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삼키는 하이브리드 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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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터
작품등록일 :
2021.05.1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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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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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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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그림자(1)

DUMMY

2021년 5월 14일 오전 11시 45분. 대영그룹 본사.

성훈은 회장실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침착하려 애썼지만, 비서의 몸짓 하나, 전화 한 통에도 흠칫흠칫 놀라는 중이었다.

성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벌써 몇 번째 확인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준수로부터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무슨···말씀이세요, 아버지?’


클럽 포르타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일에 관해 물었을 때, 아들 준수는 처음 듣는다는 듯 되물었었다. 한 달을 넘게 준비해 왔던 일인데 단 몇 시간 만에 준수에게는 없던 일이 되어있었다.


‘알파가 끼어들었음. 아무도 믿지 말고 다음 접촉까지 대기.’


그 날, 식당에서 받았던 쪽지. 그러나 이틀째인 오늘까지 아직 연락이 없었다. 대신 회장으로부터의 호출이 있었다.

회장이 신신당부했던 일이었다. 이번 건만 잘 해결된다면, 성훈도, 그의 아들 준수도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은 틀어지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부장님.”


비서의 목소리에 성훈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들어오시랍니다.”


멋쩍게 옷매무새를 다듬은 성훈은 심호흡하며 회장실 문을 열었다.


***


다행히 수리는 빨리 끝났다. 격자 구조의 금속 라인은 조립식 패드로 이루어져 고장 난 부위만 교체하니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작전은 잘 짜고 왔나? 먼저 대련한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해 주면 도움이 됐을 텐데.”


물음에 대한 답은 각 팀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무언가 아직 얘기를 나누고 있는 레드 팀과는 반대로, 블루 팀은 멤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네.”


분명 구준혁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경완의 부름에 따라 준혁과 정한이 앞으로 나왔다.

경완은 앞서 그랬던 것처럼 마그넷 코인을 두 개씩 더 건넸다.


“잊지 않았겠지? 마그넷 코인이 셋이니까 그 트윈의 위치도 세 군데 설정해야 한다는 거.

세팅.”


미리 준비해 온 듯 두 사람은 빠르게 세팅을 마쳤다.


“마그넷 코인 삽입.”


둘의 훈련복에 빛이 들어오며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준비.”


준혁과 정한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시작!”


시작과 동시에 준혁이 정한의 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태클을 통한 ‘테이크 다운(Takedown : 태클 등을 통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려 쓰러뜨리는 기술)’ 시도였다.

그러나 이미 예상한 듯 정한은 빠르게 피하며 준혁과 자리를 바꿨다.


“좋아!”

준비한 대로인 듯 지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한은 자리가 바뀌자마자 빠르게 달려들어 하이킥을 연달아 날렸다.

재빠르게 가드를 올린 준혁은 연이은 킥을 막아내긴 했지만, 주춤주춤 뒤로 밀려났다.


- 퍽!


두세 번의 하이킥이 더 이어지더니 준혁의 허벅지에 로우킥이 꽂혔다.


“윽···.”


신음과 함께 준혁이 미간을 찡그렸다.


- 퍽!


다시 한번 로우킥이 같은 자리를 후려쳤다.

잠시 비틀거린 준혁이 기습적으로 다시 태클을 시도했다. 하지만 처음보다 움직임이 둔했다.

정한은 가볍게 뒤로 물러서며 준혁의 공격을 피했다. 준혁의 자세가 무너지자 다시 두 번의 로우킥이 같은 부위에 작렬했다.


“크윽!”


휘청이는 준혁. 그러나 정한은 다시 물러서며 거리를 유지했다.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준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회장실은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대영그룹 회장 ‘배도언’은 성훈을 빤히 바라만 볼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에 성훈은 눈앞의 커피가 식어가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부장.”


마침내 침묵을 깨고 도언이 입을 열었다.


“네! 회장님!”


깜짝 놀란 성훈이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이번 일에 대해 자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부른 게 아니야.”


도언은 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자네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자네 아들 김 경사도 마찬가지.

알파에게 일단 일이 노출되면 그 일은 이미 글렀다고 봐야지. 비싼 인력까지 고용해서 배치했는데도 그 지경 되는 거 보면 대단한 놈들이야.”


도언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소파에 몸을 깊이 묻었다.


“자네나 자네 아들이나 별수 없었다고는 해도 내가 손에 쥔 것이 없다 보니, 나 역시 무언가 주기는 어렵다는 거···, 이해하지?”

“회장님.”


도언의 말이 끝나자 성훈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저와 제 아들이 회장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꼭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성훈의 모습을 바라보던 도언은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인데···, 한 번 해볼 텐가?”

“물론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꼭 성공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도언은 턱짓으로 봉투를 열어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10년짜리 프로젝트인데 괜찮겠나?”


성훈이 봉투를 열자 입사지원서 하나가 들어있었다. 접수일이 2030년으로 표기된 지원서에는 앳돼 보이는 여자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옆에 있는 여자의 이름은 ‘이시연’이었다.

도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헉···, 헉···.”


준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좀처럼 정한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채 다리에 로우킥의 데미지만 쌓이고 있었다.


“저분 여러 사람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었는데···.”


혜주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 녀석들이 달려들어서겠지.”


수진이 말했다.


“싸우는 방식을 보니 구준혁 저 사람은 ‘그래플러(Grappler)’야. 유도나 주짓수, 레슬링처럼 상대방을 잡아서 기술을 거는 사람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어. 다대일 싸움이야 수적으로 유리한 쪽이 물러설 이유가 없지만, 일대일은 다르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불법이긴 하지만 격투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이런 식의 싸움도 많이 해보지 않았을까요?”


혜주의 물음에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불법이든 아니든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있어야 해. 공간을 정하고 시간을 제한한다는 말이지. 피하기도 힘들고,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는 룰이 있는 거야.”


