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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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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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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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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9화

DUMMY

19화


“으아아아악!!”


“살려줘!!!”


“불을 지펴라! 어서!”


고함과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을 뒤로 한 채, 곤을 부축한 담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수풀을 헤쳐 나갔다.


염라대왕에게 붙잡힌 강림이 걱정됐지만 돌아가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는 자꾸만 뒤로 향하는 시선을 고정하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갔다.


무엇보다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빠져나온 선례가 있던 만큼 이번에도 그래줄 것이라 담은 굳게 믿었다.


“생포할 필요 없이 둘 다 죽여! 증거만 가져가면 돼!”


기어코 목호족의 팔 부림에서 빠져나온 몇몇이 담을 바짝 뒤쫓아 왔다.


섬뜩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담은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벌어졌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 곤의 옷깃이 나장의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순간,


꽈드드드득


별안간 땅에서 수많은 나무뿌리가 튀어 나오더니 나장들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거나 몸을 묶어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양쪽으로 저절로 비킨 수북한 수풀들이 담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니 추적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 있는 이들이 칼로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자 이번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그들의 발을 붙잡는 동시에.....


“꺄하하하하!”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맴돌며 추격 의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귀신. 귀신이야.”


“야, 가자! 가자아!”


소름이 절로 끼치는 상황에 잔뜩 겁에 질린 그들은 결국 담을 포기하고 왔던 길로 허겁지겁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어후..”


저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올 만큼 축 처진 곤의 무게는 담이 여태껏 들어본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고 덕분에 얼마가지 않았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팔뚝은 또 얼마나 굵은지 뒤를 살필 수도 없었다.


어느덧 비명소리가 희미해질 만큼 숲 깊숙이 들어온 담은 뒤도 보고 휴식도 취할 겸 곤을 잠시 내려두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흐른 땀을 닦고 다시 곤을 부축하려는데 그의 이마 언저리에 신발 하나가 나타났다.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들자 정신이 나갔는지 눈이 뒤집힌 나장 한 명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꽉 지고 서있었다.


하지만 담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정신은 멀쩡했다. 단지 복덩이가 자기 앞까지 굴러온 현실을 믿을 수 없었을 뿐.


“이게 웬 떡이냐?”


자신을 보고 당황한 담을 본 나장, 기주는 히죽 웃어보였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도깨비가 두려워 남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있던 그는 다른 이들이 확실한 승기를 잡자 인파를 헤치고 나와 둘을 죽여 공을 가로채려 했었다.


그러다 고목의 나뭇가지에 얻어맞아 하늘 높이 붕 떴다 추락하여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지금 같은 상황 아닌가.


게다가 주변에는 자신 혼자라 공을 독차지 할 수도 있다.


“죽어.”


“네?”


“죽어. 죽어! 죽어!!! 너만 죽으면 돼. 너만 죽으면 다 끝나아!!!”


기주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자 담은 허리춤에 껴놓은 검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가각!


“어?”


검집에 박힌 검이 빠지지 않았다.


“어? 어어??”


낑낑 거리며 검과 씨름을 하는 사이, 기주는 하늘 높이 치켜든 칼을 힘껏 내리쳤다.


“이씨!”


결국 허겁지겁 매듭을 푼 담은 검집 자체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시간이 멈춘 것처럼 기주의 칼이 허공에서 도통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담만큼이나 어리둥절하기는 기주도 마찬가지.


당황한 시선이 서로에게 맞닿기가 잠시...


눈앞에 있던 기주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어디 갔어?”


분명 눈앞에 있었는데.


“환각이었나?”


하지만 곧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담은 환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와와와와악!!!!”


비명소리는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질긴 덩굴에 발이 얽힌 기주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아까 전과 같이 정신이 나가보였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로 정신이 나간 것 같아보였다.


“꼬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는 행운에 감사해하며 그를 향해 혀를 쏙 내민 담의 앞에 칼이 푹 하고 꽂혔다.


자신을 옭맨 덩굴을 자르려던 기주가 그의 도발에 그만 참지 못하고 홧김에 던진 것이었다.


몇 센치 차이로 맞지 않은 기주의 칼을 말없이 바라보던 담은 조용히 곤을 일으키고는 제 갈 길을 재촉하다 문득 생긴 의문에 혼잣말을 했다.


“스~읍 근데.... 저 사람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누구인지 떠올리려 애쓰는 것도 잠시, 몸이 힘들어지자 잡념은 싹 사라졌다.



