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애프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53
추천수 :
13
글자수 :
152,981

작성
21.05.23 18:18
조회
8
추천
0
글자
10쪽

21화

DUMMY

21.


“방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름아. 그니까 이건.. 네가 잘못 들은 기다. 어. 잘못 들었ㅇ...”


“거짓말 치지 마!!!”


왜소한 체격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림이가 크게 악을 썼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나무 전체에 걸린 방음마법을 뚫고 밖으로 새어나갈 정도였다.


너무 고분고분해서 걱정이었던 아름이의 돌발행동에 구희는 마땅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머리가 띵하니 두통이 몰려온 탓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면 자신의 계획은 시작도 전에 엎어질 것이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구희가 격앙된 어조로 아름이를 혼냈다


“아름아! 네 그런 버릇은 어디서 배웠.....”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단호하게 혼을 내지 못했다. 잽싸게 달려와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아름이 때문이었다.


“하아.. 아름아, 니 일단 나와 봐라.”


마음이 약해진 구희가 금세 사그라든 목소리로 아름이를 달래며 품에서 떼어 내려했지만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은 아름이의 팔은 풀리지 않았다.


“지..마”


“....”


“가지마. 언니. 내가... 내가 더 잘할게. 외우라는 약초도 잘 외우고 흑.. 언니가 하던 내 일도 다 내가 할게. 진짜.. 진짜 내가 잘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언니마저 나 버리지마.”


‘더 빨리 떼어 냈어야 했는데...’


결국 울음을 터트린 아름이가 애처로운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 보

자 그녀의 눈앞에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8년 전, 현망산 깊은 곳


“응애~ 응애~ 응애~”


정적만이 감돌던 숲에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너도나도 숨죽이던 이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와! 태어났다!!”


“됐어! 이젠 안심할 수 있어!”


““만세! 만세! 만세!”“


친자식도 아닌데 이들이 이렇게나 기뻐하는 이유는 이 아이가 장차 산의 미래를 책임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안하나! 아 놀란다!”


산의 최연장자 중 한명이자 투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잘 알려진 구희가 고함을 지르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으애애애애앵애애애애애애애앵~”


“뭐꼬? 와 우나? 어? 네 시끄러울 까봐 조용히 시켰더니 와 그러는데?”


“오히려 언니 목소리에 더 놀란 것 같은데?”


산모 하름이의 지적에 구희가 쩔쩔매며 아이를 달래주자 평소라면 볼 수 없는 진귀한 모습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고생했어. 자기야. 정말 고생했어.”


이제 막 아빠가 된 목랑 아빈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하름이의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했다. 그러자..


“어딜 가? 나 아직 답례 안했는데.”


멀어지는 아빈의 얼굴을 강제로 붙잡은 하름이가 답례로 진한 키스를 날렸다.


“자기도 고생했어.”


아기를 가지면 조금은 사랑이 식을 법도 하건만 지칠 줄 모르는 둘의 애정행각에 주변에 있는 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다 뒤돌아섰다.


“야! 가자. 가. 우리 있으면 방해된단다.”


“이거야 원. 으흠!”


“비켜줘야지. 혹시 알아? 바로 둘째가 생길지?”


모두가 투덜대거나 놀려댔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미소가 띠어져 있었고 하객들이 걸음을 옮기자 아빈은 멋쩍게 웃으며 그들을 배웅했다.


“너무 늦었잖아~”


다시 침소로 돌아온 아빈에게 하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렸어?”


침대에 앉아 양 팔을 활짝 벌린 하름이에게 다가간 아빈이 그녀를 꽉 안아주며 물었다.


“구희님은? 가셨어?”


“응.”


“그럼 우리 둘만 있는 거네?”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하름이의 품에서 벗어난 아빈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뜨겁게 타오르는 눈이 서로에게 맞닿고 신호를 알아차린 둘의 입술이 포개지려는 순간,


“내 여깄다.”


옆방의 열린 문 틈 사이로 이를 악물고 쌍심지를 킨 구희가 나타나자 둘은 화들짝 놀라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어느새 구희의 앞에는 아빈이 두 팔을 번쩍 든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언니~ 이 사람은 잘못 없다니까? 내가 꼬셨...”


“니도 죽고 싶나?”


“아...아니.”


한참동안 눈도 못 마주치는 둘을 노려보던 구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진짜 니들한테 당한 거 생각하면 아주 그냥 확!”


아빈과 하름.


지금이야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이지만 사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선뜻 마음을 전하지 못하던 둘은 허구한 날 구희에게 찾아와 서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대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무려 수년 동안.


결국 둘의 횡포를 참다못한 구희가 서로를 좋아한다 폭로하였고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1년도 안 된 시점에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니들 진짜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이제 아도 있으니까 적당히 해라. 아기는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항상 지켜보고. 알았제?”


무릎이 저려올 때쯤, 아빈을 일으켜 세운 구희는 그에게 삽화가 포함되어 있는 장문의 글을 건네주었다.


“쟈는 애 낳느라 힘들 테니까. 당분간은 니가 힘 좀 써둬. 그럼 내는 간다. 아! 나오지 마라.”


“들어가십쇼.”


