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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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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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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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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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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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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45. 조상신(18)

DUMMY

번개는 떨어지면 피할 수 없다.

빛의 속도이기 때문이다.


[......!!!]


악령체에게, 푸른 빛이 직격했다.


“떨어져라!”


다시 한 번.


천벌이 내린다.


[우오오오오오!!!]


악령체는 강철의 산으로 몸을 뒤덮어 막아보려는 듯 했으나, 번개는 강철의 산을 깨부수고 다시금 녀석에게 직격했다.


[....!!!]


놈이 풍기는 원력이 옅어졌다.


“떨어져라.”


[크으...으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벼락이 내렸다.


악령체가 졀규한다.


[어떻게! 어찌! 왜 이방 신의 힘이 이곳에 들어온단 말인가!]


“그야, 허락을 받았거든.”


숲의 주인에게.


녹빛이 뒤섞인 푸른빛이, 다시금 떨어졌다.

숲의 신력을 머금은 벼락은 숲의 결계를 그대로 통과하여 다시금 악령체를 내리친다.


[이럴 순 없다!]


악령체의 몸을 뒤덮은 기이한 줄무늬가 꿈틀거렸다.

녀석의 몸 곳곳이 씰룩거리며 뒤틀렸다.

마치 무언가로 변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시도는, 낙뢰 직후 주변에 퍼진 녹빛의 영향으로 무산되었다.

녹빛이 놈에게 달려들며 밧줄처럼 몸을 묶는다.


[흐아아아아아! 이럴 수, 이럴 수 없다! 우리는, 우리는...!]


“자 이제 세상으로 환원될 시간이다.”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며, 신의 힘을 모았다.

우레미르 놈이 제대로 힘을 안 빌려준다지만.

녀석을 통해 중계되는 벼락의 권역만으로도, 어지간한 녀석들을 상대하기는 충분하다.

특히 사악하거나, 음한 힘을 가진 녀석들이라면 더더욱!


[보조해드리겠습니다.]


세티아가 내 어깨를 잡았다.

신성하기도, 사악하기도 한 제사장의 최종 경지.

바얏크가 세티아에게 내린 그 기운이 증폭되었다.


내가 받은 숲의 신의 신력이, 어마어마한 빛을 낸다.


별다른 공격도 필요 없다.

벼락에 이 신력을 섞어서 떨어뜨리기만 해도, 놈은 바로 정화될 것이다.


“끝이다, 원혼아.”


벼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원혼이 외쳤다.


[우리는... 집에 갈 것이다...!]


피눈물을 흘리며, 원혼이 팔을 뻗는다.

동시에 원혼이 수십 조각으로 흩어졌다.


산개(散開)한다.


[멈춰주세요!]


세티아가 벼락에 깃든 숲의 신력을 이용해, 내 벼락을 흩어버렸다.

벼락이 떨어지려던 자리에는 전염병에 뒤덮힌 채 기절한 샤크티가 있었다.

세티아는 샤크티에게 달려갔고, 나는 둘에게서 시선을 뗀 채 다시금 벼락을 떨어뜨린다.


각기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원령들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쿠르르릉!


벼락을 맞은 원혼은 거의 소멸 직전까지 몰리는 듯 싶었지만, 기운을 끝까지 유지하며 한 아이에게 들어갔다.

아이의 몸이 전염병으로 뒤덮였다.

다른 혼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채 일일이 맞출 새도 주지 않고 아이들, 혹은 어른들에게까지도 빙의했다.

삽시간에 반얀 부족의 수많은 이들의 피부가 전염병으로 뒤덮였다.


“각기 떨어지면 못 찾을 성 싶느냐!”


오히려 전염병에 걸린 이들만 모아, 주술을 쓰면 될 일이다.

거대한 주술을 짜냈다.

액 쫓기로 흩어진 놈들을 한 번에 쫓아버릴 요량이었다.

그때였다.


“아아아아아악!”


한 아이가 눈을 뒤집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아아아아악!”


