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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가짜 마왕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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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행진곡
작품등록일 :
2021.05.12 21:37
최근연재일 :
2021.05.30 18:08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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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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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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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확장된 세계 (2)

DUMMY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같은 인간으로부터.

그 사실에 몇몇 사람들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

금발남자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금발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시발. 뭐하는 짓거리야?! 네가 의사야? 저 사람이 곧 죽는 지, 사는 지 어떻게 알아?!”

“아, 어떻게 아셨지? 저 의사입니다.”

“뭐, 뭐야? 개소리하지 마, 이 새끼야! 의사가 다짜고짜 사람을 죽여?”

“이런. 일반화하시기는. 이건 제 개인의 성격입니다.”


금발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겠지만 여기에선 다친 사람을 치료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던전 안이니 마물에게 처참하게 뜯겨지는 것보다 이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빠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나더니 사내는 멱살을 잡은 손을 거칠게 흔들었다.

켁켁. 숨이 막히는 기침소리.

그럼에도 사내는 손에 힘을 풀지 않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새끼야! 네가 뭔데 네 멋대로 판단해? 저 사람이 부탁이라도 했냐? 죽여 달라고?!”

“아, 아뇨. 제가 염치도 없게 부상을 입은 사람에게 무리해서 말을 시키도록 하겠습니까? 그냥 제 소견이죠.”

“뭐. 뭐야?”

“선조치 후보고 아시잖아요? 저런 상처는 생각보다 고통이 커요. 죽고 싶을 정도로. 저도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바람을 들어준 거랍니다? 선의의 배려죠.”

“이 새끼가! 사람을 제멋대로 죽여 놓고 배려?!”


사내는 분노가 폭발한 표정으로 멱살 잡은 두 손을 잡아당겼다. 그 탓에 금발남자의 몸이 맥없이 흔들렸다.

금발남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두 분은 서로 아는 사이셨습니까?”

“몰라, 새꺄. 시발.”

“그런데 왜 이렇게 열을 내십니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오지랖도 심하면 병입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


퍼억!


사내는 주먹을 내질렀다.

금발남자의 얼굴이 크게 뒤로 젖혀졌다. 마치 목뼈가 나간 것처럼. 그럼에도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저들을 말리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금발남자의 말은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사람들의 적의를 살만한 문장으로 가득했으니까.

사내는 붉게 물든 표정으로 금발남자를 노려보았다.


“죽을 위기에서 서로를 구해준 동료다, 새끼야. 살기 위해 싸운 사람을 비참하게 죽여?”

“아, 전우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새꺄, 전우애다. 시발. 그리고 배려는 시발, 죽어가는 사림이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배려지, 개새끼야.”


그 말에 금발남자가 이죽거렸다.


“당신도 저 사람에게 자신을 동료라고 여겨달라고 부탁이라도 받으셨습니까? 같은 처지의 사람을 겪어보니까 왜, 동질감이라도 드시는 모양입니다?”


사내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그는 한 호흡을 내뱉더니 손을 뒤로 크게 당겼다.

그러자 금발남자가 움찔했다.

마치 주먹에 겁을 먹는 것처럼.

하지만 그는 겁을 먹지 않았다.


콰직!


“큭! 이, 이 새끼가!”


그건 순식간에 일어났다.

금발남자는 사내의 발을 밟았다. 그리고 그 힘 그대로 사내의 목덜미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끄아아아악!”


콰드드드득!


금발남자는 사내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마치 헬하운드처럼.

그러자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사내를 향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늦었다.

금발남자는 쓰러지는 사내의 갑옷빈틈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퍼억!


살과 근육이 찢어지는 파육음.

사내의 몸이 축 늘어지고 금발남자가 그 몸을 밀어냈다. 그러자 사내를 향해 달려가던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생긴 장애물에 당황하며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게 죽음으로 직결될 줄은 모르고.


퍼걱!


“꺼...!”


금발남자의 검이 뛰어넘으려는 사람의 목을 부순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거두었다.

순식간에 두 명이 사망하자 이성을 잃은 다른 사람이 도끼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금발남자는 가볍게 도끼를 피했고 오히려 도끼를 던진 자에게 검을 집어 던졌다.


퍽!


이마에 검이 박힌 남자가 스스로 뒤로 넘어갔다.

깔끔한 동작이었다. 일반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마치 헬하운드를 견제하던 병사들의 훈련받은 동작처럼.


“다들 진정하시죠?”


금발남자가 말했다.

몇몇 사람들이 발끈했지만 간단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세 명을 학살한 금발사내에게 달려드는 자는 없었다.


“아. 좋아. 이 강해지는 느낌.”


금발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여긴 게임이 맞다니까. 그쵸? 아, 이런.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은 로그아웃된 것뿐이니까. 아, 전우애를 외치던 그 사람한텐 미안하네요. 의사라고 거짓말을 해서.”


금발사내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검을 주우며 입을 열었다.


“아, 이런. 분위기가 별로군요. 그런데 다들 게임에 뭐 이리 열을 올리시는 지 잘 모르겠네요. 역시 게임은 질병이야. 그죠?”

