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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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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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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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데이터센터(2)

DUMMY

도산그룹 사옥 최상층 회장실.

찌걱, 찌걱. 헉, 헉.

원목 책상위에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정사에 책상주변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 윽, 윽. 씨,씨바알. 아아아악! 허억! "

오십대가 넘어 보이는 도산그룹 박승직회장은 탄탄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채 하얀 여체위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정사의 환희보다 괴로움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 허억. 휴우, 천하의 박승직이··· 이런 꼴이라니. 야. 일어나, 치워. "

사정을 한 박회장은 책상위에 엎어져 있던 자신의 비서 엉덩이를 툭툭치며 말한 박승직이 외투를 걸치며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창밖으로는 몇십년동안 내려보던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광복이후 수십년의 시간을 들여 키운 자신만의 그룹이었다. 수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지만 그런 건 또 다른 기회일뿐이었다. 제5공화국 독재시절이나 군사정권때도 그랬고 IMF시절은 오히려 커다란 도약을 할 수 있었다.

전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나 몇번이나 찾아온 팬데믹사태때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런 자신의 그룹이 한순간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세간의 평가는 무리한 M&A와 경영진의 실패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 쓰레기 새끼들. 성공적으로 진행중인 사업까지 태클을 걸어오다니. "

최근에 진행한 주식회사 본캡의 M&A를 위한 자금조달을 위한 증자로 인해 자신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본캡의 인수만이 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건 아니었다. 고작 이 정도의 위기는 많이 겪어 왔었다.

문제는 건설에서 발생한 PF부실과 아파트 미분양, 면세점 사업을 취득했지만 경기가 침체되면서 그것 역시 부실로 이어진 삼중고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한 사실이 어떻게 증권가로 흘러갔는지 부풀린채로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도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빨간색으로 도배가 되었고 그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전략실에서 겨우겨우 방어를 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좋지가 않았다.

더불어 기업회계의 규정이 바뀌면서 예전처럼 분식회계가 극히 어려워졌기에 과거처럼 실적을 숨기는게 불가능해졌다.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영구채의 이자와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당기순이익은 몇년째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빼어들었지만 그건 오히려 악수가 되었다. 신문과 뉴스에서 연일 도산그룹을 때리고 있는 와중에 루머까지 퍼지면서 정부까지 등을 돌렸다.

" 망할 새끼! 후계자란 놈이! 마약에! 섹스파티하는 걸 들켜서 검찰까지 증거가 들어가?! "

당장이라도 다시 불러 골프채를 휘두르고 싶었지만 이미 그의 아들은 한국에 없었다. 검찰의 소환장이 발부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미국으로 튀어버린 것이다.

애초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국적을 선택한 아들이었다. 외동이라 반강제적으로 후계자로 삼을 수 밖에 없었던 모자란 아들이 결국에는 아비의 등에 비수를 꽂은 셈이었다.

도산그룹이 이룩한 업적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맥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었다. 거기에 지배지분까지 희석이 되다보니 외세의 공격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나 엘리엇까지 등장해 위협을 가하는 와중에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헌드레드펀드라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어느새 그의 심장 바로앞까지 다가와 비수를 들이밀고 있었다.

당장 다음주에 벌어지는 주주총회가 그들의 작품이었다. 안건은 당연히 이번 사태의 총 책임자인 박승직 회장의 실각이었다.

지분이 희석되어 32%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는 박승직 회장이었지만 우호지분까지 끌어들이며 과반이 넘었기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방금도 그런 통보에 화가 나 비서를 거칠게 품었지만 개운하지가 않았다.

스폰을 해주는 연예인도 몇 있었지만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당장 올라오는 긴급건만 해도 매일 수십개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비서가 정리를 끝내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얼굴과 몸매가 반반했기에 뽑은 비서였기에 그 역할이 명확한 여자였고 분위기파악을 잘했기에 곁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똑똑한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만큼 자신의 주변 인재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박승직이었다.

