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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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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1.05.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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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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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건물에서 빠져나온 티에리는 일단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중간 중간 리젤과 로사나의 비명소리가 멀리서 음악처럼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켄드릭의 수업으로 체력이 붙은 것인지, 기사들과의 숨바꼭질에서 용케 잡히지 않고 계속 도망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기사들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뒤쫓는 것이지만.


“...찾았다.”


수풀 속을 한참 헤매던 그의 손에 드디어 칼자루가 잡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에, 검을 숨겨둔 위치가 어디였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가 없던 것이다. 수풀에서 꺼낸 검의 날이 떨어지는 햇빛을 받으며 반짝 빛을 발했다.


티에리는 검을 몇 번 휘둘러보고는 검날을 땅으로 향하게 한 뒤 조심히 걸어나갔다.


잠깐 연습용으로 빌리는 것이라 검집까지 얻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렌스가 빌려준 검은 괜찮은 편이지만, 아마 에밀이 갖고 있는 검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빌릴 순 없고...”


티에리는 마틴을 납치한 녀석들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지도, 돌아오지도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경고음이 울린 건 아마 그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일.


경비도 강화되고 목적의 인물들도 안으로 깊이 숨을 테니, 병력 차이가 많이 나거나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있는 게 아니라면 철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에밀에게 남은 아이들을 지키라고 한 것은 그래야만 모두가 납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밀도 그걸 알면서 협력해 주었다.

그렇기에 티에리가 출발하기 전, 검을 빌려줄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아마 검이 없다고 했다면 바로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에리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역시 라니에르의 검은 쓰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른 이들이 보면 유치해보일 수도 있으나, 그건 페르디난도의 자존심이었다.


건물 안의 소란 덕분인가, 밖을 경계하며 순찰하는 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검을 든 그는 잠시 건물 주위에 표시된 뾰족한 돌조각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여길 넘으면 일단...약속을 어기는 셈인거군.’


그들이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는 딱 그 돌조각까지였다. 분명 그런 약속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약속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강요와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왕자에게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었다. 그는 그저 학교 생활을 해주겠다는 말만 하지 않았던가.


덕분에 티에리가 돌조각 앞에서 멈춰 서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그 옆을 통과해 지나갔다.


그때,


삐- 삐- 삐-


“윽...?!”


또다른 경고음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미 울리고 있는 것도 멈추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음이 추가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 울리는 것과는 소리의 세기도 빠르기도 전혀 다르다. 두 개의 경고음은 서로 전혀 맞지 않은 소리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티에리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시끄럽게 울리는 그 소리를 막고 싶었지만, 한 손엔 검을, 다른 한 손엔 수정구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깊숙이 파고드는 그 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힘겹게 달리던 그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 소리가 낯이 익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두 음 중 비교적 나중에 시작된 경고음에 정신을 집중했다.


‘...!!’


낯익은 느낌의 정체를 알아내는데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이건 처음 울렸을 때의 소리잖아??”


완전 다른 음이 아니다. 그건 분명 아렌스와 한창 대련하던 도중에 울렸던 바로 그 소리였다. 그때의 경고음과 크기, 속도가 같았다.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고, 음이 빨라지기 전까지 계속 반복되면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리가 없었다.


티에리는 붉은 빛을 따라 달리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둥을 지났을 때 울린 경고음이...단순한 우연일까?’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기가막혔다.


“이봐!”


갑자기 들린 고함소리에 티에리는 흠칫 놀라서 멈춰섰다.

그리고 그자리에 그대로 멈춰버린 자신에게 화가났다. 멈출 생각이었다면, 최소한 옆의 수풀이나 나무 뒤, 최소한 기둥 뒤에라도 숨었어야 했다.


하지만 부르는 소리이외에 들려오는 말이 없었다. 그는 굳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주변을 살폈다.


‘나...나를 부른 게 아니었나?’


그의 주위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굳어있는 몸에 힘을 뺐지만, 완전히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아직 안도의 숨조차 내기 어려웠다.


소리가 들렸다면 근처에 누가 있다는 뜻이다.


티에리는 주위를 경계하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내디뎠다. 페르디난도의 후계자인 자신이 도둑처럼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다니, 그는 자조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이꼴을 보신다면...’


앨버스 페르디난도 후작이 근처에 있었다면 아마 조용히 그를 다그쳤을 것이다. 언제나 당당함을 중요시 여기는 그라면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 기사들이 그를 알아보기도 전에 기절시켰을지도 모른다.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을 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병사들이 몇 명 모여있는 게 보였다.


티에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지금 상부에서 급히 동쪽의 그 건물로 모이라는군.”


“그 건물?”


“그래, 왕자님이 ‘학교’라고 부르는 곳 말이야. 누군가 탈출했다나봐.”


“탈추울~?”


“목소리 낮춰. 일단...놓치면 안되니까 서두르자고.”


티에리는 병사들이 지나갈 때까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행여나 지나가던 병사들이 수상히 여기며 살펴보러 오는 것을 대비해서 칼자루를 꼭 쥔 손은 하얗다 못해 창백할 지경이었다.


병사들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는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싸우는 게 두려운 건 아니었다.