“게임 핑계대기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 가증스러운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병사를 죽인 거야 그럴 수 있지.

게임이니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게임에 나오는 인물이 확실하니까. 그래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하지만 자신과 똑같이 이 세계로 떨어진 인간을 살해한다?

그건 나도 방심하면 저 인간에게 살해당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하. 당연히 핑계죠. 아, 다들 오해하지는 마세요. 저라고 죽이고 싶어서 죽인 건 아니니까. 다들 잘 아시잖아요? 생존본능이라고 저라고 좋아서 다른 사람을 죽였겠어요? 살고 싶어서 죽였지.”

“결국 자신을 위해 죽였다는 말이잖아? 변명이 왜 이렇게 길어? 쫄린다는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시는구먼.”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가벼운 도발.

그러자 금발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도발이 먹힐 거라곤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다시 입을 연 그의 표정은 가볍게 굳어있었다.


“아, 하하. 그쪽 이름은 뭔가요? 아, 제 이름부터 먼저 밝힐게요. 우지태라고 합니다.”

“이지한.”


우지태는 쓰러진 시체에 발을 올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죽은 사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다들 성장도 못하고 일반인수준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당신들과 함께 생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발전이 없는 자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제 스스로가 강해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순간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해.

상태창도 메뉴창도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들이 가득하겠지.

아직도 저들은 이 세상이 게임이길 바라는 희망에 집착하는 모양이다.

정답은 너무나도 간단한데.

시스템이라는 만능 치트키는 없어도 이 게임의 설정과 세계관이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 다들 모르는 눈치시네. 진짜. 어이가 없네요. 좀 짜증도 나고. 쓸 만한 사람이 없네.”


우지태는 그렇게 말하더니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방비한 모습으로.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앞으로 나서기를 거부했다. 마치 누군가가 나 대신에 이 일을 해결해 줄 거라고 믿듯이.


전우애는 무슨.

서로에 대한 소속감이나 책임감은 우지태의 행동으로 인해 가볍게 박살났다.

분탕을 목적으로 한 행동이었다면 인정한다.

우지태는 진짜배기 분탕러다.


“아, 어쩔 수 없지. 저도 초보자였던 적이 있으니까, 뉴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암요.”


우지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동정어린 시선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움찔거렸고 몇몇은 불안한 눈빛으로 우지태의 시선을 피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그건 바로 성장. 레벨업. 본인이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 해도 레벨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죠. 그건 절대적인 기준이니까.”


나는 검을 바로잡았다.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우지태가 바라는 건 자신의 성장.

그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파티 구함! 레벨제한 없음! 우대조건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 안타까운 조건이 아닐 수가 없겠으나,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성장할 수 있는 동료를 원합니다! 알잖아요. 우리는 살고 싶다는 걸. 다들 그걸 위해서 악착같이 싸웠잖아요? 그걸 증명해주세요.”


술렁.

우지태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한다.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쳤던 자들이 서로를 의뭉스럽게 바라보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검을 겨눈다.

허 참. 이건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어디 먼치킨 소설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주인공처럼 성장을 위해서 주변인들을 학살하려고 들 줄 알았는데.

아니, 아니지. 저 인간의 성격을 지레짐작하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잘못이다.

인정한다, 우지태. 잔머리 하나는 최고다.


“이봐, 저 새끼 말을 들을 거야?”

“시발, 듣겠냐? 근데 좀 떨어지지 그래?”

“뭐야?! 그 반응은! 너, 너, 지금 내가 사람을 해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말지, 뭐 이리 예민해? 그냥 불안하니까 서로 선을 지키자고!”

“시, 시발, 그게 말이라고...!”


이 상황을 보니 우리들끼리 싸워봤자 무의미하다는 설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게 가능했다면 여태까지 온갖 커뮤니티나 댓글들에서 발생하는 가열된 토론장들이 ‘멈춰!’ 한 마디로 종결되었겠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고 소속감은 박살났다.

믿을 건 개인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며 의심하고 있는 상태.

저 사람이 혹시 우지태처럼 갑자기 뒤를 치면 어쩌지 하는 의심암귀들.

이래서 분탕은 미리 쳐내야하는데.


“그럼 저도 이 조건에 참여해볼까요? 제가 파티장인 이상 저도 모범을 좀 보여야할 것 같고, 경험치도 필요하거든요. 파티가 완성되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가 않으면 저는 다음 지역을 위해 성장을 할 필요가 있잖아요?”


그 말에 사람들 사이에서 다급함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 감정에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가열되었다.

욕설이 들려왔고 사람들의 눈에는 인간에게 있어 아주 원초적인 감정이 번들거렸다.


푸욱!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어딜 가나 분탕에 같이 휩쓸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주, 죽였다! 이봐, 죽였어! 그러니까 나를 파티에 끼워줘!”

“오! 잘하셨습니다! 좋아요. 당신은 제 파티원입니다. 이제부터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게요.”


우지태의 말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 사람에게는 우지태의 가증스러움이 죄를 보고도 무죄를 선언하는 판사를 보는 것과 같겠지.

문제는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폭풍.


챙! 캉!


“막지 말고! 죽어! 그냥!”

