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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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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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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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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6화

DUMMY

6.


의식이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통증이었다.


성한 곳 하나 없이 모든 곳이 아프다 소리를 질렀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인지 보려 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죽은 줄 알았으나 문득 스스로가 저승에 왔다는 사실을 떠올린 담은 “이곳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에 잠겼지만 극심한 통증에 그리 오래 하지는 못했다.


몇 분간의 기다림 끝에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간신히 한쪽 눈을 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저잣거리 한복판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지 중천에 떠있던 해는 저물어 가고 있었고 가게 문들도 대부분이 닫혀있었으며 인적도 드물었다.


그나마 지나가는 이들도 처참한 몰골의 담을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렇기에 담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어느 집 담벼락까지 기어갔다. 오른손은 부러져 쓸 수없는 탓에 왼손으로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까스로 담벼락을 잡고 일어선 그는 절뚝이며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이들이 딱한 시선을 보냈지만 마찬가지로 선뜻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이상한 점은 어째서인지 그를 바라보는 딱한 시선이 이후 공포로 물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담은 인적 없는 좁은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에 눈물이 흘렀다.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하던 자신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신이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이대로 그냥 확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희생당한 은지를 생각하면 또 그럴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이 시야를 가려 소매로 닦아내는데 담은 문득 자신이 무언가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걸음을 멈추고 소매를 내리자 건장한 남성의 떡 벌어진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모기가 기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한 뒤 담은 자신과 부딪힌 남성의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우연인지 그 남성 또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둘은 마주서게 되었다.


담은 다시 한 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남자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담이 움직이고 나서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연이 아닌 고의.


그 사실을 깨달은 담은 고개를 들어 길을 가로막은 남자를 보았다.


씻은 지 오래 돼 보이는, 꼬질꼬질한 얼굴의 남성이 망나니들이나 들 법한 넓적한 날의 칼을 들고 건들거리며 서있었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 둘 또한 마찬가지로 칼을 들고 뒤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제야 담은 이전에 왜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피해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깡패들의 표적이 된 자신을 구해준다면 그들과의 마찰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


‘그래. 누가 나 따위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어.’


그런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있는데 앞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형씨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지.”


“죄송합니다.”


“그래? 근데 사과만 하면 되나? 아야야야... 형씨랑 부딪혀서 내 어깨가 부러진 것 같은데.”


“단순 접촉으로 뼈가 부러졌다는 건 과장이신 것 같고. 보시다시피 제가 가진 게 없어서요. 죄송하지만 그냥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이 상태에서 싸움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죽을 것 같았기에 담은 목까지 치솟는 울분을 꾹 눌러 참았다.


하지만...


“가진 게 왜 없어? 여기 있구만. 형씨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값나가는 거.”


담과 부딪힌, 불한당패의 대장은 어깨에 걸친 칼을 내려 담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부하 두 명이 담의 어깨에 나란히 팔을 올려 어깨동무를 하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자연스럽게. 알제? 일행인척 하란 말이여.”


남자 둘이 힘을 실어 어깨에 팔을 걸치자 그 무게만으로도 담은 휘청거렸다.


“어래? 이거 상태를 보아하니 그냥은 못 팔 것 같고. 분리해야겠는데요? 형님?”


“야! 이씨. 그럼 귀찮잖아! 기다려봐 봐.”


그들은 마치 담이 벌써부터 자신들의 물건인 마냥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가만 보자. 키도 얼추 크고 얼굴도 반반하니 괜찮은데. 좀 씻겨서 돈 많은 마님들에게 팔면 되겠다.”


“키야~ 역시 형님이십니다.”

“너무 좋은 생각입니다!”


세상을 바꿀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도 내놓았는지 그들은 거북할 정도로 아부를 떨었고 그게 또 싫지는 않는지 대장은 심히 만족해하며 껄껄거렸다.


안 그래도 힘든데.


성인 남성 두 명이 온전히 자신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데다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기 까지 하자 머리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담은 한순간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입 닥쳐. 새끼들아. 머리 아프잖아.”


그러자 그들은 더 이상 웃고 떠들지 않았다. 대신 담을 넘어트리고 발길질을 해댔다.


중학교 시절 선수를 목표로 복싱을 배운 담은 본능적으로 최대한 몸을 웅크려 머리를 보호했으나 온 몸이 상처투성이여서인지 맞는 곳마다 비명이 절로 나왔다.


“이 새끼가! 곱게! 대해주니까! 자기! 입장을! 잘! 모르나 보네! 후우~ 안 그러냐? 애들아?”


마지막으로 담의 배를 힘주어 걷어찬 불한당패 대장이 말했다.


그의 말을 신호로 지친 부하들이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바닥을 더듬거리던 담의 손에 돌맹이가 만져졌고 그는 은밀하게 그것을 쥐어 품에 숨겼다.


다행히 그들은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대장이 한쪽 다리를 들자 담은 쥐고 있는 돌로 몸을 지탱하는 반대쪽 다리를 찍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형님!!!””


공중에 잠시 붕 떠올랐다가 땅에 떨어진 그는 정강이를 붙잡으며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바지를 반쯤 접어 올려 입었기에 훤히 들어난 그의 정강이는 금세 멍이 들어 부어오르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시도였다. 만약 담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을 정도로.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움직이거나 저항할만한 힘이 없었다.


담의 급습에 당황한 부하들은 우물쭈물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담을 때리기 시작했다.


희망은 보이지 않고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하고 싶지도 않았다.


은지를 위해 악착같이 살아보려 했건만 신이 자신을 외면하는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만 갔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그만 편안해지고 싶었다.


“나와! 나와!!”


