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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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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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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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맹4

DUMMY

"난적들을 해치우고 다시금 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신 한국의 국왕을 뵙습니다. 외신은 대당 황제께서 보내신 특사, 장안현령 배요경이라고 하옵니다."


장안현령이면 우리로 따지면 한성시장이나 같은 위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특사. 헌데... 대국의 사신이 이리 멀리까지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장안현령이라면 그다지 한가한 직위는 아닐진데..."


한 나라의 수도를 통치하는 사람이 그냥 왔을리는 없지. 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고구려에 대한 안건으로 온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장안현령이라고 소개했을 때부터 재무장관과 육군장관도 자세를 고치고 그의 말 하나하나를 경청하고 있었다. 외교부 관료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본래 당과 한국은 서로간에 교류하며 그 우애가 두터웠나이다. 허나 요새들어 서로간에 왕래가 끊기게 되니 이는 아국과 한국에 있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사료되옵니다. 하여 소신은 한국과 대당의 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왔나이다."


"요새 아국이 반도에 남겨진 전장의 상흔을 치우느라 영 정신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모든 게 원상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당이 바라는 원상복구와 우리가 바라는 원상복구가 같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굳이 그것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그런 만큼 양국이 서로간의 우애를 두터이 한다면 그 상흔이 금방 가시지 않겠습니까? 한 나라보다는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더욱 번영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옵니다."


"그리하면 좋겠지만 아국의 함선들은 지난날의 전쟁으로 모두 불쏘시개가 되어버린지라... 혹여나 대국이 교류에 쓸 배를 하사한다고 하면 금방이라도 양국간의 교류가 재개되겠으나..."


만약에 당에서 배를 준다고 하면 잘 써먹어줄 자신이 있었다. 불행히도 우리는 배 한 척이 귀하단 말이지. 내 노골적인 공갈에 그는 빙긋이 웃음지으며 내게 되물었다.


"허나 바닷길은 위험천만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황제께서는 만주의 폭도를 제압하고서 양국의 교류를 재개하고자 하십니다."


싫어 임마. 누구 배 불리려고?


"허나 아국은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천자께서 그리 하고싶으시다고는 하나 아국은 도저히 협조할 상황이 아닙니다."


내 반대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관대한 제안이라는 냥 내게 내뱉었다.


"전하께서는 아무런 걱정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아국의 천자께서 백만의 용사와 일천의 장군을 보내어 그 폭도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릴 터이니 전하께서는 국경을 든든히 하시고 만에 하나 폭도들이 한국의 백성을 해치지 않게 대비하시옵소서.


허나... 그리하면 먼 길을 와야하는지라 아무리 황군이라 할지라도 양식이 모자랄 수도 있사온데 혹시 한국에서 양식을 빌려주신다면 작게는 국경을 어지럽히는 폭도를 제압하는데 공을 세움이요 크게는 한국의 충심을 다시 황상께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옵니다."


"이-"


사혁은 그 말에 울컥해서 무어라 따지려고 들었으나 나는 눈짓으로 재빨리 말렸다. 여기서 싸워서 뭐 어쩌게?


"요즘 불온한 무리들이 한국의 충심을 의심하고 있사온데 이때 전하께서 움직여주신다면 이러한 의심들은 모두 감출 것이 분명하옵니다."


이 망할 당나라 놈들이 우리를 오랑캐 내지는 번견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하게 알고 있으니 상관이야 없었지만 그걸 알고말고랑 불쾌한 것이랑은 별개의 문제였다.


'어차피 특산품이 준비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


당연하게도 자라는데 시간이 걸리는 삼부터 시작해서 도자기나 나전칠기등은 이제 첫 삽을 뜨거나 혹은 삽을 막 들어올린 처지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빠른 삼조차 최소 몇 년은 지나야 첫 시제품이 보일 예정이니 다른 것은 족히 10년은 기다려야 하리라.


거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더 이상 저 무례한 발언을 굳이 들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늠름한 황군이 만주를 제압하고 있다 하니 본국으로서는 그저 식량만 지급하면 되겠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내 말에 그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말이 늠름한 황군이지 실은 고구려와 우리군에게 계속해서 밀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구려는 곧 요동지역의 국경선을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겠지.


"헌데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런 것이라면 황상이 하교만 하시면 될 것을 굳이 특사께서도 오셨단 말입니까?"


그니까 빨리 가세요. 수염 쓰다듬지 말고.


"전하, 외신이 한 말을 잊으셨나이까? 요즘 한국에 대한 불온한 소문이 돌고 있사옵니다. 헌데 국왕께서 이런 반응이시니 외신은 그 소문이 사실일까 두렵나이다."


"허면 고가 여기서 도대체 무얼 더 해야 합니까? 특사께서도 말씀한대로 황군을 위해 식량을 내놓겠노라 하고 있는데?"


아니, 님이 밥 내놓으라면서요?


그래서 밥 주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람?


"헌데... 안타깝게도 아국엔 배가 없어 황군을 지원하기가 어려우니 천자께서 함대를 보내신다면 고가 직접 식량을 실어다 나르겠습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게 얼굴을 구길 일이야? 어이가 없구만


가져가고 싶다면 직접 가져갈 것이지 어디서 가져오라 마라야?


"전하, 외신이 한국의 죄를 캐묻지 않은 것은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린 간신들이 꾸민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옵니다. 헌데 지금 전하의 반응은 도저히 황상의 신하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나 역시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핫, 고작해야 일개 현령인 그대가 아국의 죄를 캐묻는단 말입니까? 상당히 무례하군요. 이것이 상국이라는 대당의 법도입니까?"


