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애프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37
추천수 :
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20 21:30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15화

DUMMY

15.


‘다행이군.’


영비가 별거 아니었다는 것처럼 인식시키기 위해 무척이나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였지만 사실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요 근래 계속되는 인간들의 침입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피로가 극심하게 쌓였고 크고 작은 전투에서 많은 부상을 입었다.


특히나 저번 같은 경우에는 쉽지 않은 상대가 둘이나 와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이기긴 하였으나 그 대가로 오른팔에 부상을 입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이 평소라면 별거 아닌 상대에게도 기회를 주는 꼴이 돼버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감으면 잘 수 있을 정도로 피로가 극에 달했지만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자신감을 얻은 잔챙이들이 덤벼들 수도 있기에 도깨비는 이를 악 물고 버텼다.


짝! 짝! 짝!


이때 정적을 깨는 박수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도깨비야.”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붉은 머리의 인간이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대검을 어깨에 올려 맨 채 위풍당당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대왕님....”


““대왕님께서 오셨다!!””


신이 강림한 것 마냥 나장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맞이하였고 정적이 집어삼킨 숲은 그의 등장만으로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이 자가 인간들의 대장.’


주변에 있는 인간들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과 태도, 화려하게 장식된 갑옷. 그리고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드러내는 마력으로 보아 틀림없었다.


염라대왕도 도깨비에게 다가가며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표정은 감췄지만 한계에 다다른 몸은 그럴 수 없는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치는 않았다.


잔뜩 찡그린 얼굴, 거구의 몸, 그리고 피로 물든 주먹까지 그는 공포 그 자체가 실체화 된 것만 같았으니까.


무엇보다 그는 진짜 도깨비였다.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던 둘 중 먼저 입을 뗀 건 염라대왕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이제 한계지?”


슬며시 웃으며 던지는 질문의 의도는 너무나 명확했다.


‘항복을 권하는 건가.’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지만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도깨비는 화가 났다.


“한계란, 극복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 고로 난 오늘도 내 한계를 극복한다.”


완벽한 거절.


건네지도 못한 제안이 거절당하자 염라대왕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대업.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편이 돼줄 강한 인재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외부영입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통치 하에 있는 그 많은 인구 중 인재가 없을까?


그리 생각하며 열심히 찾아봤지만 숨은 것인지 없는 것인지 제대로 된 인재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강제로 키워낸 현재의 사성군은 숫자만 채울 뿐, 실질적으로 조금이라도 강한 자를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완전히 신뢰할 순 없지만 능력만큼은 뛰어난 책략가와 숫자를 채울 병사들은 마련해 놓았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의 팔다리가 되어줄 강한 부하들이 필요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막았던 아버지의 원대했던 계획을 이룰 수 있으리라.


“마지막이야.”


“....”


“내 밑으로 들어와. 후회하지 않게 해주지.”


“너의 말에 진심으로 답한 이들을 네가 어떻게 대했는지 잊은 건가?”


“.....”


침묵을 깬 도깨비의 말에 도리어 염라대왕이 침묵하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런가. 너도 아닌 건가.”


아쉬웠다. 기준에 부합하는 완성된 인재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자신과 척을 지게 된 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매달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방식도 아니거니와 이미 강림을 통해 한 차례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붉은 날의 대검을 땅에 내려놓을 뿐.


“질문에 답했으니. 인간들의 대장, 너도 답해라.”


“그러지.”


“네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맞나?”


“그렇다면?”


“그럼 됐다.”


[깨비식 요술, 고슴도치]


뚜둑- 콰앙!


주문을 외친 도깨비가 땅에 주먹을 내리치자 흙으로 빚어진 여러 개의 날카로운 가시기둥들이 대지를 뚫고 튀어나오더니 미처 반응하지 못한 병사들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신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가시들이 잠잠해 지자 자욱한 흙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며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슴도치의 등처럼 조금의 빈틈도 없이 촘촘히 삐져나온 가시기둥들.


그리고 그 끝에는 비명을 질러대는 나장들이 걸려 있었다. 어떤 기둥에는 2명이나 꿰뚫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도깨비가 원하는 목표물이 아니었다. 그저 큰 고기를 잡기위해 설치한 그물에 걸려든 잔챙이들 일뿐.


