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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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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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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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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4화

DUMMY

14.


현망산 입구


척! 척! 척! 척!


“멈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와 열을 맞춘 행군이 일제히 멈추자 먼저 와있던 하성이 예를 갖춰 염라대왕을 맞이했다.


“이쪽 근방은 모두 포위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산 뒤편까지 병사들을 계속 보내고 있사옵니다.”


“도망칠 놈이었으면 진작 도망쳤겠지.”


“도깨비도 도깨비이지만 폐하께 검을 겨눈 그 두 놈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있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간부, 병사 할 것 없이 군에 속한 모든 이들은 염라대왕과 두 마디 이상 섞기를 아니, 아예 평생 보지 않기를 원한다.


입 좀 놀리다 까딱 한 번 잘못하면 목이 달아갈 테니까.


해서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이들은 무조건적으로 하성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염라대왕은 단지 코웃음을 치며 그를 지나쳤다.


“그래. 해봐. 나쁠 건 뭐야.”


“예.”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자 곁에 있던 이들은 하성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대체 얼마나 염라대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하성과 말을 마친 염라대왕은 고개를 들어 산을 올려다보았다.


곧 자신의 것이 될 원대한 계획의 초석.


그것을 갖기 위해 그가 현망산으로 손을 뻗자,


“뿌우우우웅~”


“와아아아~”


뒤에서 뿔나팔이 불리며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병사들의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누워 구르거나 뭔가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가는 등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꾀병이겠거니 싶어 후방으로 보내거나 밑에서 잠시 쉬게 했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개중에는 허공에 무기를 휘둘러 주변에 있는 아군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들도 있었다.


“아악!”


“동요하지 말고 제압해라!”


“어.. 어어...”


“후.. 후퇴하라! 잠시 후퇴하라!”


아군끼리 서로를 죽고 죽이는 난전 속, 선두에서 병력을 이끌던 장수들이 으레 상황을 통제해야 했으나 그들 또한 정체불명의 현상에 우왕좌왕 하다 서로 다른 명령을 내리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때...


콰직!


후퇴명령을 내리며 몸을 뒤로 내빼던 장수의 머리통이 커다란 대검에 으깨졌다.


철로 만든 투구도 제 한계를 넘어선 힘 앞에 볼품없이 찌그러졌고 결국 그는 제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후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 피가 흠뻑 대검을 어깨 위에 올려 든 염라대왕이 그리 말하자...


““!!!!””


놀란 토끼눈을 하던 장수들은 이내 자신들의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지.. 진격하라!!”


“후퇴하는 자는 우리가 벨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배신이 아닌 살기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아아악!! 저리가아!!!”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무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나장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그를 보는 이들의 시선은 전과 같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닌 연민. 안타깝게도 그가 향하는 경로에는 염라대왕이 서있기 때문이었다.


피아식별도 못하는 나장은 경로 상에 있는 모든 것에 난도질을 하며 달려들었고 결국 그 또한 후퇴명령을 내린 장수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였다.


더 이상 부대를 이탈하는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한 채 염라대왕을 주시하는 이들만 남아있을 뿐.


“도깨비불의 장난질에 당할 정도로 나약한 자는 필요 없다. 주저 없이 베고 계속 포위망을 좁혀라.”


섬뜩한 명령에 전열을 가다듬은 병사들이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다시 산을 오르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인간! 결국 내 경고를 무시했구나. 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모두 저버렸으니 나도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그와 동시에 도깨비불들이 생성해낸 푸른 불꽃의 경계선이 그들의 눈앞에 생성되었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넘어 와라.”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하는 것일 텐데도 도깨비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렁차고 명확하게 들렸다.


기세에 압도된 병사들의 사기가 다시 줄어들었다. 히지만 그 누구도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래나 저래나 굳이 살 수 있는 확률을 따지자면 산을 오르는 쪽이 더 높을테니까.


한편 도깨비의 경고가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염라대왕은 곧바로 다리를 뻗어 푸른 불꽃의 경계선을 짓밟았다.


“찾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분명 도깨비의 경고는 다른 이들에게 잘 먹혔을지도 모른다. 주변만 둘러봐도 잔뜩 겁에 질린 쓰레기들이 널려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 그것은 경고가 아닌 초대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도깨비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낸 그가 신속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뒤에 있던 장수와 병사들도 그를 놓칠 새라 이제는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푸른 불꽃의 경계선을 무참히 짓밟고 왕의 뒤를 쫓았다.


