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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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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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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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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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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0. 조상신(13)

DUMMY

[바얏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바깥의 ‘조상신이라 칭하는 것’들과는 무슨 관계지?]


그 물음에, 그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도 봤지 않는가. 딱 보면 알 텐데. 원혼(冤魂)이야.]


[원혼?]


[좀 들지.]


‘바얏크’라 자신을 칭한 제사장이 손을 휘젓자, 허공에서 찻주전자와 찻잔이 나타났다.

안에는 뜨거운 찻내가 풍겼다.


[내 반쪽의 지식이네. 이 세상에서 최대한 구현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은 이런 세계를 만들어내고서야 먹게 되었지.]


[말 돌리지 말고 답해라. 저들은 무슨 원혼인가.]


후루룩...


바얏크는 천천히 차를 한잔 들어 마셨다. 그녀의 얼굴에 평안함이 떠올랐다.


[자네의 반쪽은 어느 수준의 문명세계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만... 한 번 들어보게. 이 공간을 나가면 구현이 쉽지 않은 맛이야.]


[... 왜 그렇게 여유로운지 모르겠군. 너희 부족은 지금 위험한 상태가 아닌가?]


내 심상을 이곳에 구현했다.

테이블 옆으로 기이한 줄무늬를 가진, 거대한 악령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오오오오오!]


악령체가 고함지른다.

그리고, 바얏크가 손을 휘저었다.

내가 만들어낸 심상은 그대로 소멸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 심상의 소멸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딱히 신의 힘도 무엇도 아니었다. 순수한 제사장의 역량으로 내 심상을 흩어버린 것이었다.


'이게 무슨...'


[쯧, 누가 우레겨울의 후손 아니랄까봐... 성질 한 번 급하군. 어차피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야.]


찻잔을 내려놓은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숨을 가라앉히게. 초조해하며 행동하는 이는 패배자일세. 승리자는 늘 여유를 가지지. 그래, 걱정말게. 자네가 안달내지 않아도 이제 다 설명할 테니...]


그녀는 차를 한 잔 더 마신 후, 눈을 감고서 심상계 곳곳에서 들리는 샛소리를 감상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무엇부터 설명해줄까. 그래... 뭐가 제일 궁금하지?]


[이 숲. 원혼들. 그리고 당신.]


[모든 게 궁금하다는 소리군. 그래, 설명해 주겠네. 어디서부터 설명해줄까... 좋아. 처음부터 설명해주지.]


촤르르르륵!


그녀가 손을 휘젓자, 주변 풍경이 변했다.

숲은 사라지고, 광대한 평원이 주변으로 펼쳐졌다.

지평선 너머론 그저 끝없는 평원이 있었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우리 반얀 부족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부족이지. 아주 오랜 전통과, 관습과 문화를 가진 부족이었어...]


평원에 한 채, 두 채, 움집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움집은 점차 커져, 흙집이 되고, 돌집이 되었다.

무수한 부족원들이 빠르게 이곳저곳을 오가며, 부족은 점차 커졌다.


[단순한 부족이 아니라, 하나의 나라로 거듭났었어. 아니, 우리뿐만 아닌 모두가 그랬지. 반얀도. 넓은머리도. 붉은피부도. 큰버루도. 센유엔도. 그뿐이 아닌 인근의 수많은 부족이 나라를 세웠고, 제사장을 가졌다네.]


이미 반얀 부족은 부족이라기 보단, 하나의 고대국가와 같은 규모로 커졌다.

고대국가의 수도. 그곳의 수많은 돌집들 중 가장 높은 집.

그곳에서 휘황찬란한 장식으로 몸을 뒤덮은 여인이 걸어나왔다.


바얏크였다.


[그때는 찬란했지. 이 시대보다는 미래의 지식을 가진 내 반쪽 영혼의 지식으로 부족을 발전시키고. 이 세계의 영혼이 가진 주술의 지식으로 내 힘을 길렀으며,

합쳐진 영혼의 힘으로 신을 만들었어.]


바얏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내가 두 영혼이 합쳐져 태어난 괴물이란 사실은... 한때 고통스럽긴 했지만...]


제단 위에 오른 바얏크는 부족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들의 마음으로부터, 가지각색의 실 같은 것들이 뽑아졌다. 실들을 뽑아 주위에 모은 바얏크는 그것을 엮어 오색실로 만들었다. 오색실은 얼마간 바얏크의 주변을 돌다가 칠채색의 불꽃으로 변하였다.

