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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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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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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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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화


한 대학병원의 장례식장 앞,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을 아리게 하는 통곡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사정이 생겨 늦게 온 것에 대한 사죄라며 백영이 안내한 곳이었다.


“들어가시죠.”


그의 말에 떠밀리듯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앞에서 은지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

“눈치 채셨겠지만 여러분들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조금이지만 시간을 드릴테니 마지막으로 가족분들을 보고 오시죠.”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은지는 자신의 영정 앞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엄마 혜경에게 헐레벌떡 달려갔다.


“엄마! 나 여기 있어! 나 좀 봐. 응? 딸 여기 있잖아.. 사진 그만 보고 나 좀 봐봐!!!”


가슴을 쥐어뜯는 엄마 혜경의 앞에 선 은지가 떼를 써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 하는 그녀의 모습을 차마 더는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려는데 누군가가 담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자 침통한 표정을 한 백영이 서있었다.


다소 섬뜩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그는 굉장히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 증거로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더니 이런 배려까지 해주지 않는가.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담은 그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그를 포함한 지금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때문에 그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말투는 날카로웠다.


“당신은 이쪽이 아닙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됐어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석에서 거절의사를 표하자 백영은 조금 놀랐는지 동그래진 눈으로 다시 물었다.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시는...”

“괜찮다니까요!”


날 선 답변이 돌아오자 백영은 잠시 담을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택시기사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백영이 가고 난 후, 담은 곧바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가슴을 옥죄었다.


하지만 은지의 상황을 보고나니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녀처럼 자신의 영정 앞에 통곡하고 있을 부모님과 마주했을 때,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이성을 무너지지 않게 할 자신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 해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게다가 이제 더 이상 부모님같이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지켜주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백영이 말한 저승이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은지가 저렇게 된 지금, 그 역할은 온전히 자신에게 부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인지하자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듯 어깨가 무거워졌다.


일단 은지에게 조금이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담은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방금 전과는 달리 장례식장이 조금 떠들썩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자 혜경이 입을 열었다.


“여보! 은지아빠! 여기 봐봐. 우리 은지가 여기 있어. 여기.. 우리 은지가 날 보고 울고 있어. 우리 은지 왜 울고 있니? 응? 엄마한테 와. 엄마가 다 들어줄게.”


놀랍게도 혜경의 눈은 영혼상태인 은지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반면 남편 은석과 지인들의 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은지의 영정사진만 보일 뿐이었다.


“혜경아, 왜 그러는 거야! 제발... 제발 너까지 이러지 마!”


은석이 혜경을 꽉 껴안고 흐느꼈지만 그녀는 연신 딸의 이름을 부르며 잡히지 않는 딸을 향해 손을 뻗었고 엄마와 눈을 마주보기 위해 영정 앞에 서있던 은지도 놀란 얼굴로 그 따스한 손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둘의 손끝이 닿으려는 순간, 혜경의 눈이 풀리더니 그대로 은석의 품에 쓰러졌다.


놀란 은석이 의사를 연신 외치며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자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혜경이 쓰러지며 모두들 혼잡하게 움직이는 그곳에 한 남성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꽉 진 은지의 주먹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한 백영은 그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대답했다.


“잠시 정신을 잃게 했을 뿐이니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왜 그랬냐고!!!”


귀를 부여잡게 만드는 비명에도 백영은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차분한 어조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방금 일어난 일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요.”


백영의 말에 은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이곳에 오기 전 분명 신신당부했기 때문이었다.


[원칙상 바로 저승에 가야하지만 특별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단 보는 것 만입니다.]


죽은 자를 보는 산 자. 당연히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조금 더 욕심을 부렸을 뿐.


“시간은 충분히 드린 것 같으니 이제 가시죠.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바닥에 스르륵 주저앉아 오열하는 은지를 두고 백영은 자리를 빠져나왔다. 담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자 그는 도리어 위로라도 건네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은지의 옆에 선 담은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력함에 나직이 탄식을 토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알 수는 없었지만 꺾일 것만 같은 목 상태에 담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다 걸음을 멈췄다.


덕분에 뒤따라오던 은지와 택시기사도 차례로 부딪히며 죄인처럼 숙인 고개를 오랜만에 들었다.


그러자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이 그들을 맞이하였다 옆으로 우거진 버드나무와 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는 덤이었다.


“갈 길이 멉니다. 괜히 한 눈 팔다 길 잃지 마시고 제대로 따라오세요.”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간 백영의 말에 담은 초점 잃은 은지의 손목을 꼭 붙들고 그를 놓칠 새라 열심히 따라갔다.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단 한 번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선보인 백영의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괜찮으시죠?”

“허억... 허.... 아직도... 후우... 멀었나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담이 묻자 백영은 그제야 뒤에 있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다른 이들은 말 할 기운도 없는지 덜덜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2/3? 뭐 거의 다 왔죠.”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자 셋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자 백영은 서둘러 저 멀리 눈을 찌푸려야 보일 정도로 작은 불빛을 가리켰다.


“저기까지만 가시죠. 잠시 쉬어 갈 수 있을 테니.”

“저기가 뭐하는 곳인데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 백영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담이 물었다.


“일명 ‘주막’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먹고, 자고, 쉬고. 쉼터죠.”

“저흰 죽었잖아요.”

“흐으음....”


잠시 생각에 잠긴 백영은 대뜸 담에게 다가가 그의 앞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담의 이마가 드러났다.


“움직이니 땀이 나고.”


이번에는 담과 은지의 손깍지를 가리켰다.


