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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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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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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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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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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13.


마구잡이로 자란 검은 머리칼에 짙은 눈썹, 선명한 이목구비와 떡 벌어진 어깨.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도깨비는 흔히 옛말로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장군감이었다.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질 정도.


이때 풍채와 어울리는 낮은 음성의 목소리가 둘의 귀에 울렸다.


“인간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더 이상 이곳을 어지럽히지 말고 내려가라.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평생 숲을 헤매다 죽을 것이다.”


말을 마친 그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양 옆으로 비켜서있던 도깨비불들 중 일부가 이탈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저희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이 산을 넘어가고 싶을 뿐. 그냥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강림의 정중한 부탁에 도깨비는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외는 없다. 너희 인간들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기대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으니. 그저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머지리들 중 한 명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도깨비의 입에서 협상결렬을 시사하는 얘기가 나오자 강림은 검 자루에 손을 올렸고 비협조적인 태도에 도깨비 또한 우두둑 소리를 내며 손을 풀기 시작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한참동안 서로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철천지원수처럼 노려보던 둘 중 먼저 백기를 든 건 강림이었다.


“...내려가자.”


애초에 전력이라 할 수없는 담은 강림의 결정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둘은 도깨비가 만들어준 길을 따라 하산하였다.


우웅- 후웅- 우웅- 후웅-


길 만드랴, 속도 맞추랴.


몇 안 되는 도깨비불들은 양쪽 끝을 바삐 움직이며 열심히 길을 안내했다. 인간의 보폭에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에서는 애잔함이 느껴질 정도.


물론 환각을 걸어 죽이려 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 마음은 싹 사라졌다.


날이 밝아오며 어느 정도 사물의 윤곽이 보이자 담은 손을 휘휘 저어 돌려보냈으나 책임감이 강한 편인지 그들은 끝까지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그 결과 둘은 산의 입구로 안전하게 되돌아 올 수 있었고 목표를 달성한 도깨비불들은 곧 산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담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었다. 새벽의 맑은 공기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을 잔뜩 만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앓는 소리를 들렸다.


“아까 거기밖에 길이 없는 거야?”


옆을 보니 강림이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아니야. 다만 이렇게 되면 빙 돌아서 갈 수 밖에 없어.”


“그럼 안 돼?”


“우린 시간이 부족하잖아.”


‘아...’


잠시 잊고 있었지만 담과 염라대왕과의 내기에는 61일이라는 시간제한이 걸려 있었다.


상이한 두 세계의 시간, 담의 사망시각 등 여러 가지 여건들이 종합되어 주어진 61일, 아니 아침이 밝아오니 이제 60일이다.


그 동안 염라대왕을 포함한 저승의 지배자, 시왕들과 대적할 10명의 동료와 그가 원하는 증표를 모두 구해 돌아가야만 은지를 구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지만.


하여튼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쁜데 계획에 차질까지 생기자 강림이 앓는 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발만 동동 구를 수는 없는 법. 그나마 다행이라 한다면 둘을 추격하던 나장들의 모습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다른 도깨비보다도 강하다며. 승산이 없으면 사려야지.”


“그렇다고 한 적은 없어.”


괜스레 검을 잡은 강림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였다.


“이열, 자존심?”


“....”


강림은 대답하지 않고 짐을 챙겨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왜 저런 얕은 도발에 응해주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알던 자신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도깨비는 왜 저렇게까지 과격하게 나오는 걸까? 금덩이라도 묻어놨나?”


“흔한 일은 아니지. 저들은 대체적으로 순하고 호의적이니까. 그런 도깨비가 저렇게까지 변할 정도면....”


투투두두툭!


이때 산에서 무언가가 굴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적의 기습을 염두한 둘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 경계하였다.


그러자 어두운 숲에서 튀어나온 것은...


툭!


담의 발치를 건드리고 나서야 행진을 멈춘 주먹크기 만한 돌맹이였다. 검에서 손을 뗀 강림은 돌맹이가 굴러온 방향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 저것 때문이겠지.”


마침 고개 너머로 해가 얼굴을 빼꼼 내밀기 시작하여 주변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산 이라하면 누구나 응당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로 뒤덮인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담과 강림이 마주한 산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잿더미.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탄 잿더미만 남은 산이었다.


