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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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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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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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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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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현인신(1)

DUMMY

타악!


내 버루뿔 창과, 우레미르의 화신이 든 벼락의 창이 부딪혔다.

녀석이 흐릿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달려들다니...겨루자는 건가. 좋다.]


녀석이 자세를 잡고 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으로 휘둘렀다. 허리를 숙여 창을 피한 후 창을 세로로 올려친 후 거리를 벌렸다.


“넌... 누구냐!”


[...?]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나를 모르는 채 하는가.]


“네가 우레미르라고?”


[그렇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헛소리 마라! 네가 우레미르라면... 왜 그런 형상을 취한단 말이냐!”


탄탄한 전사의 육신. 어깨에 감긴 버루 가죽. 그리고... 얼굴에 교차되어 있는 십자상의 흉터.

저것은, 영락없는 서슬뱀의 형상이었다!


“네가 정말 나의 신 우레미르냐?”


[흐음...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우레가람.]


그나마 서슬뱀과 다른 점을 찾으라 한다면, 녀석의 이마 양쪽에 돋아난 버루의 뿔. 흐릿해서 파악할 수 없는 얼굴.

그리고 어쩐지 앳되보이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쩐지 서슬뱀의 어린시절 목소리와 닮아있었다.


[의식을 갖기 전까지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네 손에서 탄생한 존재이며,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나는 너의 신이다. 우레가람. 큰버루의 손에 탄생한 부족의 신이며, 네가 곧 나의 창조주라는 것을 생득(生得)적으로 알 수 있다.]


확실히, 나와 녀석에게선 분명 신과 제사장의 연결이 느껴진다. 분명히 내뿜는 파동도, 신력도, 기질도 전부 우레미르의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저런 형상을.

하필 서슬뱀의 형상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나와 우레미르는 잠시 각자 창을 들고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답답함을 느낀 듯 우레미르가 먼저 창을 들고 돌진해 왔다.


파앙!


녀석의 창이 공기를 뚫고 오른팔을 향해 찔러들어온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창을 종으로 휘둘러 우레미르의 창을 걷어낸 후, 허리를 돌려 그 상태로 창을 매섭게 휘둘렀다.

우레미르는 빠른 속도로 내 창을 쳐내고 오히려 한 걸음을 안으로 들어와 창을 올려친다.


놈의 창끝이 바닥을 긁는다.

황급히 허리를 돌려 올라오는 창을 쳐낸다. 그 후 발을 땅에 박아넣고 창을 찔러들어갔다.

우레미르는 고개를 숙여 창을 피한 후, 내가 창을 회수하지 못한 찰나 내 아래로 뛰어들어오며 창을 뻗었다.


회수하지 못한 창을 놓아버리고, 가까스로 녀석의 창을 피한 후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대로 아래에 있던 녀석과 박치기를 해버렸다.


퍼억!


은은한 충격과 함께 녀석의 화신체는 그대로 별빛이 되어 흩어지더니, 뒤로 물러가 다시 형체를 응결했다.

신은 불사(不死).


같은 신이나, 혹은 그를 창조한 제사장이 특별한 방식으로 죽이지 않으면 결코 죽을 수 없다.


“.....”


나는 가만히 다시 화신체를 만든 우레미르를 노려보았고, 녀석은 머리를 매만지는 듯 하더니 호방하게 웃었다.


[좋군! 완벽한 전사라기엔 부족하지만... 한 방 먹었다.]


“...너.”


방금의 전투를 되새기며, 나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전투방식이 매우 익숙하군.”


[네게서 났으니 너와 닮은 건 당연한 말이지.]


“아니...”


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서슬뱀의 전투방식이다.”


[서슬뱀? 그건 누구지?]


“.....”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더군다나 녀석이 신계를 전처럼 걸어잠근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녀석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레미르는 정말로 서슬뱀을 모른다.


[아까부터 네 심상계에 심상찮은 파문이 일더군. 당혹스러워 하고 있어, 우레가람.]


우레미르가 흐릿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정말 서슬뱀을 모르는거냐.”


[그렇다, 우레가람.]


하지만 왜 녀석의 전투방식은 서슬뱀의 그것과 그렇게 닮은 것일까.

왜 녀석은 서슬뱀의 형체를 취하고 나타난 것인가.


[도대체 무슨 문제인거냐.]


“...우레미르.”


나는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내게 나타난 거지?”


