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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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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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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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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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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9. 조상신(12)

DUMMY

콰드득!


서슬뱀의 창이 계곡 벽에 박히며 난 소리였다.


“하하하! 우레별, 내 승리다!”


서슬뱀은 환호성이 계곡을 울렸다.

누가 먼저 계곡 밑바닥까지 내려와 벽에 창을 박아넣는가를 가리는 시합.

분명 서슬뱀이 더 빨랐다.


하지만 심판이 불공정했다.


“무승부!”


검은바위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내가 더 빨랐잖아!”


“흥, 우레별 형하고 비슷했어.”


“젠장! 널 심판으로 쓰는 게 아니었는데.”


검은바위는 콧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노을계곡을 가장 잘 아는 게 난데, 나 말고 누가 가장 공정한 심판을 한단 거야?”

“검은바위!”


우레별이 검은바위를 나무랐다.


“제대로 판결을 내려. 서슬뱀이 마음에 안 든다고 편향되게 하지 말고.”


“됐어, 형. 저 재수없는 자식이랑 형이랑 비슷한 순간에 창을 꽂았다니까.”


“검은바위, 그러지 말고...”


“됐어, 우레별.”


서슬뱀은 땀을 닦으며 계곡의 입구로 향했다.


“빨리 다음 시합이나 하자고.”


검은바위가 저러는 것쯤이야 신경은 안 썼다.

서슬뱀은 뛰어난 재능과 외모, 강함으로 마을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다만, 그 가공할 뛰어남에 그를 질시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검은바위와 억센꽃이었다.


‘그러고보니, 검은바위가 어제... 큰꽃향기한테 고백을 했다던가.’


서슬뱀은 고개를 저었다.

검은바위가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았다.

큰꽃향기는 서슬뱀을 좋아했다. 서슬뱀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와중에 검은바위가 큰꽃향기에게 고백했다면, 결과는 뻔했다.


‘차였군.’


안 그래도 싫어하던 서슬뱀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다.

검은바위야 최근 서슬뱀이 마필리를 따라다니고 있으니 큰꽃향기가 포기했으리라 생각하고 고백했을 터였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사람의 감정이 쉽게 식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마필리가 우레별을 선택한다 해서 마필리를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까?

절대 아니었다.

그가 노을계곡을 나왔을 때였다.


“서슬뱀.”


“어, 마필리...!”


마필리가 노을계곡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 기다린 거야?”


서슬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나 마필리는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를 기다린거야. 내가 놀라운 장소를 발견했어. 너희도 같이 가자.”


자신을 기다린 것이 아니란 말에, 서슬뱀은 실망했지만 마필리가 자신들과 어딘가로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거기가 어딘데?”


어느새 따라온 우레별 역시 마필리에게 물었다.


마필 리가 말했다.


“그건... 아, 검은바위도 같이 갈거니?”


“아니. 난 큰꽃향기한테 줄 목걸이를 만들어야 해서.”


검은바위는 마필리의 제안을 거절한 후 노을계곡 너머 너른숲으로 들어갔다.

우레별과 서슬뱀은 더 신이 났다.

마필리와 자신들을 귀찮게 할 방해자가, 한 명 더 사라졌다.


“서슬뱀, 넌 큰꽃향기한테나 가시지. 검은바위한테 뺏기겠어?”


“저런 우레별. 넓은머리의 누군가가 우리가 말을 훔친 걸 알았나봐. 차기 무녀님이 너를 매우 찾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가보는 게 좋지 않아?”


“훔친 건 넌데 왜 내가 가지?”


“왜냐면 네가 가서 하늬바람한테 몇 대 맞아 줘야 넓은머리부족 사람들 화가 좀 풀리지 않겠어?”


둘의 대화는 조금씩 거칠어졌고, 둘 사이로 마필리가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 두 사람 다 오늘저녁 노을계곡 너머, 푸르고개 부족 영역의 경계로 와!”


마필리의 발랄한 모습에, 우레별과 서슬뱀은 각 부족의 경계로는 가지 않는 게 관습이라는 걸 알면서도.

홀린 듯이 수락해 버렸다.


“응.”


“당연하지.”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마필리, 그나저나 어디로 가자는 거야?”


우레별이 마필리에게 물었다.

그들은 노을계곡 너머, 즈믄평원과 이어진 평원을 지나며 담소를 나눴다.


“노을계곡 너머로는 버루가 자주 출몰한다고. 조심해야 해.”


우레별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고, 서슬뱀은 그를 비웃었다.


“우레별, 이 길이 어딘지도 기억 못해?”


“어딘데?”


“예전에 왔던 곳이잖아. 그때 우레노을께서 이곳은 버루가 잘 오지 않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기억 안 나냐?”


