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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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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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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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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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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9. 조상신(2)

DUMMY

“...추하다. 서슬뱀.”


서슬뱀을 나직히 욕하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추한 서슬뱀에 의해 나는 많은 것을 잃고, 동쪽 끝으로 향하는 중이다.

추한 인간의 의지가 신을 받드는 제사장을 움직이는 중이다.

나는 그 추한 의지를 감상하며, 가슴 깊이 새겼다.


추한 집착이지만, 나는 그것에 패했다.


다시는 그것에 패하지 않도록, 나 역시 그 추한 마음을 깊숙이 새겨넣겠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추해.”


본래는 창과 전투에 관한 기억만 대충 훑어볼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이 녀석의 그 추한 본성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나 역시 그 추함을 배울 생각이었다.


“가자, 우레버루.”


나는 굴에서 나와 우레버루의 등에 올라탔다. 녀석의 갈기를 잡고 또 다시 달렸다. 저 광활한 숲을 향해서.


나는 의식을 둘로 나눠, 한켠은 버루를 조종하고, 한켠으론 서슬뱀의 기억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녀석의 첫 기억이 전하는 이야기부터 들어볼 것이다.



* * *



첫 기억은 어둠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어둠은 걷히고 밝은 빛이 세상에 드리웠다.


동시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에에에엥!”


세상은 밝았고, 거인 같은 존재들이 아기를 들어올렸다. 아기는 정신없이 울어댔고, 곧이어 한 거인의 품에 안겼다.


난 이 거인이 아기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기의 시점인가?’


곧이어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을의 아기가 그 아이로군. 하하, 가을아... 저런 아이를 얻다니, 복에 겨운 녀석이야...”


중년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이건...’


“앗, 제사장님.”


아기의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예를 취했다. 중년의 목소리가 껄껄 웃음을 토했다.


“앉게. 그나저나 아이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렇다. 이 목소리는, 우레노을의 것이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가의 이름은... 아직 짓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비의 이름을 따 ‘서슬’이라는 말이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그런가. 이름을 지으면 내게 말하게나.”


“예. 제사장님. 뭔가 드릴 게...”


아기의 어머니가 아기를 내려놓고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아기의 옆으로 작은 뱀 두 마리가 기어왔다. 땅뱀이었다.


땅뱀은 방실방실 웃는 아기에게로 가 입을 벌렸다.


“아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노옴!”


그리고 제사장의 다급한 고함도 들렸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다음에 일어났다.

아기가 손을 뻗어 뱀 두 마리의 목을 움켜쥐었다.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억센 악력을 가진 손에, 뱀들은 숨을 쉬지 못했다.

잠시 뱀 두 마리를 가지고 놀던 아기는, 뱀들이 축 늘어지자 재미없다는 듯 뱀을 던져버렸다.


“아... 아아..”


어머니가 아기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런 일이... 신께서 축복을 내리셨군요. 우짖는 새시여...”


“하하하하! 그래. 이 아이는... 우짖는 새의 축복을 받은 아이야. 그럼. 아무렴!”


우레노을 역시 기뻐하는 기색을 내보였다.

아기는 방실방실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두 시선을 바라보았다.

기이하게도,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보다는 처음보는 중년인, 우레노을에게 더욱 웃음을 지었다.


우레노을이 아이를 받아들었다.

어머니가 아직도 진정되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이름은... 서슬뱀. 서슬뱀으로 하겠습니다.”


“그런가... 서슬뱀. 잘 어울리는구나. 잘 어울려.”


그는 어째선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높게 쳐들었다.


“이 아이는... 내 뒤를 이어 제사장이 될 것이다. 서슬뱀! 너는 내 뒤를 이을 것이야! 하하하하하!”


우레노을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아기를 들고 웃었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방실방실 웃기만 했다.


‘이것이...’


태어나자마자 뱀 두 마리를 잡아죽인 아기, 서슬뱀의 첫 기억이었다.



* * *



두두두두두-


우레버루는 빠르게 달려, 어느새 새벽산맥을 내려와 광활한 숲에 발을 디뎠다.


“빠르군... 좋아...!”


눈 한 번 깜빡일 그 작은 순간에, 수십 그루의 나무가 뒤로 슉슉 넘어간다.

빠르다.

태생부터 비범했던, 서슬뱀의 기억을 감상하며, 동시에 버루를 조종한다.

그러던 중이었다.


“....?”

나는 기묘한 위화감에 눈을 흘겼다.


“우레미르와의 연결이... 약해졌군.”


우레노을이 남긴 전승을 벗어나서야 연결이 약해졌다.

