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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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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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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9.


새벽시간임에도 도처에 깔려있는 나장들 때문에 둘은 조심스레 움직이느라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게 동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약 100여명에 달하는 나장들이 자리를 지키며 드나드는 자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다.


몇 분 동안 성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강림은 끝끝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면 돌파는 무리고 몰래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겠어.”


“그래서 말했잖아? 한 번 해보자니까?”


우쭐한 표정을 짓는 담을 보며 강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따리에서 도복 2벌을 꺼내 하나를 담에게 건네주었다.


20분전, 강림의 집


“잠깐!”


담의 다급한 목소리에 강림은 발걸음을 멈추고 순식간에 검을 뽑았으나 다행히 그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왜?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아니! 그런게 아니ㄹ... 우으읍! 아! 진짜 크흠!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면 이미 사방에 병사들이 쫘악~ 깔리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그럼 혹시 모르니까 저거 가져가 볼래?”


담은 목이 잘린 시체를 차마 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체를?”


“아니.. 옷 말하는 거지. 뭘 어떻게 하면 시체를 가져갈 생각을 해?”


자신에게 향하는 경멸의 시선에도 강림은 아랑곳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름 괜찮긴 한데..”


“그치? 그치? 그럼.”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는 사실에 입꼬리를 끌어올린 담은 손을 휘휘 저었다.


“뭐하는 거야? 챙기자며.”


“그게... 아직 시체는 좀.. 그렇달까? 왜 아이디어는 내가 냈으니까..”


“익숙해져. 언제까지고 내가 보호해 줄 순 없으니까.”


‘아~ 참... 좀 그냥 도와주면 되지.’


속으로는 투덜댔지만 담은 군말 없이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자객을 찾아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피가 스며든 옷의 끔찍한 촉감과 잘린 목의 단면이 그를 막아섰지만 실눈을 뜨고 해보니 어찌저찌 벗길 수는 있었다.


그리고나서 둘은 발가벗겨진 시체 2구를 마루 밑에 숨겨두고 끌린 핏자국을 모래로 덮었다.


그래야 자신들이 변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늦게 들킬 테니까.


피 묻은 도복을 보따리에 집어넣는 강림에게 담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집을 뛰쳐나온 거야? 뭐 무너지기라도 해?”


“아마도?”


“!?”


“우린 못 볼 테지만.”


그때까지도 그는 무표정했지만 담은 어째서인지 강림이 조금 들떠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



“헉!... 허억... 흐어어어억...”


어둡고 인적 없는 고요한 저잣거리에 한 남자가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죽기 살기로 달리고 있었다.


모서리를 돌아 어느 집 담장 뒤에 몸을 숨긴 그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최대한 천천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산발이 된 머리와 꼬질꼬질한 얼굴의 그는 얼마 전, 담을 노리다 강림에게 모든 것을 잃은 불한당패의 대장이었다.


잠시 후, 숨을 고른 남자가 안심하고 손을 떼려던 그때, 담벼락 위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그렇게 뛰어가더니 여기까지 밖에 못 왔어?”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남자는 기대고 있던 담벼락에서 떨어지며 뒤를 돌아보았다.


담장 위에는 누군가 서있었으나 날이 어두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신비로운 하늘색의 눈동자만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누구인지를 깨닫기에 충분했고 그것은 한때 불한당패의 대장이었던 이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직후 구름이 걷혀 달이 영롱한 빛을 발산하자 빨간 장발의 성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염라대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 때 패거리의 대장이었던 남자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였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대왕님의 것인지 모르고 그랬습니다. 제발.. 자비ㄹ...”


쫘악-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전과는 결과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무언가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었고 얼굴을 잃어버린 몸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염라대왕의 얼굴과 옷, 그리고 들고 있던 채찍을 흥건히 적셨다.


사람을 죽이고도 태연한 표정을 짓던 그는 소매에 얼굴을 문대 피를 닦아내다 다가오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채찍을 휘둘렀다.


쐐애액~


쾅!


채찍은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갔으나 다가오던 이가 목을 꺾어 피했고 목표를 잃은 채찍은 어느 집 담장을 때리며 일부분을 무너뜨렸다.


“아... 미안, 수연이 너였구나? 난 또 누구라고.”


수연이라 불린 여성은 무너져 내린 담장과 목이 떨어져 나간 시체를 번갈아 보다 입을 떼었다.

“결국 죽이셨습니까?”


“그러게. 처음에 죽일 생각까진 없었는데 애가 워낙 끈기가 없어서 말이야. 목숨이 달리면 죽기직전까지 달릴 줄 알았는데 힘드니까 잔꾀를 부리더라고. 그래서 죽였어. 목숨이 소중하지 않았나 보지.”


담벼락에서 뛰어내린 염라대왕은 끈기 없는 남자가 꽤나 괘씸했는지 땅바닥에 뒹구는 그의 얼굴을 발로 툭 툭 차다 수연을 보고 씨익 웃었다.


“역시 너만 한 애가 없다니까?”


제대로 닦지 않아 핏자국이 쭉 늘어진 얼굴로 씩 웃어 보인 염라대왕의 미소는 오랜 시간 그를 모셔온 수연에게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나 그녀는 애써 내색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자신이 전해야 할 소식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궐에 있어야 할 네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내가 분명 지사를 도와 병력을 통제하라 했을 텐데....”

“그게...”


순간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그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고 매서운 눈빛만이 남아 수연을 쏘아보았다.