티에리는 마틴을 구하러 달려가야만 했다. 그들이 앞을 막는다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편끼리 싸우고 싶진 않았다.


쓸데없는 피를 보는 건 질색이었다.


게다가 그들에겐 죄가 없었다. 그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들은 아직 티에리가 연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건물 근처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벌써 이곳까지 온 걸 알면 기절하겠네.’


나무 뒤에서 나온 그는 수정구의 빛을 확인하며 재빨리 달려나갔다.


티에리는 이미 그 건물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와 있었다. 원래 체력이 좋은 편이었던 데다가 최근 켄드릭이 열심히 단련시켜준 덕분에 무리없이 전속력으로 달려올 수 있었다.


“앗.”


달리던 그의 앞에 커다란 벽이 나타났다.


성 주위를 감싸고 있는 벽은 그의 키에 두세 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직 이쪽을 지나가는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벽 아래에서 손을 뻗어 대략적인 높이를 파악해보았다.


‘괜찮을 것 같은데...?’


이정도의 높이는 충분히 뛰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티에리는 일단 수정구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몇 번 통통 뛰면서 수정구가 떨어지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조금 격하게 뛰어도 수정구는 빠지지 않았다.


“...좋아.”


수정구가 주머니에 들어가자 붉은 빛도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분명 다시 꺼내면 빛이 돌아올 것이기에, 티에리는 걱정하진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어렵지 않게 벽을 짚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벽 끝을 손으로 잡아 그대로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검을 한 손에 잡고 있어서 고생하긴 했지만, 벽을 오르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하아..이럴 줄 알았으면 어릴 때 나무 좀 타보는 건데...”


아마 몇 년은 된 높은 나무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한다면 철없는 행동에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어릴 때라면 조금 혼나는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하지만 곧 티에리는 어릴적 자신이 얼마나 과보호를 받았는지 떠올렸다. 아마 그의 부모님과 동생은 그가 나무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꺼운 벽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는 반대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올라올 땐 몰랐는데, 내려가려니 꽤 높은 높이였다.


하지만 이미 올라 온 이상, 뛰어내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조심히 반대쪽으로 뛰어내렸다.


탓-


‘으아아...’


뛰어내린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발바닥에서부터 찌릿찌릿한 감각이 다리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오는 듯했다.


밖으로 소리 한번 내지르지 못하던 그가 조금 다리를 절뚝이며 걸을 때였다.


삐삐삐삐- 삐삐삐삐-


“으앗?!”


다른 음보다 비교적 작게 울렸던 그 경보음이 갑자기 크고 빠르게 바뀌었다. 이제는 두 개의 음이 서로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히 하나로 울리는 것은 아니고, 약간씩 어긋나게 울리는 바람에 더욱 머리를 쿡쿡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저 음이 울렸을 때, 그녀석들은 마틴을 납치해서 성을 완전히 빠져나갔던 건가?’


이렇게 되면 티에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저 경보음.


그건 아이들이 지정된 곳을 빠져나갈 때 울리도록 되어있는 듯했다. 그곳에 제대로 잘 있는지 확인해주는 장치였던 것이다.


처음 건물 주위의 돌조각을 빠져 나갔을 땐 비교적 가볍게, 그리고 완전히 성을 빠져나오면 모두에게 알리듯 위협적으로 울리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을 ‘표적’이라 이름붙인 수정구.


안락해보이는 시설을 만들어 놓고, 그들의 편의를 모두 봐주는 것처럼 굴었지만 역시 그들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잘 길들인 가축처럼 우리 안에서 지낼 땐 평화롭지만 빠져나가는 순간, 사냥은 시작된다.


이미 끝까지 뒤쫓아 올 준비는 모두 마쳐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아!’


이런 건 간단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분명 미리 덫을 쳐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티에리는 그게 언져였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레이스의 첫 수업시간...’


그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보호 마법이라고 쓴 것. 그때도 티에리의 안에 약간의 의심은 있었을 터였다. 마법사가 이유없이 마법을 쓸리가 없지 않은가.


그레이스가 그당시 썼던 마법도 분명 붉은 빛이었다. 그리고 이 수정구가 뽑는 실도 붉은 빛이다.


그때 이미 그들에게는 사슬이 채워져 있던 것이다.


마법사는 함부로 믿어서는 안된다.


티에리는 다시 한번 그렇게 다짐했다.


‘...돌아가면 확실하게 따져야겠어.’


하지만 돌아가면 제대로 따질 수 있는지는 제쳐놓고, 그는 일단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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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그의 악몽 21.07.17 19 0 12쪽
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20 0 12쪽
56 56. 청혼 21.07.15 21 0 12쪽
55 55.아버지의 시험(2) 21.07.14 21 0 12쪽
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21 0 12쪽
53 53. 빚 +1 21.07.12 22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22 0 12쪽
51 51. 쿠키 21.07.09 22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23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23 0 11쪽
48 48. 단검 21.07.06 24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24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25 0 12쪽
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26 0 13쪽
44 44. 두 명의 귀족(1) 21.07.01 26 0 12쪽
43 43. 시험 문제에 대하여 21.06.3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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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또 다른 시험 21.06.25 29 0 12쪽
38 38. 아버지의 소문 21.06.24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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