“아버지 말이라고 다 맞는 건 아냐. 여기도 가끔 버루가 온다고.”


“뭐라는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건...”


세 사람은 수다를 떨며 앞으로 나아갔고, 작은 평원을 지나 숲에 도착했다.

쪽빛숲이란 숲을 지나면 푸르고개부족의 영역이었다.


“자, 내가 발견한 곳이야. 보여줄게.”


숲 속으로 어느 정도 들어가자, 황량한 계곡 같은 곳이 나왔다.

바위와 자갈이 가득했으며, 나무나 풀은 한 포기도 없었다.

커다란 돌과 바위가 한 가득 늘어져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진풍경이었다.


“여긴...”


“이곳은...”


그리고, 우레별과 서슬뱀은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슬뱀은 이곳이 어딘지 알았다.


“예전... 거기잖아?”


“예전? 너 여기 와본적 있어?”


우레별은 멍청한 목소리로 서슬뱀에게 물어봤다.

서슬뱀은 피식 웃으며 주변을 가리켰다.


“몇 년 전에 왔었던 곳이야. 우레노을께서 땅을 살펴야 한다며, 푸르고개 부족 인근을 돌아다니셨을 때. 그때 제례를 치룬 곳이잖아.”


“그때 일을 아직도 기억해...? 거기다가 그때는 항상 낮에 와서 제례를 치뤘잖아.”


“왜 기억 못하는데?”


서슬뱀이 되묻자, 우레별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난 최근에 많이 와서 아는 곳이다만... 밤에 온 적은 처음이라 놀란거야. 그나저나 마필리.”


우레별이 마필리에게 물었다.


“여기는 왜 온 거야? 볼 것도 없는데...”


“쉿! 집중해.”


마필리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두 전사의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자, 봐.”


점차 주변이 어두워진다.

해가 지고, 달이 뜬다.

그리고, 계곡 전체에 달빛이 드리웠을 때였다.


우우웅...


계곡 곳곳.

갈라진 바위 틈.

바위와 바위 사이.


곳곳에서 희미한 빛들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황금빛의 기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건... 주술인가...?”


서슬뱀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황금빛 빛살에 손을 뻗었다. 황금빛 기운은 서슬뱀의 손을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


“한 번도 이런 건 본적이 없어...”


서슬뱀이 우레노을로부터 주술을 배울 때에도, 이토록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바위 속에서 별빛이 태어나는 것 같았다.

대지에서 피어난 황금빛들이 달빛을 가렸다.

계곡 전체가 황금빛 빛살에 휩싸였다.


서슬뱀은 그것을 보며 손을 뻗었다.


언제나 그는 그랬다. 모르는 것을 보면 항상 원리를 생각하고, 고민하여 해답에 이르렀다.

신기한 광경을 보면 깨달음을 얻으려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 전력을 다해 빨아들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리했다.


‘이건 무엇일까.’

‘왜 생기는 현상이지?’

‘주술일까. 우레노을이 땅을 살피는 것과 관계가 있나?’


기현상에 대한 수많은 해석과 추론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의 천부적인 두뇌는 언제나 옳았다.

언제나 그에게 결실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을 달랐다.


서슬뱀이 진기한 현상을 보며 깨달음을 갈구할 때, 우레별은 마필리의 손을 잡고 계곡을 한 바퀴 돌고 있었다.


“....!”


그가 어느 순간, 혼자서 별빛 사이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레별과 마필리는 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달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 별빛을 깔고앉아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서슬뱀은 인정하긴 싫지만, 잘 어울리는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젠장.’


그날 서슬뱀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깨달음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그 날부터, 서슬뱀은 두 배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서슬뱀과 우레별.

두 사람이 쌓아온 마필리와의 감정은, 이미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서슬뱀이 우레별을 두 번이고, 열 번이고 이겨도 마필리는 서슬뱀을 짝으로 선택할지 알 수 없었다.


현상을 쌓은 서슬뱀과는 다르게, 우레별은 마필리와 감정을 쌓았으니까.




“타아아아앗!”


서슬뱀은 전력을 다해 사냥을 하고, 창을 수련했다.

우레별에게 지지 않기 위해.

마필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하지만 서슬뱀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우레별 역시 그를 쫓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현상은 마음을 쫓을 수 없는 법이지만.

현상이 쌓여 마음을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었다.

우레별 역시 그 사실을 안 것이었다.


파앙!


서슬뱀의 창이 허공을 갈랐다.


“후우...”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무기가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무기와 하나된 전사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해 하지도, 자랑스러워 하지도 않았다.


‘이걸론 부족해... 더... 더 뭔가가 필요해...!’