수많은 아이들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반얀 부족이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잠겼다.

그리고,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모든 이들의 피부에 검은 반점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얀 부족의 모든 이들의 피부에 검은 반점이 돋아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반얀 부족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아낙, 아이들, 늙은이들. 전사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눈알을 까뒤집은 채.


[우리를 쫓아내고 싶느냐?]

[우리가 몇 세대를 걸쳐 이곳에 살았는지 아느냐?]

[우리는 이 부족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알고 있다.]

[이들의 핏줄에 모두 우리의 힘이 깃들어있다.]

[우리가 조상신을 흉내낸다고?]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야말로 진정한 조상신이다!!!]


반얀 부족원들 모두의 몸에 전염병이 깃들자, 오히려 힘이 분산되어 원력은 약해졌다.

하지만 더욱 놈들의 실체를 찾기 어려워졌다.


대규모 주술.

“액 쫓기!”


나는 액 쫓기의 주술을 날려보았지만, 반얀 부족원들의 몸에 깃든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미친 듯이 웃으며 나를 가리켰다.


[육체가 있는데.]

[반얀 부족의 몸을 가졌는데.]

[이 신성한 숲의 기운이 묻은 몸인데!]

[우리가 감히 액으로 보이느냐! 우리가 이 숲의 주인이노라!]


“크윽...!”


녀석들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자, 가공할 저주의 의지가 날아온다.

전신에 검은 반점이 피어오른다. 황급히 주술방어로 몸을 감싸고, 몸에 침입한 원력을 태워버렸다.

직후 빠르게 귀신목 숲으로 들어섰다.


숲 안쪽으론 놈들의 힘이 범접치 못했다.


[도망가는 것이냐!]

[하하하하하하!]


놈들이 일제히 낄낄거리며 웃는다.


“...도망간다고?”


나는 히죽 웃으며 제사자의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번쩍!


또 다시 푸른 빛이 떨어진다.


쿠르릉!


번개는 반얀 마을의 중앙, 우물터가 있는 곳에 떨어졌다.

우물터에 거대한 그을음이 생겨났다.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물러나는 것이다.”


부웅!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두른다.

벼락이 떨어진다.

이번 일격은 부족원들에 씌인, 녀석들의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으, 으으으...”

“으어...”


놈들이 부족원들의 성대로 침음성을 흘렸다. 두려운 눈빛이 그을음이 생긴 자리를 훑는다.


콰악!


주먹을 쥐었다. 하늘을 가르는 신성한 힘.

방금 떨어졌던 그 힘의 잔재가 숲의 힘과 함께 증폭되며, 그 자리에 있던 대량의 원력을 정화시켰다.


[크으으... 네놈...!]


센유엔 족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즉시 그 자리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다시금 번개가 떨어진다.


[크아아아아!]


센유엔 족장이 빙의한 아이가 전력을 다해 그 인근을 달려나왔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벼락이 남긴 잔재기운이 즉시 정화의 힘으로 변하며 주변의 원력을 쓸어버렸다.


“오늘부터.”


반얀 부족을 가리켰다.


“하루에 일흔 번씩. 이 부족에 벼락을 떨굴 것이다.”


[....!]

[......!]


“여기는 내 부족이 아니기에 집이 좀 타도 괜찮다. 불이 좀 나도 괜찮다. 너희가 씐 육신이 화상 좀 입어도 괜찮다.”


원혼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바얏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며, 신력과 축복을 내렸으니. 나는 그것에 응답하여 너희가 들어간 육신이... 살아만 있으면 된다.”


[네놈... 무슨 장난질이란 말이냐!]


쿠르릉!


또 다시 벼락을 떨어뜨렸다.


“성격 나쁜 내 신 때문에, 정식제의는 못 쓴다지만... 이 정도 장난질은 할 수 있으니...”


천천히 귀신목 숲 속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내가 영력을 회복하고 올 동안, [이 정도 장난질]을 피할 방법을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이렇게 귀찮은 방법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녀석들이 반얀 부족원들의 몸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것.

