다.


"과학부에는 쌀 20만 석을 할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고가 설명한 고로의 개발을 주로 하며 철제 농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맡겨만 주시옵소서, 전하!!"


"재무장관, 도로의 정비와 관료의 녹봉에는 얼마나 들어가겠습니까?"


"쌀 50만 석은 필요할 듯 합니다, 전하"


순식간에 140만 석이라는 거금이 사라져버렸다.


남은 세수는 고작해야 13만 석, 실로 허탈하기 그지없는 액수였다.


아니, 정정하도록 하자.


농토를 현대식 도량형으로 반듯반듯 하게 계획하느라 5만 석이 날아갔으니


"... 남은 8만 석은 예비로 남겨 놓아야겠군요."


이런 상황에서 결혼식을 하느라 시간이랑 돈을 싹 날린다? 절대 사양이다.







7월 즈음 되자 일본으로 보냈던 사신들이 되돌아왔다.


"일본의 텐노가 선물을 좋아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전하. 전하의 선물과 서신을 받고 매우 기뻐하였으며 양 국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어 아주 흡족해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선물이 그냥저냥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그래, 어떠했습니까. 일본은?"


"전란이 없던 탓인지 농민들의 얼굴들이 다들 밝아 보였습니다."


"소신이 파악하기로는 일본국 텐노와 그 밑의 영주들 간에 약간의 갈등이 있어 보였습니다."


흐음... 약간의 갈등이라. 내가 눈짓하자 그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무어라 확실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텐노와 영주들간의 의견충돌이 꽤나 잦은 편이었습니다. 조금 알아보니 영주와 텐노 개인간의 격차는 그다지 크지는 않았습니다. 둘에서 셋 정도의 영주가 연합하면 텐노가 가진 영지의 힘을 넘어서기엔 넉넉해 보였습니다."


"그의 말이 옳습니다. 다만 텐노는 유력한 영주들과 이미 혼인관계를 맺어서 그 권력이 상당히 공고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일본은 원래 근대화 전까지 중앙집권이 안 되었던 나라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근대화 전까지는 '나는 일본인이다' 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도호쿠 지방 사람이다' 정도의 지방의식이 강했다고 한다.


언젠간 일본을 먹을 계획도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렇군요. 허면 일본의 경제는 어때 보였습니까? 우리가 무역으로 무엇을 팔아야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사실 이미 품목 몇 개는 고안해 놓은 상태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삼.


정확히는 홍삼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번 무혁을 통해 모아온 사람들을 각각 나누어 농업, 상업, 정보원 등등으로 육성시키고 있었다.


국내의 사정이 어느정도 나아지면 내 이름으로 회사를 출범하여 본격적으로 홍삼무역 등 대내외 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출 상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나는 사신들을 보내는 김에 재무부, 육군부, 국토부 등의 관료들도 딸려보내 이것저것 알아오게 했었다.


"전하, 소신이 듣기로는 일본의 맨 끝에 얼음으로 뒤덮인 섬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는 모피가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서책류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대륙의 서책이 귀하니 이것을 구해다 되팔면 괜찮은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 일본에서 소를 사오는 것은 어떠합니까? 지난번 보니 일본에 소가 상당히 많아 보였습니다."


확실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보내니까 여러 방면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박 내관에게 이를 모두 받아적게 했다.


하나씩 논의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일본국의 활의 재료는 우리보다 뒤떨어지나 이를 크기를 키워 성능의 차이를 좁혔습니다. 저희 역시 큰 활과 화살을 쓴다면 그만큼 성능이 향상될 것 같습니다."


"일본국엔 품위가 낮은 철들만 있으나 이것을 제련으로 메꾸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저희 역시 제련방법을 개선한다면 더욱 질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 신이 보아하니 일본의 배는 작고 얇지만 그 바닥이 뾰족하게 되어있어 우리의 배와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리 하면 선회성은 떨어지지만 원양에서 안정적으로 항해가 가능하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본과 안정적인 무역을 하려면 배 역시 손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일본에 가서 얻어온 것도, 알아온 것도 많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오늘 경들이 말한 것들을 논의하여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알아낸 것들은 한층 더 유용히 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작가의말

이 지영이가 결혼이란걸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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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10 +2 21.07.04 1,181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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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7 +1 21.06.24 1,262 20 11쪽
»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6 +3 21.06.20 1,276 22 11쪽
16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5 +1 21.06.19 1,295 21 11쪽
15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4 +1 21.06.13 1,367 19 11쪽
14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3 +2 21.06.10 1,443 19 11쪽
13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2 +1 21.06.09 1,522 20 11쪽
12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 +1 21.06.05 1,970 17 11쪽
11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11 +2 21.06.02 1,526 21 12쪽
10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10 +1 21.05.31 1,464 18 11쪽
9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9 +1 21.05.29 1,580 17 11쪽
8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8 +1 21.05.26 1,595 20 11쪽
7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7 +2 21.05.24 1,737 20 11쪽
6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6 +2 21.05.22 1,879 21 11쪽
5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5 21.05.20 2,098 25 11쪽
4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4 +3 21.05.18 2,619 27 11쪽
3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3 +2 21.05.16 3,877 33 11쪽
2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2 +5 21.05.13 6,463 37 12쪽
1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 +4 21.05.12 8,502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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