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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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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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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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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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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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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조상신(5)

DUMMY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감히 조상님들의 영을 물러가게 하다니, 어찌 이 진노를 감당할까...!”


수많은 반얀 부족원들이 나를 향해 함성을 질렀다.

전사들이 흉흉한 안색으로 내게 각자 무기를 잡고 걸어왔다.

내가 무어라고 할 때였다.


“그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공터를 채웠다.


“모두 창을 내려라!”


누군가가 내게 걸어왔다.

전신이 흉터로 가득했으며, 머리를 허리까지 길러 늘어뜨린 자였다. 근육이 마치 돌덩이처럼 씰룩이고 있었으며, 얼핏 보기만 해도 강력한 기세가 느껴졌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전사였다.

오른손에 돌도끼를 든 그 전사가 말했다.


“어제 사하시가 와서 말했지. 서슬뱀과 같은 족원으로 보이는 전사가 마을에 왔다고.”


그의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서슬뱀과 같은...?”

“맙소사, 저 자가 두른 가죽을 봐!”

“저 창, 그의 창이 아닌가!”


돌도끼를 든 전사는 상당히 나이가 있어보였고, 오른눈에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그쪽 눈은 보이지 않는 것인지, 백태가 껴 있었다.

그가 시끄러운 관중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자, 사하시가 외쳤다.


“모두 조용! 첫 번째 전사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


사하시의 외침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첫 번째 전사, 반얀 부족의 지도자로 보이는 전사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몰래 주술을 짜서 두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방의 전사여, 그대는 방금 우리의 중요한 의식을 깨트렸다네. 우리는 조상신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난생 처음 본다네. 왜 그랬는지 알겠는가?”


“.....”


“말해주지 않을 셈인가?”


“...이 부족에 어떤 원한도 없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반얀 마을의 조상들이 저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자네가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네를 이 마을에 머물게 할 수 없네.”


“.....”


나는 물론 말할 수 없었다.

조상들이 나를 보고 기겁한 이유는 당연했다. 제사장의 영혼은 그 자체로 이 세계의 존재들에게 본질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영력에 민감한 영체들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고민할 때였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분명 서슬뱀과 같은 부족 출신일 것이네.”


첫 번째 전사가 부족원들을 둘러보았다.


“우리 부족은 분명 그에게 큰 은혜를 입었네. 그 덕에 조상신들과 더욱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 그런 의미에서, 자네가 서슬뱀과 어떤 관계인지를 밝혀준다면, 우린 자네를 계속 손님으로 대접할 것일세.”


“제가 밝히지 않는다면, 어찌할 셈입니까?”


“부족의 의식을 방해한 죄목으로, 우리 부족의 ‘침입자’가 되는거지.”


콰악!


그가 돌도끼를 잡자, 그와 무기의 기세가 하나되었다.

나는 순간 그의 기세가 순식간에 거대해지는 환상을 보았다.


“....!”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서슬뱀이 도달했던 경지의 문턱에 가까워져 있다!


‘우레미르와의 연결도 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경지의 전사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하시를 비롯해, 무기와 하나된 전사만 11명이었다.


무시무시한 전력이다.


‘저 전사 무리들과 싸운다면... 조금 힘들겠군.’


물론 서슬뱀 정도의 전사가 아닌 이상 주술만으로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싸우고 싶진 않았다.


“...저와 서슬뱀은...”


잠시 망설이던 나는, 씁쓸한 진실을 말했다.


“...가족입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나와 그는, 어찌되었든 가족이란 관계였다.


그는 나의 사형(師兄)이었고,

나의 장인이었으며, 나의 의부였다.


그와 나 사이의 원한은 재쳐두더라도, 그는 어찌되었든 나와 가족이었다.


“그런가...”


내 말에, 첫 번째 전사가 물었다.


“그 말을 어찌 증명할 수 있지...?”


“보여드리지요.”


