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연재 주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1.05.12 19:51
최근연재일 :
2021.08.04 21: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4,661
추천수 :
79
글자수 :
395,414

작성
21.05.31 15:00
조회
72
추천
1
글자
12쪽

17. 땡땡이

DUMMY

티에리는 당장 방으로 옮겨 침대에 눕혀졌다.


“에밀 군. 당신은 먼저 돌아가서 아이들의 연습을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이곳은 에밀의 방이기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 온 그는 캘비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바로 수업 중인 교실로 돌아갔다.


그와 함께 티에리를 옮겨준 시종들이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급하게 파견된 의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캘비나 부인.”


“댄스 시범을 보이고 있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않아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의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심히 티에리를 진찰했다.


한참을 안색을 살피거나 눈을 뒤집어 보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티에리의 이마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용히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가까이에 앉아있는 캘비나는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다.


그것보다 그녀의 정신과 시선을 끄는 것은 그의 심장 위에 빛나는 별, 마법사의 자격증이었다. 마법사가 흔하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더 희귀한 것은 마법을 쓰는 의사였다.


하지만 다른곳도 아닌 성 안이라면, 그런 의사 한명쯤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캘비나는 그런 의사를 보며 신기하기도 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다. 그에게 자신의 제자를 맡겨도 되는지 걱정이 됐다.


잠시 후, 그의 손에서 따스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티에리를 감싸안았다.


“으음...”


한참을 서서 인상을 찌푸리며 손에 정신을 집중시키던 의사는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냥 치료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캘비나에게 마법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힘이기도 했다. 그녀는 마법을 쓸 수 있다면 그냥 마법의 힘으로 낫게 해주는 게 좋지 않은가, 생각했던 것이다.


마법을 쓰는 의사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약을 처방하지 않고도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은 그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힘으로 티에리를 치료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그의 몸을 회복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마법을 쓴다해도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힘을 집중하면서도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나지막히 읊조렸다.


“큐어.”


이번엔 캘비나의 귀에도 그 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순간, 티에리의 몸이 반짝 빛났다.


밝게 빛나던 빛은 은은한 빛으로, 그리고 조금 뒤에는 은은한 빛마저 완벽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쓰러진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기력은 회복됐을 겁니다. 아무래도 약한 몸이 그동안 쌓인 피로를 이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금 몸을 쉬면 될 겁니다.”


페르디난도 후계자의 몸이 연약하다는 소문은 유명했기 때문에 이 의사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그저 무리해서 쓰러진 것 뿐이다.


의사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앞으로 무리를 시키지 말라는 조언을 남기고는 곧 밖으로 나갔다.


캘비나는 조심스럽게 티에리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어릴 때부터 연약한 몸으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그녀는 한번도 티에리가 약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조금 힘들게 연습을 시켰을 때도 잘 따라와 주었고, 지친 모습은 보여도 쓰러진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힘든 연습도 아닌, 기본 댄스 시범을 잠깐 보인 시점에서 쓰러질 줄이야.


‘아니면 그동안 무리를 했던 걸까?’


캘비나는 창백한 얼굴의 티에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의자에 앉아있었다.





* * *





티에리가 눈을 뜬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눈을 뜬 그는 이곳이 어딘지 눈을 굴려 살펴보다가, 자신의 방이라는 걸 눈치채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왜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몸과 달리,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아...제길.”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는 이유를 기억해냈다.


다시 떠올려도 여전히 불쾌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설마, 그대로 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자신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 정도였다.


그가 사교계에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가족들이 그가 몸이 약하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그가 다니기 귀찮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생의 연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독한 짓을 당하고도 환생한 뒤엔 복수를 꿈꾸지 않았을 정도다.


그는 전생의 연인과 마주했을 때, 전생의 기억과 감정에 사로잡혀 다시 반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작은 심장의 두근거림조차 치욕스러울거라 생각했다.


본인은 아니지만 그와 닮은 아이를 가까이 마주했을 때, 불쾌함에 몸서리친 것에 그는 오히려 안도하고 있었다.


전생의 기억과 영혼은 같아도 역시 전생의 자신, 소피에와 지금의 자신은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다. 그는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티에리는 혹시 자신이 남자로 태어난 이유가 이것인가, 농담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방을 쓰는 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동안 지낸 거리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보는 게 비정상적이다. 함께 춤을 추지 않는 이상, 그런 거리는 있을 수 없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에밀은 전생의 연인은 아니다. 지금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면, 적어도 일년을 지내는 동안은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이대로면 내 이미지가...’


티에리는 이곳에서 연약하다는 이미지로 빈둥거리는 것까지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가문의 명예는 생각해야한다는 걸 다시 깨달은 것은 켄드릭의 수업 때였다.


기사들의 야유가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페르디난도의 영지에서야 그럴 필요없었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가문과 관련되어 버리는 것이다. 전생에 이미 충분히 겪었던 사실을 이제 다시 깨달았다는 것이 그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의미가 있나?’


켄드릭 수업의 모의 시합에서 보인 건강한 모습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힘든 연습도 아닌, 춤을 추다가 쓰러지다니.


페르디난도의 수치라고 여겨져도 할 말이 없었다.


“하아...응?”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책상 위에 반짝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책상에는 작은 은접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작고 네모난 검은 물체가 있었다.


“이건...초콜릿?”


티에리는 그걸 손에 들었다. 아직 차가운 초콜릿이 그의 손에서부터 전해지는 온기에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초콜릿을 한입에 넣고 입안에서 살살 굴려 녹여보았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오...이 맛은 로이테의...”