" 쯧, 조만간 갈아 치워야겠군. 그나저나 문여사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텐데. 시발년, 내가 도와준게 얼만데. 으득. "

이를 간 박승직은 천마금융 문대표의 뻔뻔한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을 굳혔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분만 8.63%였다. 아마 국민연금이나 헤지펀드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제한다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중에서는 가장 큰 지분일 것이다.

문제는 그녀가 어디에도 줄을 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같은 한국인이라 외국 헤지펀드의 편에 설 일은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 그래서 그 여식과 혼담을 넣었는데.. 감히.. "

대산건설과 혼담이 깨지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것은 천마금융의 둘째 딸이었다. 첫째는 이미 시집을 갔기에 둘째와 인연을 맺으려 했지만 멍청한 아들놈이 대형 스캔들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 스캔들때문이라면 이정도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테지만 그들은 자신의 제안을 아예 무시로 일관했다. 종로의 큰손이라는 문대표를 잡기만 한다면 이번 위험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모두 백지화가 된 상황이었다.

" 이번 위기만 지나가면 모두 가만두지 않을테다. 망할··· "

그가 내뿜는 분노는 오로지 문대표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는 정재계의 인사들과 그동안 인연을 이어오던 인간들의 민낯을 보았기에 때문이었다.

" 휴우, 진정하자. 담주에 있을 주주총회부터··· "

그때 비서가 노크를 한 후 들어서며 보고를 했다.

" 회장님. 박실장이 찾아왔습니다. "

기획실장이 찾아왔다는 말에 또 무슨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한 박승직 회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들어오라고 해. "

흐트러진 양복, 원래는 깔끔했을, 을 입은 중년인이 몇일째 머리를 감지 못한 듯 기름기가 좔좔 흐른채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피곤함과 여러가지 감정으로 찌들어 있었다.

" 이번엔 어디야? "

" ··· 죄송합니다. 회장님. 대한은행에서 만기일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

" 큭, 이 행장이 그랬다고? 이것들이 정말··· "

박회장의 얼굴이 시뻘게지다 못해 거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 이, 이.. 개새끼들. 휴우우. 금감원장에게 전화 돌려. "

" ··· 그게 어제부터 통화가 안됩니다. 차관님도, 연금의 장부장도 모두 불통입니다. "

불안했다. 미치도록 불안한 상황이었다.

" 연금의 장부장도? 이 새끼들 설마··· 나를 배신하는건 아니겠지? "

" 설마요. 우리가 그들에게 먹인 게 얼만데··· 장부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회장님이 사주셨는데. "

" 그게 지금 중요할꺼라고 생각해? 어? 박실장 감이 다 죽었어? "

" 그,그게··· "

쾅! 탁자를 내리친 박회장이 그 상태로 얼굴을 들지 못한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 휴우,후우. 다른 주주들은 연락이 되나? "

" 네, 그들은 문제가 없습니다. "

" 그들 관리에 신경써. 내가 정부관리들을 만나보지. 일단 봉투 큰걸로 대여섯장 챙겨놔. "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박실장이 문을 나서자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쥔 박회장은 누군가를 쳐다보듯 눈을 부라리며 중얼거렸다.

" 가만두지 않겠다. 반드시··· "

하지만 예전과 달리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얼굴은 예전보다 늙어 있었다.


딸랑-!

문에 걸어놓은 알림종소리가 들려온다. 카페안 은은하게 흐르는 노랫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소리에 카운터에 있던 남직원이 문으로 시선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 어서오세요. "

그런 직원의 눈에 두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한명은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눈매가 날카로워 강인해 보이는 남자와 이상한 머리 염색을 한 채 절뚝거리는 걸음을 옮기는 평범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 둘은 잠시 서서 이야기를 하더니 창가의 빈자리로 자리를 잡았고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가 카운터로 와서 주문을 했다.

