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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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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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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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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2. 부족의 신(22)

DUMMY

번쩍 번쩍!


천둥은 없다. 천둥소리가 울릴 틈도 없이 가공할 벼락이 지상으로 내려꽂힌다. 오직 한 인간을 벌하기 위하여.


“끄아아아아악!”


다시 없을 끔찍한 절규를 지르며, 서슬뱀이 번개를 맞는다. 한 줄기 한 줄기의 벼락이 떨궈질 때마다 녀석의 몸에서 새카만 연기가 빠져나왔다.


이것은 번제(燔祭)다. 산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행위.

제사장의 손길에, 제단의 앞에서, 신의 권능이 제물을 불태운다.


쿠릉, 쿠르릉!


공기를 찢어발기며 뒤늦게 울리는 천둥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슬바람.”


벼락은 나 역시 때렸다. 제사장의 권한을 회복하지 못했기에, 수백 겹의 주술방어를 덧씌운채 걸어간다. 소슬바람에게로.


어느새 주변을 메우던 사악한 힘도, 나를 가로막던 악신의 손도 사라져 있었다.

천벌의 힘에 전부 찢겨나간 탓이리라. 벼락이 피부를 때린다. 한치라도 집중을 잃으면, 즉시 전신이 그을릴 것이다.


“소슬바람!”


머리가 과열되다 못해 익어버릴 것 같다. 하지만 수명이 닳는 것을 아랑곳 않고 수천 개의 주술을 전신에 뒤덮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콰악!


내 손이 서슬뱀을 가리키는 소슬바람의 팔목을 잡았다.


“당장 멈춰!”


계속해서 우레미르의 권능을 써재낀다면 방법이 없다. 영혼마저 산산히 가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소슬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신력 역시 흐름이 달라지지 않았다.


“소슬바람, 이제 됐어! 서슬뱀은 이미...”


파앗!


소슬바람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황금빛의 눈동자였다. 새벽빛을 벼락으로 벼려내면 저런 빛살일까 싶은 광채가 소슬바람의 눈에서 흐르고 있었다.


‘이건... 뭐지?’


순간 그 눈빛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때였다.


“우레가람.”


소슬바람이 웃었다.


“미안.”


소슬바람은 서슬뱀을 가리키던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부터, 소슬바람의 ‘마음’이 흘러들어온다. 수많은 이미지와 환청이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이것은 그녀의 기억이다.


-따라와라, 서슬바람.

-안 돼요 아버지, 저는...

-닥쳐라!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야!

-아아, 제발...!


서슬뱀이, 그녀와 단둘이 있던 틈을 타 주술을 걸었다.

서슬뱀의 뜻대로 몸이 움직였다. 혀가 움직였다. 말이 움직였다.


-우레미르께서, 나 서슬바람에게 임하셨노라! 큰버루의 세 지파는 내 뜻에 따를지어다!


번쩍!


소슬바람이 팔을 휘두르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우레미르의 권능이었다. 소슬바람이 한 번씩 우레미르의 이적을 보일 때마다, 그녀를 조종하는 서슬뱀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비, 서슬뱀은 주술의 힘을 써 억지로 사기극을 펼치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전부 가짜라고. 거짓이라고. 하지만 근육 한 올 한 올마저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디딤소리가 죽을 때도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고, 검은바위가 서슬뱀에게 제압당할 때도 손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큰바위와 남매였다는 엄청난 사실을 들을 때도 호흡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서슬뱀의 뜻에 따라 삽시간에 큰버루를 장악한 소슬바람은 버루산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기이한 원혼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이제 너는 진정한 큰버루의 제사장이 될 것이다!


서슬뱀의 말에, 물소뼈 탈을 쓴 소슬바람은 말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어째선지 눈물만은 마음껏 나왔다.


서슬뱀이 주문을 외우자, 신들의 땅에 거한다는 우레미르가 소슬바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그녀의 혼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이 일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소슬바람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아픈 것 때문이 아닌, 우레가람 때문이었다.

서슬뱀이 우레가람을 어찌하였길래, 우레미르가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이 제사장이 된다는 것일까. 어째서 서슬뱀이 이렇게 과격히 움직이는 것인가.

소슬바람은 기도하였다.


