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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가짜 마왕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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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행진곡
작품등록일 :
2021.05.12 21:37
최근연재일 :
2021.05.30 18:08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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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732

작성
21.05.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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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확장된 세계 (6)

DUMMY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타닥타닥 불에 타는 소리가 들리지만 불꽃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 정도로 동굴 안에는 폭발의 잔해로 가득하다.

역시. 스토리대로다.

이 동굴은 부주의한 인간들 때문에 마나석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여기 던전을 진행할 때 맵 자체가 검게 그을린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문제는 그 스토리가 적어도 싱글 중반쯤에 나온다는 건데.

시나리오에 어떤 후폭중이 생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무렴 어때.

원래 인생은 제멋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차피 게임이 현실이 된 이상, 게임사가 정해둔 스크립트에 따라 스토리가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스토리에 녹아있는 설정들.


쿵, 쿠구구궁.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슬슬 이 공간에서 나가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 먼지조차 엄청 뜨거울 것 같아서 걱정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몸을 침식하는 마기가 문제다.

이 마기는 인간을 마물로 변화시키는 오염물질이기도 하니까.


“···젠장. 더 버티다간 내 육체가 남아나지 않겠네.”


나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나를 중심으로 약간 원통 모양의 막이 쳐져있다. 이건 자연적으로 이런 형태가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난다.

감상은 이쯤하고 나는 검을 먼지가 자욱한 밖으로 내밀었다.


“이상은 없네.”


조심스레 손끝을 내민다.

다행이 특별한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왔다.


“으윽, 피멍이 든 것 좀 봐.”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나는 내 몸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

마나가 마기를 만나면 소멸한다.

즉 마기를 버틴 내 몸에는 어느 정도의 마나량이 잠재되어 있는 지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아마도 최소 일반인 이상.


“으. 아파죽겠네.”


그렇다고 함부로 시도할 짓은 아니야.

게임에서는 특별한 조치 없이 마기가 들끓는 지역에 들어가면 캐릭터의 마나가 계속 줄어들고 결국엔 체력이 감소하다 죽어버린다.

게임이니까 플레이어가 마물로 변하지 않고 세이브, 로딩이 되지. 여기서 그 짓을 했다가는 바로 몬스터 행이다.

그나저나 먼지가 점점 사라지는군.


“···오우.”


폭발의 위력이 엄청나긴 엄청난 모양이다.

동굴이었던 장소가 이제는 동굴이 아니게 되었다.

뚜껑이 어디 갔나.

폭발로 날아간 모양이다. 하늘에는 태양빛이 나를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이래서 마나석으로 만들어진 함정이 매우 극혐이다.

손상을 입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광석이기도 하고.

재가공이 아니면 시중에는 들어오지도 못한다.

어쨌든 이제는 없는 광석들이니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게임이었다면.

나는 이 상황에서 해냈다고 좋아하고 있었을까.

현실이 되어보니 기쁨보다는 뭔가 앞으로도 이렇게 목숨을 걸어가며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나는 그저 한 명의 게이머일 뿐인데.


설정으로 험난한 세계가 현실이 되니 이제야 실감이 간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가 이렇게나 위협적이라니.

순간적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일하고 게임을 하고. 그러다가 잠이 드는 그 일상으로.


“대단하군.”


벤게로브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바라보았다.

기다리가 지쳐서 향수병에 걸릴 뻔했네.


“산을 날려버리다니. 역시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군.”

“무슨 짐작?”

“네 정체가 마왕이라는 것.”


게임을 너무 많이 했군.

현실을 혼동하는 모양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니 좀 이상하군. 되게 자조적이야.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벤게로브를 응시했다.


“마왕이라. 무슨 근거로?”

“게이트를 통과하는 존재는 마물과 마왕뿐이지.”

“게이트에 갇힌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


벤게로브가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그런 우스운 말을 하는군. 마기가 가득한 곳에 일반인이 갇혀 있다가 나온다고? 그러면 그 자는 이미 마물이 되었거나, 마기에 익숙한 마왕이겠지. 틀렸나.”


지금이라면 그렇다.

게임으로 따지면 지금 시점에서 저 말은 정답이지만, 전체적은 시나리오 흐름으로 보자면 저 말은 틀렸다.


“어쨌든 어렵게 여기까지 행차하셨네. 날 죽이러 왔나?”

“그건 당연한 일이다. 네놈처럼 괴이쩍고 위험한 자는 빠르게 처리해야지.”

“역시 부지런하시군.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거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먼지알갱이들이 흩날리는 이 공간에서 나는 벤게로브를 노려보았다.

