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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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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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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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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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잘 가르쳐줄게

DUMMY

소박하고 투박하지만 푸짐한 음식을 대접 받은 일행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이 곧 굶을 것을 알고도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하는거야. 그 사람들도 목숨을 걸고 해준 밥이라 이거야.”


뭐 전혀 납득도 안되는 헤리오스의 말을 들으며 키사와 제이크는 검을 뽑아들고 앞장서서 걸으며 풀과 나뭇가지들을 쳐냈다.


“어허! 거기서 그렇게 힘으로 하면 나중에 습관이 되니까 길을 만들 때도 초식을 사용해서 베어야 한다고.”


헤리오스의 잔소리에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가며 검을 뻗어 나뭇가지들을 떨어뜨렸고, 강하게 휘둘러 풀을 베었다. 그 모든 동작을 헤리오스가 알려준 초식의 동작으로 행하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힘들었다.


“생각을 하고 초식이 나오면 늦어. 아주 몸에 박아놔야 해.”


두 기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전진하는 동안 클라라는 늑대의 등에 올라타 헤리오스의 뒤를 따라왔고, 늑대들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탁탁 바닥을 치며 쫓아왔다.


“힘드냐?”

“헉...헉... 아닙니다.”

“...헉...헉...”


대답도 못하고 침까지 질질 흘리는 제이크를 보고 헤리오스가 혀를 찼다.


“쯧. 알아서 체력 안배 잘 해라. 너희들 체력 다 떨어졌다고 적들이 봐주지 않으니까. 알긋냐?”

“네. 헉...헉..,”

“헉...헉...네...헉...헉...”

“그러다 아주 똥 싸겠다.”


하지만 키사와 제이크의 등에는 자신의 몸집만한 배낭이 짊어져 있었고, 손목과 발목에는 작지만 모래주머니까지 묶여 있었으며, 몸에는 갑옷을 걸치고, 걸을 때는 보법으로 검을 휘두를 때는 초식을 펼치면서 이동하니 그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체력 안배는 자기가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아주 걸어갈 때 똥 쌀 기운까지 다 쓰면 그냥 죽는거다.”


헤리오스의 속을 긁는 말에 제이크와 키사는 더욱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뭐... 난 분명히 경고 했으니까...”


헤리오스는 하던 말을 마치자마자 클라라를 끌어안고 나무 위로 훌쩍 뛰어 올랐고, 늑대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 휙! 휙!

- 샤사사사사!

- 프슷!


그리고 곧바로 제이크와 키사를 향해 화살과 돌, 칼, 나무 창 같은 것들이 덮쳤다.


“뭐야?”

“에잇!”


둘은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무기들을 쳐내고 또 바닥을 뒹굴면서 공격을 피해냈다.


“쿠에에엑~!”

“키에엑!”


그리고 숲 안쪽에서 초록색의 작은 키의 고블린들이 일제히 키사와 제이크를 향해 도끼와 단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고, 키사와 제이크는 이를 악물고 고블린들을 베어내며 버티고 또 버텼다.


“에혀... 결국 내가 나서야...”


헤리소스의 푸념에 클라라가 헤리오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저거 우리 애들 밥.”

“응?”

“밥... 저녁에 먹을 거.”


클라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늑대 세 마리가 마치 총알처럼 달려가며 고블린을의 목을 뜯었다.

재빨리 달려들어 고블린 하나의 목의 살점을 뜯어내고 바로 몸을 펄쩍 뛰어 다른 곳에서 망설이는 놈의 목을 또다시 노리는 매우 숙련된 솜씨로 무리를 지워나갔다.


격렬하게 반항하는 고블린에게는 훅 뛰어 올라 발로 고블린의 머리를 후려쳤고, 고블린이 쓰러지면 다른 늑대가 달려들고 목을 물고 흔들어 그대로 목을 부러뜨렸다.


“하하하... 세상에... 내가 가르친 기사 둘 보다 늑대의 활약이 더 고수같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습격을 시도했던 고블린의 무리들은 대부분 시체로 변했고, 몇몇 살아남은 고블린들 역시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대고 있었다.

클라라를 안고 나무에서 뛰어 내린 헤리오스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기사 둘을 쳐다보다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둘의 실력은 저 늑대들보다 못해. 알지?”

“...네.”

“...압니다.”


풀 죽은 모습에도 헤리오스의 독설은 끝나지 않았다.


“분명히 체력 안배에 신경쓰라고 얘기했음에도 듣지도 않았고, 죽을 뻔한 것을 저 늑대들이 살려줬으니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두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이고 헤리오스에게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헤리오스의 야단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이크! 넌 오호단문도를 사람에게만 쓰나? 고블린에게는 왜 초식을 사용하지 않았지? 그 정도 정신으로 검을 휘두른다고 할 수 있나? 마찬가지다! 키사! 넌 난피풍검법에 왜 강이 주를 이루는 거지? 도대체 너의 검에서 변과 쾌는 어디다 버리고 다 힘으로 밀고 다니는건데?”


이번에는 검을 쓰는 것을 가지고 혼을 내다가


“제이크! 넌 호랑이를 모르나?”

“네...”


퍽!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알아야지! 호랑이를 따라하는 검술을 호랑이도 모르고 내가 하는 모양만 따라하면 뭐가 되겠어! 배우겠다는 거야? 광대짓을 하겠다는 거야?”


정강이를 걷어차인 제이크. 하지만 대꾸도 못하고 고개만 숙인다.


“키사! 넌 바람이 자리에 우뚝 서서 검을 사방으로 찌르면 그게 바람이냐? 걸리는 것도 없이 어디나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보법은 놔두었다가 시집가서 바람필 때 쓸거야? 똑바로 안하면 시집도 못가고 먼저 뒈지는 거 몰라?”


