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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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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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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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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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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현인신(2)

DUMMY

콰드득!


떨어지는 와중, 창을 흙벽에 박아넣어 매달리면서 겨우 추락사를 막을 수 있었다.


“후우... 후우...”


깊은 땅굴이었다.

주술로 감지해보니, 함정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땅굴이었다.

저 아래에 평평한 바닥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죽을 뻔했단 생각에 절로 팔이 후들거린다. 나는 몸을 가볍게 하는 주술을 걸고, 흙벽을 짚은 후 땅굴을 기어나갔다.

우레버루는 내가 갑자기 사라졌던 것이 걱정도 되지 않는 듯, 옆에서 한가로이 풀이나 뜯고 있었다.


“제기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왜 이런 곳에 땅굴이 있단 말인가.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재수가 없었다 치고 우레버루를 끌고 목책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휘익!


“....!”


나는 다시 한번 다리 아래가 휑해지는 느낌에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뭣... 또 땅굴이라고?”


또 깊은 땅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주술로 조사할 필요도 없이, ‘땅굴’과 관련된 서슬뱀의 기억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센유엔 부족은 부족 인근에 크고작은 구덩이가 많다.

-물이 부족해 우물을 파느라 그렇다고 한다.


“이게 무슨...”


서슬뱀의 기억 속, 육 년 전의 센유엔 부족은 옆에 강이 메말랐었고, 땅을 잔뜩 파야 겨우 물 몇 줄기를 구할 수 있는 마을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힘겹게 마을 주변에 잔뜩 땅을 파놓은 모양이었다.


“우레버루를 타고 달렸으면 큰일날 뻔했군.”


녀석이 달리다가 땅굴에 발이라도 접질렀으면, 꼼짝없이 또 이 마을에 열흘씩이나 발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천둥의 힘]이 오랜 시간동안 유지가 되면 이런 걱정따윈 안 하는 건데...’


사물에 번개의 속성을 부여하는 제의, [천둥의 힘]을 쓰고서 벼락이 되어 동쪽 끝으로 날아간다면 시간 걱정따윈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천둥의 힘]을 일정시간 이상 사용하면 육신에 무리가 온다.


아마 한줄기 벼락이 되어서 동쪽 끝에 도착하기도 전 육신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거기다가 진짜 뇌속(雷速)도 아니고...’


벼락의 속성을 부여할 순 있지만, 내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속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인간의 피륙을 가진 이상 진짜 뇌속을 내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나는 어느새 센유엔 부족의 목책 앞에 다다라 있었다.


나는 통역주술을 일으켰다.


"계십니까!"


“누, 누구요!”


목책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목책보다도 살짝 큰 우레버루의 모습 때문인 것 같았다. 곧이어 목책 위로 몇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지나가던 길손인데, 오늘하루 이 마을에서 묵어도 되겠습니까?”


“기, 길손?”


그들은 당황하는 듯 하더니 소리쳤다.


“잠시 기다리고 계시오!”


“여쭤보고 오겠소!”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고, 얼마 후 목책 한 구석이 열렸다.


“들어오시오! 공손께서 허락하셨소!”


“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우레버루를 이끌고 목책 안으로 들어섰다.


“....?”


그리고, 목책 내부에 들어온 나는 기이함을 느꼈다.


‘목책을 기준으로 이 마을 안은 지기(地氣)가 고갈되진 않았군.’


하지만 역시 이상하다. 지기와 영기는 같은 것이나 다름없어, 땅에 기운이 충만하면 대기에도 기운이 충만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목책 내부의 땅 밑으로 지기만 풍부하고, 대기중에 영기는 여전히 희박했다.

그렇다고 지기가 아주 풍부한 것도 아니다. 딱 평균적인 수준보다 조금 밑이다.


역사 기이한 마을이었다.


“안녕하시오, 내 이름은 샤오허. 일단 버루는 잠시 맡기시오. 그리고 당신은 나를 따라오시오.”


수염을 기르고, 삼베옷을 짜 입은 남성이 내게 다가와 손진했다. 아까 목책 위에 서있던 사람 중 하나인 듯 싶었다.


“우선 공손을 뵙고, 당신이 이 마을에 머물 수 있을지 판단하겠소.”


“공손... 이 마을의 우두머리신가 봅니다?”


“우리 센유엔 부족 대대로 이어오는 우두머리의 직책... 비슷한 것이외다. 그 분 앞에선 행동거지를 조심하시오.”


직책이면 직책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비슷한 것은 뭘까.

나는 의문을 느끼며, 우레버루에게 접근하는 부족원들에게 말했다.