버루뿔 창을 잡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창을 휘둘렀다.

그의 경험이 나를 이끈다.


나는 그의 창법을 시연했다.

무기와 하나되지는 못해, 조금 어설프지만 완벽에 가까운 창법이 펼쳐졌다.


얼마간의 창법을 시연했을까, 나는 수많은 이들의 열망에 찬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부족...’


나는 픽 웃었다.


‘큰버루보다도 더한, 전투민족이군.’


전사들의 열망이 공터 안에서 이글거린다.

그리고, 첫 번째 전사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훌륭하군. 맞아. 그의 창이야. 분명하다...”


부웅!


그가 도끼를 휘둘렀다.

살기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나와 무기를 겨루려 한다.


서슬뱀의 경험이 남긴 수많은 ‘궤적’이 보인다.

어떤 순간에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순간에 방향을 트는지.

어떤 순간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수많은 경험이 나를 움직였다.


첫 번째 전사 역시 무기와 하나된 경지의 극한을 보여주며 나와 합을 맞추었다.

우리 둘의 동작은 마치 하나의 춤사위 같아보였다.


타악!

타악!

팍!


얼마간 나와 무기를 부딪히던 그가 무기를 늘어뜨렸다.


“흐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썩 숨이 찼지만, 그는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훌륭한 실력이네. 나, 반얀의 첫 번째 전사. 샤크티가 인정한다. 이 자는 분명 ‘위대한 전사’의 가족이며, 반얀 부족의 길손이 될 자격을 갖춘 자이다!”


그의 선언에 반얀 부족의 족원들은 하나같이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자의 창을 보고도 납득치 못하는 전사가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길손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사하시를 비롯한 다른 11명의 무기와 하나된 전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럼 만장일치로, 이 자는 반얀 부족의 길손이 됐음을 선언한다!”


하늘을 향해 돌도끼를 들어올리며 선언한 그자가 내게 말했다.


“내 이름은 샤크티. 반얀의 첫 번째 전사일세.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제 이름은 우레가람. 큰버루 부족의 사람입니다.”


* * *


반얀 부족은 전사의 부족이었다.

이들 부족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투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고, 다른 부족들보다도 무기와 하나된 전사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무기와 하나된 전사를 ‘대전사’로, 그 중 가장 뛰어난 전사를 ‘첫 번째 전사’로 부르며 우두머리로 숭앙했다.


대전사들과 첫 번째 전사들이 모여 부족을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하였다.


“물론 우리의 얄팍한 지혜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우리는 그래서 항상 조상께 지혜를 구한다네.”


“그렇습니까?”


샤크티가 말을 이었다.


“원래는 무녀가 조상들의 뜻을 전달해 주었지만, 서슬뱀이 밝혀주었지. 무녀는 신성한 조상들의 뜻을 곡해했어... 그 후 조상들께선 어린아이들의 입을 통해 뜻을 전하셨네. 하지만 어째선지 자네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이셨으니... 사당을 통해 제대로 된 뜻을 전하고, 자네가 우리 마을에 머무는 것을 정식으로 허가받아야 하겠지.”


현재 나와 샤크티, 그리고 사하시는 마을의 서쪽.

커다란 공터의 한 구석, 작은 언덕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작은 언덕 위로 작은 움집이 보였다.


“이곳이 우리 조상들의 사당이네.”


샤크티를 따라 움집으로 들어갔다.


“호오...”


그 안을 따라들어가 본 나는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수많은 위패(位牌)들이 움집의 천장에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위패들엔 각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는 문양들이 깨알같이 음각되어 있었다.


“저 위패들에 조상님들의 영혼을 상징하는 문양이 적혀있지. 본래는 무녀가 새겨주는 것이네만,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새기기로 했지.”


“영혼을 상징하는 문양이라...”


위패들에 새겨진 문양들은 하나같이, 전부 비슷해 보였다.