수많은 발길질에 점점 사그라들던 푸른 불꽃은 마지막 병사가 지나가자 공중에 떠올라 확 타오르더니 자신의 주인에게로 되돌아갔다.


그것은 양쪽 모두에게 있어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



산 중턱에 위치한 공터,


예전에는 숲의 구성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노는 일종의 광장 역할을 하던 곳이었지만 ‘그 사건’ 이후 지금은 발길이 끊겨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란 곳이었다.


무성한 수풀 속, 나무 밑동에 앉아 도깨비불들이 시시각각 보내오는 정보를 취합하던 도깨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밑에서 열심히 환각을 걸었지만 시간만 조금 늦출 뿐, 기대하고 있던 포위망을 무너뜨리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포위가 될 게 뻔한 상황. 도깨비는 먼저 한 곳을 치기로 결심하고 흩어져 있는 불들을 모두 불러 모아 동쪽으로 이동했다.


얼마 가지 않아 산을 올라오던 나장들과 마주친 도깨비는 혹시나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마력은 일체 쓰지 않고 오직 힘으로 달려드는 자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빗자루에 쓸리는 낙엽마냥 주먹 한 번 한 번에 수많은 나장들이 이곳저곳으로 날아갔고 그들 중 다시 일어서는 이들은 없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에 나장들은 주춤거렸지만 뒷걸음질은 곧 죽음이었기에 그들은 살 수 있기를 기도하며 벌 떼처럼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쪽수로 밀어붙이는 전략에 정신없이 주먹을 날리던 그때 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몸을 틀어 피하려했으나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몸은 생각처럼 빠르게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 옆구라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큭!”


오만상을 찌푸리며 기합으로 버텨냈지만 벌어진 상처 사이로 생각보다 많은 피가 흘러나오며 그가 입고 있는 흰 모시옷이 적색으로 물들어 갔다.


아직 징후는 없지만 지금의 몸 상태에 과도한 출혈은 위험한지라 옷을 찢어 출혈을 막아보려 했으나 상대는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훙훙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목을 노리는 창을 이리저리 피한 도깨비는 몸을 멀리 내뺐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인간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갖춘 상대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내 이름은 영비라고 하오. 염라대왕님을 섬기는 자로써 대왕님의 가장 큰 고민인 당신을 죽여 그 목을 바칠 것이니 얌전히 내놓으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고통 없이 한 번에 보내드리리라.”


남의 목숨을 빌려준 물건 받는 것 마냥 선심 쓰듯 말하는 영비에게 도깨비는 맨 주먹을 내보였다.


“오만하고 건방진 인간. 넌 꼭 제일 멀리 날려주도록 하지.”


“허어~ 참으로 안타깝소.”


순순히 죽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영비는 아까와는 다른 자세를 취하더니 자신의 창에 마력을 주입시켰다,


그러자 곧 창의 전신이 밝은 청록색으로 강화되었다.


‘청록색. 풍(風)속성이군.’


풍 속성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나 여러 가지의 수를 짜느라 잠시 멍하니 서있는 도깨비에게 영비가 힘을 실은 창을 던졌다.


강화된 창은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으나 오감만큼은 집중하고 있던 도깨비가 고개를 꺾으면서 그대로 지나쳐 갔다.


콰직! 콰앙! 쾅!


거대한 짐승이 숲을 헤집어 놓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도깨비의 뒤에 있던 나무를 찢어발긴 창은 이후에도 여러 개의 나무를 더 관통한 뒤에야 겨우 멈추어 섰다.


일대가 쑥대밭이 되어버리는 파괴력을 선보인 영비에게 병사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사이, 쓰러진 나무를 본 도깨비의 표정은 싸늘해져갔다.


‘수 년의 인고 끝에 이리 자라난 것을.’


쿠웅-


직후 진동과 함께 동반되는 소리에 정면을 바라보자 전신에 마력을 둘러 신체를 강화한 영비가 창에 못지않은 속도로 접근하는 것이 일순 보였다.


