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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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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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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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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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데이터센터(4)

DUMMY

" 이건 무효야! 무효! "

도산그룹 주주총회에서 고함을 치며 난동을 피우는 인물은 박회장이 아니었다. 박회장은 이미 눈동자가 풀린 얼굴로 단상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그와 관련된 인물들, 주로 친인척들이 진을 치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들에게는 도산그룹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은혜로운 곳이었다. 각 계열사에 사장이나 이사로 재직하면서 수억이 넘는 연봉을 받아가면서 놀고 먹을 수 있는 그런 화수분과 같았다.

주주총회의 안건인 박승직 회장의 해임과 새로운 회장 선임이 가결됨으로써 실권을 잃게 되자 그와 관련된 친인척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에 목숨을 걸고 반대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이,이건 적법한 절차가 아니··· "

" 이런식으로 외국기업이 우리나라 대기업을 침탈하는 경우는··· "

" 이건 국민적인 저항을··· "

점점 개소리로 바뀌고 있었지만 논리가 부족한 그들의 머리속에는 이미 이런 주주총회를 불법이자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행위로 변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부기관조차도 등을 돌린 상태에서 그들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박회장이 저런 표정을 지은채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한참을 떠들던 그들이 조금 가라앉자 사회자가 조심스럽게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 ··· 다음은 새로운 전문경영인 선임의 건입니다. 이 안건은 새로이 의결된 지배주주이신 애런 황님의 의견으로 별다른 표결없이 진행됨을 알림니다. 박승호 실장님 계십니까? "

여지껏 무표정한 얼굴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전략기획실의 박승호 실장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모습에 멍하니 단상만 쳐다보고 있던 박승직 회장이 반응했다.

" ··· 개새끼, 너였구나. 어쩐지 회사의 기밀이 술술··· 크헉! "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박승직이 뒷목을 잡고 쓰러지자 마치 드라마처럼 주변의 인물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며 부축을 한다. 참으로 흔하디 흔한 클리세적인 장면이었다.

이미 이야기가 되었는지 박승호 실장은 그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당당한 걸음으로 단상으로 올랐다.

무려 삼십년이었다. 박승직 회장을 모시고 기업을 끌고 나간지 말이다. 단순한 직원과 사장의 관계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마치 집안의 하인처럼 부려먹었고 기계처럼 생각해왔다.

수많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몇날몇일 밤을 세워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그들의 자식 뒷처리를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쉽게 말해서 집을 지키는 개와 다름없는 세월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하늘에서 기회가 내려왔다. 집을 지키는 개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 가치를 인정해주는 천금과 같은 동아줄이었다.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승자인 자신이었다. 비록 월급을 받는 전문경영인이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와 힘은 기존 박회장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컸다. 오직 한명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빼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이었다.

단상에서 내려다 보는 광경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도산그룹, 아니 미르그룹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될 박승호라고 합니다. 우리 미르그룹은 전세계로 뻗어나갈 비전과 향후 십년을 준비해··· "

도산이 아닌 미르라는 사명으로 바꾸는 동시에 과거의 잔재를 털어내고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담긴 연설이었다. 아마도 내일부터 도산이 아닌 미르그룹에 피바람이 불어 닥칠 예정이었다.

애런황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면서 그의 연설을 들었고 동시에 꼰 다리를 풀며 핸드폰을 들었다. 보스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짜릿한 흥분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기회를 준 보스, 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저 바닥부터 올라오는 충심을 느끼고 있었다.

' 보스랑 평생을 가야해. 이런 기분은 느끼려면··· '

이미 그의 마음은 한사람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아직 미국에서 공부중인 자신의 딸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은 듯 했다.