그것도 액 쫓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동화되었다는 것.

단지 그것 하나 때문이다.

그 외에 녀석들에게 꿀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우레버루의 상처 때문에 이레에서 열흘은 머무르려 했다.

나는 귀신목 숲으로 들어가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열흘 동안, 신나게 괴롭혀주지.”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라.


열흘 동안 내가 정식제의를 회복하기라도 하면, 너희는 모조리 끝이다.



* * *



서슬뱀과 우레별의 경쟁은 끝났다.

마필리는 우레별을 택했다.


당연하게도.


“그럼, 나 대모 디딤달래는 부족의 위대한 전사, 서슬뱀과... 부족의 현명한 처녀, 마필리가 짝 맺어짐을 신들 앞에서 천명하노라!”


디딤달래가 둘의 사이를 축복해 주었고, 두 사람의 식에는 버루뿔이 장식처럼 매달렸다.

마을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우레별은 버루뿔의 조각을 떼어 만든 버루뼈 목걸이를 마필리에게 걸어주었다.


우레별과 친하게 지내던, 검은바위를 비롯한 부족의 사내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레별을 좋아하던, 억센꽃을 비롯한 부족의 처녀들은 눈물을 머금고 둘을 축복해 주었다.


부족의 어른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부딪혔다.




그리고 오직 서슬뱀만이, 울지도, 웃지도, 갈채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익숙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할 만한, 뜨거운 감정이 서슬뱀의 마음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건... 질투인가...?’


서슬뱀은 딱히 누군가를 질투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서슬뱀보다 뛰어난 자가 없었으니까.

하늘을 나는 새를, 강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부러워한 적은 있어도, 인간에게 질투를 느낀 적은 없었다.


이것이 질투라면, 서슬뱀이 느끼는 생소한 감정은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다.

이것은 질투가 아니다.


‘이게 질투라면...’


마필리를 향해서도 감정이 일었을 것이다. 마필리를 차지하고픈 마음이 형제의 정마저 져버리고, 치솟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합한 것은 순수하게 기뻤다.


서슬뱀 역시 부족의 어른들처럼 양손을 맞부딪히며 둘을 축복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속의 그 감정 때문에,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레별을 향해... 뜨거운 감정이 몰아친다.’


우레별을 마주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이가 악물어졌다.

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어, 서슬뱀은 최대한 조용히, 무표정하게, 둘이 맺어지는 것을 구경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우레별과 마필리는 우레노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나가 되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하하, 서슬뱀. 좋은 아침이야.”


우레별과 마필리가 함께 천막에서 나왔다. 마필리는 어쩐지 생생한 모습이었고, 우레별은 한층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서슬뱀은 둘의 밤을 짐작했다.


“그래, 좋은 아침이군. 둘은 좋은 밤 보냈나?”


“말도 마...”


마필리는 까르르 웃으며 우레별의 등을 쳤다. 우레별은 씨익 웃으며 마필리를 안아주었다.

그 모습에, 어쩐지 서슬뱀은 가슴 속에서 기이한, 뜨거운 기운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둘의 대화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 정도로 강력한 감정이었다.


“...그래! 축하해. 마필리, 우레별. 난 사냥을 가봐야 해서 이만.”


서슬뱀은 두 사람의 말을 끊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신나게 말을하던 우레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버루뿔은 서슬뱀을 준다고 했는데... 뭘 축하한다는 거야?”




“으아아아아아!”


서슬뱀은 너른숲을 마구 달렸다.

가슴이 타오를 것 같았다. 미칠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으으...으으으!”


그는 주먹으로 나무 하나를 붙잡고 두들겼다. 나무에 주먹 자국이 패였다.

얼마간 나무를 두들기던 서슬뱀은, 그대로 주저앉아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들겼다.


“으윽... 으으으윽...”


심장이 터질것만 같다.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서슬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했다.


“으으... 으으으...”


