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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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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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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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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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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기숙사 배정

DUMMY

“문을 닫고 들어오지 그래?”


남자는 아직 굳어있는 티에리에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흔들었다.


티에리는 정신차리고 일단 문을 닫고 테이블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가 손에 잡고 있는 종이 이외에도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이 더 놓여있었다.


“이건 뭐지?”


티에리는 종이를 들어 내용을 살폈다.


“기본적으로 방은 2인 1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며 생활을 맞춰가길 바람.

밤 7시 이후로는 다른 방 사람의 출입은 금함. 밤 11시 이후로는 외출 금지, 마음대로 방을 바꾸는 것 금지, 내일부터는 옷장에 비치된 옷으로 갈아입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은 9시까지 2층 중앙으로 모여주십시오.”


종이에 적힌 글을 읽은 티에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앞의 남자의 종이를 슬쩍 들여다보았다.


“여기 적힌 것도 같은 내용이다.”


둘은 말이 없었다.


‘생각보다 귀찮겠는데...’


가볍게 일년동안 왕자의 장단에 맞춰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티에리는 생각 이상으로 귀찮아진 상황에 낙담했다. 다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특히 멋대로 배정을 해놓고 ‘마음대로 방을 바꿀 수 없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는 에밀 라니에르다.”


‘알고싶지 않은데.’


전생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도, 그 이후에도 티에리는 라니에르 집안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어차피 배신자인 그가 왕녀와 결혼한 건 사실이고 복수를 다짐하지 않았으니 굳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는 악몽을 이겨내는 방법과 자신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티에리 페르디난도다.”


하지만 운명이란 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인지 결국 그는 원수와 외나무다리, 아니 한 방에서 지내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그리고 한 가지, 귀족이라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만...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해줘.”


“...그쪽이야말로.”


둘 사이에 서늘한 공기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침대로 되돌아갔다.


‘아버지와는 딴판이네.’


전생의 기억에서 그의 아버지는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소피에에게 말을 걸곤했다.


티에리는 잠시 떠올랐던 전생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듯이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봤자 그는 배신자였고, 배신의 증거가 지금의 자신이며 또한 에밀의 두 눈에 담겨있는 핑크빛 눈동자였다.


더이상 생각하기도 귀찮아진 그는 힘겹게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잘 잘수 있으려나.’


오늘 티에리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전생의 기억들과 마주하고 말았다. 신경쓰지 않으려해도, 이미 악몽을 꾸는 것은 확정되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런 곳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원수 집안 인간에게는 더더욱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티에리가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몸을 움직였을 때, 손끝에 침대의 포근함과는 어울리지않는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티에리는 눈을 뜨고 그곳을 살폈다.


베개의 끝자락, 다른곳보다 조금 볼록하고 올라온 그곳에 토끼의 귀가 빼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침대에 있는 에밀에게 혹여나 그 모습이 보일까 조심하며 베게 밑에서 그 귀를 살짝 잡아당겼다.


“......”


그러자 곧, 토끼인형이 그의 손을 따라 튀어나왔다.


티에리는 그 인형을 살짝 품에 안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에는 에밀과 대치하느라 깨닫지 못했지만, 그가 가져온 물건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건 성의 시종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석들...’


티에리는 자신과 함께 수도로 왔던 기사들을 떠올렸다.


짐을 옮기는 것 정도는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될텐데.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티에리의 짐을 옮기고 쓰기 편하도록 배치까지 해놓은 것이다.


게다가 티에리의 명예를 위해 인형은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가 필요할 때 바로 손이 닿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티에리는 그 하나하나에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악몽은 꾸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티에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가 전생의 기억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은, 악몽은 쉽사리 그를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 * *




다음 날,

눈을 뜬 티에리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서서히 각성한 머리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떠올렸다. 그리고 고개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했다.


티에리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반대편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는 당황하며 시계를 꺼내 들었는데, 시간은 아직 8시였다. 천천히 준비해도 넉넉한 시간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티에리는 방에 따로 붙어있던 욕실에서 씻고 나와서는 종이에 적힌대로 옷장을 열어 안을 살폈다.


그 안에는 똑같은 디자인의 옷들이 몇 벌 걸려 있었고,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씻는 것에도 옷을 입을 때도 도와주는 시종 하나 없다는 것이 꽤 불편한 부분이었다.


결국 그는 시간을 꽤 써서 옷을 모두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거울 가까이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하얀 셔츠에 검정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와인색 재킷과 바지, 거기에 덧붙여 같은색의 구두까지 갖춰져 있었다.


부드러운 옷감은 분명 고급원단임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왕가에서 준비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함은 없었는데, 귀족이라기보다는 사용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 몸을 돌려 방 안을 둘러보던 순간, 방금 전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중앙 테이블에 무언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은빛의 둥근 뚜껑이 무언가를 덮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뚜껑을 열어 안을 보았는데, 그 안에는 먹기 좋게 잘린 빵과 버터, 우유, 아직 따끈따끈하게 김이 피어오르는 스튜가 놓여있었다.


‘...씻을 동안 가져다 둔 건가?’


그 방법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도 왕자의 유희 중 하나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티에리는 자리에 앉아 조심히 스튜를 떠 먹었다.