도산그룹 주주총회가 끝이나고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떠들썩 해졌다. 재벌에 속하는 대기업이 외국계 자금에 넘어간 사건은 유사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재계뿐 아니라 국민들과 정치계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예전과 달리 외국계 자금이 꽤 많이 들어와 기업인수나 합병을 그 이전에 해왔기에 반발이 크기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큰 자산이 외국으로 넘어간다는 인식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기관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도산그룹의 위기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경영자가 누군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몇만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가진 기업이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BW투자의 전방위적인 작업의 결과였지만 과장이 되었을 뿐 위기는 확실한 위기가 맞았다.

그런 와중에 전문경영인이 회사내 인지도가 있는 직원이 차지했다는 정보는 그런 열기를 확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대부분 외국계 자금에 넘어간 회사들의 전문경영인은 그 외국의 사람으로 채워지는게 보통의 방식이었고 도산그룹이라는 대기업 역시 외국계 전문CEO가 올 줄 알았지만 내부승진으로 뽑았다는 것은 한국내 대기업에 큰 파장을 던져주고 있었다.

물론 국민들의 정서에도 큰 안도감을 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초대 전문경영인이 된 박승호회장의 구조조정 역시 별다른 태클이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부장급 이하 인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그 이상 책임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반기 대규모 신입공채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오히려 긍정적인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 ··· 그렇게 도산, 아니 미르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전 박승직 회장 일가의 주식을 얻기 위해 접촉하고 있지만 계속 거절을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 됐어. 그들을 구슬릴 생각을 하지 말고, 불법적인 부분을 찾아 딜을 하도록해. "

수십년동안 독재를 해온 재벌이었다. 털어서 먼지가 아니라 똥떵어리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곳곳에 숨겨진 비자금만 해도 엄청난 규모일것이 분명했기에 그것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 일단 감사실장님이 팀원들을 이끌고 들어간지 벌써 이주일이 넘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비리와 비자금을 찾아냈을 겁니다. "

지금 보고 하고 있는 비서실장, 지민은 감사실장 고스트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정보취득 능력은 말그대로 엄청났다. 아니 그가 모르고 있는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사형통 무불통지란 말이 어울리는 사내였다.

" 그렇겠지.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싱가폴은 누가 가 있지? "

" 네, 투자실장 애런 황이 나가 있습니다. 그쪽도 투자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입니다. "

" 그래. 우수한 동남아 기업들 인수에 박차를 가하도록 해. "

" ··· 네,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대표님. "

지민의 걱정은 빈말이 아니었다. 미르그룹의 인수와 부채탕감, 새로운 사업을 위한 투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무려 5조가 넘는 자금이 들어갔다.

아무리 백원의 뒷배에 엄청난 투자가가 있다고 하지만 부담이 되는 금액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런 지민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은 백원이 대꾸했다.

" 걱정마. 그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으니까. "

확신에 찬 백원의 말에 다시 눈빛을 고친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거다. 더 이상의 의심은 그에 대한 불신일뿐이니까.

실제로 백원이 사용한 자금은 본인이 가진 자금의 오분의일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도 하루가 지나면 수백억이 넘는 자금이 새로이 생기기에 빠르게 사용을 해야 했다.

" 아세안 항공의 인수는 마무리 되고 있어? "

또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 항공사의 인수였다. 얼마전 코로나란 팬더믹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 아세안 항공은 얼마전 1차부도를 낸 상태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 네, 적당한 대리인을 구하기 어려워 미루고 있었는데. 한구전자의 홍사장이 나서서 인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대형 항공사의 인수는 외국계 자본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국가 기간사업이었기에 인수대상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한구전자의 홍사장이 먼저 제안을 한 것이었다.

" 아무래도 보안의 장백호 대표님의 언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

친구이자 동료였던 장백호 대표와 한구전자의 홍석우 사장이 가끔씩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 자리를 통해 이 정보가 세어나간 모양이었다.

" 그래, 잘됐네. 홍사장더러 인수를 타진시켜봐. "

한구전자는 순수한 본토 기업으로 외국계 자금이 다량으로 투입되었지만 그 흔적을 찾을 수는 없는 곳이었다. 파고 파다 보면 자신의 이름이 대주주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백원도 국민이었기에 의심을 할 건더기가 없었다.