아픔을 이겨낸 불한당패의 대장이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부하들을 밀치고 나왔다. 그리고는 담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더니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진짜! 곱게! 죽여주려! 했더니! 안! 되겠네!!!”


잠시 후, 주먹이 멈추고 망신창이가 된 얼굴로 간신히 숨만 쉬는 담을 바닥에 내팽개친 대장이 땅에 떨어진 자신의 칼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재빨리 칼을 집어온 부하에게 말했다.


“쟤 좀 일으켜 세워.”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닌지 부하들은 능숙한 손길로 담의 양팔을 잡아 축 처진 담이 땅에 드러눕지 못하게 하였고 준비가 끝나자 대장은 높이 들어 올린 칼을 담의 목에 겨냥한 뒤 힘껏 내리쳤다.


마지막 순간, 눈을 질끈 감은 담은 어쩌면 자신을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을지도 모르는 신에게 기도했다.


이제 그만 편안해질 수 있기를.


무슨 잘못을 했건 드넓은 아량으로 자신을 용서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머리가 날아가는 소리만을 기다리는데..


카앙!!!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금속끼리 부닥치는 소리.


의문을 느낀 담은 꺼져가는 의식에 저항하며 눈을 떴다.


흐릿한 형체였지만 전에 본 적이 있기에 그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검은 갓에 두루마기를 걸친 하얀 얼굴의 저승사자.


죽은 백영과 매우 흡사한 옷차림의 그가 손에 들린 검으로 불한당패 대장의 칼을 막아서고 있었다.


도와주지 말라고.


그냥 도망치라고.


이대로 죽고 싶다고.


진심을 담아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도 없이 담은 의식을 잃어버렸다.



**********



“너.. 너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칼을 내리치는 순간까지도 저승사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불한당패의 대장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그와 자신의 뒤에서 칼을 뽑고 대기 중인 부하들을 무시한 채 바닥에 축 처져 있는 담에게 다가갔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매우 위험한 상태인지라 그는 서두르기로 했다.


“저 영혼. 두고 가시죠.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채애앵!


약간은 섬뜩한 저승사자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한당패의 대장이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날과 날이 다시 한 차례 부딪혔고 잠시 동안 벌어진 힘겨루기에서 패한 대장은 뒤로 물러섰다.


힘에 있어서 꽤나 자신 있어 하던 그는 자신이 졌다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전력을 다한 자신과 달리 상대가 힘들어하는 기색도 내비치지 않자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자 대장은 부하들이 인질로 잡아 놓은 담을 가리키며 말했다.


“멈춰!! 거기서 더 다가오면 저놈은 죽어.”


대장의 말에 부하들이 담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위협했지만 저승사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한 발자국 다가갔다.


“난 말했어!!!”


위협이 먹히지 않자 칼날이 담의 목을 파고들었고 그 탓에 목에서는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욕심이 많네.”


서걱!


“으아악!!!!”

“악!!”


서억!


“아아ㄱ...”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뒤로 돌아 담을 인질로 잡은 부하들 사이로 순식간에 파고 들어간 저승사자는 횡으로 검을 그어 칼을 든 부하들의 손목을 잘라내었다.


그리고 연달아 앞으로 나아가 하단에서 상단으로 이어지는 단 한 번의 검격으로 둘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후 허공에서 떨어지는 담을 부드럽게 받아낸 저승사자는 그를 조심스레 땅에 눕혔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죽어버린 부하들과 피투성이가 된 저잣거리의 광경에 겁에 질린 불한당패의 대장은 들고 있던 칼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한 칼부림은 저승사자가 아닌 애꿎은 주변사물만 부쉈고 이내 돌담 틈 사이에 단단히 끼고 말았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불한당패의 대장. 아니 이제는 혼자가 되어버린 불한당은 칼에서 손을 떼고 저승사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엎드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빌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무표정의 저승사자는 질질 짜는 그의 머리채를 틀어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보여?”


저승사자가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담의 목덜미.


그의 말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불한당은 담의 뒷목에 찍힌 인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돈이라 생각하던 사내의 목덜미에는 염라대왕을 상징하는 인장이 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탐을 내도되는 것과 말아야 될 것. 그건 너 같은 놈들이 더 잘 알잖아.”


저승사자가 머리채를 놓아주었지만 불한당은 한동안 그 자세로 그대로 담의 목에 새겨진 인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가.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하겠지만.”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 때 자신의 패거리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불한당은 재빠르게 일어나 죽은 부하들을 내팽개치고 골목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어수선하던 골목이 다시금 조용해지고 한동안 불한당이 뛰어간 방향을 응시하던 저승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는데... 그냥 계시는 것을 보니 꽤 자신있으신가봅니다?”


그의 말에 지붕 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검은 복면의 사내가 흠칫 놀랐다.


담이 저잣거리에 누워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를 미행 중이던 사내는 방금 전, 저승사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그가 예사 인물이 아님을 눈치 채고 기척을 지운 뒤 조용히 상황을 관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발각되었다고? 아님 그냥 하는 말인가?’


채 3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속으로 몇 백, 몇 천 번을 고민하던 사내는 만약이라는 마음에 위치라도 변경하고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으나 이미 그곳에는 저승사자가 서 있었다.


“아니면, 도망갈 실력도 안 됐다던가.”


“무슨..”


평소 훈련받은 대로 그는 재빨리 품속의 단도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목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고 잠시 후,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복면을 쓴 남자의 목이 지붕에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뛰어내린 저승사자는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을 손에서 돌려 사라지게 한 뒤 땅에 누워있는 담을 들쳐 매고는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적 하나 없는 좁은 골목에는 손목이 잘린 두 구의 시체와 검은 복면을 쓴 한 남성의 목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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