“알았소. 그나저나, 버루를 다룰 줄은 아시오?”


내가 옆에서 떨어지고, 낯선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자 우레버루는 콧김을 내뿜으며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러던 중 센유엔의 전사 복장을 한 남성이 냉큼 우레버루의 위로 올라가, 뒤통수를 때렸다.

녀석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사이 마을사람들은 버루가 좋아하는 풀들을 가져다 주었다.

샤오허가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 후, 내게 손짓을 했다.


아무래도 다들 버루를 다루는 데에 익숙한 듯 싶었다.


“다들 버루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가보오?”


나는 마을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졌다. 센유엔 부족원들은 피부가 누랬고, 나무로 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이들의 나무집은 마치 오두막처럼 네모난 형태였다.


‘움집의 형태는 아니군. 이곳의 제사장이 고안한 건가.’


센유엔의 제사장 역시, 신석기보다는 앞선 문명에서 온 영혼을 받아들인 자이리라.


“예전에도 버루를 타고 온 길손이 있었으니까. 이리저리 둘러보지 말고 빨리 따라오시오.”


내가 두리번 거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샤오허는 딱딱한 목소리로 내게 주의를 주었다. 아무래도 외지인은 그리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닌 듯 했다.

얼마간 그를 따라갔을까. 나무집 중에서도 가장 큰 나무집 앞에 도착한 샤오허가 소리쳤다.


“공손! 길손을 데려왔습니다, 묵어도 될 자인지, 아닌지 판가름해 주십시오!”


얼마 후 나무집 안에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라 하게.”


샤오허는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내게 말했다.


“들어가시게.”


나는 오두막에 주술적인 힘이 걸려있는지를 확인한 후,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깔끔했고, 마을의 우두머리가 사는 곳 답게 여러 가죽이 벽에 걸려있었고, 바닥의 정중앙에는 큰 짐승의 가죽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가죽 너머로 부드러운 재질의 옷을 입은 한 중년인이 책상다리로 앉아있었다.


“앉으시게. 나는 공손(gongsun)이라고 하네. 자네는 이름이 무엇이지?”


“우레가람이오.”


나는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ᄁᆞᆯ끔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며, 머리는 상투를 틀 듯이 묶어놓고 있었다.


‘저자가... 공손?’


몇 세대 전 반얀 부족에 침략을 명했던 이의 후손인가.

영안으로 그를 살펴본 나는 긴장을 풀었다.

영(靈)의 크기로 보아 일반인이었다. 제사장처럼 비대한 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력이 조금 활발한 것을 보아 주술을 조금 쓰는 듯했다.


“우리 마을엔 무슨 일인가?”


나는 주변을 흘긋 쳐다보았다. 공손이라는 자의 뒤편.

주술적 파동을 흘리는 조각상 같은 것들이 있었다.


‘소소하군.’


딱히 공격 주술같은 것은 아니었고, 그저 거짓을 판별하거나, 점을 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제기(祭器)들이었다.


“동쪽으로 향하던 중 하루 묵을까 하고 들렸습니다.”


나는 거짓을 탐지하는 주술파장에 적당히 영력파장을 맞춰주며 입을 열었다.

공손은 뒤편 제기에 신경을 쓰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머물 게지?”


“오늘 하룻밤만 묵고 갈 것입니다.”


여기에 들른 것은 센유엔 부족 전사들의 원령을 성불시키는 것과 동시에, 체력을 정비하고 출발하려던 것뿐이다.

하루도 솔직히 과하다.

제기를 흘긋거리던 공손은 내 대답이 솔직하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다만 우리 부족에 머물려면 일을 해야 한다만... 우리 부족이 지금 길손 하나에게 무작정 친절을 베풀만큼 형편이 좋진 않아서 말일세.”


“예,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도와드리죠.”


“고맙네.”


아무래도 몇 세대 전 반얀부족을 침략했던 당시의 공손과는 달리, 지금의 공손은 그냥 주술 몇 가지 쓰는 일반 족장인 것 같았다.


‘그래서였군...’


센유엔 부족 전사들의 원령이, 운해 위에서 강철의 산을 소환했을 때.

그 강철의 산의 허상에 대고, 공손에게 빌었었다. 도와달라고. 눈앞의 공손이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니리라.

그저, 도울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었으리라.


나는 공손과의 대화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별 생각 없이 질문을 던졌다.


“센유엔 부족에 오기 전... 이 근처에는 쇠로 된 산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게 있습니까?”


“쇠로 된 산? 하하하!”


