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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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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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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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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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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6. 부족의 신(26)

DUMMY

서슬뱀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딸아... 네가 이걸 본다면, 나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것이 없구나. 모든 걸, 심지어 너마저 걸었음에도 패배했다는 뜻이니까...]


서슬뱀은 나를 보며 서슬바람이라고 하였다. 웃긴 꿈이다.


[이 꿈은 너한테만 보여질 것이다. 딸아. 서슬바위는 검은바위가. 우레가람은 우레노을이 사랑을 주었지만, 너에게는 내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구나. 네 어미한테 자주 데려다 준 것도 아니고, 어미의 손에서 뺏어왔으니... 나는 못난 아비다. 이 꿈을 본다면, 나를 평생 용서치 않았으면 좋겠다.]

[이 못난 아비가 속죄를 하기 위해... 너와 네 형제, 그리고 아마도 내게서 승리했을 녀석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였다. 나를 이긴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소슬바람, 너에게는 내 ‘경험’을. 네 형제 서슬바위에게는 내 ‘재능’을. 네 연인인 우레가람. 그 자식한테는... 내 남은 ‘수명’을 줄 것이다.]

[나는 네가 우레가람, 그 자식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쯤은, 내가 뼈에 사무치게 안다. 우레가람에게 전해질 내 남은 수명은 녀석의 생명력과 하나될 것이고, 녀석이 훨씬 오래도록 살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네게 힘을 주겠다. 내 전승을 받은 너라면, 우레가람의 속에서 동화된 내 수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딸아. 만약 그 녀석이 너를 아프게 한다면, 지체없이 이 전승을 이용해 그 녀석의 생명을 빼앗아 버리거라.]


꿈을 꾸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소슬바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나를 소리소문없이 죽이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서슬뱀이었다.


꿈속에서 서슬뱀은 내게 나의 수명을 빼앗는 주술을 가르쳐 주었다.


악신의 사악한 권능은 아니었고, 아무래도 광야를 떠돌며 독자적으로 얻은 주술인 듯했다.


[딸아, 이 아비의 삶과 기억이 네게 가치 있었으면 좋겠구나.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서슬바람.]


그렇게 서슬뱀은 눈 앞에서 사라졌다.


[... 그런데, 왜 내게 이런 걸 보여주는거냐. 서슬뱀.]


그 쯤에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내 뒤편에서 인기척이 났다.

뒤를 돌아보자, 서슬뱀이 서 있었다.


[소슬바람에게 줄 전승 아니었나?]


서슬뱀이 나를 보며 말했다.


[...어긋나버렸지. 딸아이가 내 혼째로 나를 우레미르에게 바칠 줄이야, 내가 알았겠나. 우레미르는 내 수명과 재능. 그리고 내 혼의 대부분을 먹어치웠다. 원래 너와 큰바위에게 주려던 것조차 없어졌지. 지금 네게 말하는 것은 내 잔존의식이다.]


[보아하니 내가 손만 까딱여도 넌 소멸하겠군.]


어느새 꿈 속은 내 심상계로 전환되어 있었다. 적어도 심상계 속이라면 나는 신과 다를 바 없었다. 거기에다 서슬뱀의 잔존의식은 말 그대로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존재감을 가진채였다.


[너라도 고문하며 이 기분을 풀까?]


녀석의 시간배율을 잔뜩 늘려서 녀석이 자연소멸하기 전까지 고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슬뱀의 잔존의식은 눈조차 깜빡하지 않고 콧웃음을 쳤다.


[내 딸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느냐, 이럴 시간에 내게서 서슬바람을 살릴 방안을 듣는 것이 낫지 않나?]


[.....]


난 녀석을 노려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파앗!


심상계는 어느새 한 지하 밀실로 바뀌었다. 작은 방 한 가운데에는 의자가 있었고, 주변으로 핏물이 낭자했다.

하상진의 기억에 있던 장소였다.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서슬뱀은 의자에 앉은 상태로 바뀌었고, 사지를 구속당했다.


[그래, 이제 말해 봐라.]


지하밀실의 구석에서 고문용 집게가 날아와 손에 쥐여졌다.


[소슬바람을, 어찌 구할 수 있지? 허튼 소리를 할 때마다 너를 고문하겠다.]


[... 허튼소리를 하겠느냐? 나 역시 아비다. 자식이 저런 꼴을 당했는데... 네게 허튼소리를 할 정도로 못나진 않았다.]


한숨을 쉰 서슬뱀이 말했다.


[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동쪽 끝의 현자. 그 자가 내게 최면을 걸었다.]


[최면?]