퍽!


제이크와 같은 걷어차인 키사. 하지만 역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있다.


“따라 와!”


클라라를 데리고 다시 숲을 헤치고 나가려고 하자 제이크가 말했다.


“아직 고블린이 근처에...”

“없어! 그리고 제이크 아직 기운이 남았나보지? 말 대꾸도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근처가 안전한지 확인도 필요하고... 체력도 좀 보충하고...”


헤리오스는 그런 제이크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무심하게 말했다.


“제이크 넌 세상에서 가장 추잡스러운 놈이다.”

“네? 공자님... 저는 단지...”

“세상에서 가장 추잡스러운 것이 남 밥 먹는 거 쳐다보는 거야. 응?”


그러면서 헤리오스가 손으로 늑대들을 가리키자 늑대들은 입에서 침을 흘리며 자리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애들 밥 먹는데 여기서 그거 쳐다볼거야?”

“...아닙니다. 저도 사실 바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키사를 찾으니 키사는 이미 있는 힘을 다 짜내며 검을 휘둘러 숲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공터를 찾아 나가고 있었다.


“아... 배신자...”


헤리오스와 클라라는 키사와 제이크가 만든 길을 따라 숲의 안쪽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고, 뒤에서는 찹찹하는 소리와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한 동안 들려왔다.


겨우 공터를 찾고, 불을 피우과 물을 길러 솥에 담아 끓이면서 넷은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자... 이건 단검. 이건 대침. 이건 소침. 이건 우모침이라고 아주 귀한거야. 그리고 이건 아미자, 이건 독고저. 이거는...”


헤리오스는 품에서 또 가방에서 작은 무기들을 하나 씩 꺼내면서 클라라에게 보여주었고, 그런 무기를 하나 씩 살펴보면서 클라라는 헤리오스에게 무공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좀 어렵지?”


너무 많은 설명을 한 헤리오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지만


“그러니까... 이건 단검... 대침, 우모침, 아미자, 수리검, 비접, 이거는...”


조금 전 배웠던 것을 줄줄히 말하는 것을 보고 헤리오스의 눈에서 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클라라... 천재구나!”


기본이 부족하다며 물이 다 끓을 때까지 마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제이크와 키사는 그 소리를 듣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히 클라라의 성취는 둘이 보기에도 사기적이었으니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자... 이 손기술을 따라해보렴.”


헤리오스는 작은 쇠막대를 하나 들고 손가락 사이에서 움직여 보였다.


“와! 빨라!”


손에서 움직이는 젓가락 정도의 쇠막대기가 헤리오스의 오른손위에서 왔다갔다를 빙글빙들 돌면서 춤추며 반복하자 클라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나도! 나도!”


돌리던 쇠막대기를 클라라에게 주자 열심히 연습을 시작하는 클라라.


“허리 내려! 아직 솥에 물이 끌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서 솥에 다시 떠온 찬물을 부으며 물을 보충하는 헤리오스였다.


“아...아... 거의 다 됐는데...”

“다시... 식어버리면...”


솥에 부어지는 찬물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두 사람에게 헤리오스는 냉랭하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얼음덩어리를 넣고 싶은 걸 참고 물만 부은거야.”


다시 물이 끓기 시작하자 헤리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키사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대련이야. 덤벼. 대신 난 맨손으로 해주지.”

“위험합니다. 공자님.”


키사의 말에 헤리오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나중에 얻머맞고 울지말고 어서 덤벼.”


잠시 아랫입술을 깨물던 키사가 검을 뽑아들고 헤리오스에게 찔러 들어갔지만...


- 펑!


어느 새 헤리오스는 키사의 바로 앞에 서 있었고, 손은 키사의 아랫배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컥!”


강한 충격에 저 만치 나가 떨어진 키사를 일별하고 제이크를 향해 소리친다.


“덤벼!”


키사의 상황을 본 제이크는 무식할 정도로 강하게 검을 내리찍으며 덤볐지만...


- 퍽!


“멍청한! 초식은 그냥 멋으로 배우는지 알아?”


헤리오스의 오른발이 제이크의 명치 바로 아래를 옆차기로 가격했던 것이다.


쿠당탕!


뒤로 날아가 바닥에서 한바퀴를 더 굴러 뻗어버린 제이크.


“키사! 일어나! 다시 덤벼!”


이번에는 눈에 불을 켜고 전력을 다해 덤벼든 키사.


휘리릭! 휙! 휙!


초식을 펼치며 검으로 헤리오스를 압박하지만 헤리오스의 묘한 발 움직임으로 단 한번도 헤리오스를 맞추지 못하고


- 퍼퍽! 퍽!


가슴과 배. 등까지 장법으로 얻어맞고 땅에 입을 맞추고 마는 키사.


“제이크!”


이번에는 제이크가 오호단문도를 펼치며 달려들었지만


-퍼퍼퍼퍼퍼퍽!


헤리오스가 틈 사이로 뻗은 권이 연속으로 적중되고 힘없이 자리에서 무너지고 만다.


털썩...


“흠... 오늘은 여기까지. 운기조식하면서 대련상황 복기하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다시 검을 휘두르며 전진이다. 알았지?”


키사와 제이크는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하며 헤리오스와의 대련을 복기하기 시작했고, 클라라는 세 사람의 대련을 보며 신기한 듯이 눈을 반짝이다가 헤리오스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오빠! 나도 저렇게 때릴거야?”

“응? 우리 이쁜 클라라가 안맞게 잘 가르쳐줄게.”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 헤리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클라라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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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6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5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2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8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39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6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8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6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6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39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0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3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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