“고마워. 언니!”


구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아빈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물론 그로부터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기를 들고 울먹이는 둘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


그로부터 다소 시끌벅적 하지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몇 개월 전, 숲에 인간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숲에 침입한 인간들은 무분별한 벌목을 시작했다.


지켜보다 못한 숲의 구성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항의하자 그들은 평화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때에는 너무 늦었었다.


회담장에서 솟아오르는 불기둥과 함께 숲의 구성원들 중 약 9할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사라졌고 그 중에는 하름이의 남편인 아빈도 있었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녀는 하루 종일 슬픔에 빠져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그녀가 돌봐주지 않은 산은 점차 시들어갔다.


그리고 나흘 후, 소음으로만 들리던 목호족들의 거친 노래 소리가 그리워지는 고요한 숲의 밤.


“똑...똑..똑.”


바람에 나부끼는 풀을 가만히 지켜보던 구희는 별안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심한 시각인데다 사건이후, 생존자들 다수가 자신의 거처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지라 수상했지만 인간들이 숲에 남아있을 시간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누꼬? 이 야밤에?”


문을 열자 그곳에는 파리한 안색의 하름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었다.


“너 와 그러고 있노? 퍼뜩 들어와라.”


“언니-”


“니.. 술 마셨나?”


어눌한 말투와 함께 구희를 덮친 하름이가 진한 술 냄새를 풍기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언니! 나. 있잖아. 나 도저히 못 견디겠어. 프흐흑.... 집에 있으면 자꾸 그 이가 생각나서 하루 웬 종일 밖을 돌아다녔는데도... 그래도... 자꾸만 생각이 나. 심지어는 말이야... 아름이를 볼 때마다 자~꾸 그 사람 얼굴하고 겹쳐 보인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만 주고 나왔어. 언니, 나 미친 것 같지? 그치?”


그녀의 물음에 구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적으로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레짐작으로 그녀가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독실한 믿음은. 아니, 환상은 하름이의 등장과 함께 와장창 깨졌다.


자해라도 했는지 이미 그녀의 가슴께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다수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가슴을 치려는 낌새가 보이자 보다 못한 구희가 그녀의 손을 붙들고 끌어안았다.


하름이의 등을 토닥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울음을 그친 그녀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언니. 나 그냥 떠나면 안 될까?”


“뭐?”


“나.. 더 이상 여기 못 있겠어.”


“하름아! 아무리 그래도 니 산산동이다. 아니, 그런 거 다 버려도 아름이는? 니 아는 어케 하라고?”


“.....그치? 그렇겠지?”


조금만 힘을 주면 바스라질 것 같은 하름이의 상태에 그녀를 안으로 들인 구희는 따뜻한 차를 건네고는 몇 시간 동안 설득을 이어나갔다.


예상 외로 하름이는 잠자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는 걱정하지 말라며 비틀비틀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다음날 정오, 그녀의 집을 찾아온 아름이의 행색을 본 구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결국은 도망갔고 어젯밤 자신을 찾아온 것은 딸을 부탁한다는 통보였다는 것을.


아름이의 머리는 땀에 젖어 헝클어지고 뺨에 묻은 진흙은 굳었으며 몸에는 돌에 긁힌 여러 상처들이 나있었다.


저 어린 것이 어미를 찾아 아침부터 온 종일 산을 헤매고 다녔을 것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저렸다. 울며불며 난리를 치던 아름이는 저녁쯤이 돼서야 제풀에 지쳐 겨우 잠들었다.


“어마...... 흐흑,,, 흑.... 나 버리지 마......”


자신을 꽉 붙잡고 애처로운 잠꼬대를 하는 아름이를 보던 구희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삐죽 튀어나온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하였다.


필연적으로 다가올 이 생의 마지막을 아름이의 자립을 위해 쓰겠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부터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절벽에서 밀어내는 심정으로 대해야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별을 앞둔 이 순간까지도 익숙해 질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애프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4화 21.05.26 11 0 17쪽
24 23화 21.05.24 9 0 11쪽
23 22화 21.05.23 8 0 17쪽
» 21화 21.05.23 9 0 10쪽
21 20화 21.05.22 8 0 14쪽
20 19화 21.05.22 8 0 14쪽
19 18화 21.05.21 10 0 11쪽
18 17화 21.05.21 8 0 14쪽
17 16화 21.05.20 9 0 12쪽
16 15화 21.05.20 8 0 12쪽
15 14화 21.05.19 10 0 14쪽
14 13화 21.05.19 8 0 18쪽
13 12화 21.05.18 6 0 14쪽
12 11화 21.05.18 7 0 11쪽
11 10화 21.05.17 8 1 19쪽
10 9화 21.05.17 10 1 12쪽
9 8화 21.05.16 12 1 16쪽
8 7화 21.05.16 7 1 18쪽
7 6화 21.05.15 10 0 14쪽
6 5화 +1 21.05.15 17 1 11쪽
5 4화 21.05.14 23 0 10쪽
4 3화 21.05.14 28 0 18쪽
3 2화 21.05.14 34 0 14쪽
2 1화 21.05.14 59 2 10쪽
1 프롤로그 21.05.14 127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생킹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