[그래.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내 복수의 방향을 틀어놓는, 사소한 암시였지. 그 때문에 그 자에게 항상 위화감을 느꼈고, 우아미니부에게 그런 당부를 했던 게지. 다만 힘을 받은 후 위화감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사악한 권능을 받은 후부터 동쪽 끝의 현자가 건 암시가 내게 완전히 녹아들었던 것일 터...]


[서론이 길군. 그래서 소슬바람의 ‘낮’은 어찌 되돌리지?]


집게를 눈 앞으로 들이밀며 서슬뱀을 윽박질렀다. 하상진의 기억에 있던 가장 공포스러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서슬뱀은 집게가 뭔지도 몰라서 그런지 감흥이 없어보였다.


[...동쪽 끝의 현자는... 세 가지 시련을 완수한 내가 힘을 달라고 하자,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첫째는 역천의 비술. 둘째는 악신의 권능. 나는 네가 본 악신의 힘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동쪽 끝의 현자. 그 자가 가지고 있는 역천의 비술이라면... 딸아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천의... 비술?]


[‘다섯 불꽃’이라고 불리는 주술이었지. 다섯 산봉우리 위에다가 동시에 불꽃을 붙이고, 제사를 지내면 ‘어떤 일’이든 일어나게 할 수 있다 하였다. 자신이 그 주술의 주술식과 제사방법을 알려줄테니, 그 비술로 죽은 마필리를... 되살려내라고 하더군.]


[...죽은 자를 되살린다고?]


내가 아는 것 중, 죽은 자를 살리는 주술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시체를 일으키거나, 원령에게 잠시 육신을 빌려주는 것.


[시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당연히 그리 물어봤지. 마필리의 영혼은 우레노을이 네게 먹였다고 설명했으면서, 영혼이 먹힌 마필리를 살려봤자 시체를 살리는 것이 아니냐 물었다. 그러자 동쪽 끝의 현자가 그리 말하더군.]


서슬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빼앗긴 영혼조차 문제없이 돌려낼 수 있는 주술이라고. 네가 딸아이의 낮을 바친 것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주술이 아닌가?]


[...그 말을 어찌 믿지?]


[악신의 힘을 받고 돌아오는 와중, 황야 가운데의 한 제사장에게 들러 물어보았다. 역천의 비술 다섯 불꽃이라는 게, 효력이 존재하냐고.

그러자 황야의 제사장이 말해주더군. 동쪽 끝의 현자는 믿을 수 없지만 다섯 불꽃은 믿을 수 있는 주술이라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동쪽 끝 현자의 사악한 주술을 받아들였던 몸. 지금도 네 잔존의식이 사악한 힘에 물들어, 나를 꾀려 하는 게 아니란 걸 어찌 믿느냔 것이다.]


내 물음에 서슬뱀의 잔존의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을 묶어두는 데 쓰였던 의식의 힘은, 녀석이 기세를 쏘아내자 흔적도 없이 풀어져 버렸다.


녀석이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짚었다.


난 딱히 제제하지 않았다. 녀석은 소멸하는 중이었다. 이 상태에선 내게 어떤 수작도 못 부릴 것이다.

서슬뱀의 형상이 반투명해졌다.


[간단하다. 본래 서슬바람에게 주려했던 내 경험을, 기억을... 네게 줄 것이야. 그것은... 우레미르가 아직 흡수치 않았으니.]


녀석의 잔존의식이 밝은 빛무리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딱히 강요하진 않겠다. 그저 내 기억을 보고, 네가 판단해라. 사악한 힘에 의해 편집된 부분이 있는지.]


빛무리가 내 의식체를 향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네게 내 기억과 경험을 맡기는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싫다... 하지만, 서슬바람을 나 대신 사랑해줄 이는... 이제 너이니, 네게 맡기마. 부디 딸을 구해다오.]


[... 소슬바람을 구하기 위해 동쪽 끝 현자한테 가서 아양이라도 떨란 말이냐? 우리 부족을 공격한 녀석에게?]


서슬뱀이 웃었다. 우습다는 모양새였다.


[큰버루 부족의 사내가 언제부터 아양을 떨었느냐? 가서 명치에 창을 꽂아주고, 지식을 토해내게 해라. 그게 우리 큰버루 사내의 방식이다!]


녀석의 존재감이 내 심상세계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조차 미덥지 못하다면, 네가 오늘 주술사들에게 들었던 소문의 기원들을 찾아가 봐라. 내 기억 속, 그 기원이 되는 마을들을 찾아가 본 경험이 다 있으니. 가서 동쪽 끝의 현자를 쳐죽이고, 이야기들의 기원을 찾아 딸을 구해다오.]