그리고, 괴로움에 못 이겨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저 멀리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었다. 말소리로 보아, 마을의 처녀들인 듯했다.

서슬뱀은 눈을 감았다. 갑작스레 피로가 몰려왔다.

그리고, 한 명이 서슬뱀을 발견한 듯,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서슬뱀...! 서슬뱀...! 억센꽃, 나 좀 도와줘.”


“저, 저 머저리 새끼 저기서 뭐한대냐?”


그 목소리들을 마지막으로, 서슬뱀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헉....!”


서슬뱀은 땀이 흥건해진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몽을 꾸었다.

여섯 손가락을 가진 검은 손이, 우레별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레노을이 나타나 검은 손을 도끼로 잘라버렸다. 그런데 우레별도 같이 도끼에 잘려나갔다.

서슬뱀은 우레별의 시체 앞에서 펑펑 울어대는 꿈이었었다.


“젠장... 이 무슨...”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천막이었지만, 자신의 천막은 아니었다.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서슬뱀. 일어났어?”


천막의 입구로 누군가가 토기를 들고 들어섰다.


“큰꽃향기...?”


서슬뱀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군. 신세를 졌어.”


“아냐, 괜찮아. 그것보다 얌 죽 좀 마셔.”


큰꽃향기는 먹기 좋게 식힌 죽은 서슬뱀에게 건냈다. 그는 잠시 그것을 받아들고, 그대로 꿀꺽 삼켰다. 뱃속이 든든해졌다.


“고마워, 큰꽃향기.”


“이 정도야 뭘... 그나저나 서슬뱀. 혹시 오늘밤 우리..”


“나중에 보답할게. 오늘 사냥 약속이 있어서.”


“응...”


큰꽃향기가 왜 저러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의 애정은 서슬뱀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스스로도 우레별과 마필리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너무도 생소한 것이었다.

큰꽃향기의 천막을 나오자, 억센꽃이 바로 앞에서 약초를 찧고 있었다.


서슬뱀의 얼굴을 본 억센꽃이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아프다더니 왜 벌써 나왔어.”


“아픈 거 아니야.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야.”


“킥킥, 상사병이로구만. 좋아하던 마필리를 최대 경쟁자에게 뺏겨서 미칠 것 같지?”


억센꽃은 노골적으로 서슬뱀을 비웃었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반응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왔다.


“너야말로, 우레별을 마필리에게 뺏겨서 미칠 것 같으면서 태연해 보이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레별은 마필리가 없었어도 너 같은 못생긴 건 선택 안 했어.”


“무, 뭐...?”


“내가 틀린 말 했나?”


“이, 이 새끼가...”


“덤벼 보게? 넌 여자니까 창이 아니라 약초 분류 대결로 싸워줄 수 있어. 그런데 이걸 어쩌나? 넌 나한테 약초 분류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잖아? 억센가지한테 나보다 못하다며 늘 혼난다며?”


서슬뱀은 마지막 한 마디를 툭 던져준 후, 뒤를 돌았다.


“병신 같긴.”


“야, 야...! 서슬뱀! 너 이 개자식... 이... 이...!”


억센꽃은 서슬뱀에게 달려들기라도 할 듯 씨근거리다가, 괜히 옆을 지나던 억센잎을 잡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내가 검은가루 잘 모아놓으라고 했지!”

“아악! 누나 왜 갑자기 때려!”



서슬뱀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천막으로 들어가 창을 가지고 나왔다.

사냥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그때, 그의 앞으로 검은바위가 다가왔다.

녀석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서슬뱀에게 창을 겨눴다.


“너... 너, 너 큰꽃향기 천막에서 나왔다면서...! 억센꽃한테 들었어. 둘이 무슨 짓 한 거야...!”


“기분 안 좋으니까 저리 가.”


“이 개자식... 싸우...”


퍼억!


서슬뱀의 창이, 한 호흡 내쉴 찰나에 검은바위의 목, 명치, 옆구리, 허벅지, 종아리를 후려쳤다.