‘맛은 있네.’


조촐하게 차려진 아침식사는 그래도 성의 음식답게 꽤 맛은 좋았다.




* * *



티에리가 아침식사를 끝내고 2층으로 내려왔을 때,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중앙복도에 모여서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들 중 남자는 모두 티에리와 같은 옷차림이었고, 여자는 바지 대신 발목이 살짝보이는 길이의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모습이었다.


“아, 왔네요.”


그들은 티에리를 보자 주춤거리며 고개를 숙여 엉성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어제의 대화로 티에리가 귀족임을 눈치 챈 것이었다.


“음...안녕?”


티에리도 덩달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는데, 그들 중 유일하게 인사없이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은 아침 일찍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던 에밀 뿐이었다.


“아직 누가 오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걸지도. 9시가 되려면 좀 기다려야하니까.”


“뭐, 아무도 안오면 우리끼리 돌아다닐까?”


평민으로 보이는 3명은 이미 서로 꽤 친해진 모습이었다. 티에리는 그들의 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은근슬쩍 그들의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직 서로 이름을 모르네. 너희는 이름이 뭐지?”


“네?!”


“아...저..저어...”


갑작스런 물음에 그들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는데, 그 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덕분에 티에리도 덩달아 당황했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평민들은 그동안 작은 실수에도 온갖 치욕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귀족을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티에리가 씁쓸하게 뒤돌아서려는 찰나, 그들 중 한 남자가 티에리 쪽으로 다가왔다.


“저는 마틴이라고 합니다.”


그는 갈색머리에 검정 눈의 특이할 만한 곳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남자였는데,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저..저! 저는 로사나라고 합니다.”


“저는 말로...”


마틴이 한걸음 다가와 말을 걸자, 나머지 사람들도 용기를 얻은 것인지 각자 이름을 밝혔다.


어깨까지 긴 짙은 녹색머리와 밝은 푸른 눈을 지닌 로사나는 조금 소심한 성격인 듯, 쭈뼛거리며 마틴의 뒤로 살짝 숨었고, 밀로는 짧은 회색머리에 쾌활해보이는 모습이었는데, 마지못해 이름을 밝힌 듯 우물우물 거리고 있었다.


“나는...”


“어머, 모두들. 그렇게 인사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티에리가 그들에게 이름을 밝히려던 순간, 옆에 잠자코 서 있던 소녀가 앞으로 나오며 그의 말을 끊었다. 당당한 그 태도를 보니, 그녀는 자신이 티에리의 말을 막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리젤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스커트를 살짝 잡아 올리고서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티에리의 눈엔 그녀의 예법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평민치고는 그 나름대로 배운듯 어설프게나마 격식을 차린 모습으로 비췄다.


“나는 티에리라고 해.”


“...에밀이다.”


따로 이름을 밝히기 귀찮았던 에밀은 좋은 기회라 여기며 그들의 대화에 슬쩍 끼어들었다. 티에리는 그를 살짝 노려봤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 티에리 페르디난도 님에 에밀 라니에르 님을 여기서 뵙다니!”


그들이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성을 굳이 꺼낸 리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에밀을 바라보았다.


“아, 티...티에리 님과...에밀 님?”


“저희도 그렇게 부르면 됩니까?”


뒤에 서 있던 다른 이들도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티에리라고 부르면 돼. 아까 왕자가 하는 말 들었지? 우리 둘, 일 년 동안은 귀족이 아니라잖아.”


“저...정말입니까?”


“이제 같이 들었잖아. 아니면 왕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로사나는 주춤거리다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티에리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아직 작위를 계승하지 않은 후계자에 불과하다할지라도 왕자인 그가 그들에게서 귀족의 권위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아니, 그건 왕이라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말 한마디로 그걸 이루기는 불가능했다.


물론 티에리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왕자의 놀음에 어울려주기로 한 것이다.


“자, 그럼 티에리라고 부르도록 할까?”


약삭빠르게 티에리의 이름을 입에 올린 것은 밀로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힐 때 이외엔 지금껏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편하게 말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치 편한 친구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럼 나도 티에리라고 부를게.”


그리고 뒤이어 편하게 말을 놓는 것은 마틴이었다.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그럼 저쪽은 에밀...?”


다섯사람의 시선이 에밀에게로 쏠렸다.

에밀은 그들의 시선에 귀찮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대로.”


“다들 이미 모여있었습니까? 시간을 지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모두의 인사가 끝났을 때 쯤, 마치 이 상황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한 밤색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그는 살짝 내려온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며 미소지었다.


티에리는 슬쩍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정확히 9시.


아쉽게도 트집 잡을 구석이 없었다.


“자, 모두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는 일단 복도에 모인 사람들을 주위의 많은 방 중 한 곳으로 안내했다.


티에리의 학교생활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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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21 0 12쪽
53 53. 빚 +1 21.07.12 22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22 0 12쪽
51 51. 쿠키 21.07.09 22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23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23 0 11쪽
48 48. 단검 21.07.06 24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24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25 0 12쪽
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26 0 13쪽
44 44. 두 명의 귀족(1) 21.07.01 26 0 12쪽
43 43. 시험 문제에 대하여 21.06.3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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