**********



영문 모를 도움을 받으며 수풀들이 비켜준 길을 따라 걷던 담은 이내 큰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지형지물에 의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은 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이곳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아후~우.”


앓는 소리와 함께 곤을 조심스레 바닥에 눕힌 담은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곤을 살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선 본 그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오래되어 아문 상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상처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아까 전, 자신을 구하다 다친 옆구리에는 아직도 칼이 꽂혀있었고 그 틈 사이로는 피가 울컥이며 새어나오는 중이었다.


“어떡하지?”


치료라고는 후시딘에 데일밴드를 붙여본 게 다인 그에게 너무나 버거운 상처.


일단은 옆구리에 꽂힌 칼을 먼저 빼야겠다는 생각에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슬슬 빼자 피가 전보다 더 쏟아져 나왔다.


그제야 칼을 빼면 출혈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눈치 챈 담의 손이 애꿎은 곤의 몸만 더듬거리며 방황하는데 옆에서 툭 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놀란 담이 곧바로 허리춤에 낀 검을 통째로 빼며 뒤로 물러섰지만 앞에는 아무도 보이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장도 올려다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만약을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내려다보자 바닥에는 여러 가닥의 풀들이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었다.


“풀이 왜 갑자기 공중에서 떨어져? 동굴에서 자랄 리도 없고 저절로 떨어질 리 없는데.”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풀떼기에 담이 곤을 최대한 멀리 옮기자 바닥에 떨어져있던 풀들이 저절로 공중에 뜨더니 가까이 다가와 다시 떨어졌다.


“나와라.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좋게 말 할 때 나와.”


되도 않는 호통을 치며 텅 빈 허공에 팔이 아플 때까지 검을 휘둘렀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자 민망해진 담은 잠시 검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풀을 집어 들었다.


킁! 킁!


“나한테 주는 건가? 혹시 약초?”


그런 생각에 풀을 곤의 입 앞까지 가져다 댔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담은 우선 자신이 먹어보기로 했다.


“후우~”


한 번의 심호흡 후 비장하게 조그마한 이파리를 입안으로 욱여넣은 순간, 세상에서 제일 쓴 맛이 혀를 강타했다.


보약보다 쓴 맛을 참지 못하고 바로 뱉어버린 뒤 입안에 남아있는 잔여물과 향을 없애고자 헛구역질을 하던 그때....


빠악!!


누군가가 담의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치더니 뒤이어 화가 잔뜩 난 여성의 호통이 들려왔다.


“바보가! 이래 귀한 걸 네가 왜 쳐 묵는데?”


낯선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을 묶어 옷으로 입은 한 여성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렸을 적 tv에서 본 아마존 여성의 옷차림과 매우 비슷했다.


“ㄴ.. 너 누구야!”


“허!”


바닥에 내려놓은 검을 집어 들어 겨누자 그녀는 콧방귀를 끼더니 손가락으로 검을 치우며 말했다.


“치이라! 암것도 못하는 머스마 퍽이나 무섭겠다. 아! 좀 비켜봐아!”


나름 진검인데도 신경 쓰지 않고 담을 뻥뻥 차며 신경질을 부리던 여성은 그의 자리를 빼앗아 평평한 돌 위에 풀을 올려놓더니 다른 돌을 이용해 으깨며 분노의 잔소리를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노? 내가 약초를 가져오라고 한 것도 아이고! 으깨라고 갖다 줘도 쳐묵기나 하고. 답답해 뒤져버리는 줄 알았다! 네가 말해봐라! 이 얼라는 뭐하고 댕기길래 이래 기본적인 것도 모르노?”


“네?”


현재 이 동굴에서 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데 자신에게 하는 질문은 아닌 것 같아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담이 망설이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이해해주시죠.”


“강림!”


뒤를 돌아보자 동굴입구에서 팔짱을 끼고 기대있던 강림이 걸어오더니 그때까지도 여성을 향해 들려 있는 담의 검을 밑으로 내렸다.


“괜찮아? 내가 헛것을 보는 건 아니지?”


언뜻 장난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조금 떨리는 목소리에서 강림은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제각단 초기 이후, 타인의 진심어린 걱정은 오랜만이라 어색한 강림이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담은 묵은 한숨을 토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찾기 힘들었을 텐데.”


