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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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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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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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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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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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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조상신(19)

DUMMY

반얀 마을에서 떨어져 나와 귀신목 숲 사이를 거닐었다.

그리고, 저 앞에서 세티아의 신체(神體)가 내는 희미한 녹빛이 보였다.

그녀는 열한 명의 전사들을 눕혀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아샤가 세티아의 지시를 받아 그들에게 약초를 발라주고 있었다.

세티아가 그 사이 빼돌린 자들인 듯 싶었다.


“다들 괜찮습니까?”


샤크티, 사하시 등의 무기와 하나된 전사들이었다. 주술저항력 덕택에 원혼들이 들어가지 못한 듯 했다. 아샤 역시 영력이 특출나서 빙의되지 않은 것 같았다.


“...충격적이군.”


사하시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엇을 모셨단 말인가.”


다른 대전사들 역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확실히, 숲의 영력에서 해방되어 무시무시한 원력을 내뿜는 악령체를 보고나니 조금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일반인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악한 파동을 내뿜던 악령체다.


거기에다가 불리해지자, 망설임없이 부족원들의 몸 속으로 숨기까지 했다.


그들이 그동안 배워왔던 긍지있던 조상신들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을 터였다.


결정적으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곳이 반얀 부족의 집인데, 그들은 어디로 간다고 했던 것인가.

그에 대한 의문이 이들의 머릿속에서 맴돌 터였다.


“세티아가 말해주었지...”


샤크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태가 끼지 않은 반대쪽 눈 역시 한참을 흐려졌고,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져 있었다.


“저들은 조상신이 아니라고. 그래... 우리의 터전이야 말로, 우리의 신이라고...”


그는 숨을 헐떡이며, 귀신목 하나로 다가가 등을 기댔다.


“세티아... 세티아의 말이 전부 맞았어... 우리는 지금껏 조상이 아닌, 탐욕스런 악령들을 모시고 있었던게야...”


사하시는 고개를 숙였다.

다른 전사들 역시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샤는 그들을 구경하다가, 옆에 있던 세티아에게 말했다.


“세티아, 전사님들이 저렇게 말하세요.”


“아샤...”


샤크티가 아샤를 불렀다.


“세티아가... 보이느냐?”


“네.”


아무래도 다른 전사들의 눈에, 여전히 세티아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여기 있잖아요.”


“아샤...”


사하시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샤크티가 아샤를 불렀다.


“이리 오너라, 아샤...”


아샤는 쪼르르 샤크티에게 다가갔고, 샤크티는 천천히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하는 아샤야... 지금껏 너는, 세티아와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지. 부족의 모두가 세티아를 거짓이라 할 때에... 이 아이만이 그녀를 믿어주었어... 이 아이만이 그녀를 보았어... 아샤야...”


샤크티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어른들이... 미안하구나.”


아샤는 담담하게 샤크티의 말을 들어주었다. 사하시를 비롯한 대전사들은 무언가를 느끼는 게 있었던지,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모두가 너를 거짓말쟁이라 몰고, 모두가 네가 보는 곳을 같이 바라봐주지 않았지. 결국 너와 시선을 공유한 건... 이방의 주술사와... 네 죽은 할머니 뿐이구나. 먼저 삶을 살아온 자로써, 어른으로써, 고맙고... 미안했다... 내... 손자...”


샤크티의 숨이 거칠어졌다.


내 눈에 그의 기력이 보였다. 상당 부분이 뜯어먹혀 있었다. 아무래도 악령들이 샤크티의 기력과 역량을 잔뜩 뜯어먹은 모양이었다. 그의 기세는 일반인보다도 강력했으니까.


“모두들... 들어라...”


샤크티는 남은 대전사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숙연하게 그의 말을 경청했다.


“너희도 모두 알았을 터, 그 사악한 원혼의 실체를... 우리는 지금껏, 삶을 농락하는 원혼들을 모시며... 지냈다.

잘못된 것을 모시며 지냈기에... 우리는 우리의 자매를... 돌팔매질해 죽이고... 우리의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왔다.

