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애프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54
추천수 :
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14 00:57
조회
28
추천
0
글자
18쪽

3화

DUMMY

3.


이미 빠져나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간 주막.


이 와중에도 가게만큼은 포기할 수 없던 몇몇 종원업들이 초가집으로 피신을 마치자 인산인해였던 주막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취한 나장들도 어째서인지 그대로 대기하였다.


숨 막히는 침묵 속, 치열한 눈치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중으로 포위한 병사들을 헤치며 근육질의 짜리몽땅한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조금 화려한 장식의 갑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이곳의 병력을 통솔하는 지휘관인 모양이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셨군. 제각단 나으리?”


찢어질 듯이 끌어올린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남자는 동상처럼 가만히 서있는 백영을 지나 제 창이 꽂힌 탁상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어 탁상과 평상을 반으로 쩍 갈라버렸다. 두꺼운 팔뚝에 부합하는 강력한 힘에 지켜보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사기를 북돋았다.


“나는! 사성군의 준사 동권이다! 대왕님께 반하는 네 놈을 역모 죄로 체포하니. 그대는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기선제압을 성공적으로 마친 동권이 기세등등하게 힘주어 말했다.


“아닙니다.. 전... 절대!!!”


“그래. 그래. 처음엔 아니겠지. 하지만 우리와 함께하다 보면 모두 불게 될 게다. 뭣들 하느냐! 끌고 가라!”


“예!”


오랜 시간 쌓아온 직감을 믿고 확신을 마친 동권에게 백영의 간절함은 통하지 않았다.


이대로 순순히 잡혀간다면 어떤 꼴을 당할지는 이미 소문으로 들어 익히 아는 바, 백영은 눈을 바삐 움직이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탐색하였다.


‘준사 급 하나에 나장이 열둘이야. 나 혼자라면 모를까 지키면서 싸우기는 벅차. 그렇다면 역시..’


순식간에 판단을 마친 백영은 동권이 멀어지기 전, 소매에 숨긴 단봉을 꺼내 그의 머리에 내리쳤지만...


탁!


이미 자신을 노릴 거라 예상한 동권이 손으로 잡아채며 기습은 실패로 돌아갔다.


“역시 별 볼일 없군.”


자신들과는 달리 저승사자는 체계적인 전투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 어느 정도의 실력 차는 날 터. 하지만 오늘 그 실체를 마주보니 적이지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도망치는 데는 능숙하지만 싸우는 법은 형편없는, 평생 음지에서 도망만 다닐 운명의 저들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질 때쯤,


서걱.


돌연 단봉이 분리되더니 벌어진 틈새로 시퍼런 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윽”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 목숨은 건졌지만 이마에서 시작해 턱 끝까지 쭉 이어진 상처 위로 핏방울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직책이 허영은 아니었나보네요.”


아쉬움이 한 가득한 얼굴로 백영이 말했다.


“너... 너 같은 놈이 어찌 칼을!”


분명 날붙이는 저승사자들에게 금지됐을 텐데. 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동권은 이곳에서 그 명을 어길 이들이 제각단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로써 눈앞의 저승사자가 제각단의 일원임이 사실로 판명되자 동권은 지혈을 위해 뒤로 물러서며 명령을 내렸다.


“제각단이다. 잡아라!!”


상관의 명령에 대기 중이던 나장들이 들고 있던 장창을 내지르자 검을 고쳐 잡은 백영은 다리를 노리는 창들을 위로 쳐냈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생긴 빈 공간에 검을 수직으로 그었다.


단 두 번의 동작에 네댓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의외의 검술실력에 겁을 먹은 나머지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고작 저승사자 한 명을 상대로 이리 쩔쩔매다니.


방금 전만 하더라도 진급이라는 달콤한 꿈에 젖어있던 동권은 이젠 잡아야 본전이라는 현실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만약 이 일이 대왕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안되면 인질이라도 잡아!!”


초조함에서 비롯된 짜증 섞인 목소리에 그제야 한쪽으로 피신해있던 담과 은지를 본 나장들이 부랴부랴 몸을 틀었지만 선두에 선 병사를 백영이 가뿐히 베어내며 막아섰다.


한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담은 어리둥절하기 만하였다.


저들은 누구이며 왜 백영을 잡으려하고, 제각단 이라 불린 백영의 정체는 무엇인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고심하던 담이 주변의 외침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부서진 제 창을 내동댕이치고 구경만 하는 부하의 것을 빼앗아 담에게 던진 동권의 창이 거의 근접해 있었다.