담의 물음에 동굴 벽에 의지해 서서히 주저앉던 강림은 아직까지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연신 궁시렁대며 약초를 으깨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가리켰다.


“저 분이 여기로 안내해 주셨어. 너도 그랬을 텐데?”


“나? 나는 내가 발견해서 왔는데?”


“하~이고! 그래 잘 난 놈이 칼도 못 빼드나?”


불이라도 내려는 건지 돌끼리 부딪혀 튀기는 불꽃 세례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던 여성은 다 으깬 약초를 조금씩 손으로 집어 곤의 상처부위에 올려놓았다.


“으으...”


그러자 절제된 신음소리와 함께 곤이 몸을 뒤척였고 걱정이 된 담이 다가가려하자 강림이 팔을 들어 저지하였다.


“괜찮아. 내버려 둬.”


“너는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아직까지도 의심이 가시지 않는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게 준비하는 담을 강제로 앉히며 강림이 설명을 시작했다.


“개개인마다 이름이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저들은 목랑 이라 불려. 마력이 깃든 나무에서 탄생해 그 나무와 생과 사를 함께하는 나무의 정령이지. 자기 목숨까지 바치면서 이곳을 지키려했던 도깨비야. 해를 가할 리는 없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지켜봐.”


강림의 말에 담은 잠자코 자리에 앉아 목랑을 지켜보았다.


과연 그의 말대로, 그녀는 담에게 보여준 사나운 모습과는 달리 으깬 약초를 정성스레 곤의 상처에 덮어주었고 흘러나오던 피는 곧 멈추었다.


으깬 약초를 다 써갈 때 쯤, 어디선가 또 다른 약초가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을 익숙하게 낚아채 살피던 그녀는 숨을 크게 한 번 내쉬더니 빈 허공에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말한 게 이거가? 아휴~ 자는 그렇다쳐도 니는 이라믄 안 되지. 이 산을 관리하는 게 네 일 아이가? 퍼뜩 가서 다시 가져 온나.”


그러자 동굴입구의 일부분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어린 아이의 형체가 얼핏 담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뭐? 무섭다꼬? 아휴~ 증말! 어차피 그 보호색만 안 풀면 인간들 눈에는 안 보일 텐데. 뭐가 무섭노!”

한숨을 푹푹 내쉬던 여성이 허공에서 무언가를 잡아 끌고 나오자 어린 아이의 형체가 안경을 쓴 짙은 갈색 머리의 작은 소녀로 바뀌었다.


안 그래도 작은데 혼이 나서 잔뜩 풀이 죽은 소녀는 더 작아 보였다.


채찍을 줬으니 당근을 줄 차례.


그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소녀를 달래며 담을 가리켰다.


“자 보이지? 네도 봤지만 진검으로 암것도 못하는 얼라다. 재랑 다녀 온나.”


“그.... 그치만 나는 언니랑...”


쭈뼛쭈뼛 몸을 비틀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소녀의 모습에 여성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는! 치료 때문에 몬 나간다 안 그랬나? 아니믄 자랑 나갈래?”


여성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 아우라를 풍기며 동굴 벽에 기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림이 있었다.


헉 소리를 내며 바짝 겁에 질린 소녀가 극단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그냥 다녀올게.”


그러면서도 소녀는 마지막 수단으로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여성을 올려다봤지만 결국 동굴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그래. 그래. 빨리 갔다 오고. 아! 올 때는 거기로 온나. 방혈(埅血)초에 먹을 것까지. 알았지?”


“방혈초는.. 얘기에 없었잖아.”


“그럼 자는 그냥 내비 둘까?”


여성의 손가락이 강림을 가리켰다.


담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자 강림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먼저 동굴을 나간 소녀를 따라가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기 보단 작은 일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담이 몸을 일으키자 어느새 다가온 여성이 그를 동굴 벽에 몰아세우더니 안 그래도 날카로운 눈매를 치켜 올리며 다그쳤다.


“자가 겁은 많지만 착하고 순수한 가스나다.”


“아, 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지켜라.”


“아, 네. 뭐, 그럴게..”


분명 본인의 입으로 보호색이 있으니 잘 보이지 않을 거라 했다.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담이 반 쯤 흘려들으며 무성의하게 답하자 곧 그녀의 손에서 뾰족한 나뭇가지가 튀어나와 뺨을 찔렀다.


이에 담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절대 지키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고개를 부러질 듯이 끄덕이고 나서야 겨우 풀려난 담은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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