그 결과가 우리에게 돌아왔구나. 마을의 모두가 저주에 걸렸고, 우리의 무능함이 이방 주술사 앞에서까지 드러낸 게야.”


세티아의 영체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샤크티는 사하시를 바라보았다.


“사하시... 너도 어렴풋이 알았겠지. 네 코가 누구와 닮았는지...”


“예, 아버지...”


“하하하... 그래, 아들아...”


샤크티가 사하시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아...”


그가 사하시와 대전사들을 바라보았다.


“너희에게 묻겠다. 부족의 대전사로서... 부족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이들아. 너희는 지금껏 잘못된 것을 모셔, 잘못된 이를 죽이고 잘못된 이를 거짓말쟁이로 몰며, 우리의 부족을 파탄낸 이 죄를... 어찌 갚을 수 있겠느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답한 것은 아샤였다.


“갚을 수 있어요?”


아샤는 큰 눈을 꿈벅거리며 질문했다.


“세티아한테 들었는데요,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어요.”


“하하하...”


아샤의 말에 샤크티는 껄껄 웃었고, 대전사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세티아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샤크티가 활짝 웃었다.


“아샤의 말이 맞다. 지나간 일은 돌릴 수 없어. 하지만... 지나간 일은 돌아오지 않기에, 평생 지고 가며 속죄할 수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아. 너희들이 해야할 것은...”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의 희망을... 잘 잡고, 지켜내는 것이야.”


샤크티는 몇 번 기침을 하였다.

그에게 남아있는, 멀쩡한 눈동자가 스르르 감겼다. 백태가 낀 눈 만이 형형하게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샤에게 말하였다.


“아샤와... 아이들을... 부족의 미래를 지키거라.

아이들은... 희망(आशा)이니까. 그렇기에, 아샤(आशा)니까...”


샤크티가 고개를 들었다.

세티아가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둘은 완전히 가까워져 있었다.

샤크티의 백태가 낀 눈이, 세티아를 마주보았다.


“그렇지... 세티아...?”


아샤를 쓰다듬던 손이, 세티아에게 향한다.

세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샤크티의 손을 잡아주었다.

다음 순간, 샤크티는 웃었다.




그렇게 그는 갔다.

대전사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고, 아샤는 조용히 세티아와 함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걸어가는 샤크티를 바라보았다.


두 영혼은 그렇게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이이를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내 귓가로는 세티아의 목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졌다.




그 날.

반얀 부족의 위대한 전사 한 명이 조상신이 되었다.




“...어찌해야 하오...?”


사하시가 내게 물어왔다.


“우리의 제례는 지금껏 무녀가 조상들의 말을 빌어... 치뤄주었소. 무녀도 죽었고, 조상들도 더 없소. 어찌해야 하오...?”


더 이상 베푸는 자가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당히 충격을 받은 탓인지. 그는 내게 반존대로 묻고 있었다.

단순히 제례를 묻는 것은 아니리라.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대전사들과, 웃는 채로 죽은 샤크티의 시신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아샤에게 시선이 갔다.


“아샤, 너희는 사람이 죽으면 어찌하지?”


“숲으로 돌려보내준다고 알아요.”


“그렇군.”


사하시에게 말했다.


“샤크티가 돌아가신 자리를 파시오. 그리고 묻으시면 될 거요.”


나 역시 이제 그에게 집을 제공받는 처지는 아니었기에, 말투를 바꾸었다. 내 말에 사하시와 전사들은 샤크티의 시신을 묻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샤크티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하시오.”


대전사들은 각기 존경했느니, 목표로 하겠다느니 등의 말로 진혼제를 치뤘다. 사하시의 차례가 되었다.

사하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반얀 부족은 공동육아를 하는 마을이다.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주무십시오, 아버지.”


그는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기도 자세로 얼마간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샤의 차례였다.


“나중에 봬요, 샤크티.”


마치 세티아에게 말하듯. 아샤는 해맑게, 샤크티의 무덤이 아닌 샤크티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하시는 무어라 하려는 듯 했으나 샤크티의 말이 생각난 것인지 아샤와 같은 방향을 바라봐 주었다.