그 나이에 무기와 하나된 것만으로도 큰버루에서는 전무후무한 업적이었지만, 서슬뱀은 더 큰 업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슬뱀은 더욱 초조해졌다.

우레별이 마필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듯 했다.

그 사이에 자신은 들어갈 수 없을듯이 보였다.


“나는...지지 않는다...!”


그는 조금 큰 사냥감을 잡기로 했다.



* * *



서슬뱀은 사냥감을 잡으러 큰버루를 나선다.


그리고, 누군가가 서슬뱀을 보며 웃었다.


“저 자에게도 저런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니. 놀랍군. 무엇이 그의 가슴속에 그런 비통함을 심었는가...”


“...누구냐.”



나는 서슬뱀의 기억을 관찰하던 의식을 물리고, 정신을 차렸다.


[여긴...!]


촤르르륵!


내 의지에 의해 공간이 허물어진다.

그렇다. 심상계였다.


[너는, 누구냐?]


신석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죽과 무명실을 자아 고아한 느낌을 풍기는 옷을 입은 여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촤르르륵!


심상계가 재구성되며 처음 보는 장소로 바뀌었다.


‘숲...?’


익숙한 숲이었다.


귀신목 숲이다.

다만 평소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가와는 달리, 상당히 밝은 느낌이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곳곳에 햇빛이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귄다.

분위기 자체가 한참이나 밝았다.


나는 주변을 잠시 관찰한 후, 결론을 내렸다.


[여기는 어디지?]


내 심상계가 아니다.


다만 내 심상계의 기운이 한쪽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나를 이곳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사장의 의식을 이런 식으로 다른 심상계로 초대할 수 있는 자는...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


같은 제사장 뿐이다.


내가 그녀를 노려보며 묻자, 그녀는 잔잔하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쿠르르!


귀신목의 나무뿌리들이 움직이며, 두 개의 나무 의자와 하나의 테이블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편하게 의자에 앉으며 손짓했다.


[앉게. 전달해야 할 얘기가 아주 많아.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이곳은 어디며, 너는 누구냐. 세티아란 여자와는 다르게 생겼는데...]


[하나씩 묻게. 우선 이곳은...]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 신계(神界)라네.]


[신계...?]


신이 거하는 장소.

제사장이 만들어낸 신이 거주하는 공간을 뜻했다.


[사실 완전히 신계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고... 신계와 심상계, 그리고 현실세계에 걸친 모호한 공간일세.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인공 사후세계’라고 해야겠지.]


[인공 사후세계...? 이곳은 네가 만든 곳인가? 너는 누구지?]


[내가 하나를 답했으니, 자네도 하나를 답할 차례네.]


그녀가 나무뿌리 의자에 등을 기대고 내게 손짓했다.


[자네는 서슬뱀이란 자와 무슨 관계인가?]


[그건 왜 묻는 거지?]


[자네가 방금 전까지 서슬뱀이란 자의 기억을 감상하는 것을 보았네. 나는 자네가 서슬뱀이란 이의 영혼을 식혼(食魂) 해버린 사악한 부류의 제사장이 아닐지 의심하는 중이라네. 하지만 또 사악하다기엔 자네의 혼은 깨끗하더군. 무슨 사정이 있는지 궁금해서 말일세.]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 앞의 상대가 제사장이라고 가정하고 입을 열었다.


[제사장인 듯하니... 알아듣게 말해주자면...]


나는 머릿속에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적당한 단어를 찾아냈다.


[그는 내 [근원]이다.]


[호오... [근원]이라... 그렇군. 알겠어. 이해했네. 제사장의 근원이라면 식혼으로 끝난 것도 양호한 편이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납득하는 듯했다.


제사장의 [근원].

제사장의 탄생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한 자이자, 제사장이 가장 증오하게 설정된 존재.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하는 편이었다.

서슬뱀이 우레가람을 귀신굴에 서른날 동안이나 쳐넣지 않았다면.

내 괴로움이 없지 않았을까.


물론 무의미한 고민이었다.


[그나저나 보통 제사장의 근원은 선대 제사장이거나, 자신의 스승 된 이일텐데... 서슬뱀이란 자는 일반인이 아닌가?]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말해두지... 그리고 이젠 내가 묻겠다. 너는 누구지?]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나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름은 바얏크(वयस्क).]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숲의 신을 모셨던 반얀 부족의 마지막 제사장이자, 최초의 조상신이라네.]


작가의말

바얏크는 원래 바얏크가 아니라

봐야슼으

 그 비슷한 발음이지만... 간지를 위해 바얏크로 표기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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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현인신(11) 21.07.22 25 1 18쪽
65 64. 현인신(10) 21.07.21 20 0 24쪽
64 63. 현인신(9) 21.07.20 33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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