“진정해! 개새끼야! 좆같이 어그로에 끌리지 말고!”

“뭔, 시발 어그로 같은 소리하네! 이게 게임이냐?! 게임이냐고! 약해빠진 놈들하고 이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조금이나마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붙어야 그게 정상이지!”

“합리화 조지게 하네! 개새끼, 크윽!”


커억!


누군가 죽어나갔다.

살인이라는 우대조건을 완수한 사람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한다. 그러자 우지태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원래 파티는 4인이 국룰인거 잘 아시죠? 다들 힘내셔야겠네. 저는 4인만 받거든요. 게다가 전 선착순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살아남으신 분을 제 파티로 초대하겠습니다!”


그 말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흐르는 눈물을 제어하지 못하는 한 사람이 움찔했다.


“그, 그런, 전 사람을 죽였는데, 또 죽이라고요?”

“앞으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날 겁니다. 고작 첫 살인으로 마음이 꺾이면 저는 당신을 신뢰하기 힘들어요. 우리는 누구보다 더 강해져야 합니다. 결국 많은 전투를 거치며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아야 할 텐데, 지금 겨우 이 정도에 죄책감을 가지실겁니까?”

“그, 그런, 그게.”

“그렇다면 차라리 자살하세요. 앞으로 스토리에 등장할 마물들과 마왕. 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 그 이상의 적들을 당신의 그 나약함으로 어떻게 그들과 싸워나가겠습니까?”

“아, 아뇨!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어요! 전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습니다! 보십쇼! 증명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몸을 돌려 다시 아수라장으로 달려들었다.

인간이라는 같은 종족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라니. 그야말로 아수라가 다름이 없다.

우지태 곁으로 다가간 두 번째로 살인을 저지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저, 정말 강해지는 게 맞습니까? 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몸에 의구심을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원래 진정한 강함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큰 결심을 하셨고, 그건 정신적인 성장을 뜻합니다.”

“그, 그런, 그런가요?”


우지태의 말에 그 사람이 용기를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용기. 저 말에 사람들이 점점 현혹된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온다.

우지태가 빙긋 웃었다.


“아깝다. 내가 먼저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좀 건방져서.”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우지태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줬다.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힘내셔야죠. 전우애를 위해서 빨리 저 사람을 죽이고 당신에게 빌붙으려고 하는 충실한 애완동물들을 지키셔야죠?”

“아, 그거?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 같은 놈들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이제부턴 스스로들 해결해야지.”

“흐음. 그런 별 터무니없는 이유로 당신을 믿는 약자들이 죽어가는 걸 방치하다니 당신은 참 냉혈하군요.”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거 완전 사기꾼이네. 거짓말과 선동을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재미난 말재주다.


“내가 이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거든. 특히나 서포터 계열을 하면서 느낀 게, 아군을 신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때로는 스스로가 그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아직도 여기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그러게.

게임이 현실이 되니 이 세상이 현실임을 알면서도 게임적인 감각을 버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뭐,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저 녀석의 말에 굳이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조용히 검을 들어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겨누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진짜로 죽어요?”

“어차피! 네가 안 죽으면 내가 죽어, 이 새꺄! 언제까지 쪼랩으로 있을 거야?!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살기 위해서.”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는 건 뭐 동정은 합니다만, 그 화풀이를 남에게 하려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각오하세요.”


그는 결국 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우측 상단에서 내려치는 검.

그게 너무나도 잘 보인다.

들고 있는 방패로 내려치는 검을 막아냈다.


퉁.


가볍게 검이 튕겨진다.

숙련된 자라면 저런 크고 과장된 동작보다는 방패가 닿지 않는 부분으로 공격을 하려고 들겠지.

방금 전 그 공격으로 상대방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깨달았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나는 방패로 그 사람을 밀쳐 자세를 무너트리고 방패가장자리로 검을 짓눌러 당겼다. 그러자 그가 검을 놓쳤다. 손아귀가 찢어졌는지 뚝뚝, 피가 떨어졌다.


“시발! 죽어!”


그가 악바리를 쓰며 맨몸으로 달려든다.

너무나도 읽기 쉬운 그 모습에 나는 방패로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쾅!


사내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그걸 보면서 다시금 느낀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지 대략 만 시간이 넘어간다.

보스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냥했다. 헬모드는 물론이고 보스 스피드런도 도전했다. 자체하드모드로 손을 꼬아서 해보기도 했고 심지어 눈을 가려보기도 했다.

그렇기에 헬하운드를 비롯해서, 이 사람과 우지태가 공격하는 모션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에 읽혔다.

사내의 공격은 게임에서 등장하는 농민이나 일반인이 분노해서 휘두르는 어설픈 공격과 닮아 있었고, 우지태의 공격은 신출내기 병사의 공격과 비슷했다.


나는 고인물이다. 수많은 적들과 상대하면서 익혔던 감각과 외웠던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있다.

이로써 프롤로그는 끝났다.

그렇다면 프롤로그 보스만 처치하면 끝.


“이제 보스만 남았네? 새꺄. 딜포터라고 들어봤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긴장한 우지태에게 다가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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