“손을 잡으면 체온이 느껴지고,”


꼬르륵-


마지막으로 시간이 정확한 배꼽시계를 팔로 급히 감싸는 택시기사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허기가 지고.”


그제야 셋은 자신들이 살아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착각이 아니었어?”


슬슬 배가 고파지긴 했지만 제정신이 아닌데다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며 몸이 내보내는 정직한 생체신호를 모두가 부정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여러분은 ‘저 세계’에서 새 생명을 얻은 겁니다.”

“저 세계?”

“이승은 ‘이 세계’, 저승은 ‘저 세계’. 우린 그렇게 부릅니다.”


대화를 마치자 조그마한 불빛은 어느새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커져있었고 주변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은지와 같은 얼굴로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지친 발을 이끌고 도착한 주막이란 곳은 이름뿐만이 아닌 모습까지도 사극에서 본 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조잡하게 엮은 대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역 자 모양의 넓은 초가집 한 채가 정면에 떡하니 버티고 있고 지붕 위에 설치된 3개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학교 체육관만큼이나 넓은 마당에는 수많은 평상들이 정렬되어 놓여 있었는데 그럼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주막은 인산인해였다.


“이모! 여기 술 한 병 더!!”

“아니, 우리 음식은 언제 나오는 거야?”

“아이구~ 기다려!! 쫌!! 기다려!!”

“여기 주문이요.”


정신 사납기도 하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는 광경을 보며 자리가 날 때까지 입구에서 기다리고 때였다.


퍽!


누군가가 담의 어깨를 세게 치더니 기다리는 줄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저기요!”


고의로 보이는 행동에 남자를 붙잡으려 하자 백영이 막아섰다.


“그냥 계세요.”


이해가 되지 않아 이유라도 물어보려는데 백영은 오히려 뒤돌아선 남자에게 허리 굽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처음 온 영혼들이라 나장 분들을 못 알아 뵌 것 같습니다.”

“여기 올 때까지 뭐 가르쳤어? 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견습이라...”


뒤늦게 남자와 눈이 마주친 담은 저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불쑥 튀어나온 눈두덩이에 짧고 낮은 코, 찢어질 듯 올라간 입꼬리의 가면을 쓴 철제 갑옷의 장창을 든 병사.


그의 행색은 백영이 말해주지 않은 저승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다.


넋을 놓고 있자 뻣뻣하게 서있는 담의 허리로 남자의 시선이 닿았다. 눈치 빠른 백영이 옆구리를 툭 치며 눈짓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이미 죽고 난 마당에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백영의 재촉에 담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렸고 끝끝내 우위를 점한 병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뒤로 한참 동안이나 엄포를 놓고서야 동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들이 왜 여기까지....”


그가 가고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든 백영이 나직하게 말했다.


“누군데요?”

“모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기엔 이미 늦은 것 같은데요?”

“....”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종업원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해주면서 대화는 끊겼지만 자리를 안내받는 도중에도, 받은 후에도 백영의 눈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있었다.


때문에 탁상을 능숙하게 치운 뒤 메뉴판을 건네주는 종업원의 손길이 무안해질 때쯤, 보다 못한 담이 대신 받아들었다.


종업원이 건네준 메뉴판을 펼쳐보자 익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글자들과 함께 두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셋 모두가 짠 것처럼 동시에 백영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병사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요! 사자님?”

“잠시만요.”


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백영은 눈앞을 가로막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셋은 해석을 포기하고 그림을 살펴보았다.


하나는 술병이 놓인 전형적인 술상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은 같으나 술병이 빠져있었다.


옆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종업원이 기다랗게 늘어선 줄을 가리키며 재촉하자 일행은 할 수 없이 각자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대충 주문을 끝마쳤다.


주문이 끝나고 누구 하나 말 한마디 꺼내지 않는 어색한 시간이 조금 흐르자 병사들을 감시하던 백영이 셋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보내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무조건 저를 믿으셔야 해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셋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백영의 심각한 표정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종업원이 와 메뉴판을 줄 겁니다. 메뉴판에는 2개의 그림이 있는데. 하나는...”

“아, 그거 이미 주문했는데요.”

“....네?”

“아니, 아까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종업원은 옆에서 독촉하지. 배도 고프지. 그래서 그냥 대충 주문했어요.”


담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놀란 표정 그대로 잠시 얼어붙었던 백영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어떤 것으로 주문했습니까?”

“저는 술상으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한 마디도 없던 택시기사가 대답했다.


그의 말에 백영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으나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담의 대답 때문이었다.


“저흰 없는 거로요.”

“아니, 왜...”

“뭐 이젠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학생이잖아요. 익숙하지도 않고 별로 먹고 싶지도 않고. 근데 왜요?”

“안 돼... 안 돼.”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초점을 잃어가는 백영의 모습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 같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그 정도로 술을 시키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일인지.


괜스레 미안해지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난 그가 담과 은지의 손목을 꽉 움켜잡고 끌어당겼다. 어찌나 힘이 억센지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올 정도였다.


“일어나세요. 당장!”


“쉬고 간다면서요! 그런데 밥도 안 먹고 바로 출발한다고요?”


“빨리!”


“아니, 아까부터 왜 자기 할 말만...”


“꺄아악~”


하지만 더 따질 새도 없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기다란 창이 날아와 그들 사이에 놓인 탁상에 꽂혔고 획일화된 발소리와 함께 나장들이 창을 들이밀며 주위를 포위하였다.


“이미.. 늦었어.”


그렇게 말한 백영은 일행을 뒤로 물리며 소매에 숨겨둔 검은 단봉을 꽉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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