[말하지 않아도 그럴 것이다.]


[서슬바람을... 아니. 소슬바람을 맡기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슬뱀의 잔존의식은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내 뇌리로, 무언가 덩어리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 덩어리 같은 느낌의 물체들을 살펴보자, 수많은 장면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슬뱀의 기억이었다.


* * *


눈을 뜨자, 어두침침한 천막의 꼭지가 보였다.


“...서슬뱀.”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쉴새없이 이야기를 뿜어내는 느낌이었다.

서슬뱀의 전승, 서슬뱀의 기억이었다.


우레노을이 나를 위해 준비한 전승은 소슬바람이.

서슬뱀이 소슬바람을 위해 준비한 전승은 내가 가지게 되었다.


“운명은 정말 재밌군.”


천막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을 올려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녀석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쌓아온 모든 기억이 내게 들어와 있었다.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장식용 창을 잡았다.


창을 잡자, 창과 관련된 무수한 ‘경험’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창을 휘둘러보았다.


부웅!


창이 손에 착착 감기며 휘둘러졌다.

마치 무기와 하나된 듯한 모양새였다.

진짜로 무기와 하나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녀석의 가공할 전투경험을 얻었다.

나의 창 실력은 단숨에 무기와 하나된 전사와 근접할 정도가 되었다.


부웅 부웅!


창을 몇 번 휘둘러 보며 서슬뱀의 창법을 몇 번 시연해 보았다.

몸이 제대로 따라가진 않았지만, 녀석의 경험이 말해주고 았었다.

무기와 하나되지 않은 전사는, 내게서 창으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늬바람. 그리고...”


나는 주술에 말을 실어 세 사람을 불러냈다.

얼마 후, 천막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큰바위였다.


“무슨 일이지, 우레가람.”


“할 말이 있다. 데려오라고 한 녀석은?”


“...우아미니부!”


큰바위가 부르자, 천막 안으로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우아미니부였다. 나는 아직도 천막 바깥에 서 있는 이를 불렀다.


“들어오십시오, 하늬바람.”


천막 안으로 하늬바람이 조용히 들어섰다.


“왜 부르셨습니까?”


“세 사람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하늬바람에게 말해주고는, 큰바위와 시선을 마주쳤다.


“큰바위.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어디?”


“동쪽 끝!”


잠시 천막 내로 침묵이 흘렀다.

큰바위가 입을 열었다.


“할 말은, 그게 끝이냐?”


“아니. 우아미니부의 처분에 대해서도 말할 게 있다.”


“들어보지.”


나는 우아미니부에게 말했다.


“우아미니부. 지금 부른 이 무녀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하늬바람. 서슬뱀이, 가끔 말해 줬습니다. 자기, 짝이라고.”


“그래, 그리고 저기 누워있는 소슬바람도 알고 있겠지?”


우아미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입니다. 그리 압니다.”


“하면, 네게 둘을 지키라고 하면, 따를 수 있겠느냐?”


잠시 우아미니부는 침묵했다.

대신 큰바위가 입을 열었다.


“녀석의 처분을 왜 네 마음대로 정하지?”


“...마음에 안 들면 의견을 내 줘. 큰바위. 네 말이라면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잠시 고민하던 큰바위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말하지. 할 말은 이게 끝이냐?”


“하늬바람에게도 할 말이 있다.”


하늬바람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신에게 준 것을 돌려받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말해주십시오.”


“...동쪽 끝으로 간다 했지요. 왜 가는 겁니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어왔다.

나는 답했다.


“서슬뱀에게 씐 악령은 동쪽 끝 마을이라는 곳에서 왔습니다. 그곳으로 가서 그 악령에 대해 알아보고, 저주를 해제할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동쪽 끝이라 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하던 하늬바람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군요. 우리 마을에는 동쪽 끝의 현자라는 이의 이야기가 전해지요.”


“.....”


“내 할머니의 할머니. 우리 부족의 마지막 제사장이셨던 분이 일전 세상을 뒤덮었던 대홍수를 처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동쪽 끝의 현자라는 인물을 만나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할머님은 그곳에서 동쪽 끝의 현자라는 인물과 말싸움이 일어났고, 이런 내용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넓은머리의 제사장은 동쪽 끝의 현자에게 어찌하면 부족을 영원히 번성케 할 수 있을까, 라고 하소연을 하였다.

동쪽 끝의 현자는 그 말에, 신에게 모든 부족원의 생명을 바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신을 만들라 하였다.

