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연재 주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1.05.12 19:51
최근연재일 :
2021.07.29 22:04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3,709
추천수 :
64
글자수 :
367,137

작성
21.06.09 09:00
조회
43
추천
1
글자
11쪽

25. 왕자의 방문

DUMMY

1층으로 내려온 시종이 향한 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쪽으로 안내되리라 여겼던 티에리는 당황하며 시종의 뒤를 쫓았다. 그는 뒤를 따라오는 티에리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 걸어갔다.


계속 걷던 그는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갔고, 나간 후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시종은 몸을 틀어 망설임없이 곧장 건물 뒤쪽으로 향했다. 순간, 티에리의 머릿속엔 사실 그를 부른 것이 그 소녀고, 왕자가 이름을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친척이 아니었을까하는 의심이 싹텄다.


‘아니, 그건 아니겠지.’


그는 금세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굳이 왕자의 이름을 빌릴 필요는 없다. 그녀가 자신을 숨겨야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종은 모퉁이를 돌아 얼마 걷지 않은 상태에서 저쪽에 손님이 계시니 알아서 가라는 듯, 손으로 가리키며 허리를 숙였다.


티에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꿈뻑였다.


‘성의 예법은 우리와 달랐던가...?’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몇 번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페르디난도 가문 시종들은 항상 손님과 자신이 얼굴을 마주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뒤를 돌았다. 하지만 이 성의 시종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적당한 선을 두고 도망치듯 가버리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시종은 숙였던 허리를 올리고 나서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미련없이 돌아서 걸어가버렸다. 티에리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짙은 금발머리의 남성이 뒤를 돌아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건물의 뒷마당, 거기에 호위 하나 없이 무방비하게 뒤를 돌아 서 있다니. 성의 방비를 믿는 것인지, 단순히 위험하다는 자각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를 향해 걷던 티에리의 눈이 힐끔, 나뭇가지 더미로 향했다.


어제도 있었던 그 나뭇가지. 옆을 지나칠 때 얇은 걸 하나 슬쩍 주워 그 소녀처럼 왕자의 뒷통수를 한 대 치면 어떨까. 티에리는 재밌을 것 같은 그 상황을 잠시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바로 지워버렸다.


단순한 재미로 실행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장난이었다.


‘게다가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 저렇게 뒤를 돌아 서 있다해도, 정말 무방비할리가 없다. 분명 어디선가 호위가 그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티에리가 나뭇가지를 들고 그를 치기도 전에 튀어나와 그를 저지할 것이었다.


장난이었다는 말로 웃어 넘길 수 없을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검에 베어질 수도 있다.


혹은 어쩌면 페르디난도 가문의 지시인가, 누가 배후에 있는가를 캐물으며 어디론가 끌려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 끝은 화형이라던가?’


그는 농담처럼 떠올린 생각에 조금도 웃지 못했다.


“바쁜데 불러내서 미안하네, 티에리 군.”


티에리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동안, 어느새 왕자는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핑크빛 눈동자는 오묘한 색을 띠었다.


“로베르트 왕자님.”


그 눈빛을 피하듯 티에리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왕자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사교계에 조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치고는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인사였다.


“오늘 그대를 부른 이유를 알겠나?”


“아니요, 전혀.”


티에리는 여전히 전혀 모르겠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거기에 순진한 표정까지 더해지니, 실제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는 인상이 되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왕자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제 그대가 만났던 소녀...”


‘역시.’


역시 그 소녀의 일이다. 티에리는 자신의 생각이 겉으로 스며나오지 않도록 얼굴 근육에 잔뜩 힘을 주었다. 덕분에 이상한 표정이 됐다는 걸 아는 건, 눈앞에 서 있는 왕자 뿐이었다.


그는 지금 당장 거울을 가져와 티에리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게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표정을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표정을 보자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를 대신해서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네?”


참지 못하고 미소가 흘러넘치기 전에 왕자는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급히 떠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그걸 실행했다.


왕자의 말에 티에리는 얼굴에 힘을 주는 것을 잊어버렸고, 힘이 풀린 근육은 곧 얼빠진 표정을 만들어내버리고 말았다. 사과라니 왕족이? 그것도 그 소녀 대신에? 소녀의 정체가 도대체 뭐길래?


얼빠진 표정으로 어지럽게 머리가 돌아가던 그에게 왕자는 고개까지 숙여보였다.


“나뭇가지로 비겁하게 뒤에서 때렸다던데. 괜찮은 건가?”


“아!...아...네. 그건 괜찮습니다.”


티에리는 내심 ‘그런것까지 말했나..’하고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망쳤으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모르는 척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그때의 창백한 표정을 보면 조금의 죄악감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프리실라 루 세베로. 옆 왕국인 세베로의 왕녀야. 이번엔 비공식적인 방문이라 조용히 있다가 가기로 했는데 말이지.”


왕자는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애초에 조용히 있다가 간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눈에 띄고 화려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행동만은 조심해주리라 믿었건만.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페르디난도 후작의 영식을 뒤에서 후려쳤다고 실토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로베르트 왕자는 마치 자신이 머리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녀가 재빨리 조금도 다치진 않았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면 시간에 관계없이 어제 바로 달려왔을 것이다.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자칫 잘못 했다간,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후작에게서 이웃나라를 치자는 의견이 나왔을지 모르는 일이다.


“뭐, 이곳은 출입금지라고 알아듣게 말했으니,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거야.”


티에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말을 들었다면 아무리 말괄량이인 왕녀라도 보통은 조심할 것이다.


“그럼, 이것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티에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의 앞에서 펼쳤다.