“이제 모두 끝났소. 당신들 제례는 나도 모르니 이 정도만 하면 될 거요.”


“...이게 끝입니까?”


대전사 한 명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은 많은 전통과 관습을 보고 자랐겠지. 죽은 자 역시 수많은 관습을 필요로 한다고 배웠을 거요. 하지만 죽은 자가 원하는 건... 그저 당신들의 평안이요.”


숲을 가리켰다.


“그렇기에 당신들의 조상들이 이 숲을 만들었고, 당신들이 이 곳에서 평안히 먹고 잘 수 있는거요.

따로 더 하고 싶은 관례가 있다면 치루시오. 하지만 샤크티의 영혼은... 이미 이 숲과 하나되어 영원한 평안을 누릴 거요. 주술적으로도 무엇으로도 딱히 무엇을 더 치룰 이유는 없으니, 난 내 볼 일을 보겠소.”


말을 마친 나는 숲의 한 구석으로 향해, 명상을 시작했다.

우레미르와 교신하며, 녀석의 힘을 제대로 빌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것이다.



다음 날이 되었다.


“후우...”


하루가 지났지만 녀석은 여전히 교신을 거부했고, 나는 전사가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나는 사하시를 찾아갔다.

그는 귀신목 숲속에서 먹을 찾아와 조리하고 있었다.


“사하시.”


불을 피우던 그가 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오?”


“전사란 무엇이오?”


나는 그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주술을 튕겼다. 그가 피우던 열기가 확 살아나며 불꽃으로 변했다.

그는 놀라워하며 말을 받았다.


“마을의 어른이지. 당당한 사내를 뜻하며, 사냥하고, 싸우는 자가 아니겠소?”


“그럼... 전사임을 증명하는 데엔 어떤 방법이 적격이라 생각하시오?”


“흠...”


사하시는 나무 열매를 불 속에 집어넣으며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도리어 내게 물어왔다.


“내가 보아온 최고의 전사는 둘 있소. 하나는 샤크티. 하나는...”


“...서슬뱀이군.”


“그렇지. 그리고 서슬뱀은...”


“내 부족이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하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 부족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전사를 기리오?”


“아이들을 모아 물소 사냥을 시키지. 그런 다음 물소를 잡는 데 제대로 참여한 아이를 전사로 인정하오.”


“흠, 난 큰버루 부족이라길래 버루라도 잡는가 했는데.”


“그걸 어떻게 사람의 힘만으로 잡소? 성인 전사 수십이 달려들어야 한 마리 잡을까 말까지. 단순히 버루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물소니, 물소를 잡는거요.”


그 말에 사하시는 피식 웃었다.


“그대 부족을 깎아내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진정한 전사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자가 아닌가 싶소.”


“불가능한 일?”


“그래, 모름지기 전사란, 이길 수 없어도 한 번 도전하는 것이 전사지.”


“과격하군...”


반얀 부족의 사고방식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큰버루의 성인식도 상당히 무식한 수준이긴 했는데, 이 정도는 그들에게 ‘합리적인’ 수준인 것 같았다.

내가 한숨을 쉬자, 사하시는 피식 웃으면서 구운 열매를 건냈다.


“애초에 왜 전사에 대해서 묻는 거요? 그대의 부족에는, 여지껏 어떤 전사도 오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전사가 있잖소?”


“.....”


“그는 어떤 면이 가장 전사 같았소?”


나는 열매를 받지 않고 일어섰다.

서슬뱀의 이야기는 그의 기억만으로 충분했다.


“좋은 충고 고맙군. 아침해가 떴으니 오늘 일과를 하러 가 보겠소.”


서슬뱀의 기억을 뒤지며, 전사의 정의를 찾기로 한 나는 반얀 부족으로 걸어갔다.

영력이 회복되었으니, 어제 약속한 대로 악령들을 괴롭혀주며 서슬뱀의 기억을 뒤져보기로 했다.



* * *



서슬뱀은 넓적머리 부족에 도착했다.