수진이 훈련장을 둘러봤다.


“봐. 여기는 넓고 시간제한도 없어. 그래플링을 주기술로 삼는 사람에겐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불평할 수도 없어. 실전은 사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테니까.”

“아···.”

“게다가 초반에 위치를 바꾼 뒤엔 이정한이 이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구준혁의 동작이 느려지고 이정한의 동작은 빨라진 걸 보면, 마그넷 트윈의 위치가 구준혁에게는 역방향, 이정한에게는 정방향인 거야.

사전에 이미 구준혁에 대해 잘 파악하고 준비해 왔다는 얘기지.”


혜주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준혁을 바라봤다.


“아아악!”


분을 못 이긴 준혁이 소리를 질렀다. 준혁은 자신의 뺨을 몇 차례 세게 때린 뒤, 정한을 노려보았다. 준혁의 눈빛에는 살기마저 느껴졌다.


***


멀티버스에 도착한 알파의 눈앞에 클럽 포르타가 서 있었다.


“11시 55분.”


시간을 확인한 알파는 베타로부터 받은 경로 메모를 훑어보았다.


“이 길로 왔단 말이지. 좋아. 5분 안에 도착한다.”


메모지를 입안에 넣은 알파는 자신을 향해 소리치던 하이브리드 고딩의 모습을 떠올렸다.


“없어지지 않겠다고 했던가?”


알파는 그 아이의 집이 있는 동네를 바라봤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나는 말이라니. 어디 네 분노의 근원을 찾아볼까?”


스르륵. 알파가 움직였다.


***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준혁이 정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익숙한 패턴의 공격. 정한은 가볍게 물러서며 바로 킥을 이어갈 준비를 취했다.

덜컥. 정한의 머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 쿵!


정한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점프했어.”


수진의 말대로 준혁은 아까와 같은 패턴으로 달려들다가 한순간 준혁의 상체를 향해 점프해 버렸다.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적당한 거리감에 익숙해졌던 정한은, 킥을 위해 멈춘 순간을 노린 준혁의 공격에 걸려들고 말았다.

준혁은 어깨를 이용한 강한 보디체크로 정한의 상체에 충격을 주는 데 성공했다.


“으아아아-!!”


준혁은 멈추지 않고 넘어져 있는 정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황한 정한이 발로 바닥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마그넷 트윈과 역방향인 움직임은 둔할 수밖에 없었다.


“제, 젠장!”


다급해진 정한이 몸을 돌려 일어나려 한 순간, 준혁이 정한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발뒤꿈치를 팔에 걸고 발목을 비틀었다.


“아악!”


고통스러운 정한의 비명이 훈련장을 울렸다.


“안돼. ‘힐훅(Heel Hook)’이야. 위험해.”


준혁의 기술을 알아본 해랑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힐훅은 인대가 손상되는 위험한 기술로 격투경기에서조차 금지하는 기술이었다.


“거기까지! 그만!”


경완도 달려들어 준혁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준혁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경완의 제지에도 더욱 힘을 싣고 있었다.


“아아악!!!”


정한의 발목이 더 비틀어지려는 찰나, 때마침 달려든 해랑이 준혁의 다른 팔에 매달렸다.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해랑과 경완이 달려들었음에도 준혁은 악을 쓰며 정한의 발목을 비틀었다.

그때였다.


“아악!”


이번엔 준혁의 비명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이수가 준혁의 양팔을 움켜쥐었다.


“그만하라잖아.”


차가운 눈빛의 이수가 준혁을 노려보며 말을 잘근잘근 내뱉었다.


“너···, 이 자식···!!”


드디어 준혁의 팔에서 정한의 발목이 빠져나왔다. 해랑은 서둘러 정한을 끌어냈다.


“이 건방진···!”

- 퍼억!


이성을 찾지 못한 준혁이 타겟을 이수로 바꾸려는 순간, 경완의 주먹이 준혁의 턱에 작렬했다.


- 쿵!


준혁은 그대로 뻗어버렸고, 그제야 훈련장이 잠잠해졌다.


“거, 되게 시끄럽네.”


이마에서 땀을 훔친 경완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와 함께 모두를 둘러봤다.


“훈련 끝. 점심 맛있게 먹어.”


현재시간 2031년 5월 14일 오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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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6화. 그림자(4) 21.06.19 13 1 11쪽
28 6화. 그림자(3) 21.06.15 16 1 7쪽
27 6화. 그림자(2) 21.06.13 29 1 13쪽
» 6화. 그림자(1) 21.06.11 21 1 10쪽
25 5화. 아웃사이더(5) 21.06.11 23 3 13쪽
24 5화. 아웃사이더(4) 21.06.10 24 3 11쪽
23 5화. 아웃사이더(3) 21.06.08 30 2 10쪽
22 5화. 아웃사이더(2) 21.06.08 26 1 12쪽
21 5화. 아웃사이더(1) 21.06.05 31 1 10쪽
20 4화. 테스트(5) 21.06.05 39 1 14쪽
19 4화. 테스트(4) 21.06.03 27 1 14쪽
18 4화. 테스트(3) 21.06.02 23 1 13쪽
17 4화. 테스트(2) 21.06.01 27 1 10쪽
16 4화. 테스트(1) 21.05.31 28 1 13쪽
15 3화. 파트타임 특수요원(5) 21.05.29 41 1 16쪽
14 3화. 파트타임 특수요원(4) 21.05.28 35 1 11쪽
13 3화. 파트타임 특수요원(3) 21.05.28 36 3 11쪽
12 3화. 파트타임 특수요원(2) 21.05.26 39 3 10쪽
11 3화. 파트타임 특수요원(1) 21.05.25 4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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