" 따뜻한 아메리카노 2잔 부탁해요. "

" 네, 고객님. 여기 진동벨이 울리면 받으러 오세요. "

" 네. "

그렇게 주문을 한 재식은 백원이 자리잡은 자리로 돌아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백원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여기가··· "

" 알고 있어. 이 건물을 매입했다는 것도. "

" 아하하, 네. 1층은 이 카페와 옆의 미용실, 약국이 들어와 있으며. 2층에는 에스테틱 관리실, 왁싱샵이. 3층에는 치과, 4층엔 피부과, 5층에는 성형외과가 들어와 있습니다. "

" 맞은편에 MN기획사가 자리잡은 영향도 있겠어. "

" 네, 맞습니다. MN기획사와 시너지를 위해 이 건물을 그렇게 셋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

" 그래, 추마담이 알어서 했겠지. 그래서 여기 카페에 요난히 여성들이 많은 건가? "

백원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좌석에는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하하, 네. 대표님. 워낙 유명한 선생님들을 모셔와 병원을 개원한 상태라.. 입소문이 퍼져서 이렇게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MN기획사 연습생들도 자주 와서 차를 마시다보니··· "

얼마전 MN기획사와 JKP기획사의 협업소식은 연예계 일면을 강타했다. 시총 1조원이 넘는 대형기획사 JKP의 그런 소식은 주가에도 영향을 줘서 주가가 10프로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MN기획사에서는 주로 배우, MC등 연예인을 관리하는 회사로 소문이 나 아이돌 중심의 JKP와의 합병은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MN기획사 소속의 김병헌, 신미아, 박보근등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톱스타와의 계약에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팬들이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무작정 스타들을 보기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태였다.

거기에 나미녀라는 특이한 이름의 소속 연예인이 광고에 등장하자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 타이밍이 좋아. "

" 네, 미녀씨··· 데뷔가 득이 되었습니다. "

추마담이 거기까지 계산을 했다는 것은 명확했다.

바로 오늘 도산그룹 주주총회가 있는 날이다. 그런 소식은 정재계뿐 아니라 관심있는 일반 시민들의 눈과 귀를 모으게 만들었다.

무려 수십년동안 재계에서 활약해 온 대기업이 외국계 헤지펀드에 넘어가는냐 마느냐의 싸움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특유의 정서는 그런 일이 절대 벌어지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정치권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이면에는 도산그룹 박승직 회장의 수작이 있었겠지만 어쨌건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막 그런 소식이 국민들의 귀에 들릴 때쯤 나미녀가 스크린에 데뷔를 했다. 비록 광고뿐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 괜히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지. 단순히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이정도 이슈를 만들어내다니. "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결코 그녀는 이런 삶을 누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지키는 인물은 평범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재능을 맘껏 활용이 가능했다.

여튼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나미녀의 소속사가 눈 앞에 있는 MN기획사였다. 벌써 엄청난 팬덤이 생긴 그녀를 보기 위해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 남자들이 눈에 띄였다.

거기에 MCN을 추가하면서 개그맨 유투버와 인기 BJ들과 계약을 맺어 이슈가 된 것도 있었다.

" 걱정마세요. 저들은 절대 건물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감사실장님이 설계한 보안시스템을 뚫으려면 최소한 1개대대급의 완전무장한 군인이 쳐들어와야 할껍니다. 하하하. "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식은 큰 웃음을 터트렸다. 순간 그에게 시선이 모였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시선들이 떨어져 나갔다.

머쓱한 얼굴을 한 재식이 낮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백원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 하얀씨랑 잘 돼가? "

" 네?! 그,그냥 친구··· 가 아니라 네, 사귀기로 했어요.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휴우, 좋은 날은 다 갔죠. "

재식이도 그날 하얀과 따로 술자리를 가졌고 과음을 한 모양이다. 그 당시 재식의 심리상태로 봐서는 술에 의존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결국 하얀이 일을 벌인 모양이었다. 눈치는 빠르지만 이성관계에 있어서 백지나 다름없는 재식이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 그래도 책임은 져야 하니까. 두 집안 모두 친해서··· 하아, 내 자유로운 솔로생활이 막을 내렸··· "

딸랑-!

그때 또 문이 열리며 두명의 인영이 모습을 보였다. 노출이 꽤 있는 복장을 한 이십대 초반의 여성과 또래의 잘생긴 남자였다.

