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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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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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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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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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DUMMY

그리고 오늘 새벽 습관처럼 일찍 일어나 어제의 실수를 되새김하면서 4층 실험실 옆방에 들인 대형 냉장고에 있는 돼지를 살피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돼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성질이 변한 것이다.


냉장고에 있던 탓에 체온은 거의 0℃에 가까워졌을 돼지의 몸, 정확히 심장이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좀비에게서 느낀 마나와 같다.

분명하다.

지난 1월 청주의 요양원에서 그 후 서울시 제4시설에서 수시로 확인했던 좀비의 마나다.


‘그럼 급작스럽게 많은 마나가 체내에 유입되는 게 좀비가 되는 징조란 말인가?

아니지, 아니야.

이 돼지가 갑작스럽게 죽기는 했지만 좀비가 될 징조는 없었어.’


시설에서 좀비가 될 인간들을 판별하면서 그 마나가 어떤 징후를 띄는지는 숱하게 확인한 바가 있다.

당연 어제 돼지가 죽었을 때 돼지를 살폈다.

마나를 가진 생명이 죽었는데 그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돼지의 마나가 좀비나 혼수상태 인간의 마나와 다른 것을 재차 확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비의 마나다.

하지만 동물이 좀비가 되었다는 말은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돼지 등 동물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와는 다르다.

그것은 뭐랄까 아주 무미건조한 마나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마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힘, 곧 기운이다.

당연 기운이니 사납다.

사나운 정도로 표현하자면 좀비의 마나가 100의 기세라면 혼수상태의 인간이 가진 마나는 75 정도고 내가 가진 마나는 50 정도의 기세를 가진다.

그리고 동물들에게서 느낀 마나는 25 정도의 기세만 가질 뿐이다.

물론 그렇게 정량적으로 정확히 나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나운 기세의 순서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선지 마나중독에 걸린 동물이 죽었다고 여태 좀비가 됐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앞의 돼지가 가진 마나의 성질은 분명 좀비의 그것이다.

죽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그게 좀비니까.

아니 죽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좀비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른 시각이지만 이 문제를 허투루 처리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정웅을 호출했다.


“그럼 형은 이 돼지가 좀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분명.”


“그럼 튼튼한 우리를 만들어 거기에 일단 가두자고요.

그런 상태로 돌쇠TV에 방영하는 게 어떨까요?”


“야, 박정웅.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돈만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

동물도 좀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사회가 어찌 될지도 생각해야지.

막말로 사람들이 가축을 모두 죽여야 한다고 하면 어쩔래.

아마 인간들이 좀비가 돼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빠를 거다.

지금은 돈을 생각할 때가 아닌 거 같다.”


“그럼 어쩌게요?”


“일단 국정원과 상의해야겠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우리보다는 정부에서 상황을 더 잘 살필 테니까.”


결국 좀 기다렸다 오대영이라는 국정원 요원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리고 내가 한 걱정도 전했다.

그러면서 빨리 대처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돌쇠TV로 세상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무슨 회의니 하면서 늦장부리는 것은 딱 질색이니까.


오전이 되기 전에 전화가 왔다.

오대영이 아니라 국장인 이성태에게서.


“강석우씨 일단 먼저 우리에게 연락하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정말 그 돼지가 좀비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제 판단으로는요.

시설에서 좀비를 분류했을 때와 같은 마나가 죽은 돼지에게서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제가 시설에서 좀비가 될 거라고 한 사람치고 좀비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흠,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군요.

솔직히 지금에서 말하지만 정부에서 괴질환 관련 가축들을 매입한 것은 사실입니다.

강석우 씨가 전한 그런 걱정 때문에 말이죠.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좀비가 되는 인간보다 괴질환에 걸리거나 좀비가 되는 가축이 더 두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말 그래도 자칫 식량위기로 인한 폭동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만약 그렇게 되면 세계 모든 국가의 정부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강석우 씨가 그 돼지에 대해 관찰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공개는 절대 불가하고요.

그에 필요한 일이라면 국정원이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그런데 돼지가 좀비가 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나 걸릴 거 같습니까?”


“그건 속단할 수 없습니다.

이 돼지가 이렇게 된 건 자연적인 게 아니거든요.”


“예? 그건 무슨 말이죠?

저 역시 어제 방송을 봤는데 특별히 강석우 씨의 치료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만.

