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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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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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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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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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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상신(8)

DUMMY

어둡다.


영안으로 살펴본 검우물의 밑바닥은, 차라리 사악한 힘이 느껴질 정도로 어두웠다.


어찌나 음기가 쌓여 있는지, 절로 몸서리 쳐질 정도의 음습한 파동이 느껴졌다.


검우물에 걸려 있는 주술은 대략 세 가지였다.


검우물의 가장 윗부분. 음기가 옴싹달싹하지 못하는 부분의 주술, 귀신굴 달래기.


검우물의 중간 부분. 음기가 가득 찬 부분의 주술.


우물의 가장 밑바닥. 음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부분의 주술.


현재 내가 해석에 들어가는 주술은 중간 부분의 주술이었다.


밑바닥의 주술은 음기가 너무 강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거의... 다 되어가는군.”

그래도 중간 부분의 주술은 거의 해석이 끝난 상태였다.


“이 주술은 뭐지...?”

형태를 보아하니 대략 무언가를 ‘옭아매는’주술이었다.


검우물의 음기를 옭아매는 것은 아닐 터다.


귀신굴 달래기로 이미 음기를 통제하는 중인데, 구태여 또 다른 주술을 중첩시킬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 주술은 도대체 무엇을, 왜, 어떻게 옭아매는 중인 것일까?




* * *




“크, 큰버루... 말입니까?”

우레별은 멍청하게도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서슬뱀은 우레별을 비웃으며,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제, 제가 압니다. 저, 저는 그 부족 사람...”


그리고, 그 역시 우레별과 같이 말을 더듬었다.


이 여인 앞에서는 어쩐지 제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느낌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었다.


‘아아...’


마치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자신도 모르게 옭아매진 것처럼.


서슬뱀은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는 채 발음을 벌벌 흘리며 말을 이었다.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다 끝냈을 때.


마필리는 싱긋 웃어주었다.


“두분 다 재밌는 분들이시네요.”


서슬뱀과 우레별은 서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서슬뱀이 뒤늦게 물었다.


“그런데... 큰버루엔 어쩐 일로...”


그 물음에 마필리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동쪽 끝에는 한 영웅의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우레노을이라는 위대한 주술사에 대한 이야기지요. 저는 그 주술사의 발자취를 흠모해 큰버루에 발을 붙이고자 왔어요.”


“아, 우레노을은...”

“그분은...”

우레별과 서슬뱀은 거의 동시에 말을 뱉어냈다.


“제 아버지입니다.”

“내 스승입니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질새라 마필리를 큰버루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필리는 그렇게 큰버루에 도착하였다.




마필리는 큰버루에 들어오자마자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받았다. 은은한 매력을 지닌 그녀의 등장에, 많은 큰버루의 남성이 호감을 보였다.


하지만 마필리는 수많은 관심을 받으면서도 교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과도 빠른 속도로 친해져 갔다.


그녀가 큰버루에 온 지 단 하루만에, 그녀는 큰버루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남성들이 그녀의 호감을 사고자 매달렸고, 여성들이 그녀와 친해지고자 웃음지었다. 어른들은 그녀를 칭찬했고, 아이들은 그녀에게 칭찬받고자 하였다.


“끄음... 마필리가 너무 유명해지는데...”


우레별이 신음을 내며 마필리를 바라보았다.


서슬뱀은 핀잔을 주었다.


“무슨 상관이야?”

그의 눈이 은은한 열망으로 빛났다.


“어차피 마필리의 짝은 내가 될텐데.”


“쯧...”


우레별은 고개를 저으며 마필리에게 다가간 사내들을 가리켰다.


“너와 내가 마필리를 노릴 테니, 저 녀석들이 안쓰럽게 된 거 뿐이야.”


“큭큭... 우레별, 이번만큼은 그런 동정심은 발휘하지 마.”

그가 우레별을 향해 씨익 미소지었다.