그 옆은 나무의 생존 흔적인 밑동만이 남은 민둥산. 이후 주변을 둘러보자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황폐화가 진행 중인 것이 보였다.


“와아...”


너무나 황량한 모습에 담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돌맹이가 저절로 떨어진 이유도 저것의 여파임이 틀림없었다.


“최근 염라대왕이 옥황상제가 있는 삼원과의 교역을 위해 길을 뚫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근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네. 자연을 좋아하는 도깨비의 특성상 아예 인간을 들이지 않을 만도해. 얼마 가지는 않겠지만.”


멈칫!


“그게 무슨 말이야?”


담이 걸음을 멈추자 강림은 뭘 그리 놀라냐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얼마 못 버틴다고.”


“그러니까 왜?”


“팔이 불편해 보였어. 피가 난 흔적도 있고. 얼마 전에 크게 다친 모양이야.”


“죽을 정도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내 말은 이제 곧 염라대왕이 찾아갈 거라는 거지.”


“왜? 우리 때문에?”


“......”


“정말 우리 때문이야?”


“그냥 시기가 조금 앞당겨 졌을 뿐이야. 오히려 우리 때문에 늦춰진 것일 수도 있고. 다만 방향이 같다보니 겸사겸사 처리하려 하겠지. 그러니까 우리도 포위되기 전에 빨리 이곳을 떠야 해.”


말을 마친 강림은 벌써 포위라도 됐는지 전보다 더욱 빨라진 발걸음으로 담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


“그럼 최소한 경고라도 해줘야지? 어쨌든 우리가 미치는 영향도 있는 거잖아.”


“소용없어.”


“그건 또 왜?”


“도깨비라는 종족은 고집이 세거든. 게다가 본인의 신념대로 행동하다 죽는 것을 명예라고 여기는 일족이야. 즉 우리가 아무리 백날 떠들어 봐야 듣지도 않을 거란 얘기지.”


“하지만...”


말을 얼버무린 담이 걸음을 떼지 못하자 강림은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다가와 진중한 목소리로 충고를 건넸다.


“담, 우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바뀌는 건 없어. 지금의 우리는 누구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니까. 만약에 네가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할 정도로 강하다면. 글쎄,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설령 우리가 구하러 간다 치자. 결국 그냥 같이 죽을 뿐이야. 그 미치광이 녀석만 좋아라하겠지. 남을 위하는 마음? 좋아. 하지만 그럴 힘이 없다면 여기선 같이 먹힐 뿐이야. 명심해.”


그의 입에서 나온 충고는 냉정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이상세계에 빠져있던 담이 현실로 되돌아올 정도로.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담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강림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옳았다.


결국 찝찝한 감정을 뒤로 한 채 담은 얌전히 강림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같은 시각, 염마궁.


탁! 탁! 탁!


토옥! 토독! 토옥!


이른 아침이라 어둡고 텅 빈 편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서 나는 소리 인고 하니 두 소리 모두 4마리의 황금용이 양 끝에 장식된, 옥좌에 앉은 한 남자에게서 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옥좌의 주인인 남자, 염라대왕이 팔걸이를 건드리며 내는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그의 반대 손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때마침 날이 밝아오며 아침햇살이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자 바닥에 나뒹구는 수십 명의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똑! 똑!


[결국 죽이셨습니까?]


타이르지도 그렇다고 야단치지도 않는 수연의 목소리.


감정이 성난 파도처럼 요동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져도 늘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이 남자에게는 절실히 필요했다.


해서 저 문 앞에 대답을 기다리는 이가 그녀이기를.


늘 해왔던 것처럼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염라대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현재 겨우 숨만 붙어있는 채로 자신의 침소에 누워있으니까.


그녀가 하루 빨리 일어나기를 바라며 이 근방에서 제일가는 치유사에게 맡겼지만 간밤에 차도는 없었다.


결국 언제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수연을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어 텅 빈 편전에 마련된 옥좌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도중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저승사자를 놓쳤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어있었다.


똑! 똑!