“크아아아악!”


“까불지 마. 너 따윈 나한테 절대 못 닿아.”


말을 마치고 사냥을 나가려던 서슬뱀의 눈에, 다정하게 같이 식량을 옮기는 우레별과 마필리가 들어왔다.

그 광경을 보자, 서슬뱀은 어쩐지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아까 느꼈던 것 보다도 심한 통증이 일었다.


“......”


서슬뱀은 등을 돌려 다시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나가기가 싫었다.


이건 질투일까.


서슬뱀은 생각했다.


‘그래, 검은바위가 나를 볼 때의 반응하고... 많이 닮아있어.’


자신에게서 나오는 반응과, 검은바위가 보이던 반응을 대조해 본 서슬뱀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둘을 질투하는 중이다.’


어쩐지 직감은 그게 아니라고 소리쳤지만, 서슬뱀은 생각했다.


‘호흡, 심장 박동, 날카로워진 신경... 상당 부분이 검은바위와 일치해. 그럼... 이건 질투가 틀림 없어.’


날씨도 감으로 다섯 번 중 세 번은 맞추지만, 두 번은 틀리는 서슬뱀이었다. 이번에도 직감이 틀린 것일 터다. 서슬뱀은 자신이 가진 것이 질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 나도 짝을 갖자.”


자신 역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아름답고 현명한 짝을 맺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이 질투가 사그라들 것이고, 바른 마음으로 둘을 쳐다볼 수 있을 것이다.


대상은 정해졌다.


큰꽃향기. 가장 자신을 열렬히 좋아해주고, 마필리 다음으로 아름다웠으며, 현숙하기로 이름난 여자였다.

거기에다가 현 족장, 큰나무의 딸이기도 했으니 혈통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검은바위가 자신을 저주하겠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었다. 서슬뱀은 마필리에게 주려했던 목걸이를 들고, 큰꽃향기에게 찾아가자고 결심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밤... 뭔가 말할려고 했었지? 좋아. 오늘밤 큰꽃향기에게 찾아가... 짝으로 삼는거야. 그럼 이 감정도 가라앉고, 다 잘 될 거야. 그래...”


서슬뱀은 천막을 나가, 큰꽃향기의 천막으로 향했다. 한 손에는 흰비늘원숭이 목걸이를 들고.

그렇게, 큰꽃향기의 집을 향해 걸어갈 때였다.

서슬뱀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우레별의 천막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 안에, 그 둘이 있을 것이다.


‘괜찮아. 큰꽃향기와 짝을 맺고 나면... 이 질투심도 사라질 거야.’


저 안에서, 둘은 아이를 낳을 것이다.


‘이 내가 질투심이라니. 안 될 말이지. 다 좋게 끝날거야.’


저 안에서, 둘은 행복할 것이다.


‘......’


서슬뱀은 문득 자신이 걸음을 멈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걸이를 든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족장 큰나무의 천막이었다.


“족장님.”


그는 단숨에 큰나무의 천막에 쳐들어갔다.

족장은 어른 전사들과 함께 회의중이었다.

큰나무는 반갑게 서슬뱀을 맞아주었다. 무기와 하나된 서슬뱀은 이미 큰버루의 중요한 전사 중 하나였다.


“오, 서슬뱀. 환영하네. 그래, 푸르강 너머로 사냥을 나갈 예정인데...”


“드릴 말이 있습니다.”


서슬뱀은 큰나무의 말을 끊고 들어갔다. 큰나무는 의아해하다가, 서슬뱀의 손에 들린 목걸이에 시선이 닿았다. 그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하하하! 드디어 내 딸애에게 구혼하려는 거군! 좋아, 자네와 내가 한 가족이 된다니... 왜 여기로 왔는가! 남자답게 직접 가서...”


“저는.”


서슬뱀은 큰나무와 정면으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넓은머리부족으로 가서 지내겠습니다.”


“...뭐?”