공손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마흔을 넘게 살면서 그런 건 한 번도 &*)%&)&*%(&%()*^...”


그리고, 통역주술이 꼬였다.

이 자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

나는 황급히 서슬뱀의 기억을 되살려, 센유엔 부족 언어를 알아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원래 부족마다 그런 거짓말 하나쯤은 있는 법이지요. 숲 속 부족에서, 숲 너머 부족 옆에는 쇠로 된 산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 뭡니까?”


“허허, 숲 속 부족이라. 그곳에도 사람이 사는군. 몰랐네.”


서슬뱀의 기억을 살려 공손의 어휘를 겨우 알아듣고는 있다만, 여전히 통역주술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숲 속 부족을 모른다는 것 역시 거짓말이다.


‘뭐지?’


그냥 일반인 주술사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제대로 된 지식을 알고 있는 자 같았다.


“흠흠, 그나저나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다만, 이제 나가줄 수 있겠나? 샤오허가 자네가 머물 집과 도울 일을 알려줄 걸세.”


“감사합니다.”


“이걸 가지고 나가서 샤오허에게 보여주면 잘 대해 줄 게야.”


그는 옆에 있던 끈 같은 것을 내게 건냈다.

붉은색 끈이었다.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붉은 끈을 가지고 나와 샤오허에게 보여주었다.


“공손이 이 끈을 보여주라 하더구려.”


“붉은 끈이면... 호양의 집이군. 따라오게, 호양이라는 친구의 집으로 가 머물면 될 게야.”


샤오허는 어쩐지 살가워진 말투로 나를 이끌었다.

그를 따라가려 할 때였다.


따끔


나는 어쩐지 뒤통수가 따가워, 공손의 집을 쳐다보았다.

미약한 살기(殺氣)가 잡혀왔다.


‘오래 머물고싶지 않은 마을이군.’


쇠의 산이라는 말이 무언가 저 자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이었다. 하룻밤 묵을 것도 없이, 원령들을 풀어주고 빨리 이 마을을 떠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샤오허의 안내에 따라 호양이라는 자의 집에 도착했다.


“이보게, 호양!”


샤오허는 몇 번 집 앞에서 그를 부른 후, 대답이 없자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밭에 있는가 보군. 들어가 쉬게. 내 호양에게 말해두겠네.”


“고맙소. 그런데 공손이 날더러 일손을 거들라고 했는데...”


“음?”


그 말에, 샤오허는 의아한지 나를 보며 말했다.


“자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손에 들린 붉은 끈을 흘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마도 호양의 일을 도우라는 것 같군. 내 생각엔 호양이 집에 돌아오면 자네에게 일을 시킬 걸세. 그 전까진 쉬고 있게나.”


샤오허는 그 말과 함께 어딘가로 총총 걸어갔다.

나는 의아함이 들어 붉은 끈을 보고는 호양이라는 자의 집에 들어가 앉았다.


아직 서슬뱀이 센유엔에 와서 있었던 일들은 다 읽지 못했으니 우선 읽어두기 위해서였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서슬뱀의 기억을 읽어나갔다.



* * *



“...이런 미친 새끼들이...”


화르륵!


주술을 일으켜 공손이 내게 준 붉은 끈을 태워버렸다. 센유엔에서의 기억을 전부 읽었다.

서슬뱀은 센유엔 부족에 아홉 달 동안 머물며, 상당히 그들과 깊게 지냈었다.

그리고 그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센유엔은 인신공양의 풍습이 만연한 마을이었다.

센유엔은 길손에게 빨강, 노랑, 파랑의 끈을 외지인의 증표로 나누어 준다.


파란 끈은 그냥 길손의 증표.

노랑 끈은 몇 달을 머물다가 필요한 때에 잡아먹거나, 인신공양을 할 예비 제물의 증표.

빨간 끈은 즉시 인신공양을 하기 위한 제물의 증표였다.


서슬뱀은 당시 노란 끈을 받았었다.

녀석의 기억으로, 호양이라는 자는 센유엔의 전사로, 길손을 ‘사냥’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했다.

아마 샤오허는 호양이라는 이를 불러와 나를 죽이고 제물로 바치려는 듯 했다.


벌컥!


나는 호양의 집을 박차고 나와 공손의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예의 따윈 차리지 않겠다.


혼백을 뽑아 고문해서 궁금했던 걸 묻고,

원혼들을 적당히 던져놓은 후 바로 떠날 것이다.


작가의말

구질구질한 과거사는 시원하게 스킵.

적당히 필요할 때에 필요한 부분만 말로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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