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 또 죽나? 아니, 저승에서도 죽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아프지만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담의 눈앞이 펄럭이는 검은 두루마기로 가려졌다.


입고 있는 검은 두루마기와 상반되는 유난히도 밝은 그의 연초록 머리카락에 담은 그것이 몸을 날린 백영 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순간, 창은 그대로 백영의 몸을 관통했다.


“커으억..”


창의 가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백영이 담에게 날아왔다. 나름 힘을 주어 받아 내보려 했지만 속도가 붙은 성인 남성의 몸을 버티기란 불가능했고 결국 담은 백영과 함께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담은 저 멀리 구름에 가려 흐릿해져가는 달을 보고 눈을 감아 버렸다.


이대로 다시 눈을 뜨면 침대에 있기를.


지금까지의 일은 생생한 악몽이기를 바라며.


하지만 다시 눈을 떠도 여전히 같은 풍경이었다.


담은 천천히 들어 올린 손으로 온 몸을 쓸었다. 생체기 하나 없는 건강한 몸이 만져졌다.


다친 곳이 없자 그는 몸을 일으켜 코앞에 쓰러져 있는 백영을 살펴보았다. 옆으로 누워있는지라 상태를 볼 수 없어 어깨를 잡아당기자 뜨겁고 끈적이는 액체가 손에 묻어 나왔다.


눈으로 보지 않았지만 담은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구름에 몸을 숨긴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창에 가슴을 관통당한 백영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자님, 정신 차리세요. 예? 정신 차려 보세요!!!”


초점을 잃어가는 눈앞에서 담이 손을 흔드는 사이, 저 멀리서 눈치만 보던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저기요! 어떻게 해봐요! 네? 사람이 죽어가잖아!!”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는 나장들에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애써 모른척하였다.


“안 돼. 죽으면 안 돼. 당신 저승사자잖아! 당신이 왜 죽어!!!”


흔들어도 보고 고함도 질러가며 담은 그렇게 필사적으로 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숨소리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누군가가 건네준 천 쪼가리로 상처부위라도 압박하려는데 돌연 백영이 그의 팔목을 끌어당겼다.


“뭐해요? 가만히 있어요! 제발!”


미약한 수준이라 바로 떨쳐냈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부여잡았다.


게다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이번에는 도통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 힘에, 그 의지에 못 이겨 몸에 힘을 빼고 온전히 맡기자 그는 담을 품에 안더니 비틀대는 손가락으로 등을 쓸었다. 그리고 동시에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그... 그가.. 허억 어떤 제안으...ㄹ 하더라도.. 거절..하세ㅇ...”


힘겹게... 아주 힘겹게 말을 마친 백영은 그 뒤 한차례 더 숨을 몰아쉬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온기를 잃어가는 백영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담을 밀쳐내며 앞으로 나온 동권은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 부하들을 시켜 시체를 수습했다.


그리고는 택시기사를 다른 저승사자에게 인계했다.


인계받은 저승사자는 탐탁지 않아 했으나 창을 든 나장들의 위협에 실실 웃으며 그들의 말에 따라야만 했다.


장내가 정리되자 동권은 종업원에게 담과 은지가 시킨 음식을 예정대로 가져오게 하고 멀쩡한 부하 다섯을 뽑아 둘을 감시하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나머지 부하들과 함께 백영의 시체를 가지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남은 이들의 감시 속에 둘은 밥을 먹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식사를 마치자 그들은 쉴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둘을 일으켜 세워 걷게 하였다. 피로가 쌓인 상태로 또다시 한참을 걷자 드디어 저승의 입구임을 알리는 일주문이 나타났다.


비정상적으로 어두운 일주문의 뒤편.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모습에 둘은 걸음을 멈추었지만 창으로 어깨를 툭툭 찌르는 섬뜩한 재촉에 밀려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일주문을 통과하는 순간, 검은 안개가 몸을 휘감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뭐가 튀어 나올지 몰라 불안해하며 잔뜩 경계하는데 갑자기 눈부신 빛이 예고 없이 튀어나왔다.


담은 재빨리 뒤로 돌아 은지를 감쌌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없자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앞에 나타난 익숙하면서도 신비한 풍경.


그것은 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 거리를 꽉 채운 기와집과 초가집, 비녀와 노리개 등 옛 장신구를 파는 상점과 저 멀리 돌로 쌓은 웅장한 성벽이었다.


“여기가.. 저승?”


익숙하면서도 낯선 환경에 은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구경을 하는 것도 잠시 뒤이어 도착한 나장들은 둘의 양팔을 잡아 시장으로 보이는 골목을 가로질러 저 멀리 웅장한 성벽을 향해 질질 끌고 갔다.