물론 평상시와 다르게 중간에 좀 쉬기는 했지만 그게 돼지가 좀비가 된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그런데요.”


“음, 그 중간에 좀 쉰 게 문제가 됐어요.

그로 인해 돼지에게서 분리한 마나가 다시 돼지에게 급속히 돌아갔거든요.

그 바람에 돼지가 죽었고 하루저녁 만에 좀비가 될 징조를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흠, 그 말은 돼지가 좀비가 되는 게 그냥 가만 놔둬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인 거죠?”


“지금까지는요. 물론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휴, 그나마 안심이군요.

적어도 강석우 씨가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좀비가 되는 동물은 없다는 말일 테니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역시나 국장도 공무원인지 나와 좀비를 엮으면서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한다.


일단 기존에 4층에 있던 돼지우리는 공원에 울타리를 만들면서 이미 철거한 상태다.

공사업자에게 다시 4층에 우리를 부탁하면서 전과는 달리 아주 튼튼하게 또 사람 두셋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크게 부탁을 했다.


“정웅아, 촬영은 하되 촬영분이 유출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알겠어요. 그런데 정말 돼지와 같이 있으려고요?”


“응. 좀비가 되는 메커니즘을 알아야겠어.

이미 죽어버린 좀비야 국정원에서 구해준다고 했지만 정부에서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이를 내게 건네줄지는 알 수 없거든.

거기는 죽은 이를 가둬둔 상태에서 좀비가 되면 쏴 죽이기 바쁜 곳이니까.

그러니 어쩌면 이번이 좀비가 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지도 몰라.

좀비가 되는 과정을 살피고자 가축들을 죽게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러다 형이 다치기라도 하면.”


“걱정 마. 형, 칼 다루는 데 귀신이다. 정 뭐하면 죽이면 그만이지.”


“후, 알았어요.”


돼지우리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죽은 돼지와 함께 우리에 들어갔다.


돼지의 언 몸이 녹느라고 그런지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다.

그저 바닥에 물이나 좀 고일 뿐.


그렇지만 그건 그저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나는 돼지의 차가운 몸에 손바닥을 댄 채 돼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변화를 추격하느라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혈관을 흘렀을 마나가 아주 빠르게 돼지의 심장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 녹음을 해 나갔다.

그러길 어느 순간 심장에서 아주 사나운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건 청주의 요양원에서 두 좀비의 심장에서 느껴진 느낌이다.

그리고 몸의 혈관이 있던 곳에서는 마나의 흔적이 싹 사라져 느껴지지 않는다.


‘음, 심장으로 모이는 건지, 아니면 심장이 마나를 끌어들이는 건지. 일단 심장을 해부해 볼 필요가 있겠군.’


그러는 중 죽었던 아니 살짝 얼기까지 했던 돼지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일단 좀 거리를 두고 뒷주머니에서 별상칼을 꺼내 들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나 당장 돼지가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데 시간이 갈수록 움직임이 활발해지더니 한 10 여분이 지나자 기어코 네 다리를 사용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난 돼지는 주위를 살피는 것도 없이 무작정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이었다면 팔을 들어 나를 붙잡으려고 했겠지만 돼지라서인지 그저 무작정 나를 향해 달려들기만 한다.

마치 멧돼지가 그 송곳니를 가지고 적을 공격하려고 하는 듯이.


밖에서 위험신호를 보내는 정웅의 말을 들으면서 일단 돼지의 저돌적인 충돌을 슬쩍 피하는데 무슨 인지능력은 없는지 아니면 갑자기 힘을 폭발시켜서 그런지 우리에 온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속도는 상당하다.

과거 군에서 멧돼지를 사냥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 더 빠르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목에 걸고 있는 마이크를 통해 모두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녹음을 했다.


우리의 두꺼운 철창에 부딪쳤지만 돼지에게는 아무런 충격이 없는 모양이다.

살아있는 짐승이라면 분명 그 충격량에 행동이 굼떠지기라도 할 텐데 돼지는 우리에 부딪친 후 바로 일어나 다시 내게 달려든다.


그렇게 몇 번 돼지의 공격을 피했지만 좀비가 된 돼지는 별 다른 행동은 없다.

그저 돼지가 가진 특성대로 무작정 부딪치고자만 한다.


