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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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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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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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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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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도서관

DUMMY

티에리는 굳은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 그 책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다른 책들을 둘러보았다.


그냥 도서관을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감정을 채 추스르기 전에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게 마치 공기처럼 아무 상관도 해오지 않는 시종이라해도 마찬가지였다.


티에리가 이정도로 동요하고 두렵게 만든 그 책.


그 책은 마법에 대해 적혀 있는 책이었다.


마법을 전혀 모르는 그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기괴한 문양과 낱말들이 줄지어 있었다.


‘하필 잡아도 그런 책을...’


자칫 잘못해서 마법을 익혀버리면 ‘마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니, 자격을 얻기 전에 마법을 익힌 자는 이미 마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화형당하고 싶지 않다면 빨리 검은 쐐기를 찾아가 자격을 얻어내야한다.


물론 아무나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본다고 바로 쓸 수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겐 전생의 기억이 강하게 박혀있었다.


‘마녀’나 ‘마법’에 관련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책에 대한 기억을 머리에서 쫓아내려는 듯, 티에리는 근처에 있는 아무 책이나 잡아 끄집어 냈다. 그리고 표지도 보지 않은 채 책을 펼쳤다.


“....?”


펼친 페이지를 뚫어져라보던 그는 곧바로 책을 덮고 표지를 보았다.


“이런 책은 또 왜 있는 거야...”


책의 표지에는 눈처럼 새하얗고 깔끔한 겉모양에 달콤한 과일을 얹은 케이크 그림과 함께 큼지막한 글자로 이렇게 써있었다.


‘케이크 만드는 법’


왕족들이 사용할 도서관에 꽂혀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제목이었다.


다시 책장에 책을 꽂으려던 그는 갑자기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방금 우연히 본 기괴한 문양들을 머리에서 날려버리기에도 좋은 기회같았다.


티에리는 책을 대충 훑어보았다.


“어렵지는 않겠는데?”


그냥 보기에는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그저 밀가루에 계란과 버터 등을 넣고 잘 섞은 후에 오븐에 구워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오븐에 굽는 게 가장 문제였지만, 그 부분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 뒤에는 생크림을 발라주면 된다.


‘그냥 만들어 달라고 해도 되겠지만....’


티에리는 딱히 생일에 케이크를 먹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으나, 부러움으로 눈을 빛내던 밀로의 얼굴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시종을 시켜 만들어달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이 손에 잡힌 것은 운명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성의 도서관에 있을 만한 책도 아니지 않던가.


그는 그 책이 꽂혀있던 책장의 책 제목을 살펴보았다.


“...검은 쐐기란 무엇인가...왕의 혈통...핑크빛 눈동자의 전설...”


대충 훑어봐도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 어디에도 갑자기 요리책이 나올 이유가 없다.


방금 전엔 심장이 떨어질 듯한 위험한 책을 건네주더니, 이번에는 장난스러운 책이 튀어나왔다.


운명의 장난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까짓것 못할 것도 없지.’


그는 전생에도 현생에도 케이크따윈 만들어 본적이 없지만, 묘하게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티에리는 책을 빌리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이 도서관엔 아무도 없다는 걸 떠올렸다. 그가 들어올 때부터 지금껏 사람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뭐, 어차피 빌릴 사람은 우리들 뿐이라는 건가?’


성의 시종들은 철저히 교육되어 있을 테니, 도서관의 책이 없어지면 결국 범인은 여기 모여있는 여섯 명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도망칠 수도 없으니 훔쳐도 의미는 없다.


‘그럼 마음대로 가져갔다가 갖고오면 되겠지.’


티에리는 가볍게 마음먹고 책을 손애 든 채로 도서관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방으로 돌아와 옆에 책을 던져놓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을 때,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 방에 들어올 사람이야 에밀정도 밖에 없으니, 티에리는 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책으로 손을 뻗었다.


“아! 티에리, 일어났어?!”


하지만 그의 귀에 들려온 것은 침착하고 높은 톤의 소녀 목소리였다. 티에리가 잘못들었다고 해도 에밀의 입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소리다.


티에리는 뻗던 손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어...?”


“다행이네. 건강해보여서.”


안심하며 미소짓는 로사나를 선두로 마틴과 밀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로사나의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은 마틴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있었다.


티에리는 재빨리 이불을 들어 책을 덮으려고 했으나,


“뭐야? 뭐야?”


티에리의 움직임을 수상히 여긴 밀로가 재빨리 튀어나와 그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티에리는 빠른 그 움직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녀석, 수업 시간에도 이렇게 움직인 적이 없는데...’


그의 생각보다 밀로는 대단히 민첩했던 것이다.


티에리가 그를 보며 놀라 굳어있는 사이, 밀로는 보물이라도 빼앗은 해적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책을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잘 볼 수 있게 쭉 펴들었다.


“야...!”


“케이크...”


“...만드는 법?”


그리고 티에리가 그 팔을 저지하려던 찰나, 로사나와 마틴은 책의 표지를 읽고 말았다.


티에리는 밀로의 손에서 빠르게 책을 낚아챘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난 상황.


“......”


모두 그자리에 굳은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케이크...”


그때, 침묵을 깨며 로사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케이크...만들고 싶어?”


“아니거든?!”


티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며 반발했다. 그리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통을 칠 일이 아니었다.


“아, 우리집은 빵집을 하거든.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로사나는 티에리의 말에 조금도 상처입지 않은 듯, 잔잔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아, 미안해. 내가 좀 예민했나봐.”


“몸이 안좋을 땐 신경이 예민해지는 법이지. 괜찮아.”


‘...너한테 사과한거 아닌데...’


