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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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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1.05.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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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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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티에리는 자신이 운이 좋은가, 나쁜가를 생각했다.


빛을 따라 온 앞에는 성을 감싸는 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솟아오른 성벽이 있었다.


수도 전체를 감싸안고 있는 성벽은 뛰어서 넘어간다거나 벽을 붙잡고 올라가는 건 감히 상상도 할 수도 없는 높이였다.


‘..차라리 날아서 넘어가는 거라면 모를까...’


물론 그것도 말도 안되는 방법이지만, 차라리 그렇게 말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빛이 향하는 방향으로 볼때, 침입자들은 이미 성벽을 넘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그들이 빠져나갔다면 자신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 티에리는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단단한 벽돌 뿐. 이 위치에서 성벽을 넘을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성벽을 지나갈 방법은 하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문지기의 눈을 피해 성문으로 빠져나가는 것.


티에리는 잠시 고민했다.


두 명이 한 팀인 그들은 교대를 하며 성문 앞을 계속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리가 없다. 그리고 사람 한 명 빠져나갈 틈을 보인다면 문을 지키는 의미도 없을 것이었다.


그런 훈련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티에리가 문지기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몰래 빠져나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어쩌면 내가 성에서 빠져나가면 안되는 인물이란 걸 모를 수도 있고...?’


그들도 수도에 소속된 병사들인 이상, 성에 갇혀 있는 여섯명의 아이들 이야기는 알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알지는 못할 터.


대충 그 가문의 기사, 루인의 이름을 대고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당히 걸어서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티에리는 문쪽으로 달리기 위해 몸을 틀었다.


핑-


그때, 수정구가 한 번 번쩍 빛을 발하더니 마치 길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붉은 빛이 성벽의 어느 장소를 쓸고 지나갔다. 티에리는 빛에 홀린 듯이 성벽 가까이로 걸어갔다.


탁탁-


그리고 빛이 지나갔던 자리를 손으로 두드려보았다.


단단한 벽돌은 단순이 손으로 치는 것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응? 여긴...’


하지만 빛이 쓸고 지나간 곳을 주의깊게 살피며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려가던 그의 눈에 돌과 돌 사이의 틈이 꽤나 벌어져 넓은 틈이 보이는 부분이 발견되었다.


쿠궁-


그 돌을 약간 힘을 주어 밀자, 쉽게 벽이 뒤로 밀리면서 허리를 숙이면 사람도 충분히 통과할 만한 공간이 나타났다.


“비밀통로인가?”


아마도 침입자들이 만들어놨을 통로.


이런 곳에 만들어놨으니, 성문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도 소용이 없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오히려 비밀통로의 존재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혹시 생겼을지도 모르는 문지기와의 다툼은 피할 수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구멍으로 들어갔다.


딱 한 사람이 통과할 만한 좁은 틈은 티에리가 들어가도 몸이 쓸릴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 틈은 깊지 않다는 것이다.


티에리는 힘겹게 그 틈을 통과했다.


옷은 돌가루 범벅이 된 것 같았고, 푹 숙이고 걸었던 허리가 아팠다. 짧은 거리를 걸어 온 뒤 그가 허리를 폈을 때 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성벽을 빠져나와 다시 벽을 밀어넣은 티에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수정구는 잠시 집어넣고 손에 낀 반지의 장식을 오른쪽으로 두번, 왼쪽으로 한번 돌린 뒤, 손을 하늘로 높게 뻗었다.


슝-


반지 장식에 출렁이던 붉은 빛이 하늘로 튀어올랐다.


“이건 좀...심한데?!”


티에리도 이 반지를 직접 쓰는 건 처음이었다. 사용 방법은 미리 듣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위치를 알리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머리 위에는 마치 태양이 다시 떠오른 듯이 환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방금 튀어오른 그 붉은 빛이다.


한동안 주위를 비출정도로 밝게 빛나던 빛은 점점 사그라들더니 이제는 티에리의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잠시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티에리는 다시 수정구를 꺼내어 그 빛을 따라 달렸다.


솟아올라 있는 빛은 티에리를 따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야, 그건 위급신호를 보내는 마법이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건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빛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어 티에리를 비추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다른 곳과는 다르게 그의 주위만 환하게 빛난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못보는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만약 누구나 볼 수 있는 빛이라면, 그가 여기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수도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티에리는 달리면서도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를 따라오는 사람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벽 위에 횃불이 오르거나, 소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큰 소란이 없는 걸 보면, 수정구와 마찬가지로 저 빛은 특정 인물에게만 보이는 게 분명했다. 티에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는 빛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붉은 빛은 몸서리처지게 싫은 그였으나 다행히 높게 떠오른 것은 주위를 붉게 물들이지는 않았다.


.

.

.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으로도 티에리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근성이 있었나, 세삼 놀라는 중이었다. 전생에 이런 근성이 있었다면 운명이 조금 달라졌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아직 버틸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달리고 있는 곳은 산속이었다.


왜 도망자들은 항상 산속을 찾는 건지, 수도 근처엔 왜 산이 있는 건지. 그는 누군가를 붙잡고 한탄을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는 이미 너머간지 오래였고, 높이 솟아서 그를 비추던 빛은 그가 산에 들어선 순간 천천히 내려오더니 지금은 다시 반지에 들어가있는 상태다.