“좀비가 된 돼지 관찰 끝.

더 이상 관찰은 무의미하므로 좀비 돼지를 죽이기로 함.

다만 좀비 돼지가 다른 좀비나 혼수상태의 동물 심장을 먹은 후의 움직임 관찰이 필요함.

또한 막 좀비가 된 상태의 돼지는 보통 사람이라면 처치곤란하지만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나 총이 있을 경우 충분히 처치 가능하다는 판단임.”

이라는 말을 마이크에 한 후 손가락 끝으로 마나를 끌어내 별상칼에 슬쩍 댄 후 돼지를 향해 던졌다.


“휴, 살 떨려서. 그나저나 돼지보다 형 몸놀림이 더 대단하던데요.

그 좁은 우리 안에서 요리조리 돼지를 피하는 데 무슨 서커스 같더라고요.”


“야, 그런 단순한 돼지 몸놀림에 당하면 안 돼지. 그래도 형이 특전사 출신인데.”


“내가 아는 특전사 출신은 그렇지 않던데요.”


“네 주변에 특전사 출신이 있어?”


“한기준이라고 제 중학교 동창이 있는데 걔도 형처럼 특전사로 중사 제대했거든요.

그런데 그냥 그렇던데요. 깡다구는 있는 거 같지만.”


“그래? 내 후배인 모양이네. 지금 뭐하는데?”


“아직 졸업을 못했어요. 학교도 못나가니 집에서 놀고 있죠.”


“그럼 여기로 좀 데려오지 그래.

그렇지 않아도 공원에 있는 동물들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던 참인데.

운전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그럴까요. 알았어요.”


“그리고 내일은 이 좀비 돼지 해부해 보자.”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도 아닌데 무슨 전문가?

그냥 칼솜씨만 있으면 그만이지. 뭐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더구나 형은 심장만 살피면 그만이야.”


“으, 저더러 해부 장면 찍으라고 할 거죠?”


“왜 싫어?”


“막 피가 나오고 그러면 좀 그런데.”


“야, 형이 말했잖아. 좀비 피가 말라 피가 없다고.

아마 피 같은 거 구경하기도 힘들 거다.

설마 너 피공포증 있는 건 아니지?”


“조금요.”


“그래? 이거 곤란한데.”


“수연이한테 물어볼까요?”


“여잔데?”


“형은 그게 문제라니까요. 여자가 뭐 어때서요. 무슨 힘쓰는 일도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거 같다.

아, 그 오대영 씨에게 연락하면 되겠다.

어차피 돌쇠 TV로 나갈 게 아니니 적당히 찍어도 상관없으니까.”


“오대영 씨요. 아니 국장원 직원을 그렇게 부려도 되요?”


“안 될 건 또 뭐야. 더구나 국정원도 궁금해 할 텐데.

아마 지금도 돼지가 정말 좀비가 됐는지 알고 싶어 내 전화만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다.

참, 너 그 논문 어떻게 되고 있냐?”


“자료 얻기가 힘들어 진척이 없어요.”


“그럼 오대영 씨하고 좀 가까이 지내 봐.

형이 보기에 국정원에는 자료가 있어.

가축들 매입한 것부터 국내 마나중독 환자들 신상까지 전부.

그러니 오대영 씨를 설득해 국정원이 네 연구에 협조하도록 하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너도 마나중독에 걸린 동물을 구하느라 알아봤겠지만 동물들 중에 작은 개체는 확실히 마나중독에 걸리는 놈들이 없잖아.

형이 보기에 이게 분명 체중과 관련이 있다.”


“흠, 알았어요.

근데 그 오대영이라는 사람은 너무 말이 없어서.”


“그건 그 사람 직업이 그러니 이해해야지.

비밀이 많은 직업이잖냐.”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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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마법사란 +1 21.09.24 637 19 15쪽
129 탈출 2 +1 21.09.23 614 20 15쪽
128 탈출 +1 21.09.22 617 21 14쪽
127 전쟁? +1 21.09.21 633 21 17쪽
126 소문 +1 21.09.20 632 20 14쪽
125 취재 - 8월 30일 휴재분 +1 21.09.19 629 21 14쪽
124 빙하지대 +1 21.09.18 644 23 14쪽
123 예티 +2 21.09.17 625 25 15쪽
122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1 21.09.16 648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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