깨알같은 원 모양의 문양들이 위패에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 작은 원 안으로 수많은 원이 겹친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주술진인가...?’


하지만 주술진이라기엔 특별한 주술적 힘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문양이지...?’


주술적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위패에서 무언가 기묘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위패를 보며, 나는 기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어디선가 느껴본 적 있는 기묘한 힘들이 위패에 서려있었다.


내가 위패들을 구경할 때, 샤크티가 사당의 중앙에서 무릎을 꿇었다.


“첫 번째 전사 샤크티가 고하나이다. 조상신들이시여. 오늘 아침의 소동은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소서. 우리의 길손, 우레가람은 분명 조상신들과 우리의 연결을 회복시킨, 서슬뱀과 같은 부족이라 하옵니다. 부디 이 전사를 우리의 부족에 길손으로 머무르는 것을 허락해 주솝소서...”


그가 얼마간 빌었을까.

사당 안쪽의 위패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라락, 차락!


움집 천장에 줄로 매달린 수많은 위패들은, 서로 부딪히며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얼마 후, 사당 안쪽에 한 명의 영(靈)이 기척을 드러냈다.


스르르-


영력파동으로 보아, 아침에 보았던 바얏크라는 영이었다.


[저 자의 혼은 흉(凶) 하지만, 서슬뱀의 공로가 크니, 저 자가 얌전히 있는다 하면 그를 길손으로 인정하느니라.]


꿈틀.


내 혼을 흉보는 그 말에, 저 영혼을 잡아 가지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꾸욱 참기로 하며 가만히 있었다.


[첫 번째 전사여. 또한 오늘 아침에는 제대로 흥을 내지 못하였으니... 내일 아침에는 세 배의 음식을 준비하라.]


“음식을 말입니까...?”


[문제가 있느냐?]


조상의 말을 듣던 샤크티가 안색의 안색이 흐려졌다.


“최근 조상들께 음식을 많이 바치며 음식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오니 조상님께서...”


[네 이노오옴!]


사당 내에 또 다른 영이 나타났다.


바얏크라는 자와는 다른 목소리를 가진 영이었다.


샤크티의 안색이 기묘하게 변했다.


[이 불효막심한 놈! 조상들이 배가 고프다는데, 어찌 모른 척을 하느냐! 분명 조상들과 뜻을 통하려면 제례를 바치는 것이 전통 아니더냐! 관습 아니더냐!]


“아버님...”


샤크티가 고개를 더욱 숙이며 침음성을 흘렸다.


[내가 네게 그리 가르쳤더냐! 썩 가서 제례를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그 후, 두 영은 사당에서 기척을 감추었다.

샤크티가 가만히 일어나 나와 함께 사당을 나왔다.


“...어찌되었든 허락은 받았군.”


“저 때문에 괜한 수고를 하게 된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닐세. 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는 부족일세. 조상의 은혜도, 우리 부족을 도와준 위대한 전사의 은혜도... 자네에게라도 갚을 수 있게 해주게나. 그럼 가세.”


샤크티는 나를 언덕 아래로 안내했다.

나는 사당을 돌아보았다.


어쩐지 기분 나쁜 파동을 느낀 것 같았다.



* * *


서슬뱀은 우레별과 싸운 이후로, 우레별과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레노을에게서 몇 가지 주술에 대해 배우고, 따라다닐 따름이었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났다.


서슬뱀은 일곱 살이 되었다.


그 때즈음, 우레노을이 마을을 떠났다.


“인근 부족을 돌아다니며, 그들 부족의 주술사들과 만날 것이다.”


“저도 따라가나요?”


서슬뱀의 질문에, 우레노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챙길 것도 없다. 바로 가자꾸나.”


그는 얌전히 우레노을을 따라갔다. 그리고 큰버루를 나가, 얼마쯤 갔을 때였다.

우레노을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냉큼 나와라, 이 녀석아!”


그리고, 나무 뒤에서 나온 것은 우레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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