“하아... 진짜.... 믿을 만한 새끼들이 없다니까아아!!!!”


결국 화를 참지 못한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로 채찍을 휘둘렀다.


일반적인 이들이라면 몸을 피하거나 방어기제라도 펼쳤겠지만 수연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그를 보필해온 수연은 알고 있었다. 그런 행동들이 오히려 왕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염라대왕의 분풀이는 다른 때보다 일찍 끝이 났다.


물론 그 여파로 주변 땅이 깊이 파이고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던 담장은 무너져 내렸지만.


그럼에도 아직 분이 다 안 풀렸는지 씩씩대던 염라대왕은 자신의 화풀이로 여러 군데 상처가 난 수연을 보고는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도대체... 쓰읍~ 후우~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직접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안내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연은 앞장서서 염라대왕을 안내하였다.


가던 도중 문득 그의 손에 들린 채찍이 자신의 목도 날리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수연은 무사히 사건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몸 여러 군데에 상처가 난 수연에 뒤이어 염라대왕이 들어오자 이전까지 수군거리던 나장들은 입을 닫고 고개와 허리를 빳빳이 세웠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이는 왕의 표정에 몇몇 이들은 그가 지나갈 때 잠시 숨을 쉬는 것조차 포기할 정도였다.


사건현장을 진두지휘하던 경사가 그를 알아보고 허둥지둥 달려왔다.


하지만 그를 손바닥으로 밀어낸 염라대왕은 곧바로 시체를 살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체에 남겨진 상흔을 자세히 살펴본 감상평은 다음과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추려내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만든 저승 최정예 살수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임무를 완수하기는커녕 실패하고 죽었으며 심지어는 40여 명이나 되는 이들 모두가 단 한 번의 일격에 전멸했다는 사실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기가 누구의 거처인지 알아냈어?”


아무도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자 보다 못한 수연이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저승사자 1명이 거주한다는 것 외에는 아직..”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거야! 이런 좀벌레들 하나 찾아내지 못하고! 증명해. 너희가 살아 있어야하는 이유를 증명하라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금 이 녀석들처럼 땅바닥에 눕게 될 거야. 찾아!”


“예!”


호통과 함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섬뜩한 경고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큰 소리로 대답을 마친 뒤 황급히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수연의 지휘아래 운 없이 이곳에 남게 된 소수만이 바들바들 떨며 주변을 수색하였다.


단서를 찾기 위해 염라대왕도 같이 집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손가락을 튕기며 시체 수를 세던 수연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7명이 부족해.”


“뭐?”


“아! 제가 보고 받은 바에 의하면 그 영혼을 감시하다 죽은 살수를 제외, 한 명의 도사를 포함한 총 39명의 부대원이 이곳에 투입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체는 32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연의 말에 염라대왕은 집 주변을 빠르게 돌며 직접 숫자를 세어보았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7명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기별이라도 했을 테고... 역시 죽은 건가.”


촉촉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에 빠진 염라대왕이 집 안으로 눈길을 보내자 나장들이 군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선두에 선 병사가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끼긱!


우르르콰쾅쾅!


그가 붙잡은 나무기둥이 위아래로 엇나가며 천지가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병력의 큰 손실은 없었지만 선두에서 선 병사의 다리가 떨어지는 대들보에 깔리고 말았다.


앳되 보이는 얼굴의 젊은 병사는 상상이상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 애원했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염라대왕의 눈치만 힐끔힐끔 보았다.


“너도 한패지? 응? 그래서 지금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거지?”


“아... 아닙니다. 폐하! 억울하옵니다!! 제가 어ㅉ.................”


하지만 결국 기분이 좋지 않던 염라대왕의 채찍이 여러 번 휘둘러졌고 애처로운 비명소리는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숨을 죽이던 나장들은 염라대왕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죽은 동료의 시체를 애써 무시하며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미안해. 구해주지 못해서....’


맹수에게 잡아먹힌 듯, 신체가 여러 갈래 찢겨나간 시체를 보며 수연은 몰래 명복을 빌었다.


그러는 동안 염라대왕은 무너진 집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무언가를 찾았다.


그가 찾는 것은 발원지. 즉 검기가 발현된 장소였다.


뽀얀 단면을 내보이며 깔끔하게 잘린 기둥들.


그 중에서도 가장 깔끔하게 잘린 기둥 옆, 염라대왕은 강림이 검을 뽑았던 그 자리에 서보았다.


‘여기서 검을 뽑았어. 어떻게 일개 저승사자 따위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폐하!”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집안을 수색하던 병사들에 의해 사라진 시체 7구가 모두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중 발가벗겨진 2구의 시체를 본 염라대왕은 대번에 의도를 알아챘다.


“이놈들이... 감히 날 상대로 이런 장난을 쳐?”


사실 병력은 시간만 좀 걸릴 뿐 다시 만들어내면 됐다. 하지만 자존심은 그렇지 못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는 금이 가고 말았고 그것은 선례로도 남는 것이기에 돌이킬 수 없었다.


빠지직!


손아귀의 힘을 견디지 못한 두꺼운 나무기둥이 맥없이 부러졌다.


“최소한의 병사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을 모두 풀고 넌 서쪽으로 가라. 반드시 막아야 해! 반드시!!!”


왕의 명령에 말없이 고개를 숙인 수연은 병사들을 이끌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이를 바득바득 갈던 그 또한 전력을 다해 동쪽으로 발을 굴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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