허망한 눈으로 죽은 이들의 표정을 하나씩 훑어보던 이때, 누군가 용감하게도 다시 문을 두드렸다.


“폐하. 신 지사 김하성 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결국 하성은 문을 열어젖히고 편전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이들이 옷자락을 잡으며 만류했지만 그는 붙잡는 손길을 부드럽게 뿌리치고는 곧바로 왕의 앞으로 나아갔다.


진한 피 냄새와 바닥에 나뒹구는 시체들이 보일 텐데도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말씀하신대로 출정 준비가 완료 되었사옵니다.”


허연 머리칼을 빠짝 깎은 까까머리에 은으로 장식된 푸른 갑옷을 입고 있는 노인의 말에 염라대왕은 검은 동공만을 떨어트려 그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가. 가서 개미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해. 그리고 내가 가기 전까지는 절대 산을 오르지 마.”


“말씀하신대로 행하겠사옵니다.”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하성이 무사히 편전을 빠져나오자 밖에서 지켜보던 신하들은 기적이라도 본 듯 경이로운 시선으로 그를 우러러보았다.


하성이 나가자 염라대왕은 옥좌 옆, 거치대에 놓인 두 자루의 검을 보았다.


위쪽에는 갈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뱀의 비늘모양으로 장식이 된 검이. 아래쪽에는 염라대왕이 들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크고 넓적한 날의 붉은 대검이 놓여 있었다.


여태 그래왔듯 위에 놓인 검을 만지려던 염라대왕의 손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 검은 아까 전, 정체불명의 저승사자에게 잠시 빼앗겼던 검이었다. 그 검을 보고 있자니 아까의 상황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닫힌 문. 일대 다수. 하지만 차분한 눈빛.


상상 속의 그와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치자 염라대왕은 제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포식자를 만난 피식자의 전형적인 행동. 그것을 타인이 아닌 자신이 했다는 게 그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실력에서 압도적으로 패한 것도 아니거늘. 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었다.


다만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눈빛.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면 실마리가 되는 것은 아마 과거의 자신이 스스로 지운 오래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함부로 그 기억을 끄집어 낼 수는 없었다.


아버지를 잃은 후 자신은 지금까지는 늘 치밀하고 냉정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선택에 단 한 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는 성과를 도출해내었다.


그런 자신이 기억을 지웠다.


그러니 그 결정은 그 당시의 자신이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


그런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도 될까?


스스로에게 던진 의문에 염라대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말고도 신경 쓸 일들은 차고 넘쳤다.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잘 유지해오던 냉정함은 두 번이나 잃었고 그 두 원인을 코앞에서 놓쳐버렸다.


거기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도깨비까지.


우웅! 우웅!


스트레스가 몰려오자 피가 끓어올랐다. 옆에 놓인 비늘검이 특유의 진동을 보내며 자신을 집어 달라 유혹해왔다.


“후우우”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언제부터인가 피를 갈구하게 된 자신의 본능에 이대로 이끌려 다니면 정말 괴물이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그 노력을 비웃는 거슬리는 목소리가 겨우 잠재운 마음의 물결에 파동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봅니다. 대왕님의 약한 모습.”


약한 이라는 단어에 염라대왕은 감은 눈을 신경질적으로 치켜떴다.


목소리의 주인은 입을 제외한 온몸을 검은 천으로 꽁꽁 싸매고 있어 왕인 자신초자 단 한 번도 맨얼굴을 본 적 없는 자신의 책사였다.


“너 언제부터 있었냐?”


“얼마... 되진 않았습니다.”


말에서 뚝뚝 묻어나오는 신경질에 책사는 몸을 웅크려 예를 갖추었다.


자기 딴에는 인사라고 한 거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애벌레가 꿈틀대는 같아 오히려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는 대왕님의 책사입니다. 왕의 고민은 저의 고민.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제가 맡은 책무 아니겠습니까?”


“흥. 말은.”


“과찬이시옵니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그리 고민하고 계시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쳇.’


자신의 책사라고 하나 염라대왕은 그를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인지, 출신은 어디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심지어 얼굴을 가리는 이유마저 알려주지 않는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곁을 허락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유능하니까.