"대당을 이리 무시하고도 무사하시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고작 현령에 불과한 그대가 먼저 고와 이 나라를 싸잡아 무시하였지 않습니까? 특사라는 사람이 고작해야 뜬소문 하나에 휘둘리다니... 수준을 알 만 하군요."


그는 조용히 이를 갈더니 뒤로 돌아서 걸어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난 기분이 잡쳤기에 그를 그냥 보내주고 싶지가 않았다. 이러한 기분이 든 나 자신에게도 놀랐으나 그보다는 왕 6~7년차의 짬이 더 앞서버렸다.


"어딜 가십니까, 일개 관료따위가 감히 고와 한국을 무시한 대가는 치르고 가셔야지요."


내 말과 함께 궁전의 호위대가 그를 비롯한 사신들을 모두 둘러쌌다.


"사신에게 손을 대시렵니까! 어디에도 이런 법도는 없습니다! 이를 황상께서 아시ㅁ"


"... 이곳에서는 고가 법도인데 어딜 감히 그대가 법도를 논하나?"


내 말에 그를 죽일듯 노려보던 사혁도, 냉정히 손익과 남는 국고를 따져보던 설차도,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던 외교부 관료들을 비롯한 각 관료들도 놀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몇 번 말을 들어 왔었다. 나는 이 나라의 지존이니 말을 낮추는 것은 옳지 못하노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존대를 계속해왔다. 그 이유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에 잘못된 언행을 했으니까. 두번 다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 저렇게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건방지게 속을 계속 긁어대니 참을래야 참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당나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쫄따구 하나가 와서 하는 짓거리란!


"그래도 고는 일말의 자비를 베풀도록 하겠다. 본래 양 국을 오가며 의견을 교환했던 그 책무만큼은 수행토록 해주지. 호위대! 저 무례한 자의 목을 베어라! 고의 뜻을 전하기에는 그 머리만으로 충분할 테지!"


"예, 전하!"


내 말에 무혁은 곧바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기분나쁠 정도로 청명한 소리가 궁전에 울려퍼졌다.


"이익! 이것 놓아라! 사신을 해하려 하다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ㄴ-"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무혁의 검은 그의 목과 머리를 깔끔히 분리시켰다. 가만히 있었다면 명재상이 될 그릇을 가진 그의 비참한 말로에 나는 혀를 찼다.


"자신이 무사할지조차 모르면서 고와 한국을 신경쓰다니... 역시 대국의 신하로군"


내 말에 같이 딸려온 사신들은 수염을 부르르 떨거나 입술을 꽉 깨물으며 분노표시를 했으나 내 알바는 아니었다.


이미 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온 사람들이다. 아마 시간을 주었으면 이쪽을 몰아갔을테지. 나는 대단한 외교력을 갖추지도 못하였고 아직 우리의 외교관들중에 노련하고 능숙한 자들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을 터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위신이라도 살리고 가는 편이 나았다.


"그대들은 대국의 천자께 이리 전하라. 이 자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감히 일국의 왕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를 잊고 경거망동하여 고가 목을 베어 단죄하였노라고. 그리고 우리 한국은 만주와 일절 관련이 없다고. 만일 이를 주장하려면 목을 가져오거나 증거를 가져오라, 알겠나?"


"아, 알겠사옵니다, 전하!"


"그...리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그처럼 죽을까봐 벌벌 떠는 이들에게 나는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이만 물러나라. 더 이상 경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당나라의 사신단이 모두 물러난 후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선언했다.


"이제 당은 고의, 경들의 한국의 적입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당은 강하니 우리는 든든한 동맹과 함께 저 강대한 적에 맞서야 할 것입니다. 비서실장"


내 말에 박 실장은 빙긋이 미소지으며 내 앞에 시립했다.


"경이 연설 준비를 끝마쳐 주십시오."


연설과 그 연설문을 배부하는 것은 국력을 하나로 모으기에 참으로 좋은 수단이었다. 어쩌다 보니 언론이라는 것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도 그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나온 셈이었다.


딱히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는 장사꾼들에 의해 소문은 나라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빠르게 준비를 완료하겠습니다, 전하"


"육군장관"


"예, 전하! 무엇이든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군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군에게는 해군이 없습니다. 적의 해상상륙에 굉장히 취약할 테니 이에 맞서 군을 배치해겠죠... 어차피 전선에서는 고구려군이 맞서줄 테니 걱정이야 없다지만."


"걱정 마십시오, 전하! 내륙으로는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채비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있게 외치고는 힘차게 군례를 올리고서는 사라졌다. 아마 한동안은 부대배치를 준비하느라 엄청나게 바쁘겠지.


"재무장관"


"예, 전하"


"고가 일을 더 늘려버렸군요"


내 말에 그는 쓰게 웃었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강성해지고 있으니 소신은 보람찹니다."


"... 그리 생각해주니 감사하군요.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작가의말

내가 바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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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12 22.10.15 348 6 11쪽
158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11 22.10.11 316 5 11쪽
157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10 22.10.07 33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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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4 +2 22.09.18 371 7 11쪽
150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3 22.09.15 351 6 11쪽
149 추석(추석 아님)기념 국가정보 +4 22.09.12 391 8 18쪽
148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2 +2 22.09.12 382 9 11쪽
147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 22.09.09 401 9 11쪽
146 건함 계획24 22.09.06 38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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