“나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했다. 마필리는, 내 여자가 될 거야. 그러니 너도 신경쓰는 게 좋을걸?”


“자식이 쓸데없이 자신감은... 어차피 아버지가 귀신굴에서 나와서 마필리를 받아들이시면,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우레별의 눈이 빛났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남아있자.”


우레별의 말에, 서슬뱀은 기분 좋게 웃었다.


가장 친한 벗과의, 다시없을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날 저녁.


우레노을이 귀신굴 속에서 명상을 멈추고 나왔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

나는 화들짝 놀라서 영안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사장...!?”

분명 저 밑에서, 제사장의 것이라 생각되는 방대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방금 그것은 무엇인가!

나는 식은땀을 훔치며 정신을 안정시켰다.




우연인지, 서슬뱀의 기억 역시 진행이 잠시 멈췄다.


그것은 슬픔과 공포였다.


서슬뱀의 기억이, ‘그 부분’에서부터 모든 슬픔이 시작되었다고 알리고 있었다.


녀석의 기억에서 잠시 의식을 거두고, 영력을 거두었다.


내가 뒤로 물러선 것은, 단순히 제사장의 영기를 느낀 것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


그런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다.


“어찌할까...”


물러선다.


물러서지 않는다.


나는 두 개의 선택지 앞에서 머뭇거렸다.


어느쪽도 상관없다. 물러서서 남은 이레동안 우레버루의 상처를 치료하고, 이 마을을 떠나도.


물러서지 않고 이 마을의 모든 비밀과, 세티아의 영이 가진 우레노을의 깨달음과 같은 기운의 정체를 밝혀도.


나에게는 이득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다.


“두 개의 상황이 모두 내게 종용하는군.”

서슬뱀의 기억이 말한다. 이 앞은 비극이니, 더 이상 감상치 말라.


반얀 마을의 어둠이 말한다. 이 앞은 비극이니, 더 이상 신경을 꺼라.


그래, 이 앞은 분명 비극이다.


허나.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육 년 전과 같군.”

-듣겠느냐.


-듣지 않겠느냐.


우레노을이, 내게서 제사장의 진실을 들을지 말지 종용할 때와 같다.


그 진실은 내가 감당키 힘든 비극이었고, 나는 아직까지도 간혹, 그 사실을 들은 것을 후회한다.


내가, 내가 아니란 것을 듣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랬다면, 서슬뱀한테 마을을 빼앗기고, 목은 장대에 내걸렸겠지.”


제사장의 힘의 원천은.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온다.


내가 그때 그 고통스러운 사실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신의 힘을 쓸 수 없었으리라.


나는 한 발 앞으로 나가, 눈에 영력을 집중시켰다.


“서슬뱀, 무엇보다도... 네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에게 어떤 비극이 있었는가.


그가 이 마을의 비극을 어찌 해결하였는가.




나는 저 아래의 주술식을 빠르게 해석해나갔다.


그리고, 저 주술식에 ‘묶여있는’ 존재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우오오오오...!




쿠구구구구!




자신들의 비밀을 훔쳐보는 것에 분노했다는 듯.


우물터의 밑에서 수많은 원력(怨力)이 뿜어진다.


“그래, 무언가 이상하다 했지. 조상신 같은 소리 하는군.”


이 세상은 산 자의 세상이기에, 죽은 자는 이 땅에 남지 못한다.


모든 넋은 다시 세계로 돌아간다.


돌아가지 않는 넋은 주술에 묶인 넋이거나.


혹은 강력한 원한에 묶인 넋이다.


[네 이놈!]


쿠구구구구구!


우물터로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의 피부에는 시커먼 전염병의 문양이 돋아나 있었다.


전부 눈알을 까뒤집은 아이들이 동시에 소리친다.


단순히 아이들의 목소리만은 아니었다. 우레노을이 내 몸을 조종할 때, 그의 목소리가 겹쳐들렸듯이.