그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책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났다.


과거, 선왕의 승하 이후, 다른 시왕들과 비교하면 힘으로 보나 세력으로 보나 모든 면에서 뒤쳐져 간신히 직책만 유지하고 있던 염라대왕에게 어느 날 그가 찾아왔다.


대뜸 자신을 주군으로 섬기고 싶다며 받아 달라던 그는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사기꾼이었으나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국정 전반을 맡겼었다.


그리고 현재. 염라대왕은 저승 최강이자 최대 규모의 군대와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옥황상제의 끄나풀인 선대 시왕들을 모두 제거한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영혼들을 이용해 군대를 만들자 제안한 것도, 정체불명이지만 수준급의 검술 선생을 불러 자신을 단련시킨 것도, 바로 옆, 거치대에 놓인 뱀의 비늘모양으로 장식된 보검을 준 것도 모두 그가 이룬 업적들이었다.


그러니 어찌 마음에 안 든다고 쫓아낼 수 있겠는가.


“네가 알 필요는 없어. 내가 말 한건?”


자신을 적대시하는 주군의 냉랭한 태도에도 그는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이지 속을 알 수 없는 자였다.


“명 하신 것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알아볼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계속.”


“집과 이웃, 그리고 동료들까지 주변관계에 들어가 있는 모두를 조사해보았지만 이름 하나밖에 알 수 없었습니다.”


“실망이군.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그 정도라면 저 밖에 있는 쓰레기들도 가져올 수 있는 정보야!”


“너~무 급하십니다.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자신이 언성을 높이면 다들 겁을 먹은 척이라도 하는데. 눈앞의 제 책사는 아직도 옛날의 꼬맹이였던 자신을 대하듯이 슬슬 달랬다.


“해서 이름이 뭐야.”


“강림이라 불렸답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 말했다고....”


“나가봐.”


뒷말을 삼킨 책사는 조용히 인사를 한 뒤 물러났다.


“아!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만족할 만한 대답이 있기를 기대하지.”


물러나던 그가 잠시 멈춰 섰지만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 저 자가 무엇을 꾸미든 지금의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자신은 더 이상 누군가의 뒤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던 울보가 아니었다.


둥! 둥! 둥!


왕의 등장을 알리는 북소리가 궁 안 가득 울려 퍼졌다.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밖에서 대기하던 장수들은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혔다.


쿵! 쿵! 쿵! 쿵!


마침내 평소와 달리 거대한 대검을 들쳐 맨 염라대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편전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수많은 병사들이 발을 굴렀다.


측근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용마에 올라탄 그는 자신의 권력을 몸소 느끼며 대검을 치켜 올렸다.


“우리는! 오늘 사냥에 나선다!!!”


“““““와아아아~”””””


그것을 신호로,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이윽고 약 삼백에 달하는 군사들이 움직이며 도깨비 사냥이 시작되었다.



**********



그 시각, 현망산 깊은 곳


쿠우우.. 쿠우우...


언제 싹을 틔웠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돼 보이는 거대한 고목에 누군가 기대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이때 사방에서 푸른 불꽃의 형태를 띤 도깨비불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더니 꿈나라에 빠진 주인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부딪치며 깨웠다.


그러자 쪽잠을 자고 있던 도깨비의 큰 손이 들리더니 그들을 온전히 덮었다.


투박하지만 섬세한 손길.


기분 좋은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기던 도깨비불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전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도깨비가 몸을 일으키자..


“가는 것이냐? 아이야.”


마치 산이 말한다고 착각할 정도의 웅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인간들의 우두머리가 왔다고 합니다. 이번에야 말로 끝을 보고 오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이 정도면 넌 충분히 노력했단다. 이렇게까지 도와주다니 고마움을 넘어서 미안할 정도야. 그 몸 상태로는 이제 무리일 테니. 이제 그만....”


“어르신. 그런 생각 하지 마십쇼. 제가 옳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입니다. 그럼...”


주먹을 꽉 쥐며 건재함을 알린 도깨비는 열 두마리의 도깨비불들을 이끌며 위풍당당하게 산을 내려갔고 아무도 없는 숲 속에는 긴 한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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