-우레미르시여. 역대 제사장들이시여. 그도 아니라면 천지신명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부디 우레가람을 도와주소서.


천지신명이 도운 것인지, 소슬바람의 귓가로 우레가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구하러 온 듯, 서슬뱀과 대치하는 것 같았다.


-무사하구나, 우레가람.


소슬바람은 안도하였고, 얄궂게도 그녀가 마음을 놓자 머릿속의 고통은 사라졌다. 대신 ‘무언가’가 그녀의 내부로 파고들어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얼마 후, 소슬바람은 제사장의 권한을 이식받았고, 신을 받들게 되었다. 동시에, 그녀는 ‘목소리’를 들었다.


‘내 너를 지켜보리라. 나의 뜻은 언제고 너와 함께하리라.’


그것은 우레노을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여지껏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강력한 주술의 힘이 그녀를 옭아맸다. 큰버루의 영역, 넓은머리, 붉은피부 부족의 영역 및 인근 열 개 부족의 영역이 모두 그녀의 인지에 들어왔다.


인근의 모든 땅덩어리에 걸린 형용치 못할 주술이 그녀를 감쌌다.

우레노을의 안배였다.

본디 우레가람을 위해 대지에 걸어놓은 대규모 주술.


하지만 얄궂게도, 우레노을의 안배는 소슬바람에게 돌아갔다.


‘네 마음속에 증오와 괴로움이 남지 않았을 때.’

‘네가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때.’

‘네가 신과 교감하고 있을 때.’


우연찮게도 우레노을이 안배에 걸어놓은 조건은 모두 소슬바람의 현 상황과 부합했다.

한때 드넓은 광야의 지배자라 불린 우레노을이 남긴 모든 안배가, 그녀에게로 흘러들었다.


‘너는 내 깨달음을 모두 전수받고, 제사장의 최종 경지에 이르리라.’

‘인근의 대지가 모두 네게 고개를 조아리리라.’

‘이는 불길한 예지를 피해갈 나의 안배이니.’


우레노을이 우레가람과, 큰버루 부족, 인근 모든 부족을 위해 걸어놓은 강력한 힘이 있었다. 소슬바람은 그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다.

스스로의 혼이 빠르게 붕괴하는 것이 느껴졌다.



짧은 순간, 소슬바람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 나는 죽는다. 영혼마저 산산히 부스러져 존재가 지워진다.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내게 마음을 준 이에게 도움이 되자.

나를 키워준 부족에 도움이 되자.


나를 키운 이가, 죽은 후에나마 고통받지 않게 해주자.


큰버루 부족에 스며든 삿된 힘을 느끼며, 소슬바람은 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천벌이 떨어졌다.


소슬바람의 기억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거세게 쥐었다.


“헛소리 마... 내가 너를 구할거야...!”


소슬바람의 영혼에 꽂힌 제사장의 권한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그것만 찾는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혼이 권한을 놓지 않는다. 마치 해야할 일이 있다는 듯.


“소슬바람! 왜!”


대체 왜!

그때, 내게 기억을 보내주던 소슬바람이 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물소뼈 탈을 푹 눌러쓰며 뒷걸음질을 쳤다. 내게서 조금 떨어진 소슬바람이 서슬뱀을 가리켰다.


“삿된 것아, 아직도 몸을 드러내지 아니하느냐!”


쿠르릉!


서슬뱀의 몸을 내리찍던 벼락이 더욱 더 기세를 불린다. 이미 재가 되어버린 서슬뱀의 몸이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새하얀 빛덩어리가 흘러나왔다.

서슬뱀의 영혼이었다.


“저건...”


나는 서슬뱀의 영혼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뭔가가 있다.


우우웅!


서슬뱀의 혼이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서슬뱀의 혼 주위로 무언가가 서서히 떠오른다. 그것은 검은색의 실이었다.


나는 동쪽 끝에서부터 검은 실이 날아와 서슬뱀의 가슴에 깃든 것을 기억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동쪽 끝 신의 힘...”


쿠르릉!


무어라 손을 쓰기도 전, 서슬뱀의 혼을 향해 다시금 벼락이 떨어졌다.


“서슬뱀은 큰버루의 대죄인이며, 우레미르께 무례를 범하였다. 그러니 나 제사장 소슬바람은 서슬뱀의 영혼마저 우레미르께 번제로 바칠 것이니라!”