서슬뱀은 목걸이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넓적머리로 가, 그곳에서 내 짝을 찾을 것입니다.”


더 이상, 큰버루에 머물 수 없었다.

더 있다간 자신이 미쳐버릴 터였다. 한동안 우레별과 마필리를 볼 수 없는 곳으로 가, 감정을 진정시킬 요량이었다.


“아, 아니... 뭐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인근 부족끼리는 짝을 찾기 위해 다른 부족으로 가 짝을 구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서슬뱀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큰나무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내 딸애... 정말 현숙한 아이인데.”


“압니다. 저한텐 과분하지요.”


“아니, 자네만큼 빨리 무기와 하나된 전사가 어디 있다고...”


“검은바위가 최근 싹이 보입니다. 계기만 있으면 곧바로 경지에 진입할 것 같더군요. 검은바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니, 아니 잠시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군. 부족의 모두가 다 자네가... 마필리 아니면 큰꽃향기와 짝을 맺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 그런데...”


“그런 약속은 없었습니다.”


“아니 거... 그 참...”


큰나무가 무어라고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천막으로 다른 한 사람이 들어왔다.


“잠시 보내주게.”


우레노을이었다.


“잠시 큰버루에서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주술사님...”


우레노을은 서슬뱀을 쳐다보고, 우레별의 천막을 쳐다보았다. 잠시 그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마음도 심란해 보이는데, 평원의 부족과 잠시 함께 지내는 것도 좋을 거야. 허락해주시게.”


“...알겠습니다.”


족장은 한참 아쉽다는 얼굴로 결국 수락하였다.

우레노을은 서슬뱀을 보며 말했다.


“마음도 심란한 듯 하니, 그곳 부족에서 휴식하며, 훌륭한 짝을 구해 오거라.

큰버루에서 잠시 나가 있는 게 좋을 게야.”


“...예. 감사합니다.”


서슬뱀은 고개숙여 우레노을에게 인사하였다. 우레노을은 등을 돌려 너른숲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큰나무가 아쉬운 얼굴로 서슬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서슬뱀. 넓적머리에 아는 처녀라도 있나? 가서 누굴 데려올 예정이라도 있느냔 말이네.”


그 물음에 서슬뱀은 우레노을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넓적머리의 여자를 떠올려 보았다.

간혹 그곳으로 갈 일이 있어도 전사들과만 어울린 그였다. 딱히 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으면 그냥 우리 부족에서 짝을 구하는 게...”


큰나무는 서슬뱀이 대답을 못하면, 우레노을이 뭐라고 했든 그를 큰버루에 붙잡아놓을 기세였다.

서슬뱀은 황급히 한 이름을 생각해냈다.


“하늬바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넓적머리의 여성이라곤, 어릴 적 우레별을 한껏 두들겨 팬 그녀 뿐이었다.


“하늬바람에게 가서 짝을 맺을 겁니다.”


작가의말

서슬뱀의 에피소드가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2, 3화 정도면 끝날 것 같네요. 전체 스토리에서 영향력이 큰 놈인지라... 큰버루에서의 과거사 정도는 밝혀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ㅜㅜ

넓은 마음으로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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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현인신(6) 21.07.13 27 3 12쪽
60 59. 현인신(5) 21.07.12 27 1 13쪽
59 58. 현인신(4) 21.07.11 30 0 12쪽
58 57. 현인신(3) 21.07.10 32 1 17쪽
57 56. 현인신(2) 21.07.09 32 1 13쪽
56 55. 현인신(1) 21.07.08 37 1 13쪽
55 54. 조상신(27) 21.07.07 38 1 15쪽
54 53. 조상신(26) 21.07.06 37 2 19쪽
53 52. 조상신(25) +1 21.07.05 42 2 14쪽
52 51. 조상신(24) +1 21.06.21 56 2 18쪽
51 50. 조상신(23) 21.06.20 59 2 22쪽
50 49. 조상신(22) 21.06.20 45 1 17쪽
49 48. 조상신(21) 21.06.20 47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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