무장한 나장들 때문인지, 죄인처럼 끌려가는 담과 은지 때문인지 시끄럽고 분주하던 시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나온 어머니들은 치마폭 뒤에 자식들을 숨기고 상인들은 일시적으로 가게 문을 닫았으며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거나 멀찍이 피해갔다.


거대한 성문 앞에 다다르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혼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하지만 나장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곧장 성문을 지키는 동료들에게로 향했다.


새치기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 주변에서 따가운 눈총을 보내며 수군거렸으나 직접 나서 반론하는 이는 없었다. 아니, 그런 이들이 몇 있긴 했으나 곳곳에서 필사적으로 저승사자들이 말리고 있었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러 간, 손이 빈 나장이 담과 은지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즐겁게 얘기하자 그들은 하나같이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는 것처럼 서로 앞 다투어 기웃거렸다.


잔뜩 경계하자 그들은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미소에 담긴 의미가 선의나 호의가 아님을 둘은 직감할 수 있었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한바탕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던 그들은 잠시 후, 빼꼼 열린 문틈 사이로 둘을 지나가게 해주었다.


문을 통과하자 놀랍게도 방금 지나왔던 성문보다 더 큰 크기의 10개의 대문이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났다.


모두 똑같은 크기와 생김새라 헷갈릴 법도 하건만 나장들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담과 은지를 정 가운데에 위치한 대문에 들어가게 하였고 그 이후에야 지금까지 지독할 정도로 붙잡고 있던 팔짱을 놓아주었다.


한 대 맞은 것처럼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들자 사방으로 쭉 뻗은 궁궐이 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위용을 과시했다.


아까는 잘만 떠들던 나장들도 이곳부터는 그럴 수 없는지 굳은 얼굴로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둘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귀를 기울였지만 또다시 성인 남성의 것으로 추측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명확히 궁궐 안에서 들려왔다.


사시나무 떨 듯이 떠는 은지의 손을 꼭 붙들고 있자 계단 위에서 매끈한 비단 옷을 입은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너희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여라.”


그러자 나장들은 예를 표하며 순순히 물러났고 남자는 말없이 자신을 따라오라 손짓하였다.


“폐하, 말씀하신 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커다란 창호지 문 앞에 선 남자가 허리를 굽히며 얇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내시겠지?’


사극에서 봤던 익숙한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하지만 더 생각할 시간은 주지 않겠다는 듯 안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게 하라.”


그러자 커다란 창호지 문이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열렸다. 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내시가 들어가라는 고갯짓을 했다.


내부는 겉에서 본 만큼 굉장히 넓었다. 양 옆에는 두꺼운 빨간색의 기둥들이 일자로 나열되어 건물을 지탱하고 있고 그 사이마다 무장한 나장들이 둘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저 끝,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마주할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의자에 한 남자가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턱에 팔을 괸 거만한 자세로 둘을 내려다보던 그가 말했다.


“가까이 오거라.”


남자의 말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반대편에서 네 명의 나장들이 들것에 무언가를 들고 왔다. 서로가 스쳐지나가는 순간, 담은 옆을 힐끗 쳐다 보다 깜짝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들것으로 옮겨지고 있는 이가 아까 전, 주막에서 자신에게 창을 던졌던 동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렇다면 밖에서 들린 비명은 저 사람의 것 일터.


멀어져가는 들것 밖으로 튀어나온 뒤틀린 다리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담은 어떻게든 참아내며 남자에게 도달하였다.


“고개.”


고요한 편전에 거룩하게 울리는 남자의 음성에 담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은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길고 선명한 눈썹, 신비로운 하늘색의 눈동자와 허리까지 닿는 긴 적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남성이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큰 옥좌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담과 은지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피.


남자의 얼굴과 옷에 묻어있다 못해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이 그 이유였다.


자신을 쳐다보는 이유가 피 때문이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남자가 씨익 웃어보였다.


“걱정 말거라. 죽이진 않았으니.”


아름답지만 위험한, 장미와도 같은 미소를 지운 남자는 곁에 있는 내시가 건넨 비단을 집어 얼굴에 대충 문대고는 다시 그에게 던져버렸다.


그대로 얼어붙은 내시가 얼굴에 쳐박힌 피 묻은 비단을 천천히 떼는 사이, 이번엔 오른편에 있던 내시가 다가와 그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바쳤다.


촤르륵 펼친 두루마리를 슥 훑어보고 앞에 놓인 탁상에 내던진 그가 둘에게 물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구나. 연유가 무엇이냐?”