하늘이 일순간 푸르게 물든다. 다시금 수백 줄기의 푸른빛이 떨어졌다. 서슬뱀의 영혼은 번갯불을 맞으며 발버둥쳤다. 번개가 한번씩 내리칠 때마다 그 영혼은 발버둥을 쳤고, 동시에 혼백을 감싼 검은 실도 점차 옅어졌다.


“더 이상은 안 돼.”


코피가 흐른다. 내 역량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주술을 썼다. 아마 이것으로 수명이 오 년은 깎일 터. 하지만 이제 소슬바람의 혼은 한계치다.


“하늘과 땅에 서린 신령함이여, 부족을 돌보시는 영들이여, 부디 도우소사.”


수를 세기 힘들 정도의 주술들이 내 주변에서 짜여진다. 마치 인근으로 주술의 파도가 흐르는 듯 하다. 수많은 주술들은 소슬바람에게, 그리고 서슬뱀에게 각기 달려들었다.

제사장의 권한을 억지로 다시 뺏는다. 그리고 서슬뱀의 영혼을 그 자체로 지워버릴 것이다.


“소슬바람, 네가 할 필요 없는 일이야. 이젠 내가 하겠어.”


물소탈을 쓴 소슬바람이 얌전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한다.


“이미 늦었어. 우레가람.”


소슬바람이 서슬뱀의 영혼을 가리켰다.


“그가 왔어.”


쿠구구구구!


하늘이 어두워진다. 갑작스레 먹장구름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음산한 돌풍이 천지사방을 뒤덮는다.

사악하다. 사악하고 또 사악한 힘이 서슬뱀의 혼을 감싼 그 작은 실에서부터 줄기차게 뿜어진다.

그리고 저음의 목소리가 버루산 정상을 울렸다.


[누가 내게 바쳐진 제물을 앗아가는가.]


“나다.”


소슬바람의 말에, 사악한 무언가의 ‘시선’이 버루산의 정상을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영혼은 스스로 자신을 바치겠다고 하였다. 나의 힘까지 끌어 썼을진대 너는 무슨 권리로 이를 앗으려 하는가.]


“무슨 권리?”


쿠르릉, 쿠릉!


먹장구름 사이로 푸른 빛이 번뜩였다.


“상서롭지 못한 신이여. 그대는 감히 우레미르의 제단 앞에서, 우레미르의 권능에 번제로 바쳐진 제물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가?”


[인간이여, 보아하니 그대의 혼백은 곧 붕괴할 듯이 금이 가 있구나. 정식 제사장도 아닐진대 그대는 감히 나와 말을 섞을 자격도 없다. 가련한 거짓 제사장아, 너의 신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한데 감히 내게 맞서는 것이냐?]


형용할 수 없는 사악한 힘이 버루산의 정상을 휘감았다. 시커먼 기운이 점차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짙어지기 시작한다. 사악한 힘 사이사이로 거대한 손들이 보였다. 손의 개수는 수십을 넘어 수백개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손 하나에 손가락이 여섯 개라는 점이였다.


나는 이를 악물고 주술을 펼치려 했다. 어떻게든 저 신을 막고, 소슬바람을 구해야 한다!


그때였다.


파앗!


황금빛의 주술이 나를 휘감았다. 내 모든 영력이 그 주술에 눌렸다. 내 주술도, 영력도, 행동의 자유마저 억압한 황금빛 동앗줄. 우레노을의 안배를 얻은 소슬바람이 펼친 것이었다.


[거기 있어, 우레가람.]


소슬바람의 염화. 당장이라도 이 주술을 풀려고 했지만, 혓바닥 하나 움직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레노을이 준비해놓은 안배가, 본디 그녀가 사용할 수 없는 주술의 힘을 부여해 준 것이다.


나는 되는대로 근육을 움직여 입술을 짓씹을 수밖에 없었다.


사악한 신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또 그 벼락의 세례를 날리려 하느냐? 이제 그것을 한번만 더 날리면 네 혼은 그대로 깨져버릴 것이다, 거짓 제사장아.]


[소슬바람!]