넓은머리의 제사장은 인신공양을 제안하는 그 태연한 말에, 격노하여 한번 바쳐진 생명은 다신 돌아올 수 없는데 어찌 그리 잔인한 말을 태평히 하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동쪽 끝의 현자는 신에게 바친 생명을 돌려받지도 못하냐며, 넓은머리의 제사장을 비웃었더랜다.


“...이것이 제사장이 원하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동쪽 끝의 현자라는 인물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요?”


“잘 모릅니다. 그냥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내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의 사람인데, 이미 죽은 사람이라도 찾아 나서시렵니까?”


“,,, 어쩌면 그래야 할지도.”


동쪽 끝의 현자.

저 이야기 속의 제사장과, 내가 아는 인물이 동일인물일까.


그건 모르겠다. 추후에 알아봐도 될 것이다.

나는 하늬바람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어찌되었든 동쪽 끝으로 떠나야 합니다. 혹여... 소슬바람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소슬바람이란 말이 내 입에서 나오자, 하늬바람의 눈빛이 약해졌다.

잠시 천막 안에서 침묵이 맴돌았다.

하늬바람이 말했다.


“...서슬뱀과 나는 그리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짝을 맺을 때도, 관계를 가질 때에도, 내 얼굴을 볼 때도... 말은 안 했지만 항상 다른 곳을 보더군요. 절대 그는 내게 진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누군지는 몰랐지만... 더 좋아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지요...”


하늬바람이 소슬바람에게 다가갔다.


“거기에다가 족장이 된 후론 제게서 딸마저 앗아갔습니다. 그것에 화가 나서, 서슬바람과 함께 찾아와도 안 만나준 적이 많습니다. 무녀의 책임에, 부족의 신분에, 서슬뱀과의 관계에 묶여 이 아이에겐 거의 사랑을 주지 못했지요.”


그녀는 소슬바람의 손을 잡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제라도 사랑을 줄 기회를 준다면... 어미 된 자로서 고마울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가만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천천히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솔직히 당신이 딸아이의 짝이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사장과 짝을 맺었다니. 겉보기에야 힘 있는 사람이지만...”


하늬바람이 나와 눈동자를 마주쳤다.


“실상은 힘은 강해도 마음은 약한 괴물 아닙니까? 내 아이가 고생할까봐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이렇게 되었고요.”


“.....”


“한 가지 묻겠습니다. 아이는 당신이 제사장인 것을 압니까?”


“...그렇습니다. 선대 제사장께서 전부 설명해 주셨다 하더군요.”


“사실을 알고도 당신을 평범히 대하더이까?”


고개를 저었다. 그 때를 생각하고, 지금 누워있는 소슬바람을 보자니 눈물이 북받쳤다.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답을 내리고, 저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하늬바람이 다시 소슬바람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그럼 됐습니다. 서슬뱀 그 영악한 자식의 핏줄이라서인지... 어릴 때에도 그렇게 똑똑했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영특해졌겠습니까? 이 아이의 선택을 믿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북받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인사는 되었습니다. 대족장께서 상당히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대족장부터 상대해 주시지요.”


하늬바람은 그렇게 말하며, 소슬바람의 머리칼을 한 번 쓰다듬고, 천막을 나갔다.

자리에는 나와 큰바위, 그리고 우아미니부와 잠든 소슬바람만이 남았다.

큰바위가 말했다.


“...우레가람. 우아미니부. 둘 다 바깥으로 나와라.”


이어진 큰바위의 말에,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우레가람. 넌 좀 맞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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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5 정원교
    작성일
    21.05.29 13:52
    No. 1

    추천, 작가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이루시다
    작성일
    21.06.01 15:06
    No. 2

    작가님 화이팅!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연쇄충돌
    작성일
    21.06.13 06:53
    No. 3

    좀.. 역겹... 신에게 바쳤다면서 아직 소화를 못 했다고 제사장 에게 잔존사념이 경험 과 재능을 줄수 있다니.. 또 하늬바람 이라는 년 이중성도 서슬뱀 한테 딸 줘놓고 관심도 없다가 서슬뱀 쫒겨 났을때 죽었을거라 짐작 찾아 보지도 않아놓고 이제와서 주인공 보고 괴물이니 내딸이니... 정말 괴물이면 복종을 하지 말고 싸우던가 깝치지 말던가... 소설의 소재는 흥미롭지만 짜임새가 너무 부족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0 연쇄충돌
    작성일
    21.06.13 06:56
    No. 4

    서슬뱀 지도 퀘스트 3개 들어주고 힘 받아 와놓고 이제 와서 남자답게 명치에 창꼽고 애기 들어라니.... 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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