[네가 전사의 의지를 가지게 되었으니. 나 역시 너와 한판 붙어보고 싶어 인간의 형체를 취한 것뿐이다.]


“왜 하필 그런 모습이냐고 물은 거다.”


그러자 우레미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의식을 가지고, 바얏크라는 제사장이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지의 기억은... 아주 흐릿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 전의 기억 중 강렬한 기억은 남아있는 편이지. 대표적으로 네가 나를 만든 것이 그것이고... 그 다음으로 강렬한 기억이라면...]


녀석이 나를 가리킨다.


[네가 내게 제물을 바쳤던 기억이다.]


“.....”


[그 제물을 받은 후, 아주 강력한 상(相)이 내 신력에 각인되었고, 나는 그 형상을 따라 전사의 몸으로 화(化)한 것 뿐.]


“...그런가.”


소슬바람이 서슬뱀의 혼을 바쳤던 때.

그때인가.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인신공양만으로 신의 형태가 정해진다면,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는 점이다.


내 선대의 제사장들은, 다들 최소 일곱 번 이상은 인신공양을 해 봤다고 했다. 우레노을은 내게 직접 인신공양의 의식에 대해 알려주기까지 했다.


나 역시 소슬바람의 낮을 바쳤고, 사하시의 새끼손가락을 제물로 바친 적 있으니 어찌보면 인신공양을 해본 셈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레노을은... 인신공양을 한다고 신의 형태가 바뀐다는 언급은 하지도 않았어.’


인신공양에 대한 것을 배울 때는 그가 치매에 걸리기 전이라 똑똑히 기억한다.


신의 형태는 인신공양 같은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신에게 또 다른 형태를 주거나, 형태를 바꿔버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자극’.


침략전쟁으로 수많은 부족을 침략해 부족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버리거나.

다른 신을 사냥해서 내 신에게 먹이거나.

인간 생명을 최소 사천 명 이상 바치는 정도의 자극이 아니라면 신의 형상이 변할 이유따윈 없다.


[내가 형상을 바꿀 수 있는 것에 그리 놀란 건가? 이 모습이면 되겠나?]


파앗!


우레미르가 다시 형상을 변화시켰다.

녀석의 형체가 허물어지며, 익숙한 모습이 드러난다. 버루의 뿔에, 길쭉한 머리, 구렁이의 몸, 매의 발을 단 기이한 짐승.

내가 알던 우레미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서슬뱀의 혼을 바쳐서 그런 모습을 취할 수 있던 것이라면... 녀석의 안쪽에도 어쩌면... 서슬뱀의 인격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녀석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어쩐지 예전처럼 편하지만은 않았다. 녀석은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다시금 서슬뱀의 형상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녀석이 흐릿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심상계에 불신(不信)이 싹을 틔웠구나. 우레가람.]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기분이 유쾌하진 않군. 다음에 볼 때는 그 의심을 거뒀으면 하겠다.]


파스스...


그 말을 끝으로, 우레미르의 화신은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우레미르의 의식이 신계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왜 우레미르가, 서슬뱀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는 것인가!

버력미르의 인격이 날뛸 걱정은 없어졌지만, 이제는 서슬뱀의 인격이 내 신에게서 나타날 걱정을 해야한다.

여우를 쫓아내고 범을 집에 들인 기분이었다.



* * *



우레버루에게 먹이를 먹인 후, 녀석을 타고 숲을 가로질렀다.

반얀숲을 벗어난 후부터는 점차 나무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점차 숲에서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숲에 충천했던 영기가 흩어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바얏크가 걸어준 [숲의 축복] 덕에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큰버루 문화권과 같은 힘을 쓸 수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두두두두두-


나는 우레버루를 몰며 숲을 벗어났다. 서슬뱀의 기억을 완전히 읽지는 못했다. 아직 녀석의 육 년간의 여정은 완전히 읽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그나마 읽어들인 육 년간의 여정 속.


반얀 부족을 벗어나고, 그 너머에 부족에서 보낸 서슬뱀의 기억을 읽어들이며, 숲 너머에 있는 부족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센유엔(Xuanyuan) 부족.’


반얀 부족을 침략했던 부족이자, 넓적머리 부족의 본류(本流). 동시에 허리춤에 봉인된 원령들의 고향이었다.

버루를 몰며 센유엔 부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때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상신의 숲을 빠져나왔으니 영력이 줄어드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나는 기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영력이 많이 적다!