나는 소슬바람을 보며 다급하게 염화를 보냈다. 정신력만으로 주술을 짜 내며 내 몸을 묶은 힘을 풀어 헤쳐나간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삿된 신이 조롱하듯 말했다.


[설령 그 힘이 다시 내려도, 나는 사라지지 아니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을 삼키기 위해...]


“나, 큰버루의 제사장이 고한다.”


소슬바람이 삿된 신의 말을 끊고 양팔을 들었다.


“열리소사, 버력의 잔치여!”


천벌의 잔치가 열린다. 먹장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이 다시 새파랗게 변모한다.


[하하하... 의미없는 짓을 하는구나.]


그리고, 벼락이 떨어졌다.


하늘의 진노는 악신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전혀 의외의 곳으로 떨어졌다.

노을계곡의 안쪽, 솟은산의 정상, 푸르강의 줄기 구석구석. 그리고 즈믄평원의 끝 넓은머리 부족을 향해서.


사방천지 곳곳으로 벼락이 흩뿌려진다.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행위, 그러나 그것에 삿된 신이 비명을 지른다.


[어찌! 네가 어찌 위치를 아느냐!]


사악한 힘이 옅어진다. 삿된 신의 형상이 허물어졌다.


[나의 아이를 보내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박은 쐐기를... 우레노을조차도 이십 년이 지나도록 알아차리지 못한 힘을...!]


삿된 신의 음성에 중년인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아마 동쪽 끝의 현자라는 자이리라.

소슬바람의 눈에서 황금빛 광채가 치솟았다.


“상서롭지 못한 자여, 선대 제사장께선 이미 알고 계셨다. 다만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을 뿐. 하나 그대가 강림하며 힘을 끌어온 덕에 지금 위치를 알게 되었다.”


마치 밤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소슬바람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내가 곧 큰버루의 제사장이니라!”


낭랑한 소슬바람의 목소리에선, 늙어가는 노인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나는 저 주술을 알고 있다.


[하하하하하! 거짓 제사장이여, 지금 움직이는 것은 그대의 의지조차 아니구나. 우레노을이 남겨놓은 의식 한줄기에 휘둘리는 꼴이란!]


이제 삿된 신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중년인의 목소리만이 사악한 힘 속에서 울렸다.


쿠르릉!


얼마동안 다른 마을, 혹은 큰버루 인근의 지형지물을 때리던 벼락들이 삿된 신의 형상에게 집중되었다. 중년인의 목소리가 조롱하듯 소리쳤다.


[그렇군. 벌써 깨져버렸어야 할 영혼이 아직까지 버티는 것은, 그대가 우레노을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이구나! 너를 조종하는 그 의지가 네 영혼을 억지로 붙여놓고 있어!]


“... 나를 움직이는 것은 그분의 깨달음이다.”


[그릇도 되지 않는 것이 깨달음만 얻어서 뭘 하느냐, 하하하...]


천 개의 손을 가진 신은 이제 반투명해 보일 정도로 옅어졌다. 삿된 신이 가진 천 개의 손이, 일제히 소슬바람을 가리켰다.


[큰버루 부족의 제사장아, 그대는 내 제물을 앗아갔으니, 나의 저주를 받을지어다.]


쩌저적!


소슬바람이 쓴 물소탈에 수십 개의 균열이 인다. 소슬바람이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서슬뱀을 보내 절망을 주재하려 한 것은 실패했지만... 이제 우레노을의 후계자는 죽을테니, 곧이어 서쪽의 광야도 점령할 수 있겠구나... 오늘은 기쁘게 물러가주마.]


중년인의 목소리를 끝으로, 버루산의 정상에 사악한 힘은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렸다. 먹장구름이 흩어진다. 먹장구름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췄다.


파앗!


마침내 소슬바람의 주술을 전부 풀어낸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와르르..


물소탈은 산산조각 나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소슬바람은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나는 소슬바람이 쓰러지기 전, 그녀를 안아들었다.


“... 소슬바람.”

“우레가람...”


점차, 소슬바람의 혼이 흩어진다. 나는 소슬바람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가 힘없이 말했다.


“... 그 자가... 날 부르고 있어...”


무시무시한 저주다. 며칠 동안 제사를 지내 풀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몇 년은 정과 신을 허비해야 풀릴까 말까한 가공할 악의.