칠채색의 불꽃이 준비된 제물에 붙었고, 번제가 올려지며 그녀의 신이 탄생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신의 힘을 끌어오자, 평원에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부족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나의 가족들이 있었기에... 그 고통에도 벗어날 수 있었네.]


제단 위에 선 바얏크가 그녀의 부족을 향해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그녀의 가족이었다.


[나와, 숲의 신의 힘으로 모든 것이 찬란하리라 생각했던 그 때에... 재앙이 일어났지.]


수많은 시간이 지났고, 비구름의 운행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홍수였어.]


비가 내렸다.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대홍수의 천기를 미리 읽지 못했나?]


제사장쯤 되면 제례를 통해 천기를 어느 정도 읽는 것 역시 가능했다.

그러나 바얏크는 고개를 저었다.


[천기에 없는 현상이었네. 갑자기 하늘의 운행이 뒤틀렸고, 비가 내렸어. 삼 년 동안이나.]


[삼 년...?]


하상진의 세계에 있던, 성경의 노아 일화조차도 1년이다.

삼 년간의 대홍수라면, 도대체 얼마나 비가 내렸던 것일까.


[나라와 연맹 왕국을 만들었던... 내 부족과, 인근의 수많은 부족들이... 그 때의 일로 몇 단계나 문명수준이 하락해버렸네. 아마 ‘제사장’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아예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사라졌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홍수였지.

마치... 하늘이 지상을 거니는 종을 쓸어버리기 위해 작정하고 내리는 듯 했네.]


바얏크는 처음 일, 이년은 천기를 살피며, 부족원을 고지대로 피신시키고, 그 고지대를 부족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삼 년이 지나고,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결국 제사장들이 나섰지. 저 멀리 동쪽. 큰 강이 있는 곳의 제사장이 많은 제사장을 불러모았네. 이 인근에서는 나와 우레겨울, 거센바람이 동쪽의 강으로 갔다네.]


숲의 신의 힘으로, 바얏크가 나무로 배를 만들었고, 그 배에 넓적머리의 거센바람과 큰버루의 우레겨울이 탑승했다.


그들은 동쪽의 강으로 향하면서, 그 사이에 있는 많은 부족들의 제사장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강에 도착했다.


[강의 제사장이 어찌나 많은 제사장들에게 연락을 했었는지... 나는 그렇게 많은 제사장이 모인 것은 처음 보았네. 강의 동쪽, 북쪽, 서쪽, 남쪽의 모든 제사장들이 모여들었어. 자신들의 신과 함께 말이야.]


그녀는 흥분했는지, 심상계를 움직여 내게 그때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잊고,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시작했다.


[강의 제사장이 그들을 불러모았고, 황야의 지배자라는 이가 주도하여 주술을 짜냈네. 그곳에 모인 수십명의 제사장들이 다섯 무리로 나뉘어, 거대한 주술을 만들었었지...

강의 제사장과 황야의 제사장이 중앙.

거센바람과 우레겨울은 서쪽을 맡았고, 나는 동쪽 끝의 현자란 이와 함께 동쪽을 맡았네. 북쪽과 남쪽은 뭐 잘 모르겠군.

여하튼 우리는 그렇게, 천지를 뒤덮은 대홍수의 힘을 봉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네.]


바얏크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심상계에 표현 좀 해주면 덧나는건가...’


그녀가 심상계에 표현을 않고 자기 혼자만 떠들었다.

나는 그것에 불만이 많았지만 우선 그녀의 얘기를 계속 듣기로 했다.


[그때의 그 주술은... 차라리 아름다울 정도였지. 신의 힘에 필적하는, 대규모 주술조차 뛰어넘은 힘... 그래, 초규모 주술이었어... 험험. 이야기가 셌군. 뭐 초규모의 주술이 펼쳐졌고, 우리가 대홍수의 힘을 봉인한 후. 제사장들끼리 안도의 잡담을 할 때였어...]


그녀가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자신의 심상을 표현해 주었다.


심상계의 모습이 변했다.

통나무집 안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여러 생소한 얼굴들이 보였다.


어쩐지 우레노을을 닮은 듯한 제사장. 바얏크. 넓적머리의 복식을 한 제사장만이 누군지 잠작이 되는 듯했다.


[모두가 담소를 나눌 때, 거센바람과 동쪽 끝의 현자간 말싸움이 일어났지.]




-더 이상 내 후대에 제사장을 만들기 싫소. 이 끔찍한 고통을 후대가 또 겪게 하라니... 그렇다고 소중하지 않은 아이를 제사장으로 만들면 센유엔의 주술사 같은 놈이 생길 테고... 그렇다고 제사장을 키우지 아니하면 내 부족은 언젠가 약해지지 않겠소이까?


