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아카데미의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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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나래
작품등록일 :
2021.05.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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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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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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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반 배치(2)

DUMMY

-(교관) 이제 좀 조용하군. 설명은 한 번만 할 테니 잘 들어라. 1번부터 차례로 나와 대련을 진행한다. 대련 시간은 3분. 그동안 내게 격추되지 않고 버티면 된···. 어이 거기 3번, 9번! 둘이 너무 붙었다. 안전거리 유지해라.




말하다 말고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날고 있던 둘을 떼어놓은 그가 말을 이었다.


-(교관) 3분동안 버티는 데 성공하면 20점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날 오러 캐논으로 한 대 맞출 때마다 10점이 추가된다. 격추되더라고 5발만 맞추면 만점이라는 소리니 버틸지 공격할지는 알아서 결정해라.


배치고사는 실기가 50점, 필기가 50점이라 들었다.

합쳐서 95 이상은 S반, 80이상이 A, 65이상이 B, 그리고 40이상이 C, 그 밑은 F반에 배정된다.

F반은 좀 특이한데, 얘들은 반년 안에 성적을 못 올리면 쫓겨난다.


필기시험에 4서클 정도의 마법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몇 개 있었고, 당연하게도 난 그걸 다 찍었기에 40점 이상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S반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해서 A반을 노리고 있었는데···.


-(교관) 아, 그리고 혹시라도 날 격추하는 데 성공한다면 필기 점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S반에 꽂아 주겠다.


얼시구?


-하하, 필기시험 괜히 열심히 봤네.

-(페일) ······?




* * *




제이의 실력은 몇 년 전에 그의 건캠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한 단계 정도 진보해 있었다.

그래봤자 내가 전생에 밥 먹듯이 격추하고 다녔던 평범한(?) 고인물 수준이긴 했지만.


-(2) 으아아, 안돼애액!


뭐, 그 정도만으로도 평범한 생도들에겐 재앙이었지만.


1번 생도는 극도로 방어적으로 대련에 임했고, 3분을 겨우 버텨서 기본점수 20점을 챙겨 갔다.

그리고 2번 생도는···.


펑!


[00:02:26]

[2번기 격추.]


제이에게 2발을 맞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직후에 오버슛(뒤에서 공격하는 상대를 기동을 통해 자신의 앞으로 보내버리는 것)당해 격추됐다.


얼핏 듣기로는 필기를 망했다고 하던데, C반은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러나 시시했던 것도 여기까지.

3번부터는 앞의 둘과는 확연히 달랐다.


삐이익-!


[00:03:00]


-(교관) 만점이다. 맞추진 못했지만 마지막에 쏜 아이스 애로우는 꽤 날카로웠다. 다만 수비할 때 냉정을 잃는 경향이 있으니 그 점 유의해서 정진하도록.


3번기에 타고 있던 이는 피오 아르페, 꽤 이름 있는 마법 명가 출신의 귀족이었다.

공용 회선으로 떠들어 대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다들 ‘쟤라면 그럴 만 하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거나, 운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제이를 격추하는 걸 볼 수도 있었을 거라며 흥분한 것 같다.


-(3) ···알겠습니다.


정작 그녀 본인은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지만.


하긴, 저 정도 실력이면 제이가 꽤 봐 주고 있었으며, 시간이 20초만 더 있었어도 자신이 격추당했으리란 것쯤은 알아챘을 테니.


4번은 3분을 무난히 버티고, 오러 캐논 2발을 적중시켜 40점을 얻었다.


5번은 캐논 네 발을 맞췄지만 수비 상황에서 급선회를 하는 도박수를 던졌다.

그 도박은 성대하게 실패했고, 제이의 캐논 수십 발을 맞아 완파 판정이 나 버렸다.


이변은 6번 차례에서 발생했다.


헤드온(기수를 서로에게 향하게 하고 동시에 기관총을 쏘는 것)을 깔끔하게 회피한 그는 바로 뒤에 따라붙는 제이에게 기동전을 걸어 오버슛 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날개랑 연료 탱크를 몇 방 맞긴 했지만 치명타는 없는 상태.


그리고 에너지 우위를 활용해 사선에서 벗어나려는 제이의 기체에 락온.

그림같이 날아간 파이어 애로우가 붉은 해골 마크가 그려진 교관용 기체의 지근거리에서 폭발하며 반파 판정을 띄웠다.


-(6) 다들 봤냐?! 으하하핫!

- 미친! 쟤 뭐야?


광분한 생도들이 난리가 났다.


나도 이 시점에서는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쟨 그리 유명한 애도 아니었거든.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특출나게 많은 집안이 아니라는 뜻이며,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실제 비행은 몇 번 못 해봤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제이는 평범한 4서클 마법사 정도 수준(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최고가 매직 애로우 계열, 최대 4발)으로 실력을 제한하고 대련에 임했다.