왕자가 기다린다는 말에 방에서 서둘러 가져나온 루비였다. 하루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루비는 여전히 깊고 붉은 빛으로 반짝였다. 다행히 떨어졌을 때의 충격도 덜했는지 긁힌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손수건에 싸여있는 루비를 보며 아무 것도 묻지 않는 왕자에게, 티에리도 굳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게 왜 티에리 손에 있는지 설명하려면 쉽게 떨어질리 없는 귀걸이가 왜 떨어졌는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고, 둘 사이에 나뭇가지를 주고받은 일을 말해야한다.


이미 티에리가 뒷통수를 맞았다는 걸 안다면 둘이 대련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걸 보면, 티에리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건 내가 전해주지.”


다행히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수건을 받아, 루비를 다시 감싸서 손에 쥐었다.


“왕자님, 시간입니다.”


그때 티에리의 뒤에서 왕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왕자의 호위 기사인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데...’


왕자를 부른 인물이 시종인지, 기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티에리는 그가 다시 말하기를 기다렸다.


다시 한번 들어보면 뿌연 기억이 선명히 떠오를 것만 같았다.


“ 벌써 그런 시간인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군. 그럼, 티에리 군. 다음에 다시 만나지. 이번 일은 너무 마음쓰지 않기를 바라겠네.”


그렇게 말하며 왕자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타국의 왕녀가 벌인 일이라해도, 왕자가 두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티에리의 가문이 대단한 것인지, 왕녀의 나라가 대단한 것인지, 혹은 양쪽 모두인지 티에리는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왕자가 자리를 떠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을 때, 이번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티에리 쪽이었다. 그는 왕자가 지나가도록 한쪽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 그러고 보니...”


티에리를 지나쳐 걸어가던 왕자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켄드릭 경이 재밌는 시험을 본다지?”


“네에...뭐.”


켄드릭이 기사들을 다그치고 입막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내용은 이미 왕자의 귀에 닿아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가 조심한다해도 이미 목격한 사람들이 많았다.


왕자의 귀에 들어가는 시간을 늦추는 건 가능해도, 아예 숨기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그대의 상대는 정해진 것 같았지만 말이야. 후후.”


티에리는 미소짓는 왕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성격이 조금만 예민했어도 불경죄를 물었을지 모르나, 그의 눈에는 오직 즐거운 감정만 떠올라 있었다.


“에밀의 상대는 내가 직접 지정해줬지.”


“...네?”


당황하는 티에리에게 잘 보이도록 배려하는 것처럼 왕자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앞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서 있는 인물은 분명 로베르트 왕자를 맞이하러 온 사람일 것이다.


에밀의 상대가 자신을 맞이하러 온 사람이라...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호위기사를 사촌의 시험 상대로 정한 모양이었다.


왕자의 손길을 따라 티에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왕자의 성격을 확실히 파악한 건 아니지만, 만약 그가 왕가의 명예를 위해 일부러 지는 걸 강요했다면...이 일의 최대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인물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


뒤를 돌아 기사를 본 티에리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이 굳어버렸다.


숨을 어떻게 쉬는 건지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불어온 바람이 기사를 스쳐지나가며 그의 머리를 한차례 쓸어넘겼다. 옅은 밤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린 뒤 나타난 풀색의 눈동자는 그 색과는 다르게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여느 기사들이 그렇듯, 굳어있는 표정은 그의 마음까지 차갑게 만들었다.


‘아렌스...?’


티에리는 차마 입모양으로도 말할 수 없는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렀다.


아렌스 실베르테.


그는 티에리의 전생, 소피에 실베르테의 동생이었다. 언제나 성의 기사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정말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런 것 치곤...좋아보이지 않네...’


굳어 있는 그 표정이 근무 중인 기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그의 누나인, 아니 누나였던 티에리만은 확실하게 알아 볼 수 있었다.


감옥에 갇혔을 당시 들었던 말에 의하면, 실베르테 백작은 딸의 처벌에 대한 그 어떤 항의나 간섭이 없는 것으로 가문의 안전을 보장받았을 터였다.


그건 괜찮았다. 원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녀는 구할 수 없다.


‘그럼 최소한 행복해야지...’


티에리 닿을리없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 21.07.26 11 0 -
68 68. 탈출 NEW 5시간 전 6 0 12쪽
67 67. 가출한 귀족? 21.07.28 13 0 13쪽
66 66. 돈 벌기 21.07.27 16 0 12쪽
65 65. D-10 21.07.26 19 0 12쪽
64 64. 분열 21.07.24 21 0 13쪽
63 63. 그가 말하는 진실 21.07.23 22 0 12쪽
62 62. 도망 21.07.22 21 0 12쪽
61 61. 그림자 21.07.21 21 0 12쪽
60 60. 위기 21.07.20 23 0 12쪽
59 59. 의문점 21.07.19 23 0 13쪽
58 58. 그의 악몽 21.07.17 23 0 12쪽
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23 0 12쪽
56 56. 청혼 21.07.15 25 0 12쪽
55 55.아버지의 시험(2) 21.07.14 24 0 12쪽
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25 0 12쪽
53 53. 빚 +1 21.07.12 25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25 0 12쪽
51 51. 쿠키 21.07.09 26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26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27 0 11쪽
48 48. 단검 21.07.06 27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28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29 0 12쪽
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30 0 13쪽
44 44. 두 명의 귀족(1) 21.07.01 30 0 12쪽
43 43. 시험 문제에 대하여 21.06.30 32 0 12쪽
42 42. 그레이스의 시험 21.06.29 32 0 12쪽
41 41. 복귀 21.06.28 31 0 12쪽
40 40. 캘비나의 시험 21.06.26 3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