바얏크의 심상 속에서, 거센바람이 토해내듯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내 부족을 어찌하면 영원히 번성할 수 있게 할지. 정말 고민이외다...


그때였다.

검은 베일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말했다.


-무얼 그리 걱정이십니까. 강력하고 올곧은 신으로 하여금 영원토록 부족을 수호케 하면 될 것을...

-신은 대를 이어 모시면 아니됨을 잘 알 터, 나를 놀리는 거요?

-하하, 신이 욕망을 가지는 것은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지요. 부족함 없는 완벽하고 강력한 신을 만들면 될 것이 아닙니까?

-어찌 그런단 말이오?

-아주 간단합니다.


검은 베일을 쓴 제사장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우리 모두 아주 질 좋은 제물들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몇 명만 갈아넣어도 엄청난 효율을 발휘하는 최고의 제물을...

그 제물들 중 반 정도만 바쳐도 훌륭한 신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감히... 내 앞에서 부족원들의 생명을 바치라 해?


거센바람이 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죽고 싶느냐!?


주변의 다른 제사장들도 그의 말이 불쾌했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 번 스러지면, 한 번 바쳐지면 끝인 생명을 그리도 쉽게 말하다니. 그게 네 생명이어도 쉬이 말할 수 있느냐?

-하하하하!


베일의 제사장은 우습다는 듯이 배를 잡고 웃었다.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십니까. 설마 신에게 준 것을 다시 돌려받지도 못하는 무능력자입니까?

-너... 이놈...!


콰과광!


제사장들이 담소를 나누던 통나무집이 대번에 터져나갔다.

마치 용오름을 연상시키는, 폭풍같은 바람이 거센바람을 휘감고 있었다.


-나를 놀리는 것이냐, 동쪽 끝의 현자...!


쿠구구구구!


두 제사장이 격돌했고, 여러 제사장이 그들의 싸움을 막아섰다.

결국 동쪽 끝의 현자는, 황야의 제사장의 통제를 받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고.

거센바람은 우레겨울과 바얏크의 위로를 받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거센바람에게 위로를 해 주던 중.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네...]


반얀 부족으로 돌아온 그녀는 부족을 재건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다.

점차 그녀의 머리가 하얗게 새어갔고, 얼굴에는 주름이 졌다.


[거센바람, 그녀의 말대로, 후대를 양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며, 그렇다고 양성하지 아니한다면 내 부족은 쇠락할 것일세. 그렇다 하여 제사장의 금기인, 대를 이어 신을 모시게 하는 것 역시 안될 일이었어.]


백발의 할머니가 된 바얏크는, 다섯 개의 씨앗을 땅에 심었다.

그리고 숲의 신이 가진 신성을 모두 쏟아부어,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한 그루가 수십 그루의 이어진 군체를 만드는 나무.


귀신목 숲이었다.


광활한 평원이 끝없이 이어진 광활한 숲으로 변모했다.


‘...? 뭔가 이상한데...’


광활한 숲을 둘러보던 나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숲의 서쪽, 새벽산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위화감을 느끼건 말건, 바얏크는 말을 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다네. 제사장과 신에게만 의지하는 부족의 풍조를 뿌리째 뒤엎고자... 나무들의 뿌리를, 줄기를, 가지를 얼기설기 엮었지. 정교하고, 거대한 주술진을 만들었어. 그리고...]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심상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샛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들어오는 평화로운 귀신목 숲이었다.


[내 신의 신성을 갈아넣고, 나 자신마저 갈아넣어. 전무후무한 주술을 만들었지. 그것이...]


[‘조상신’이군.]


바얏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녀는 머리와 눈썹이 하얗게 센 노파가 되어있었다.

노파의 모습이어도 그녀가 가진 고아한 기풍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풍겨왔다.


[맞아, 정확히는 이 ‘세계’지. 나를 시작으로, 반얀 부족의 부족원들은 사후 세계로 흩어지지 않고, 내가 짠 주술로 흘러들어오게 되었어. 그들은 단 다섯 그루로 이뤄진, 이 숲의 군체로 들어와 숲과 하나가 된다네.

그리고 무녀로 뽑힌 아이를 통하여 그들이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지.]


노파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이 숲을 가리켰다.


[이 숲이, 곧 반얀 부족의 조상인 셈이야.]


그제서야, 이 기묘한 숲의 실체에 대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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