그가 큰버루를 떠났을 때를 회상했다. 며칠 전, 큰버루 부족이 한바탕 뒤집혔다.


그야 마을 최고의 전사인 서슬뱀이 다른 부족에서 짝을 구하겠단 선언 때문이었다.


마을의 많은 처녀들이 침울해했고, 큰꽃향기는 거의 앓아누웠다.

큰꽃향기의 친구인 억센꽃은 서슬뱀에게 고래고래 욕을 퍼부었고, 검은바위는 같이 욕을 하는 척 했지만 은근히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우레별과 마필리는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하는 듯 했다.


서슬뱀은 아직도 우레별의 말이 떠올랐다.


“ ‘큰버루에도 좋은 여자가 많다’니... 하핫... 그 친구 참...”


서슬뱀은 한숨을 쉬었다.


“네가 마필리를 데려간 순간부터... 큰버루에 여자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어.”


이젠 새로운 얼굴을 보며 지내야 할 때였다.

서슬뱀은 멀리 보이는 넓적머리 부족과, 새벽산맥을 보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하늬바람과 짝을 맺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큰버루를 나왔다지만, 서슬뱀은 정말로 하늬바람을 짝으로 맞을 생각은 없었다.


어렸을 때였지만, 하늬바람의 드센 성질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냥 적당히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 짝을 맺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저 멀리, 누군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넓은 즈믄평원 끄트머리에 사는 넓은머리는, ‘말’이라는 짐승을 키우며 그것들을 타고 다니는 기술이 발달한 부족이었디.


“넓은머리의 전사인가 보군. 아는 녀석이면 인사나 해야...”


서슬뱀이 무어라고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말을 탄 자가 갑자기 허리춤에 건 가죽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뿌렸다. 냄새로 보아 말의 피였다.


촤악!


서슬뱀은 본능적으로 창을 뽑아들고 그것을 베어냈다.


“이건...”


말의 피로 이뤄진 주술문양이 그대로 베여나갔다.


“어쭈?”


말에 탄 자, 그는 여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장식을 한.

그녀가 가죽 주머니에 몇 번 더 손을 집어넣고 주술을 흩뿌렸다.

서슬뱀은 창과 하나된채로 모든 주술을 꿰뚫어 내고, 달려들어 제압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더 빨랐다.


“그걸 막아? 이건 어떠냐!”


그녀는 주머니를 허리에서 떼어내, 안에 있는 것을 모조리 서슬뱀에게 털어대었다.


피로 이뤄진 무식하게 많은 주술들이 서슬뱀에게 쏟아져 내렸다.

서슬뱀은 빠르게 피하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그는 핏빛 주술에 묶여 바닥을 굴렀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이 쓰러진 서슬뱀의 머리 앞에 멈췄다.

그리고 말에 타 있던 여성이 펄쩍 뛰어내렸다.


“세상에, 아까운 내 주술들. 두 달 동안 열심히 짜낸 주술이었는데...”


“자, 잠깐...”


가죽 주머니를 뒤집으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서슬뱀이 다급히 외쳤다.


“왜 나를 공격하는 겁니까! 난 큰버루 사람입니다! 이웃 부족이라고요!”


“어, 알아. 큰버루 복장은 나도 알아본다고.”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서슬뱀의 입꼬리가 어색하게 올라갔다.


“사실 예전에 큰버루 놈들 두 명인가 세 명인가가... 우리 부족 말을 훔쳐갔거든. 그런데 아무 답도 보상도 없어. 그래서 일단 너를 인질로 잡고, 큰버루 마을로 가서 교섭할 거야. 말 훔친 놈들 내놓으라고.”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서슬뱀의 말에, 그녀의 두 눈에 불꽃이 치솟는 듯 했다.


“제가 말을 훔친 놈이거든요.”


“... 미친 놈. 왜 이렇게 당당해?”


너무 당당한 서슬뱀의 언동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럼 자수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강단은 있네.”


“아니, 사실...”


서슬뱀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짝을 찾으러 왔습니다만.”


“... 우리 부족 말을 훔쳐가놓고, 우리 부족 여자도 데려가시겠다? 허 이놈 난 놈이네.”