그는 지금 추적과 더불어 발밑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과도 싸워야만 했다.


그나마 수정구에서 뻗어 나오는 빛에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티에리는 이런 어둠 속에서 자신이 산속을 달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 자신도 지금껏 이런 일을 겪은 적도 없는데다가, 전생이었다면 무서워서 발도 못 붙였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급하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어둠과 맞서 싸우는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적은 바로 추위.


아직 눈의 달. 마지막 눈의 달이다.

성에서는 적당히 온도를 유지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켄드릭의 수업을 받는 중간에도 많은 추위를 느낀 기억은 없었다.


지금이 아직 추운 계절이라는 걸, 지금 그는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해가 떨어진 산속의 추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정도 추위는...견딜 수 있지...’


눈의 달, 추운 겨울의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서 잠들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이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그 경험이 있는 건 소피에다. 티에리가 아니었다.


소피에가 추운 눈의 달에 지하 감옥에 갇혀있던 기억.


죄인, 특히 마녀에게 그들이 아낌없이 장작을 써서 불을 피워주거나 값비싼 마법 아이템을 써줄리는 없었고 그녀는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 손발이 얼어버린 정도의 추위에 몸을 떨었었다.


이미 얼어버린 손의 감각이 둔해진 것은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지쳐버린 상황 속에서 지금껏 그가 소피에와 자신을 나눠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소피에의 기억을 자신의 과거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을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애써 나누고 있던 기억은 잠시 긴장을 늦춰도 그의 기억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문득, 티에리는 자신이 쫓아가고 있는 빛이 요동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설마!’


빛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빛이 진동하는 듯한 떨림을 보여줬을 텐데. 지금은 미동 하나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하아...그래도 밤에 잠은 자나보네.”


밤을 새면서 달려갈 줄 알았던 그들이 멈춘 것은 티에리에게는 기회였다.


티에리는 그들과 자신의 거리가 얼마나 줄었는지 가늠해볼 수도 없었지만 만약 그들이 잠시라도, 단 한 시간정도만이라도 멈춰선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자그마한 희망을 품으며 빛을 쫓는 그의 모습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에 귀족인 그에게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을 추적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지금 이렇게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의지력에 칭찬할 일이다.


지친 걸음으로 붉은 빛과 발밑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걷고 있을 때였다.


탁-


“...!”


나뭇가지가 밝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적막한 산속에서 확실하게 울린 날카로운 소리였다.


티에리는 바로 몸을 낮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그가 먼저 확인한 것은 자신의 발밑.


혹시라도 자신이 밟은 나뭇가지의 소리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치에 널려있는 것은 흙과 풀, 그리고 돌이었다.


‘그렇다면...’


티에리는 고개를 들고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성에서 했던 것보다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불빛 하나 내지 않은 채로 서 있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의외로 멀리가지 못했구나.’


사방이 어두운 가운데 검은 옷을 걸쳐입고 멈춰선 그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절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주위에 녹아들어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그저 그 주변에 널려있는 나무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그들 중 누군가 나뭇가지를 밟지 않았다면 티에리는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마냥 곧장 그들의 한가운데로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티에리는 검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신중히 눈앞에 서 있는 인물들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상대는 아마 열 명.


지금 그가 상대하기에는 많은 숫자지만, 성에 잠입하기에는 많다고 볼 수없는 수였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것인가.


그들은 둥글게 모여 무언가 토론하는 눈치였는데, 가까이에서 들어도 바람소리보다 작았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단어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엔 검은 물체가 놓여있다.


‘마틴?!’


바로 마틴이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서 미동조차 없는 모습을 보면 의식이 없는 듯했다.


‘...숨은 붙어 있는 거겠지...’


이 어둠 속에서는 그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게 사람의 속성이 아니던가.


그는 마틴이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곧 검을 들고 그들 근처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느쪽이든 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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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라니에르 후작부인 21.07.16 23 0 12쪽
56 56. 청혼 21.07.15 25 0 12쪽
55 55.아버지의 시험(2) 21.07.14 24 0 12쪽
54 54. 아버지의 시험(1) 21.07.13 25 0 12쪽
53 53. 빚 +1 21.07.12 25 1 13쪽
52 52. 아렌스 실베르테 21.07.10 25 0 12쪽
51 51. 쿠키 21.07.09 26 0 12쪽
50 50. 보충수업 21.07.08 26 0 12쪽
49 49. 루인의 하소연 21.07.07 27 0 11쪽
48 48. 단검 21.07.06 27 0 12쪽
47 47. 전설에 대한 이야기 21.07.05 28 0 13쪽
46 46. 두 명의 귀족(3) 21.07.03 29 0 12쪽
45 45. 두 명의 귀족(2) 21.07.02 30 0 13쪽
44 44. 두 명의 귀족(1) 21.07.01 30 0 12쪽
43 43. 시험 문제에 대하여 21.06.30 32 0 12쪽
42 42. 그레이스의 시험 21.06.29 32 0 12쪽
41 41. 복귀 21.06.28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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