티에리는 마틴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과는 로사나에게 했는데,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어쨌든 어색해지려던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으니, 깊게 따지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로했다.


“그런데, 케이크는 언제 만들지?”


그때까지 얌전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던 밀로가 끼어들어왔다.


그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보면, 케이크를 먹게 되리라는 생각에 한껏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 아무래도 티에리가 다 나은 후에 하는 게...”


“다음 시간이 뭐였지?”


“다음 시간? 켄드릭 선생님의 수업이야.”


‘난 만들겠다고 한적 없는데...’


티에리는 ‘만들어 볼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들에게 ‘만들자.’고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그게 확정된 것마냥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갔다.


“그 수업 다음이면 티에리가 힘들지도 몰라.”


“하긴 체력을 많이 쓰니까.”


그들의 대화를 듣던 티에리는 생각에 빠졌다.


켄드릭이라면 분명, 티에리에게 체력 단련을 시킬 생각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다.


그는 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오늘은 조금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다가 춤을 추다가 쓰러졌다는 소문을 들었을 그와 기사 녀석들이 무슨 말을 건네올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더 쉬어야 될 것 같은데...아, 그래도 오늘 저녁이면 회복 될거야. 저녁에 만드는 건 어때?”


“그렇게 빨리?”


“오! 좋은 생각이야! 수업끝나고 곧장 올게!”


“잠깐, 밀로. 티에리는 더 쉬어야 한다고!”


“무슨소리야! 자기가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내가 켄드릭 선생한테 말해둘테니 푹쉬라고~”


밀로는 더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어쩔 수 없네. 그럼 티에리, 몸이 회복되면 내려와.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아직 점심은 안먹었지? 이거 주방에서 받아 온 거야.”


마틴은 가져온 쟁반을 중앙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혹시 밀로때문이라면 우리가 잘 설득할 테니까, 몸이 안좋으면 다음에 만들어도 돼.”


“알았어. 정말 힘들면 말할게.”


그들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문을 나섰다.


티에리는 오늘은 잠깐, 가문의 명예는 나중으로 미루고 연약한 척 푹 쉬어보기로 했다. 이미 쓰러진 건 사실이고, 소문은 퍼졌을 테고, 되돌릴 수 없었다.


‘명예 회복은 다음에 해도 되고...’


여차하면 야유를 쏟아내던 기사 중 하나를 잡아 실력으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는 떠올린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초콜릿 하나 먹은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레 쟁반 위의 두껑을 열었다.


“...아무리 환자라고 생각해도 그렇지...”


쟁반 위에 실려있는 음식은 너무 푹 끓인 나머지 건더기가 녹아 흐물흐물해진 스튜와 샐러드 뿐이었다.


“고기를 달라고...”


아무래도 그들은 몸이 좋지 않은 티에리가 소화하기 쉽도록 일부러 먹기 편한 것을 준비한 것 같았지만, 건강한 그에게는 한없이 부실해보이기만 했다.


게다가 그는 아침부터, 아니 따지고 보면 어제 점심부터 굶지 않았던가.


기력을 보충할 음식, 적어도 고기.

고기정도는 씹어야 힘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수업도 빠진 지금, 주방으로 달려가 고기를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으...이렇게 되면, 케이크를 잔뜩 먹어주지.”


그는 음식을 모두 깨끗하게 해치웠지만, 그럼에도 배가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

.


그리고 시간이 흐른 저녁, 그들은 주방에 모였다.


“주방을 어지럽히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밤 11시 전에는 방에 돌아가셔야 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물론이지.”


티에리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시종은 너무 자신감 넘치는 그의 대답에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다른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알고 있다고!”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로사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한 듯, 물러났다.


“...밀로.”


티에리는 그나마 조금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의 밀로를 불러 귓속말을 했다.


“왜 쟤네까지 있는 거야?”


티에리가 남몰래 가리키고 있는 인물은 에밀과 리젤이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그들은 분명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했던 자리에 없었고, 자신이 불러달라고 했던 기억도 없었다.


“로사나가 불렀어.”


“뭐?”


“뭐라더라, 다같이 친해지자고?”


티에리는 한숨이 나왔다. 리젤이라면 몰라도 에밀은 아직 마주하기 거북했다. 물론 같은 방을 쓰는 처지라 금세 얼굴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사정을 다른 아이들이 알리가 없다.


로사나는 어차피 일 년 동안 같이 지내게 될테니 서로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 것이다.


그는 굳이 그 마음을 짓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흠...그럼...”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이미 들었고, 책도 읽은 후였다. 하지만 역시 음식은 전문가의 조언 아래에서 진행돼야 하는 법.


그는 로사나를 돌아보았다.


“로사나의 지시대로 시작할까?”


“어? 나...나?”


“여기서 빵을 구워본 건, 로사나밖에 없잖아.”


로사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밀로는 가서 밀가루를 가져오고...마틴과 티에리는 지하 창고에서 계란과 버터를 갖고와. 에밀이랑 리젤은 옆의 보관소에서 과일하고 잼을 가져오고...”


처음엔 우물쭈물했던 로사나였으나, 점점 막힘없이 그들에게 일을 배정하고 있었다.


“알았어. 자 가자.”


별 생각 없이 고른 책으로 인해 시작된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티에리 역시 이런식으로 친구들과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묘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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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그림자 21.07.21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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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그의 악몽 21.07.17 31 0 12쪽
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31 0 12쪽
56 56. 청혼 21.07.15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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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32 0 12쪽
53 53. 빚 +1 21.07.12 32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33 0 12쪽
51 51. 쿠키 21.07.09 33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33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34 0 11쪽
48 48. 단검 21.07.06 34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35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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