만약에 아세안 항공을 한구전자가 먹을 수 있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 삼킨것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 그럼 지금부터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시작할 수 있겠어? "

" 네, 안그래도 감사실장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

" 좋아. 대산건설에 연락해서 미르건설과 협업을 준비하라고 해. 한국, 미국, 유럽에 동시에 건설을 시작할테니까. "

이런 대규모 첨단시설은 독재국가에 건설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국가의 신용도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례로 중국과 같은 국가는 일당 독재로 오로지 그 가치를 국가, 아니 자신들의 이득에 두고 있기에 조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면 압류를 당하는 것은 뻔한 결말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루기에도 애매했다.

" 나머지 국가들은 선별해서 진행시키도록 하고, 기술력을 따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해. "

이런 첨단 기술력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분야였다. 그렇기에 R&D분야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했지만 한국의 기업생태계는 그런 것들이 거의 불가능했다.

" 하지만 나는 가능하지. 대규모 연구소 시설부지는 알아보고 있어? "

동시에 진행되는 건이 한두개가 아니었지만 지민은 능숙하게 보고를 했다.

" 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의 토지들을 보고 있습니다. 후보지로는··· "

비서실의 인력이 늘어나는 이유였다. 그리고 비서들의 능력 역시 뛰어났다. BW에 적을 두고 있는 직원들의 제 1순위 희망부서로 비서실을 꼽을 정도로 그들이 받는 혜택들 역시 엄청났다.

본인이 희망하는 차종과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었고 연봉은 최소 억단위가 시작이었다. 거기에 육아휴직이 유급에 원하면 보모를 고용하는 비용까지 회사에서 비용처리 해주고 있었다.

사내 결혼을 장려해 애사심을 높여 주었고 해외연수 혹은 여행을 위해 한달정도의 휴가를 내주었다. 그야말로 직장인에게는 꿈의 직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비서실 인원들의 충성도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비서실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주변평판 뿐아니라 초중고의 생활기록부와 실제 생활까지 체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 비서실은 문제 없어? "

" 네, 아직까지는 별탈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한폭탄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지민의 카리스마와 운영능력은 발군이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완벽하게 비서실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였지만 그녀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 인원이 늘어나면서 제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비서실 인원을 충당하지 않고 있는 중이에요. "

그러면 안되었다. 너무 과중하게 비서실로 업무가 편중되어 있기에 불만이 터져나올게 분명했다.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 그래서··· 이 보고를 올릴까 말까 생각했는데. "

" 말해봐. "

" 휴우, 네. 강력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페어 유닛의 활동을··· "

고민 끝에 말을 전한 지민의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순전히 자신을 위해 생각한 것이겠지만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세상에서 결코 벌어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감시 시스템은 감사실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직원들의 핸드폰에 업무용 어플을 깔고 그 어플에 감시용 모듈을 심어 일상생활까지 감시하자는 건의였고 페어 유닛은 핵심 직원들의 가장 가까운 인물들을 포섭해 붙여 놓자는 의견이었다. 페어 유닛의 경우는 꽤 장기간에 걸친 작업이 필요한 것이었고 훈련된 정예 요원들을 천천히 접근시켜 결혼이나 지인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굉장히 비인도적인 방식이었다.

"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얼마전 스파이 침투가 발생한 건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 "

불과 얼마전 도산그룹의 인수가 결정이 되고 해외 헷지 펀드의 출처를 쫒는 재벌들이 생겨났다. 그 펀드의 일원이 애런황이 BW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들통이 났고 그 이후 BW관련 회사들을 찾는 인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인사부까지 겸업하고 있는 감사실장의 능력으로 그런 스파이들을 걸러내고는 있지만 가끔 그 감시망을 뚫고 들어오는 인물들이 있었다. 국내 재벌들의 능력은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이중으로 인사검정을 한 지민 덕분에 다 잡아 낼 수 있었지만 백원의 정체가 탄로날 수 도 있는 사건이었기에 지민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비인도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었다.