저 새벽산맥 안쪽의 대지 자체에 우레노을의 전승이 걸려있으니, 저 대지 전체가 큰버루의 문화권이라는 소리였다.


자신의 문화권을 떠난 신은 약해진다. 제사장과의 연결도 약해진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숲... 뭐지?”


갈기를 잡아당겨 버루의 속도를 늦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마어마한 영성(靈性)이 이 숲에 서려있다.

기본적으로 영기가 충만한 것이, 거대한 신전(神殿)을 연상케 했다.


큰버루의 문화권을 빠져나왔더라도, 이 정도의 영기가 서린 곳이라면 결코 신과 연결이 약해질 리가 없었다.


이 정도라면 큰버루산의 정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영기였건만, 기이하게도 우레미르와의 연결은 한참이나 약해진 상태였다.


“이상하다... 뭔가 주술적인 힘이 깃든 건가?”


가끔 자연지물 자체가 우연히 주술적인 힘을 갖는 경우도 있다 하였다.


‘우레노을이 전승을 이 숲에 걸치지 않게 하려 했던 이유가... 이 기이함 때문인가?’


숲을 자세히 관찰하며 버루를 몰 때였다.


파앗!


“버어어어어어!”


갑작스런 충격과 함께, 버루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길을 틀었다.


“무슨...”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길쭉한 무언가가 날아와 버루를 노렸다.

우레버루가 성난 듯 근육을 부풀리자 창을 곧바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직후 수 명의 피부가 검은 사내들이 주변을 둘러쌌다.

그리고 버루의 밑에서 한 남자가 빠르게 기어나와 무기를 잡았다.

아무래도 처음 버루가 진로를 틀었을 때, 저 자가 몸통박치기로 버루의 진로를 바꾼 것 같았다.


그들은 저마다 창과 돌도끼 등 무기를 잡아들며 전사의 함성 같은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야아아아아아!”


즉시 통역주술을 짜 두르며 외쳤다.


“잠깐! 당신들은 누구요! 왜 이러는 것이요!”

“네놈! 이방 부족의 전사여! 감히 큰뿔소를 타고 우리 숲을 망치면서 왜 이러느냐는 말이 나오느냐!”


버루에게 몸통박치기를 해 진로를 틀었던 남자가 돌도끼를 잡고 소리쳤다.


“이 숲을 지나가고 싶다면, 그 큰뿔소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꺼져라!”


“못 하겠다면?”


내가 살기를 끓어올리자, 피부가 검은 사내들의 눈빛도 흉험해졌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거세게 쥐었다.

그 모습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저들의 기세가 일체된다.

피부가 검은 사내들 중 여덟 명의 전사가 무기와 하나된 전사였다.



나머지 열댓명의 전사들도 기세가 상당히 거친 것이, 상당히 강력한 이들이었다.


‘큰버루 인근 부족들은... 한 부족에 무기와 하나된 전사 둘이면 강력한 부족이었는데...’


이들은 뭐란 말인가!

물론 무기와 하나된 전사가 백 명이 모여있는게 아닌 한, 내가 긴장할 이유는 없었지만 말이다.


우레미르와의 연결은 약해졌지만, 숲 자체가 거대한 영기의 보고이다.

주술을 짜내기 더없이 쉬운 환경이었다.


숨을 내쉬며, 수십 수백개의 주술을 동시에 짜낼 때였다.


“잠깐!”


몸통박치기를 한 전사의 뒤에 있던, 조금 앳된 전사가 소리쳤다.


“잠깐, 잠깐... 저 큰뿔소를 탄 전사가 두른 것을 보시오!”


“왜 그러냐?”


조금 앳된 전사는 나를 가리키며, 황급히 외쳤다.


“저 큰뿔소 가죽... 그리고 손에 든 큰뿔소 뼈 창... 저것들이 무엇인지 잊었습니까!”


그 말에, 검은 피부의 전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앳된 전사가 소리쳤다.


“서슬뱀! 서슬뱀의 것입니다! 저자는 서슬뱀과 같은 부족이 분명합니다!”


그 말에, 무기와 기세를 일치시킨 여덟 전사가 일제히 기세를 풀었다.

나를 향해 무기를 들이대던 전사들 역시 무기를 내렸다.

전사들의 눈가에 호의가 흘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몸통박치기를 시도한 전사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미안하네 형제여! 그대가 생각 없이 숲을 침입한 자인줄로만 알았지. 위대한 전사와 같은 부족원이었다는 것을 몰라보았네! 우리의 무례를 용서하게.”


“.....”