수많은 굵직한 전사들의 목소리가 아이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감히 어디를 훔쳐보느냐!]


어린아이들이라지만 수십명의 아이들이 눈을 까뒤집은 채 나에게 고함을 치니, 그 기세가 상당히 소름끼쳤다.


하지만 나는 담담히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이제야 조금 이 부족에 대해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어둠 속은 두렵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내가 못 볼 것을 보았느냐?”

[뉘 앞이라고 뻔뻔히 고개를 쳐드느냐! 우리는 반얀의 바얏크니라!]


“바얏크! 큰어른이란 뜻이지. 그럼 내가 묻지. 도대체 반얀의 큰어른이란 놈들이, 왜 반얀의 자식들을 괴롭히는 거지?”

[누가 누구를 괴홉히느냐!]


“딱 보면 모르느냐? 너희 큰어른이란 영혼들이, 어린 아이들을 붙잡고 무얼 하는 것이냐! 그 아이들의 몸에 어떤 부하가 올지 생각도 않는단 말이냐!”


[이 예의도 모르는 이방 잡놈 같으니! 여봐라! 전사들은 들어라!]


공터를 향해 수많은 반얀 부족의 전사들이 모여들었다.


첫 번째 전사 샤크티와, 나를 데려온 사하시도 있었다.


[저 이방 잡놈이 주술을 써 우리와 너희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느니라! 조상신으로서 명한다! 저 놈의 팔다리를 끊어 숲에 갈갈이 찢어놓거라!]


나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며 답했다.


“누가 누구를 갈라놓으려 한다는 게냐. 오히려 너희가 나와, 나를 대접해준 반얀 부족을 갈라놓는 게 아니더냐!”


목소리에 영력을 실으며 영혼들을 압박했다.


“네놈들에게 묻는다. 네놈들이 정말 반얀 부족의 조상신은 맞느냐! 네놈들이 조상신이 맞다면, 왜 그런 한에 무친 원한을 품에 앉고 전염병을 뿌리며 다니느냐! 대답해라! 원혼들아!”


내 말에, 아이들의 눈빛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네 노오오옴!]




* * *




“네가 감히 이곳에 오느냐!”

우레노을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네가 어찌 주제도 모르고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아! 네가 정녕 죽어보자는 게로구나!”

“소녀 마필리는 동쪽 끝에서부터 우레노을님의 명성을 듣고 자라, 우레노을님을 흠모하여...”


“닥쳐라! 네가 네 의지로 온 것이느냐? 너는 그 더러운 입을 닫고 더러운 것이 묻은 몸을 이끌고, 새벽산맥 너머로 썩 꺼지거라!”


우레노을이 그렇게 분노하는 것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우레별이 서슬뱀에게 사람이 아니라고 하였을 때.


두 번째는 바로 지금이었다.


“네가 큰버루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그 목숨을 끊지 않고서는 감히 뼈를 묻지 못할 것이야! 냉큼 네 주인에게 돌아가 내가 쫓아냈노라 이르거라!”

“...하오나...”

“네가 그리 고집을 부린다면, 피해를 입는 것이 너 뿐만은 아니느니라. 당장 그 오물이 묻은 발을 이끌고 산맥 너머로 꺼지거라!”

우레노을의 은은한 영력이 담긴 목소리에, 마필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서슬뱀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뿐이 아닌 마을의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지금껏 주술사, 우레노을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기에.


이유가 없던 적이 없었기에.


지혜가 있는 이들은 모두 함묵할 뿐이었다.


서슬뱀 역시,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할 뿐이었다.


그저 우레노을이 저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생각하며 말이었다.




그리고 그때.


한 사람이 우레노을의 말에 반대를 표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버지?”

우레별이었다.


“마필리가 왜 큰버루의 가족이 되면 아니됩니까?”


작가의말


아슬아슬하게... 오늘이 지나기 전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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