" 일단은 감사실장이 제안한 감시 시스템 정도로 만족하고, 멀지 않은 시간내에 내가 정면에 나서야 할때가 오니까. "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드러나도 상관이 없었지만 아직까지 나머지 죄악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또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숨어 힘을 기를 시기였다. 그런 사실을 지민에게 알릴 수가 없기에 두루뭉실하게 답변을 한 것이다.

" 네, 대표님. "

" 오늘은 오랜만에 술 한잔 할까? 집에서. "

" ··· 네. 준비할께요. "

뭔가 비장한 얼굴로 변한 지민이 대답했다. 동시에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지민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지민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술상이 차려진 식탁을 둘러보았다. 미리와서 속옷색깔도 마추고 입을 일이 없는 이쁜 원피스까지 입었다.

그런데 식탁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년들.. 아니 두 여동생이 개걸스럽게 치킨을 뜯고 있는 모습은 평상시와 달리 예뻐보이지 않았다.

칙. 준비한 맥주를 따는 아연이를 노려본 지민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치를 보며 역시 맥주를 따고 있는 미녀를 쏘아보았다. 눈치가 없는 아연이가 저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짜피 오빠가 오면 도망치고 없을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녀는 분명히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까지 오빠가 도착하고 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올 시간이었다. 빨리 미녀를 내보내야 했다.

" 미녀야.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 "

" 우물우물, 왜요? 나도 치맥 좋아해요. "

" ··· 나중에 또 시켜줄께.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 오셔. "

" 크어어. 시원하다. 역시 맥주는 시원해야지. 중요한 손님이면 제가 도움이 될꺼에요. "

콰직. 푸쉬쉭.. 맥주캔이 지민의 손아귀에서 일그러지면 탄산이 빠져나오자 그제야 치킨을 열심히 뜯고 있던 둘이 지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다음주부터 전투요원 양성훈련이 있어. 너희들도 필히 이수해야··· "

" 지금 들어갑니다.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오지 않을께요. "

후다닥. 이미 아연이는 지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없었다. 하여튼 눈치는 빨랐다.

그 반면에 미녀는 느긋했다. 어짜피 자신의 스케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이 없이 이후 일년치가 짜여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지민은 미녀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 크으. 오빠 언제와요? "

길거리 편의점 앞에 앉아서 맥주를 한모금하는 아저씨처럼 트름을 한 미녀가 문득 물었다. 그런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지민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 언젠가는 오시겠지. 오늘은 날 위해 자리를 비켜주면 안되겠니? 미녀야? "

" 싫어요. 언니. "

오늘따라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미녀를 보며 강제력을 행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짜피 스무살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 운동을 해봤자 몸매관리를 위한 피트니스정도일뿐이다.

지민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자 미녀가 자세를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 내 몸에 손대면 오빠한테 말할꺼에요. 떨어지세··· 꺄악! "

순식간에 제압을 해 어깨에 둘러맨 지민이 그녀를 옮기려는 도중 백원이 등장했다.

" 둘이 머해? "

지민의 어깨에서 버둥거리던 미녀와 그런 그녀를 제압하고 있는 지민이 우뚝 멈춰섰다. 언제 들어왔는지 백원이 절뚝거리며 식탁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때까지 멈춰서 있던 둘은 어색하게 웃으며 슬그머니 자세를 풀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분위기는 어색했다. 평상시 조잘거리던 미녀도 입을 닫고 있었고 지민이 역시 평상시와 다르게 묵묵히 맥주만 들이키고 있었다.

" 아연이도 나와서 먹으라고 해. "

" ··· 네? 아연이는··· "

백원을 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아연을 불러내라는 말에 둘은 동시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 그냥 우리끼리 먹는게··· "

" 할말이 있어서 그래. 불러봐. "

결국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녀가 닭다리를 하나 건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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