나는 왜 그렇게 저 녀석에게 화가 났을까.

그야 간단했다.

나를 죽이려고 들어서. 그리고 내가 구해냈던 사람들을 죽여 버려서.


“너 마왕의 추종자잖아. 베흐란 벤게로브. 마왕 나록의 추종자. 아, 이젠 아닌가? 반응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고.”

“···네놈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그게 자신의 명을 단축시킨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마물이니 어쩌니 하지만 실상은 그건가.

내가 아는 체를 하니 기분이 나빴다. 나를 죽이는 이유치고는 되게 간단하고 치졸하군. 물론 이게 다가 아니겠지만.


[벤게로브는 제국을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모험가들을 증오했다. 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선택받은 존재들. 벤게로브에게 그들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마왕보다 더 한 눈엣가시였다.]


멀티 메인퀘스트에 등장하는 벤게로브에 대한 내용.

워낙 인상이 남아서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인간이 모험가를 적대한다는 사실에.

싱글에 등장한 인물이 멀티에도 등장한다는 이유에.

멀티 스토리는 싱글이 끝나고 난 후의 미래 시점이니까. 다양한 떡밥이 멀티에서 풀렸지.

그런데 왜 저 녀석은 싱글시점인데도 멀티처럼 행동하는 거지?


“어느 순간 너 같은 놈들이 이 땅으로 흘러들어오더군. 빌어먹을 버러지들. 왜 자기가 살던 세상에 처박혀있지 못하고 이 세계로 넘어오는 거지?”


벤게로브는 적의를 담아서 말했다.

나와 저 녀석 둘뿐이라서 그런가. 벤게로브가 내뱉는 말에는 증오의 감정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역겹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주제에 도리어 화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의 행동이 어느 누구에게도 저지당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자를 처리하는 퀘스트를 유저가 맡게 된다.

그렇다면 유저가 등장하기 전까지 저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피해는 어떻게 되는 가? 솔직히 어느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피해자가 되어 체험해보니 알겠다.

아주 개 같은 경험이다.


“벤붕이 주제에 많이 컸다고 유저에게 대들기나 하고.”

“뭐라?”

“아냐. 혼잣말.”


싱긋 웃으며 녀석이 이해하지 못할 불평을 터트렸다.

저 녀석은 싱글의 그놈이 아니다. 변했다. 멀티의 녀석으로.

그나저나. 어느 순간 이 땅에 흘러들어오는 버러지들.

그 말이 잊어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의미지?

설마. 아니 그럴 리가. 만약 내 가설이 사실이라면.


“야! 겐붕이. ‘그분’은 도대체 누구지?”

“오만방자한 녀석. 예의라는 것을 모르나? 내 이름은 벤게로브다.”


벤게로브가 발끈했다.

자기애가 강한 녀석.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닌 녀석이니 이름 하나 멋대로 불렀다고 발끈하는 모습이다.


“어, 그래, 겐붕이. 그분에 대해 언급하기 싫다는 거지. 그렇다면 나록은 이미 죽었나?”


그 말에 벤게로브가 입을 닫았다.

···이 시점에서 나록이 죽었다라. 생각보다 빠르군. 나록은 싱글의 메인보스이자 최종보스다.

인간계에서 사람들을 이용해 분열시키고 전쟁을 일으키는 마왕.

그리고 죽음으로써 다른 마왕들에게 봉인을 풀어주는 계기가 된 존재.

그렇다면 나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사고들은 그대로이면서 다른 마왕들이 깽판을 치는 것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리군.

난이도가 왜 이래. 빌어먹을 게임사 놈들.

죽음을 각오한 상태임에도 악랄해진 난이도가 혀를 내둘러진다.


“잡설이 길었군.


벤게로브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저벅 저벅.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유롭고 꽤나 느린 걸음걸이. 그러다가 갑작스레 넓어지는 보폭! 지금!


쐐애애액!


꽈앙!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싯.


뺨에서 피가 튄다.

머리가 꿰뚫릴 뻔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턱턱 막힌다. 벌써부터 숨이 차서가 아니라 이 죽음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버겁다.


“피해?”


벤게로브가 불쾌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어쩌라고.

네가 기분이 더러울수록 나는 행복해진다. 빌어먹을 자식.


꽈앙!


큭.

귓가가 시큰하다.

상처를 입을수록 육체가 더 빠르게 지치는 것 같다.

역시. 이게 기사와 일반인의 차이인가.

나는 분명 벤게로브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션.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저 녀석이 보이는 익숙한 패턴에 나는 한 발짝 먼저 반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단가.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지만 녀석은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녀석의 검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내 육체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카앙!