두리번거리며 가시의 끝을 확인하던 도깨비의 귀에 찾고 있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찾는 건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가시의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염라대왕이 보였다.


잠깐이라도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면 바로 밑에 있는 가시에 꿰뚫릴 수도 있는 상황.


지켜보는 이들이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지만 정작 본인은 무사태평이었다.


“애초에 날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런 대규모 마법을 쓰면 안 되지. 봐. 쓸데없이 마력만 많이 낭비했잖아?”


그리 말한 뒤 염라대왕은 대검을 휘둘러 부하들이 걸린 가시의 끝부분만을 잘라내었다.


“꺼져. 방해만 되니까.”


죽음을 모면한 부하들에게 매정한 시선이 쏘아졌으나 그들은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하며 볼멘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멀리 도망쳤다.


“의외로 순순히 보내주네. 한눈을 팠을 때 치려했는데.”


“아랫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 건 종의 구분 없이 나쁜 녀석들의 밑바탕인가 보군. 고로 너 또한 그 녀석처럼 군주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 세계는 말이야. 입으로 백날 떠드는 것보다 힘으로 한 번 짓누르는 게 상대방을 납득시키기 쉽단 말이지.”


“지금부터 그렇게 하려했다.”


직후 그가 손을 뻗자 멈춰있던 가시들이 염라대왕을 사정없이 찔렀다. 하지만 그의 그림자만 쫓을 뿐, 그보다 반 박자 더 빠르게 움직이는 염라대왕에게는 닿지 않았다.


장기전으로 가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안 도깨비는 쉴 틈 없이 염라대왕을 밀어붙이다 대뜸 검지와 중지를 모아 아래에서 위로 치켜 올렸다.


언뜻 보기에도 힘이 들어간 자세.


그러자 염라대왕이 착지하려는 곳의 지면이 갈라지더니 틈 사이로 얇지만 날카로운 가시기둥들이 그를 맞이하였다.


그대로 몸이 꿰뚫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침착하게 대검을 발판으로 삼은 그가 앞발을 구르자 가시가 부서지더니 경사를 따라 대검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경사가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힘을 준 염라대왕이 검과 함께 공중에 뛰어 올랐다.


허공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도깨비가 두 손을 맞잡자 땅 속에서 거대한 손이 염라대왕을 덮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검을 사이에 끼고 빠져나오자 도깨비는 미련 없이 무의미해진 손을 해제하였다.


떨어지는 대검을 잡아 등 뒤에 꽂자 그와 동시에 모든 가시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무너져 내렸다.


가벼운 움직임 속에 강력한 발 구름이 숨어있던 것이었다.


“이게 끝?”


후우웅.


태애애앵!!!


피로 찌든 주먹이 대검과 맞부딪혔다.


단순히 뒤로 돌아 검면으로 막은 염라대왕이 자루를 들자 날카로운 검 끝을 피해 도깨비가 몸을 뒤로 뺀 사이, 대검이 방망이처럼 휘둘러졌다.


빠각!


다가오는 대검을 본 도깨비가 오른팔을 들어 올려 막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염라대왕이 원하는 것.


“!!”


결국 다친 팔은 제대로 된 방어를 해주지 못했고 흐릿해진 시야와 함께 다리의 힘이 풀린 도깨비가 염라대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최악의 몸 상태에 가슴에 구멍이 뚫린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격하게 움직였으니 염라대왕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틴 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것이었다.


우드득!


하지만 이쪽의 사정을 전혀 봐줄 마음이 없던 염라대왕의 대검은 그대로 무릎 꿇은 도깨비의 어깨를 파고 들어갔다.


날이 날카롭기도 했지만 대검이라 내리치는 힘이 강해 일격에 뼈가 부러졌다.


당장에라도 땅을 짚고 일어나 염라대왕을 날려 버리고 싶었으나 손가락만 애처롭게 움직일 뿐, 몸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때 왼쪽 어깨에 박힌 대검이 쑥하고 뽑히더니 목에서 서늘한 날붙이의 감촉이 느껴졌다.


“여전히 같은 마음인가?”


“....”


“이름이라도 알고 싶은데. 그건 말해주려나?”


“.....”


“하하... 뭐, 살려달라는 말은 안 해서 좋네.”