파앗!


주변의 영력을 끌어모아 주술 문양을 띄워보였다. 그러자 굉장히 비실비실해 보이는, 흐릿한 문양이 하나 떠오를 뿐이었다.

주변의 영력을 흡수하던 그 문양은 얼마 안가 픽 꺼지고 있었다.


“영력이... 부족하군.”


그냥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고갈되었다.

이 인근은 기이할 정도로 영력이 고갈된 상태였던 것이다.

버루를 이끌고, 점차 나무들이 사라져가는 언덕을 넘으며 영안을 떴다.


대기중에 영기는커녕 생기조차 말라붙은 듯, 바람은 메말랐고, 지기(地氣)는 형편없이 고갈되어 있다.


‘영력의 농도가 이정도로 차이날 수가 있나...’


한쪽 숲은 영력이 넘쳐나다 못해 죽은 영이 흩어지지 않아 사후세계를 만들 정도고.

한쪽은 영력이 메마르다 못해 기묘한 갈증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바얏크의 숲 주술이 주변의 영기를 빨아들이는 건가?”


생각해 봤지만 그건 아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새벽산맥은 지기가 바짝 마른 바위산이었어야 한다.

조상신의 숲은 인근에 영향을 끼치는 류의 주술이 아니다.


두두두두두-


언덕을 넘어서니, 이제는 나무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초원(草原)!

끝도없이 이어진 광활한 초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한 번 불때마다 초원의 초록빛 파도가 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반얀숲의 경계를 가르던 개울은,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수많은 개울과 합쳐져 적당한 크기의 강이 되어서 흐르고 있었다.


초록빛 평원의 옆에 흐르는 푸른빛 강.

그자체로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강줄기의 옆자락.

목책을 두른, 나름 커다란 규모의 마을이 보였다.


센유엔(Xuanyuan) 부족이었다.




기묘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영력을 갈무리해 영기가 주변으로 새는 것을 막았다.

대기에서 영력을 보충할 수 없을 정도로 영기가 희박한 곳이다.

영안으로 확인한 결과, 지력(地力)조차 메마른 곳인데, 어떻게 저런 녹빛 초원이 있단 말인가.


반얀 마을과는 다른 의미로 수상쩍은 마을이었다.


“자, 봐라. 너희들의 고향이다.”


나는 허리춤에 두른 위패를 들어올려, 원령들에게 멀리 보이는 목책의 마을을 보여주었다.


“이제 고향 땅에 왔으니 마음 놓고 성불해라.”


[으... 으으...]


수십 명의 원령들이 위패 속에서 흘러나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눈물을 흘리며 읇조렸다.


[고향... 고향의 땅으로... 우리의 집으로... 가고싶다...]


“여기가 너희의 고향이다. 센유엔 부족의 전사들이여... 잠들어라.”


타지에서 객사한 원령의 한을 푸는 것은 간단하다.

그 혼을 고향으로 돌려주면 알아서 성불하게 된다.


“....?”


그럴 터였다.


[집... 집에... 가고 싶다...]


원혼들은 두리번거리며 계속 피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뭐지?’


저 언덕 아래, 목책이 있는 마을이 있다.

이들은 분명 센유엔 부족의 전사들일 터.

심지어 서슬뱀의 기억 속에서도 저 목책은 센유엔 부족이 맞았다!


“마을 안에서 풀어줘야 하는건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원령들을 불러들여 위패 속에 다시 봉인했다.

하나같이 나와 일전을 겨루고 난 후, 영력을 잔뜩 소진해서인지 기운이 허약해져 있었다.

위패를 허리춤에 묶고, 버루를 이끌고는 천천히 센유엔 부족으로 향했다.


서슬뱀의 기억 속, 센유엔 부족 사람들은 크게 인심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고, 현명한 지도자의 지도 아래 잘 살아가는 부족이었다.

위패 속 원혼들과 같은 부족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부족이었다.


‘원혼들도 저 안에서 성불시킬 겸. 오늘 하루는 저곳에서 묵고 출발하는 것도 좋겠어.’


그렇게 우레버루와 나란히 걸어서 언덕을 내려갈 때였다.


휘익!


갑자기 땅이 쑥 꺼지며 몸이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작가의말

표지를 바꿔봤습니다. 표지를 그려주신 분은 익명의 신석기 예술가님이십니다. 익명의 신석기 예술가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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