거기에 소슬바람의 혼은 어떤 강력한 흡입력에 빨리고 있었다. 그 흡입력은 동쪽 끝에서 오고 있었다.

내가 맞았어도 반 년은 오락가락했을 힘이었다.


무엇보다도, 소슬바람은 우레미르와 접신하느라 혼 자체에 무리가 잔뜩 가 있었다.

소슬바람이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미안... 사실, 저 자가 저주를 내릴 건 알고 있었어.”


그렇다. 소슬바람은, 본디 내가 받아야 할 악신의 저주를 대신 받은 것이다.


“... 내가 맞았으면, 그냥 반년이면 끝날걸.”


“반년이나 네가 힘을 못쓰면, 그 자는 신이 나서 사악한 힘을 마구 보내올 걸?”


“.....”


“우레가람.”


“응?”


“...내가 죽으면... 내 시신은 귀신굴에 넣어줘.”


“... 그럴 수 없어. 가장 양지바른 곳에 묻어줄 거야.”


소슬바람은 킥킥거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 아버지의 잿가루는, 노을계곡에 묻어줄 수 있어?”


“.....”


“어렸을 때, 넓적머리 부족에 갈 때면 아버지가 항상 말했어. 자신이 죽으면 시체는 노을계곡 인근... 무덤 두 개가 있는데... 그 옆에... 묻어달라고... 하시더라...”


나는 소슬바람의 손을 꼬옥 잡았다. 놓기가 싫었다.


“정말, 다시 만나기 싫은 아버지지만, 그거 하나만... 해 주면... 나도... 편히 갈 것 같아.”


“...네가 어디 묻힐지는, 안 물어봐?”


그녀가 킥킥거린다.


“너와 같이 귀신굴에 들어가고 싶지만... 싫다면, 네 뜻에 따를게. 우레가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소슬바람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너는... 내 옆에 묻힐 거야, 소슬바람. 나와 함께, 아주 오랜시간, 백년해로한 후에.”


소슬바람의 혼에 꽂힌 제사장의 권한이 다시 넘어왔다. 우레미르와의 연결이 회복되었다. 동시에 소슬바람의 혼에 작용하는 흡입력이 더욱 강해졌다. 사악한 기운이 점차 그녀를 감싸안는다.


“서슬뱀은, 내가 죽였어야 했어. 네가 놈을 먼저 죽였으니, 너는 그 댓가를 받을 거야.”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죽일 자를 빼앗았으니, 그 댓가를 치루기 전에는, 아무데도 못 가!”


쿠릉, 쿠르릉!


소슬바람을 제단 위에 눕혔다. 우레미르와의 연결을 강화하였다.


“나의 신이여. 제사장 소슬바람이 그대에게 죄인을 번제로 바쳤습니다. 죄인의 피와, 살과, 혼을 드렸습니다. 부족한 제사장 우레가람은 공경의 뜻으로,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바치겠나이다.”


이제 끝이다.


“제사장을 맡았던 자, 우레노을의 전승자. 큰버루의 예비 대모. 소슬바람의 ‘낮’을 당신에게 바치겠나이다!”


쿠르릉!


우레미르가 화답하듯, 벼락이 울렸다. 나와 연결된 우레미르가 소슬바람의 ‘낮’을 받아먹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포만감을 느낀 듯, 녀석이 만족스럽단 의지를 보냈다.


“우레... 가람...”

“소슬바람...”


손을 덜덜 떨며, 디딤소리가 조각한 뼈 목걸이를 들었다.

눈을 감아가는 소슬바람을 보며, 웃었다.


“내... 짝이, 되어줘.”


입을 몇 번 달싹거린 소슬바람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소슬바람의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이것으로, 나와 소슬바람은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소슬바람은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 버력은 순우리말로 천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버력과 천벌은 혼용되어 쓰일 예정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문맥상 더 간지나는 단어를 쓸 생각인지라...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항상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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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조상신(16) +1 21.06.15 83 4 18쪽
43 42. 조상신(15) +1 21.06.14 91 5 16쪽
42 41. 조상신(14) +1 21.06.13 106 4 18쪽
41 40. 조상신(13) +1 21.06.12 92 4 13쪽
40 39. 조상신(12) +3 21.06.11 9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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