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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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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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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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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몽

DUMMY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으아악!”


늦은 밤, 페르디난도 후작가 성에 큰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리스 님, 빨리 이쪽으로...!”


사용인들의 재촉에 이리스는 잠옷 위에 카디건 하나만을 걸친 차림으로 급하게 방을 나섰다.

그들의 부름으로 허겁지겁 달려나온 것 같아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그들이 부르러오기 전에 이미 일어나 문을 열려던 찰나였다.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앞서 걸어가는 시종의 촛불에 의지하며 서둘러 복도를 걷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창백하기만 했다.

오늘은 유독 추운 날이다. 이런 날에 소동이 일어난 건 드문 일이었다.


“서둘러 주십시오.”


이리스가 비명의 근원지 앞에 다다르자, 시종은 더욱 그녀를 보채며 문을 열고는 밀어 넣듯이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그대로 문을 닫으려는 순간, 이리스는 시종에게 살짝 눈짓을 건넸다.


그는 아무 말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굳게 문을 닫았다.


“으아아악!!!”


이리스의 눈앞에는 최고급 소재로 만들어진 호화롭고 커다란 침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자신의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고 침대를 뒹구는 그의 눈은 아직 감겨있었다. 그는 마치 상처라도 입은 듯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 손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고 누구보다 깨끗하고 멀쩡한 상태였다.


이리스는 아직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년의 곁으로 다가가 하얘지도록 강하게 붙잡은 그 손에 자신의 손을 더하며 가볍게 토닥였다.


“티에리 도련님. 일어나세요. 괜찮습니다.”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에 티에리라 불린 소년의 찌푸린 인상이 한층 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것인지 “뜨거워...뜨거워...”하고 중얼거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리스는 다른 손으로 그의 이마를 가볍게 쓸어 준 후, 아직 잠들어있는 그를 향해 다시 한번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티에리 도련님, 지금 일어나신다면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아이스 볼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스 볼...”


이리스는 잠결에도 그 단어에 반응하는 티에리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미 그 악몽에서 빠져나왔다. 단지 아직 안개 속을 헤메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개 속에서 더 확실하게 이곳으로 오는 불빛을 비춰줄 필요가 있었다.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초콜릿도 가득 뿌려달라고 해놨는데.”


티에리의 눈썹이 움찔하고 눈에 띌정도로 튀었다.

하지만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 볼과 초콜릿.

이게 부족하다면 더 확실한 길잡이가 필요했다. 이리스는 아쉽다는 듯 나직이 말했다.


“아, 하지만 지금 일어나시지 않으면 그냥 돌려보내야겠네요.”


“...뭐!”


이리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티에리의 눈꺼풀이 번쩍 올라갔다.


이제 막 잠에서 깬 그는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낯선 시선으로 방을 한바퀴 빙 둘러보더니 자신의 머리맡에 앉아있는 이리스를 보고 나서야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눈빛이 돌아왔다.


이리스는 어릴 때부터 그를 돌봐준 유모였다.


항상 그를 따라다니며 수발을 들어 준 그녀는 예법에 많은 지식이 있던 터라 언제나 그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이 많았으며, 무슨 일이든 엄격한 기준으로 대하곤 했다.


그럼에도 티에리가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엄격함을 이겨내면 내려오는 포상과 잔소리 사이사이에 느껴지던 애정 덕분이었다.


이제는 티에리도 성장했고, 이리스 자신도 나이를 꽤 먹었지만 잔소리가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둘 사이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엄격한 그녀가 무조건적으로 다정하고 상냥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건 바로, 티에리가 악몽을 꾼 날이다.


“...이리스, 또 내가 악몽을 꿨나?”


그제야 완벽하게 상황판단이 된 티에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이 찝찝하고 기분 나쁘다. 게다가 이리스의 다정한 얼굴을 보니, 한층 더 좋지 않았다.


티에리는 어릴 때부터 자주 악몽에 시달렸다.

악몽속의 그는 언제나 기둥에 묶인 채로 불에 타고 있었다.


처음 악몽을 꿀 당시, 그는 전신이 불에 삼켜질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불꽃은 발밑에서 시작되어 팔을 집어 삼키고 결국에는 전신을 먹어치웠는데, 누군가 깨워주지 않으면 티에리 스스로는 절대 깨어나지 못했다.


그건 어린아이가 참고 버틸 수 있을 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티에리는 잠을 자는 게 두려워졌고, 수면부족으로 길을 걷다가 쓰러져 잠드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악몽이 찾아왔으며, 결국 그는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리스는 티에리가 깊게 잠드는 순간까지 옆을 지키며 그를 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마주했고, ‘뜨겁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곧 이리스는 티에리를 깨웠고, 그는 처음으로 전신이 삼켜지기 전에 눈을 뜰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그녀는 항상 어린 티에리가 잠들 때까지 그 곁을 지키며 악몽으로부터 꺼내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가 곁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 이리스는 “악몽을 이기기위해 발버둥 쳐보세요. 도련님은 강인한 페르디난도의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라고 격려를 해주었고, 지금은 어쨌든 비명을 크게 지를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되었던 것이다.



-똑똑똑


이리스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티에리의 비명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시종들은 상황이 끝났음을 파악하고 이리스가 미리 언질해준대로 아이스볼을 가져온 것이다.


“이리주고 가서 자도록해.”


시종은 그녀에게 트레이와 돌아갈 때 필요한 촛대를 건네주고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와, 정말 아이스 볼인가.”


티에리는 가까이 다가오는 이리스의 손에 집중한 채로 반짝 눈을 빛냈다.