그런 영비를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둘렀으나 이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굽힌 무릎의 반동을 이용해 튀어 오른 영비는 자신의 주먹을 정확히 도깨비의 턱에 꽂았다.


“큽!”


뇌까지 울리는 충격에 도깨비가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영비는 자신의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도깨비를 몰아붙이고는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도깨비가 두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영비는 곧바로 경로를 바꿔 피투성이인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같은 속도를 유지할 수 없던 영비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로 빠지려던 그때,


“앗!”


“빠른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군.”


도깨비의 손이 번개 같은 속도로 영비의 발목을 붙잡더니 지형지물을 무시한 채 있는 힘껏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하였다.


퍼억! 빡! 퍼억! 빡!


“큽! 컥! ㅇ.....”


두 바퀴를 돌자 머리를 지켜주던 투구가 벗겨지고 다섯 바퀴를 돌자 움푹 페인 갑옷은 제 구실을 못했다. 결국 열세 번째 바퀴까지 맨몸으로 견딘 영비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어 까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만신창이가 된 영비를 도깨비는 회전력을 이용해 저 멀리 날려버렸다.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역풍(逆風)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 정도의 짧은 시간도 영비에겐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조금의 완화도 없이 그는 나무에 부딪혔다.


“이..런 몰상식한... ㄴ...”


도깨비의 무식함을 욕하고 싶었으나 입에서는 말 대신 피가 한 움큼 쏟아져 나왔다.


조금의 충격완화도 없이 나무에 부딪힌 것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무엇보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 숲에서 성인의 신장으로 원을 그리며 돌려졌으니 머리와 장기에 손상이 간 것이 이유였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도깨비를 노려보자 그의 주변 나무들에 자신의 피가 흠뻑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무식한 놈.’


속으로 욕한 것을 눈치 챈 걸까? 나무에 힘겹게 기대있는 영비에게 곧바로 달려온 도깨비가 주먹을 날렸다.


영비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그의 주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한방 한방이 묵직한 치명타였다.


잠시 후, 도깨비가 주먹질을 멈췄을 때는 승패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짓눌러진 상관이 색색거리며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나장들은 모두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뭐하... ㄴ.. 거ㅇ. 저 도ㄲ비를 죽이ㅈ....”


전혀 설득력이 없는 상관의 명령이지만 상관은 상관인지라 나장들은 하는 수 없이 도깨비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미 전의를 잃어버린 그들이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리저리 날아가는 부하들을 외면해가며 겨우 시간을 번 영비는 바닥에 놓인 창 한 자루에 엉금엉금 기어가 그것을 쥐고는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였다.


질풍극(疾風戟)


가까스로 일어나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땅에 고정시킨 뒤 창을 꽉 거머쥔 두 손과 다리에 온 마력을 집중시킨 영비는 순식간에 도깨비의 앞발치까지 와 가슴부분에 창을 찔러 넣었다.


최후의 일격이니만큼 워낙 빠른 속도였기에 도깨비도 즉각 반응하지는 못했으나 문제는 힘이었다.


주먹만 하게 부어오른 눈에 뇌에 손상 때문인지 서있는 것도 버거운 그가 힘을 제대로 낼 수 있으리 만무, 오히려 적중시킨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나마 속도가 붙어 창끝이 살을 관통했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허억... 허....”


창을 더 깊숙이 밀어 넣고자 영비가 도깨비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몸 전체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런 처절한 몸부림에도 도깨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막지도 않았다. 대신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영비의 머리에 힘껏 내리쳤다.


빠그드득!


잠시 후, 눈 사이로 뜨거운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힘을 잃은 다리는 무너져 내려 영비는 도깨비의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자꾸만 쳐지는 고개를 가까스로 든 영비가 도깨비를 올려다보았다.


몸이 관통 당했는데도 아픈 기색이나 소리 한 번 내지 않는 이 생물은 그야말로....


“괴... 괴물”


그 말을 끝으로 영비는 차디찬 땅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졌다.


몸에 박힌 창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빼낸 도깨비가 한 손으로 창을 움켜쥐더니 두 동강 내버렸다. 부러진 창대는 균형을 잃고 영비의 시체 위로 떨어졌다.


또 다시 고요해진 숲 속, 주변을 둘러보자 이제는 아무도 자신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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