게다가 평소에 타던 단엽기가 아니라 복엽기를 타고 있었다는 점까지 더하면 평소 실력의 반의 반도 채 내지 못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교관을 격추한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교관) 좋다! 6번 생도는 S반 확정이다. 이름이 뭐냐?

-(6) 케이, 케이 탈레즈입니다!


스마트 워치로 대충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저 그런 마법 명가 출신이라는데···.

그야말로 미친 재능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페일) 야, 나 어떡하냐? 교관이고 학생이고 왜 다 괴물들밖에 없어! B반 정도는 들어가야 하는데 어떡해애액-!!

-어우 시끄러. 너 정도면 B반은 당연하고 잘만 하면 A도 갈 수 있어 이 자식아.


다음으로 나간 페일은 내 예상대로 잘 했고, 20점을 따고 3분을 넘겨 총 40점을 받았다.

···저놈은 저 처참한 자신감 좀 어떻게 해야 할 텐데 말이야.


-(교관) 8번.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라.


이제 내 차례.


-(페일) 무조건 한 대만 맞추고 튄다는 생각으로 해. 3서클로는 상대 못 해.


페일이 나름 진심 어린 충고를 날리고 착륙하러 갔다.

가볍게 무시했다.


조종 스틱 아래의 파란 버튼을 누르자 눈앞에 훈련장의 지도가 나타나고, 다른 사람들의 위치가 표시되었다.

대부분이 활주로에 착륙해 있는 상태.

보라색으로 표시된 교관기 하나가 A거점에 가서 빙빙 돌며 대기중이었다.


나는 지정된 고도인 5000m까지 올라가며 지도상에서 깜빡이고 있는 B지점으로 이동했다.


속도는 300km/h.

연료는···.


[00:20:19]


20분치 정도.

WEP(전투 비상 출력)을 키면 더 빨리 닳겠지만 어차피 시험은 3분이면 끝나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B지점 도착했습니다.


제이는 잠깐 뜸을 들이며 자신의 기체를 이쪽으로 향하게 하고는 말했다.


-(교관) 시험 시작이다.


[00:00:01]

[0번기를 제외한 나머지의 통신을 차단합니다.]


타이머의 숫자가 올라감과 동시에 우리는 WEP를 켜고 서로에게 돌진했다.

제이는 속도를 버려가며 급격히 고도를 올렸고, 나는 250km/h이상을 유지하며 완만히 고도를 올렸다.


HUD(Head Up Display) 상에 표시되는 서로와의 거리는 3km.

헤드온에 돌입하는 중인 만큼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제이는 초기형 미사일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매직 애로우가 네 발이나 있다.

그 때문에 난 회피 기동에 사용할 운동 에너지(속도)를 비축해 둘 것을 강제당한다.

반대로 난 매직 애로우를 쓸 수 있게 되는 4서클이 아니기에 상대는 운동 에너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교관) 오? 8번 생도 판단력이 꽤 좋군?


제이가 나보다 600m 정도 고도 우위를 가진 상태로 거리는 계속 좁아진다.


2km.


1.5km.


사격!


투투투투투···!


“흡!”


원래는 1km까지 쐈어야 했으나, 정면으로 파이어 애로우가 날아오는 바람에 1.3km에서 발포 버튼을 누른 채로 급하게 스틱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당겼다.


[4G]


[5G]


[6G]


[5G]


[6G]


비록 속도는 높지 않았지만, 날개가 두 쌍인 만큼 선회력은 엄청났고, 중력가속도가 순식간에 6G까지 치솟았다.

만약 여기가 지구였다면 이걸 견디기 위해서 고도의 훈련이 필요했겠지만, 여기는 마법이 존재하는 네버랜 대륙.

내 체력과 기술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조종석의 회복 아티팩트가 0.5초 단위로 뇌의 산소 부족을 해결해 준다.


따다다다닥-!!

슈아악-!


푸른빛의 오러 탄환이 지나감과 거의 동시에 새빨간 불덩이가 내 뒤로 빗나간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쏜살같이 강하하는 제이의 그린 와이번.


-(교관) 방금 교차에서 10점 획득했다. 아까 판단도 그렇고 너 실력이 괜찮군. 이름이 뭐냐?

-레이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아직 여유가 뚝뚝 묻어나는 교관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쉬지 않고 다음 수를 생각한다.


상대는 미사일을 갖고 있으며 방금 급선회를 돈 나보다 에너지 총량도 많은 상태.

선회하되 운동 에너지는 유지해야 한다.


뒤를 돌아보니 제이는 부드럽게 우선회하며 다시 고도를 확보하는 중.

딱 봐도 에너지 우위를 살려서 붐앤줌(높은 고도에서 내려찍듯 공격한 후에 빠르게 고고도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는 전략)을 하려는 것 같은데···.