“저... 그.... 그게....”


질문과 함께 남자와 눈이 마주친 담은 자신의 몸이 저절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에서 나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피칠갑이 된 동권이 떠올라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끝내 담은 입을 열지 못했고 덕분에 한동안 편전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하아~”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조차 못하고 벌벌 떠는 담에게 실망한 남자가 치우라는 손짓을 하려던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은지가 앞으로 나와 남자에게서 담을 가리며 대신 대답했다.


“뭔지 몰라서 안 먹었는데요?”

“뭔지 몰랐다?”

“네. 그쪽 직원분이 설명을 안 해주셔서.”

“허...”


‘뭐야. 이 계집은?’


은연 중 자신이 뿜어내는 마력에 두려움을 느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담에게서 희열을 느끼던 남자는 예상치 못한 은지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이 담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은지를 보았다. 평소에는 지켜주고 싶기만 하던 그녀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곧 그녀가 나선 이유가 갓 태어난 송아지 마냥 덜덜 떨던 자신 때문임을 떠올리자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뭐.. 덕분에 좀 진정이 됐지만.


하지만 계속되는 떨림에 담은 잡고 있는 은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 떨리고 있었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냥 든든해보이던 그녀가 떨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하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지만 그녀도 두려웠던 것이다.


자신을 위해 앞으로 나서준 은지가 고마워 담은 입술을 꽉 깨물고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섰다. 돌아온 담을 본 은지가 투정 섞인 말을 건넸다.


“늦어.”

“너도.”


이후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반면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남자의 표정은 점차 싸늘해져갔다.


그리고 잠시 후,


짝! 짝! 짝!


대뜸 박수를 치며 남자가 둘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구나.”


의도를 알 수 없는 칭찬에 둘은 바짝 긴장했다.


“너희들이 마시지 않은 술은 망각주. 이승에서의 기억을 서서히 지워주는 술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저승이란 곳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 몇 백배, 몇 천배는 더 힘들 터이니. 기회를 주마. 마셔라.”


“왜요? 커플 싫어하세요?”


“한순간의 애먼 감정으로 평생을 후회할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거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내린 결정은 다신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가 예상했다. 결정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선택이 갈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겠다고.


하지만 서로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본 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잊지 않을 겁니다.”

“안 마실게요. 그러니까 그냥 보내주세요.”

“흐~음..”


남자는 정말 감명 깊은 표정으로 둘을 내려다보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가 원하던 대로 됐기 때문이었다.


“감명 깊구나. 하여 짐이 제안을 하나 하려는데. 하겠느냐?”


제안이라는 말이 나오자 담은 곧바로 백영의 말을 떠올렸다. 은연 중 들었던 은지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그가.. 허억 어떤 제안으...ㄹ 하더라도.. 거절..하세ㅇ...]


누구인지 지칭해주지 않았지만 눈앞에 남자가 백영이 말한 ‘그’ 라는 것을 둘은 직감할 수 있었다.


“안할ㄱ..”


목숨을 걸면서 까지 자신을 지켜준 저승사자 백영. 담은 그의 유언대로 단호하게 제안을 거절하려했지만..


“만일 너희가 내기에서 이긴다면 둘 중 하나를 살려주마.”


절대 그럴 수 없는 제안이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애프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4화 21.05.26 11 0 17쪽
24 23화 21.05.24 9 0 11쪽
23 22화 21.05.23 8 0 17쪽
22 21화 21.05.23 9 0 10쪽
21 20화 21.05.22 8 0 14쪽
20 19화 21.05.22 8 0 14쪽
19 18화 21.05.21 10 0 11쪽
18 17화 21.05.21 8 0 14쪽
17 16화 21.05.20 9 0 12쪽
16 15화 21.05.20 8 0 12쪽
15 14화 21.05.19 10 0 14쪽
14 13화 21.05.19 8 0 18쪽
13 12화 21.05.18 6 0 14쪽
12 11화 21.05.18 7 0 11쪽
11 10화 21.05.17 8 1 19쪽
10 9화 21.05.17 10 1 12쪽
9 8화 21.05.16 12 1 16쪽
8 7화 21.05.16 7 1 18쪽
7 6화 21.05.15 10 0 14쪽
6 5화 +1 21.05.15 17 1 11쪽
5 4화 21.05.14 23 0 10쪽
» 3화 21.05.14 29 0 18쪽
3 2화 21.05.14 34 0 14쪽
2 1화 21.05.14 59 2 10쪽
1 프롤로그 21.05.14 127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생킹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