입안에서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그 맛은 하나만 먹어도 수도의 유명한 고급 초콜릿 가게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티에리도 그다지 많이 먹어보지 못한 이 곳은 고급스런 재료와 깊은 맛으로 귀족들 사이에 꽤 인기가 좋았다.


티에리는 그 초콜릿을 두고 간 사람이 누군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가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부러 유명한 가게에서 구입한 것을 딱 하나만 놓고 갈 인물도 한 명밖에 없다.


“...캘비나 부인.”


그녀의 엄격한 성격은 티에리가 초콜릿을 여러 개 먹도록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캘비나는 이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몇 개 더 놓고 가도 되는데...”


그는 중얼거리고는 창밖을 보았다.


아쉬운 마음에 괜히 입맛만 다시며 바라본 창밖은 이미 해가 뜬지 꽤 지난 모양이었다.


무심히 고개를 돌린 시선엔 끝엔 반대편 침대가 있었다. 그곳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미 수업은 시간한지 오래일 것이고, 지금 준비하고 간다해도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마도 쓰러진 그가 더 쉬어야한다고 판단하고 그 누구도 깨우러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흐음...’


하지만 그는 아픈 곳 따윈 없었다. 오히려 푹 자고 일어난 덕분에 몸이 개운하기까지 했다.


‘기분은...좀 나쁘지만...’


지금 좋지않은 건 불쾌함이 남아있는 감정뿐이었다.


그는 기분전환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순식간에 준비를 마치고 가볍게 복도를 걷는 티에리를 스쳐지나가는 시종들은 그를 발견하고는 멈춰 서서 인사를 건네왔지만, 그 이상으로 그에게 어떤 참견도 걸어오지 않았다.


시간은 꽤 늦은 아침.

이미 수업이 시작됐다는 것도, 그가 쓰러졌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그들이지만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인형같은 표정이었다.


티에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당당하게 돌아다니자고 마음먹고는 3층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로 했다.


3층은 간격을 두고 기숙사가 존재했지만, 의외로 빈방이 많아보였다.


‘그럴거면 각자 독방을 줘도 됐잖아...’


그는 아마도 왕자가 다른 나라에서 봤다는 그 ‘학교’가 두 사람이 한 방을 쓰거나, 더 많은 인원이 같은 방을 쓰는 것이리라고 짐작해볼 뿐이었다.


그렇지않고서야 빈방이 이렇게 많은데, 귀족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쓰게 하다니.


그런걸 하나하나 따지는 성격이 아니 두 사람이기에 그냥 쓰고 있는 것이지, 만약 두 사람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 항의하러 달려왔을 것이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복도에는 오직 티에리의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복도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보였고, 곳곳에 놓인 꽃이나 작은 조각상으로 화려함을 더해주고 있었지만, 묘하게도 그에겐 쓸쓸한 풍경으로 비춰졌다.


그대로 천천히 복도를 걷던 그는 하나의 큰 방을 발견했다.


“...들어가봐도 되나?”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받은 그 종이에는 어딘가 출입금지한다는 말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아무곳이나 들어가도 될거라는 약간은 자기가 편할대로 해석을 마친 티에리는, 지금 아마도 다른 아이들이 수업받고 있을 예의범절도 잊은 채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문을 밀었다.


“....여긴...”


문을 열자 펼쳐진 것은 책.


정면에 보이는 것도 책이었고,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도 책이었다. 주위에는 높은 책장이 쭉 늘어서 있는데, 그 안을 가득 메우고있는 것 역시 책이었다.


설마 이런곳에 도서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그는, 다시 나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봤자 할 일도 없다.


이 건물을 벗어날 수 없었고, 더 둘러봐야 특별할 것도 없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탈출구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티에리는 책을 훑으며 신경쓰이는 것들은 하나씩 뺐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영지에 있는 페르디난도 성에 후작의 서재는 따로 있었지만 도서관이 없을리도 없고, 이곳의 책들도 그에겐 특별할 게 없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책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그의 손에 책 한권이 걸렸다.


얇은 건 아니지만 대단히 두꺼운 책들 사이에 마치 숨겨진 것처럼 끼워넣은 그 책은 표지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고, 고급스러운 검은 가죽을 덧대어 덮은 게 전부였다.


티에리는 몇 번 그 책을 여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이런게 성의 도서관에 있다고...?’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운명은 자신의 편이 아닌 것 같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 21.07.26 14 0 -
73 73. 지도의 필요성 NEW 22시간 전 11 0 13쪽
72 72. 우회 21.08.03 16 0 12쪽
71 71. 여행 준비 21.08.02 21 0 13쪽
70 70. 합류 21.07.31 25 0 12쪽
69 69. 출구 찾기 21.07.30 27 0 13쪽
68 68. 탈출 21.07.29 27 0 12쪽
67 67. 가출한 귀족? 21.07.28 27 0 13쪽
66 66. 돈 벌기 21.07.27 28 0 12쪽
65 65. D-10 21.07.26 28 0 12쪽
64 64. 분열 21.07.24 28 0 13쪽
63 63. 그가 말하는 진실 21.07.23 29 0 12쪽
62 62. 도망 21.07.22 29 0 12쪽
61 61. 그림자 21.07.21 29 0 12쪽
60 60. 위기 21.07.20 30 0 12쪽
59 59. 의문점 21.07.19 30 0 13쪽
58 58. 그의 악몽 21.07.17 31 0 12쪽
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31 0 12쪽
56 56. 청혼 21.07.15 31 0 12쪽
55 55.아버지의 시험(2) 21.07.14 32 0 12쪽
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32 0 12쪽
53 53. 빚 +1 21.07.12 32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33 0 12쪽
51 51. 쿠키 21.07.09 33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33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34 0 11쪽
48 48. 단검 21.07.06 34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35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35 0 12쪽
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36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