그들이 누군지 아는지 카페가 잠시 술렁거렸다. 하지만 그리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 미주야. 내가 커피 쏜다니까 그러네. "

" 됐어. 그냥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해. 조금 있다가 다시 방송해야 해. "

" 야! 내가 한시간을 투자하라는 것도 아니고 십분만 이야기 좀 하자니까. "

티격태격하는 둘은 곧 여기가 회사앞 카페라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낮추고 몇마디 더 나누었다. 짜증이 난 여자가 곧 귀찮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재빨리 남자가 커피를 주문하고는 그녀를 이끌었다.

그 위치가 백원이 있는 자리의 뒷편이었다.

" 말해봐. 무슨 부탁이야? "

" 아, 그게··· 너 미녀랑 친하지? "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이 남자의 목적을 확실히 깨달았다.

" 야, 창섭아. 너 또 무슨짓거리 하려고··· 너 미녀가 대표님 딸이라는건 알지? "

창섭이라 불린 남자는 피식 웃음을 보이며 능글거렸다.

" 회사내 소문이 파다한데, 모르는게 이상한거 아냐? 내가 뭔짓을 하겠냐? 그냥 안면이나 트자는 거잖아. "

BJ 설화라고 알려진 그녀는 창섭의 더러운 소문을 알음알음 들었기에 눈썹을 찡그릴수 밖에 없었다.

" 지랄마. 너 진짜 매장당하고 싶어? 넌 대표님이 누군지 몰라. "

" 뭐가? 기획사 대표면 대표지. 무슨 대통령도 아니고. "

창섭의 말에 헛웃음을 지은 설화가 비꼬았다.

" 그래, 넌 그렇게 살아라. 난 끌어들이지 말고. 소개를 받고 싶으면 회사에 있을때 말을 걸든, 번호를 따던지 해. "

차가운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찡그린 창섭이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 이미 시도했지. 씨알도 안먹히니 인맥을 이용하려는 거지. 너 말야, 네 전남친과 깔끔하게 해어진거 맞아? "

" ··· 뭐? 무슨 개소리야. "

살짝 떨리는 설화의 목소리에 약점을 잡은 듯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창섭이 대꾸했다.

" 쯔쯧, 그러길래 관리를 잘했어야지. 왜 그런 동영상을 찍고 다니냐. 흐흐흐.. "

설화는 이를 악문채 창섭이를 노려보았지만 빙글거리며 웃는 그는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눈을 피하지 않았다.

" 씨ㅂ.. 개새끼. 시간 정해, 거기로 데려갈테니까. "

" 흐흐흐, 역시 우리 설화랑 말이 통할줄 알았다니까. "

그들의 대화소리는 매우 작아 주변에 퍼지지 않았지만 바로 뒤에 앉아 있던 백원은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애초 이곳으로 나온 이유가 추마담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온 김에 이런 일을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백원이었다.

" 어, 나야. 앞에 카페에 있으니까, 나와봐. "

재식은 갑작스런 백원의 통화에 당황한 듯 물었다.

" 대,대표님? 갑자기 누구를? 설마? "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재식은 불현듯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그날, 비서실장의 위엄을 목격한 바로 그날. 그 장면과 비슷했다.

다행히 별일 없이 넘어갔지만 그 감정은 결코 잊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동료들도 박장대소하면서 놀렸지만 그것 역시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아냐, 저기 오네. "

백원이 손짓으로 가르킨 방향에서 카페쪽으로 걸어오는 중년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온몸에 명품을 둘렀지만 천박하지 않고 세련되고 교양있어 보이는 귀부인 모습, 추마담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카페로 들어와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기에 어느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문쪽 방향으로 몸이 틀어져 있던 설화의 두눈이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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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사도(4) +1 21.10.21 1,206 17 15쪽
126 사도(3) +1 21.10.20 1,191 21 14쪽
125 사도(2) +2 21.10.19 1,237 18 15쪽
124 사도(1) +3 21.10.18 1,304 24 15쪽
123 루인(5) +3 21.10.15 1,374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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