그녀의 손, 정확히는 트레이 위에 투명하고 넓은 잔에 올려져있는 둥근 물체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스 볼.

그건 단 과일을 곱게 갈아 꿀을 살짝 곁들여 둥근형태로 얼린 것으로 안을 파서 얇게 썬 과일을 다시 올려놓는 제법 사치스러운 디저트였다.


거기에 초콜릿을 녹여 뿌린 것은 순전히 티에리의 취향이다.


“잘 일어나셨으니, 오늘은 특별히 아이스 볼을 드리겠어요.”


“정말?”


티에리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쟁반을 낚아 채서는 스푼을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얇은 과일조각과 얼음을 스푼에 떠 입으로 옮겼다.


“음~”


티에리는 목으로 넘어가는 달콤하고 시원한 느낌을 즐겼다.


차가운 얼음은 방금 전까지 느꼈던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것만 같았다.


“티에리 도련님. 주무실 때까지 옆에 있어드릴까요?”


“이리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제 괜찮아.”


이리스는 어색하게 웃는 티에리의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진실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티에리는 천진한 표정으로 아이스볼을 들쑤시고 있었다.

둥근 형태였던 그것은 이제는 여기저기가 무너져 본래의 모습을 잃으며 그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그래요. 그럼 다 드시면 테이블 위에 놔주세요.”


“응. 잘자, 이리스.”


이리스는 그에게 인사를 건넨 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대를 들고 방문을 나섰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잠시 방문 앞에 서서 안의 상황을 주시했다.


예전, 그녀가 떠난 뒤로 잠들었던 그가 다시 발작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문 앞을 서성였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몇 분 후,

방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초에서 흘러내린 촛농이 그를 바치고 있던 접시를 장식하듯 흘러내려 굳자, 한참동안 그렇게 서 있던 그녀도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그녀는 편히 잠들었을 티에리를 떠올리며 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는 발걸음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작은 비명 하나에도 바로 뒤를 돌 수 있도록.



“휴...”


이리스가 떠난 방 안.

티에리는 이리스가 곧장 방으로 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도.


그렇기에 그는 일부러 그녀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잠이 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릴적에는 그녀가 떠나는 발소리를 들으려 방문에 귀를 대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녀가 그를 걱정하는 만큼, 그 역시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티에리는 느긋하게 한입 한입 먹던 아이스볼을 입안에 가득 털어넣었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강한 냉기가 퍼졌다.


오랜시간 열기에 시달린 덕분인지, 그는 몸을 얼릴 듯한 이 냉기가 마음에 들었다.


잠시 얼얼함을 즐기며 입을 굴리던 그는 빈 잔을 트레이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트레이를 들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티에리는 자신의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장에 빽빽하게 꽂혀있는 두껍고 어려운 책들 사이에서 그가 꺼낸 것은 끝이 낡아 해진 작고 얇은 책이었다. 표지에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흰머리 소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와 대조되는 아름다운 머리핀이 눈에 띄었다.


티에리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페이지를 훌훌 넘겼다. 이제와서 굳이 다시 읽어보지 않아도 그 내용은 머리에 들어있었다.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살았다.

그녀는 어느 젊은이를 현혹하여 약혼하기에 이른다. 남자는 사실 높은 작위의 귀족이었고, 소녀는 마녀였다.


마녀는 그를 통해 나라를 삼키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녀를 만나 마법이 풀린 남자는 자신이 마녀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여 성녀와 함께 마녀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티에리의 손은 마지막 몇페이지에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자세히 그 내용을 살폈다.


몇 페이지에 걸쳐 마녀의 독백과 처절할정도의 고통이 잔혹한 그림과 함께 표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펼친 마지막 페이지에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인 마녀의 그림이 있었다.

티에리는 그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게 원인이다.


그의 악몽은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이 잔혹한 책은 우습게도 늦은 밤, 부모들이 아이의 머리맡에서 정성스럽게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며 들려주는 동화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결국 모든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악몽을 꾸는 아이들도 적지 않으며, 몇 달간은 혼자 잠을 이루지 못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온지 몇 년되지 않은 이 동화책은 거의 모든 집안에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건 후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집 자녀가 마법에 관심을 두지않게 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인 것이다.


티에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책을 닫았다.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마녀지.”


동화책은 마녀로 시작해서 마녀로 끝난다.


게다가 표지마저 마녀로 장식되어 있다. 그녀가 주인공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주인공이 행복해야 해피엔딩이지.”


티에리는 동화책을 책장에 꽂으며 생각했다.


역시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나서야 아이들이 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역시 내가 행복해져야지.”


그리고 그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건 언제부턴가 그가 악몽을 꾸고난 뒤에 하는 의식이자 다짐과 같은 것이었다.


티에리 페르디난도.

페르디난도 후작가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그는 마녀다. 아니, 마녀였다.

적어도 전생에서는 그렇게 불렸다.


그리고 많은 각색으로 내용은 변질되어 있었지만, 그 낡은 동화책의 주인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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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위기 21.07.20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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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그의 악몽 21.07.17 19 0 12쪽
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20 0 12쪽
56 56. 청혼 21.07.15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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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21 0 12쪽
53 53. 빚 +1 21.07.12 22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22 0 12쪽
51 51. 쿠키 21.07.09 22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23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23 0 11쪽
48 48. 단검 21.07.06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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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26 0 13쪽
44 44. 두 명의 귀족(1) 21.07.01 26 0 12쪽
43 43. 시험 문제에 대하여 21.06.3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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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또 다른 시험 21.06.25 29 0 12쪽
38 38. 아버지의 소문 21.06.24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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