아마 본인은 모르겠지만 매우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180°뒤집어진 상태의 내 기체를 60도 정도 추가로 회전시키고 조종간을 끝까지 당겨서 좌선회.


[7G]

[주의! 과하중!]

[주의! 과하중!]


이윽고 빨간색 해골 마크의 교관기가 내 사선에 들어온다.

거리는 600m.


한 뼘 정도의 리드를 주고···.


투투투투툭···!


짧게 점사.


각은 완벽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제이가 우측 아래(내쪽)로 급히 방향을 틀면서 격추는 실패했다.


-(교관) 이런 미친! 이 새끼 사격 실력이 생도 수준이 아닌데···!!


물론 격추에만 실패했을 뿐, 이미 그의 꼬리날개와 엔진은 피탄 판정을 받았다.

방향타와 엔진에 락이 걸려 선회력과 출력이 떨어진 게 눈에 보일 정도.


아직 한 발도 맞지 않아 멀쩡한 내 기체는 필사적으로 선회를 도는 제이를 여유롭게 따라붙었다.


급강하하는 한 쌍의 복엽기.


처음에는 매직 애로우를 피하느라 소모한 에너지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에 처음엔 거리가 벌어지는 듯 보였지만 제이의 엔진은 제 출력을 내지 못하는 상태.

못 따라잡는 게 이상하지.


[300km/h]

[고도 : 4500m]


[350km/h]

[고도 : 3800m]


[400km/h]

[고도 : 3000m]


다시 한번 사격 각.


투투투투툭···!


그나마 덜 치명적인 부위에 몇 대 더 얻어맞은 제이가 급상승을 시도한다.


나도 따라가려고 스틱을 당기자 오른쪽으로 배럴 롤(선회+롤)을 돌며 자신보다 속도가 빠른 나를 오버슛 시키려 하는 교관.


그렇다면 난 왼쪽으로 배럴 롤.

그대로 롤링 시저스 상황에 돌입한다.


[고도 : 2700m]


쐐애애액-!

따다다다다다닥-!


첫 교차에서는 당연하게도 속도가 월등히 빨랐던 내가 오버슛 당하며 제이의 앞으로 나오고, 곧바로 섬뜩한 푸른빛 수십 가닥이 뒤에서부터 튀어나온다.

하지만 아까부터 벌어진 선회력 차이 탓에 애꿎은 허공만 휘저을 뿐.


애초에 날 상대로 꼬리날개가 망가진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그는 아까 바로 붐앤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선회를 돌며 매직 애로우로 내 에너지를 차근차근 깎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사격 실력이 평범한 생도 수준(연사로 한참 긁어야 한두 발 운 좋게 맞추는 정도)일 것이라 오판했다.

그리고 지금 그 안일한 대응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00:01:34]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두 번째 교차.


쉬아아악-!


엔진 출력이 부족했던 그의 기체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구간에서 굳어버렸고, 내 기체는 그 사이에 부드럽게 루프를 마저 돌았다.


쉭!


파이어 애로우가 한 발 더 날아왔지만 기체를 살짝 트는 것만으로 가볍게 회피.

저렇게 뒤로 쏘는 마법은 마법 유도장치의 보조를 받지 못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선 시속 수백km로 움직이는 전투기를 맞출 확률이 0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교차.


이제는 내가 완전히 그의 후방에 위치한 상태.


십자선 안에 들어온 그린 와이번이 필사적으로 기수를 틀어보지만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리드는 반뼘.

다시 사격.


투투투투투투투투···!


어차피 마지막인 만큼 탄 아끼지 않고 쭉 긁었다.


쾅!


제이의 비행기가 폭발과 함께 푸른 불길에 휩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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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합동 훈련(4) +1 21.06.09 189 7 10쪽
15 합동 훈련(3) +2 21.06.03 220 10 12쪽
14 합동 훈련(2) +2 21.05.31 228 10 9쪽
13 합동 훈련(1) +4 21.05.29 227 12 9쪽
12 왕자와 공주(2) 21.05.29 236 12 9쪽
11 왕자와 공주(1) +5 21.05.26 26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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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블루 와이번(1) +4 21.05.24 262 14 12쪽
8 몬스터 웨이브(2) +5 21.05.22 282 15 10쪽
7 몬스터 웨이브(1) +11 21.05.20 297 13 10쪽
6 대련 +2 21.05.18 291 14 12쪽
5 피오 아르페(2) +2 21.05.17 288 13 12쪽
4 피오 아르페(1) +5 21.05.15 336 17 13쪽
» 반 배치(2) +6 21.05.14 323 18 13쪽
2 반 배치(1) +3 21.05.13 363 23 16쪽
1 프롤로그 +4 21.05.12 426 2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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