서슬뱀의 이름이 나오자 갑작스레 태세를 전환하는 전사들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한 번 정도는 넘어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는 이 숲을 지나서 동쪽으로 가야 합니다만... 길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최대한 숲에 피해가 가지 않게 가겠습니다.”


“동쪽으로 간다라... 서슬뱀과 같은 소리를 하는군.”


“... 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겠네. 아... 그런데.”


우두머리 전사가 미안하다는 듯, 우레버루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미안하게 됐네. 그만 자네의 큰뿔소를 상처입혔구만.”


“...!”


황급히 허벅지를 쳐다보자, 우레버루의 허벅지에는 상당히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아까 전 몸통박치기를 했을 때 낸 것이 분명했다.

그제야 나는 우레버루가 상당히 분노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버어어어...”


녀석이 콧김을 내뿜으며 근육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안 돼. 이대로라면...’


미친 듯이 날뛰면서 주변을 짓밟을 것이다.


“잠들어라!”


타악!


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짜낸 수백 종류의 제압주술과 마비 주술을 우레버루에게 쏟아부었다.


“버어어어!”


쿠웅!


녀석의 무지막지한 근육에 수십개의 주술이 깨져나갔지만, 결국 분노한 우레버루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잠시 자고 있어라, 우레버루.”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녀석을 잠재운 후, 등 위에서 내려 상처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깊은 상처였다.


우레버루가 아직 조금 어린 버루라지만, 돌처럼 단단한 녀석의 근육을 뚫고 상처를 낼 수 있다니.


저 전사는 상당한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끄음...”


나는 침음성을 흘리며 주술로 상처를 지혈하고, 생명력을 돋우는 주술을 불어넣었다.


아무래도, 최소 열흘은 있어야 완쾌할 것 같았다.


그때 우두머리 전사가 다가왔다.


“정말 미안하게 됐네, 젊은 전사여. 상처를 보아하니... 큰뿔소라도 최소 이레는 쉬어야 할 것 같군. 우리 마을에서 쉬게 하는 건 어떤가? 정말 미안해서 그런데, 자네와 큰뿔소를 대접해주고 싶군.”


말투와 통역주술로 보아, 정말로 미안한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녀석의 상처와 전사를 번갈아 본 후,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었다.


“하면 모쪼록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대접할 기회를 주어서 고맙네.”


나는 그렇게, 이 숲속 부족의 마을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 * *



약 스무 명의 전사들이 잠든 우레버루를 들쳐맸다.

나는 우두머리 전사, 사하시라는 자와 함께 나란히 숲을 걸었다.


“나는 사하시라고 하네. 이름이 뭔가, 젊은 전사여.”


“우레가람이라 불러주십시오.”


“서슬뱀하고 어감이 비슷하군. 역시 같은 부족이야. 하하하!”


“...그나저나, 정말 훌륭한 전사들입니다. 여덟이나 기세와 하나되다니요.”


“하하하! 조상님들의 은덕 탓이지! 우리의 튼튼한 육체도, 무기를 다루는 지혜도, 이 숲도!”


“조상님들이라...”


-넓적머리 너머에 있는 부족만 하여도 조상의 영을 불러 지혜를 구한다!

서슬뱀의 말이 생각났다.


“이 풍족한 숲도 조상님들이 주셨단 말이군요.”


이 숲에 서린 영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나 그 말에 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뭐... 사실 썩 풍족한 숲은 아니지.”


점차 나무들의 모양이 바뀌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걸을수록, 일반적인 나무라기 보다는, 마치 처녀귀신이 머리를 늘어뜨린 모양새의 나무들이 땅에서 자라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나무들의 가지는 일정 수준을 자라다가 다시 땅으로 늘어져서 땅 속 깊이 들어갔고, 다시 그 가지가 뿌리를 내려 새로운 줄기를 자라게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유령 같은 모양새였다.


“이 나무가 신기한가?”


내가 나무들을 유심히 쳐다보자, 그는 씨익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이 나무들은 ‘귀신목’이라는 나무로, 가지가 땅으로 내려가 다시 새로운 줄기를 만들어내지. 수백 그루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섯 그루]의 나무라네. 한밤중에 보면 마치 여자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아 다들 귀신목이라고 부르지.”


“그렇군요...”


“아, 도착했군.”


사하시가 씨익 웃으며 가리켰다.


수많은 줄기와 가지를 늘어뜨린 귀신목 숲 속. 해괴한 나무로 둘러싸인 곳.

그 가운데에, 거대한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움집이 보였다.


“환영하네, 우레가람.”


사하시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마을을 소개했다.


“반얀(Banyan) 마을에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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