“크윽!”


검으로 벤게로브의 공격을 막자 검이 박살나고 나는 기묘한 부유를 느꼈다.


쿠당탕탕!


바닥에 구르고 나서야 내가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을 내려다보니 손아귀가 다 까져있었다.

이건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빌어먹을.

이게 실력차이인가. 지금의 나로 절대 저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게 고작이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진다.

벤게로브가 내지르는 가벼운 공격에 몸을 움직여 간신히 피해도 점점 피하기 어려운 궤도로 검이 내 몸을 추격했다.

이게 녀석의 검술.


퍼억!


“···크윽.”


검에 찔렸다.

내 발악은 여기까지인가.

심장이 시큰하더니 급작스레 뜨거워진다.

정확하게 노렸군.

뜨거워진 육체가 서서히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기운이 점점 빠져지고 감각이 마비되는 기분이니까.


“이제 네 놈으로 인해 놓친 녀석들을 잡으면 끝이다.”


아. 그런가.

내가 베른을 부추겨 벤게로브와 싸움을 붙인 탓에 지하수로 도망친 이들이 살아남았던 모양이다.

포위망을 형성한 것은 베른이니까. 벤게로브에게 협조하지 않았겠지. 의도하지 않게 또 남을 구한 모양이다.


그게 참 신기하다.

옛날에는 의도했음에도 남을 구하는 것에 실패했었는데.

여기서는 구하는 것에 성공했구나.

하하. 왠지 기쁘다.


“···벤붕아. ···내가 기뻐서. 그러는데. 재미, 있는 사실 알려줄까?”

“···뭐라?”


나는 바닥을 기며 벤게로브를 향해 걸어갔다.

온몸에 힘이 없지만. 이게 내 최후의 발악이다. 벤게로브에게서 세 걸음 떨어진 장소. 그곳에 내가 손을 뻗었다.


“여, 기. 너 같은 놈이 하나 더 있다는 거. 알아?”

“그게 무슨 의미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게 될 거야.”


쩌적.

갈라지는 바닥.

그리고 요동치는 마기.

봉인이 깨지는 조건들이 완료되었다.


첫 번째. 마기를 억제하는 마나석이 모두 제거될 것.

그건 멀티에서 광부들의 부주의함으로 일어나는 사고다. 그로인해 이 공간이 완전히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광부의 부주의함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이유는 광산에서 마물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마물이?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여기.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공간.

왜 여기에만 마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올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여기에 마기를 가진 존재가 봉인되어 있으니까.


“이게 무슨!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리고 두 번째.

나글파르를 깨어나게 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이건 저들이 언급한 검은 일요일 사건과 똑같다.

인간과 마물을 재물로 받쳐 마왕을 소환한 저 사건처럼.


쿠구구구궁!


대지가 울리며 금이 간다.

벤게로브가 황급히 몸을 움직인다. 도망치려는 속셈인데. 어림도 없지.


“···벤붕아. 그거, 알아? 나글, 파르의 정체.”


그 순간 굳어지는 벤게로브의 표정.

이제야 깨달은 표정이라니 너무 늦었다.


콰앙!


불쑥 튀어나온 손이 벤게로브를 후려쳤다.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는 녀석.

크흐흐흐.


“···나글파르는, 거인이라는, 사실. 너 이제 큰일 났다? 큭크큭. 네 영지, 작살나겠네?”


복수란 녀석을 비롯한 존재가치가 전부 파괴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법.

녀석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 당연하지.

하지만 녀석이 평생을 일구어낸 결과물을 파괴할 때 놈의 고통을 배가 될 것이다.

어떠냐. 참교육의 맛이.


“빌어먹을! 네 녀석!”


쾅!


산이 폭발한다.

저런 광경을 실제로 보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 심장이 뚫려버렸으니, 웅장할 수가 없나. 큭큭.


쩌적.


바닥이 갈라지고 나는 스르르 미끄러졌다.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본다.

하늘이 멀어진다. 운석처럼 바위가 날아다니는 관경이 어마무시하다. 생명체가 직접 만들어낸 자연재해라.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점점 검게 물들어간다.

마치 이 세계에 빨려 들어가는 그때처럼.


풍덩.


무식하게 지하수로 떨어졌는데 고통이 없다.

주위는 녹색으로 가득하고 나는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점점.

빛이 이제는 보이지가 않았다.

완벽한 어둠.

주위에 보이는 것이 전부 녹색인 세계.

얼마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속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스읍. 후우우우···.”


도착했다.

나글파르의 뒤에서 겁쟁이처럼 숨죽여있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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