포섭을 완전히 포기한 염라대왕은 묵직한 대검을 보란 듯이 높이 들어 올렸고 함성소리와 함께 점차 높아지는 검의 그림자를 보며 도깨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 대검이 내려와 자신의 목을 칠 때까지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텐데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이들이 생각하는 주마등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만 더 쉬었다면 지금보다 오래 싸울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


오래 지켜주고 싶었는데.


등과 같이 전투에 대한 미련과 숲의 구성원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생각이었다.


‘쯧! 아깝군.’


대검은 실제로 늦게 내려졌다.


포기했다고는 하나 미련이 조금 남아있던 염라대왕은 높이 들린 대검을 잠시 멈추고 도깨비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두려워하기는커녕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를 회유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그 찰나의 망설임이 화근이었을까?


쐐애액!


검은 화살 하나가 매서운 소리를 내며 염라대왕을 향해 날아왔다.


검의 궤도를 공중에서 바꿔 화살을 튕겨낸 염라대왕이 곧바로 도깨비의 목을 치려했으나 연이어 날아오는 화살에 무산되었다.


힘들이지 않고 대검을 조금씩만 움직여 화살을 모두 튕겨낸 염라대왕이 마지막에 날아오는 화살을 너무나 여유롭게 손으로 잡아챘다.


화살을 불태우고자 손에 마력을 집중시켜 불꽃을 만들어냈는데...


화르르.. 타닥! 타타..!

치이이이-익


문득 화살이 불타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불꽃을 조금씩 집어 삼키는 기괴한 광경을 마주하였다.


“이건?”


당황한 염라대왕은 신속히 화살을 땅에 버렸다. 그러자 잠시 후 화살은 조금의 그을음만을 남기고 소멸되었다. 자신이 튕겨낸 다른 화살들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화살이 아닌 순수한 마력, 그 자체로 만들어진 화살.


검은색이라면 음(陰)속성일터.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평범한 음 속성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도대체 누ㄱ....”


“야! 염라아!!!!!”


‘어?’


감히 자신을 그리 부르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챈 염라대왕은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태양을 등진 남자의 윤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할 정도로 나약하고 그 나약함을 보듬어줄 여자를 잃었으며 지금쯤이면 이곳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헐레벌떡 뛰고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눈앞에는 자신이 예상하는 얼굴이 보이면 안 됐다.


그리 생각하며 염라대왕은 감히 자신을 경외하지 않는 이의 얼굴을 보았으나 애석하게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 있는 거지?


왜 도망가지 않았지?


왜 자꾸만 내 예상을 벗어날까?


왜... 저 녀석을 보면 자꾸만 불안해지는 걸까?


밀물처럼 밀려드는 불안감과 함께 동반되는 짜증을 꾹꾹 눌러 담아 염라대왕은 남자의 이름을 크게 부르짖었다.


“도다암!!!!!”


채앵!


그와 동시에 도깨비의 패배로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격렬한 쇳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다시금 산에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애프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4화 21.05.26 10 0 17쪽
24 23화 21.05.24 8 0 11쪽
23 22화 21.05.23 8 0 17쪽
22 21화 21.05.23 8 0 10쪽
21 20화 21.05.22 7 0 14쪽
20 19화 21.05.22 8 0 14쪽
19 18화 21.05.21 10 0 11쪽
18 17화 21.05.21 7 0 14쪽
17 16화 21.05.20 7 0 12쪽
» 15화 21.05.20 7 0 12쪽
15 14화 21.05.19 9 0 14쪽
14 13화 21.05.19 8 0 18쪽
13 12화 21.05.18 6 0 14쪽
12 11화 21.05.18 6 0 11쪽
11 10화 21.05.17 8 1 19쪽
10 9화 21.05.17 10 1 12쪽
9 8화 21.05.16 10 1 16쪽
8 7화 21.05.16 7 1 18쪽
7 6화 21.05.15 9 0 14쪽
6 5화 +1 21.05.15 17 1 11쪽
5 4화 21.05.14 23 0 10쪽
4 3화 21.05.14 28 0 18쪽
3 2화 21.05.14 33 0 14쪽
2 1화 21.05.14 58 2 10쪽
1 프롤로그 21.05.14 126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생킹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