“그나저나...”


서슬뱀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투둑


그녀가 걸어놓은 주술이 투둑 끊어졌다.

서슬뱀의 힘에, 무기와 하나된 경지, 그가 가진 주술지식을 더하니 주술 끊는 정도는 굉장히 손쉬웠다.


“하늬바람이라는 여성을 알고 계십니까? 전 그 분께 구혼하려고 왔는데...”


서슬뱀이 적당히 말을 붙여보려 할 때였다.

여자가 손을 휘저었다.

끊었다고 생각한 주술들이 다시 이어붙으며 서슬뱀은 다시 묶여버렸다.


묶인 서슬뱀을 그녀가 밀쳐 쓰러뜨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늬바람? 그거 난데. 너 나 알아?”


“.....”


서슬뱀은 자신을 묶은 주술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우레노을에게 주술 몇 개를 배울때는 비교대상이 없어서 몰랐다. 거기에 자신은 쫓겨난지 상당히 시간이 지난지라 주술 수련도 안 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오늘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보다 ‘잘하는 것’을 할 줄 아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서슬뱀은 우레노을과 마필리를 생각하며 느꼈던, 그 뜨거운 감정 대신에.

무언가 신나는 감정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그것은 호승심이었다.


“압니다. 하늬바람.”


주술에 묶인 몸으로 겨우겨우 일어나며, 서슬뱀은 하늬바람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이 내 마음에 드는 여자라는 것을요.”






그리고, 서슬뱀이 넓은머리에서 지낸 지 반 년이 흘렀다.

그는 넓은머리의 전사들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창을 가르쳤고, 그들은 그에게 정식으로 말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말을 길들이는 법, 타는 법, 같이 사는 법 역시 가르쳐 주었다.


채 다 설명하기 힘든 사건들이 있었고, 서슬뱀은 그들 사이에서 마필리와 우레별에게서 느낀.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반 년이 지나서야 넓은머리 부족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넓은머리부족의 중앙.

그곳에서, 넓은머리의 무녀 봄바람이 서슬뱀과 하늬바람의 혼례를 축복해 주었다.


“전사 서슬뱀은 배우자 하늬바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가?”

“우짖는 새와 버력미르 앞에서 맹세합니다.”

“차기 무녀 하늬바람은 배우자 서슬뱀을 품어줄 것을 맹세하는가?”

“미르바람과 세찬범 앞에서 맹세합니다.”


봄바람이 두 사람을 축복해 주었고, 서슬뱀은 하늬바람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그리고 하늬바람은 서슬뱀의 팔에 넓적머리의 신, ‘미르바람’의 형상을 그려주었다.

용오름을 표현한 듯한 짐승이 서슬뱀의 오른팔에 새겨졌다.


각 부족의 관례대로 서로를 짝으로 인정한 두 사람은, 그날 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이 되었다.


“아니, 첫날 밤 다음 날 부족으로 돌아간다고?”


“응. 안 가 본지도 오래됐으니까.”


서슬뱀은 하늬바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짝을 찾았다는 걸 부족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고... 만나야 할 사람도 있어.”


“그리운 사람인가 보네.”


하늬바람의 표정에 씁쓸한 기색이 얼핏 감돌았다. 서슬뱀은 눈치챘지만, 그냥 고개를 돌렸다.


“다녀올게.”


“... 차기 무녀만 아니었어도, 널 쫓아가서 누굴 그리워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미안해.”


서슬뱀은 천천히 하늬바람을 안아준 후, 큰버루를 향해 걸어갔다.


얼른 큰버루를 찾아가서 말하고 싶었다.

내가 짝을 찾았다.

마필리와 우레별을 당당히 마주보며, 이제 너희의 그림자를 걷어냈노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서슬뱀은 기쁜 마음으로 큰버루에 도착했다.


큰버루의 분위기는 한층 어두워져 있었다.


마필리가, 첫 유산(遺産)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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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조상신(13) +1 21.06.12 94 4 13쪽
40 39. 조상신(12) +3 21.06.11 9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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