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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킹이
작품등록일 :
2021.05.14 00:51
최근연재일 :
2021.05.26 20:5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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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15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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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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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23.

화륵- 화르르르륵-


그것은 가히 재난이 휩쓸고 갔다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잘린 나무뿌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던 거대한 노목은 불타는 중이었으며 거기서 생성된 매캐한 연기는 하늘을 뒤덮어 지역 전체를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흑... ㅇ...”


이제 막 한 여성의 숨이 끊어졌다.


이 산에서 가장 오래 산 목랑, 구희였다.


“으아아이씨!!!”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 속 울분이 풀리지 않아 벌레들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는 부하들을 모두 제 손으로 묻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장수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염라대왕은 대검을 지팡이 삼아 구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이미 세상을 달리한 그녀의 시체를 도륙내기 시작했다.


까맣게 탄 시체는 그의 발아래에서 버석 거리며 이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그는 쌓인 잿더미마저 발로 차 흔적도 남지 않게 흩뿌렸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잔혹하지만 그의 분노를 대신 받고 싶은 이는 없기에 다들 잠자코 있는데 그가 눈을 부라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찾아.”


다행히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장수들의 대다수는 눈치가 빠른 편에 속했다.


해서 그들은 한 번 더 묻지 않고 남은 병사들을 정비해 산을 내려가거나 불에 탄 떡갈나무의 잔해를 헤치며 비밀통로를 찾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타고 있는 잿더미에 들어가 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머뭇거리던 병사들은 줄을 잘못 탄 죄로 염라대왕의 분노를 감당해야만 했다.



**********



“으윽..”


미간으로 쭉 떨어지는 짙은 눈썹과 외꺼풀, 보기 좋게 탄 구릿빛 피부에 옆으로 쭉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땀에 젖어 헝클어진 더벅머리까지.


산골 마을에 쳐 박혀 평생을 자란 총각 차림의 남자가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뜬 것은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늦은 오후였다.


“아!”


잠시 동안 눈을 깜빡이던 그는 흐릿한 머릿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다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머리를 스치는 최근의 기억.


‘어르신을 보고 기절했었지.’


모든 기억을 되찾은 남자, 곤은 제일 먼저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검이 꽂혀있던 옆구리에는 어느새 풀을 짓이겨 만든 찌꺼기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외의 자잘한 상처도 치료를 마친 상태였다.


“으음..”


그때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가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어.. 곤! 정신이 들어?”


잠긴 목소리로 곤을 부르며 잠에서 깬 이는 기름투성이의 이마가 가르마 사이로 살짝 드러난 담이었다.


“지금 이게.. 윽.. 어떻게....”


“진정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고 싶다는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곤에게 담은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그럼.. 다 돌아가신 건가.”


“아마도.”


“....”


“야! 야!”


이야기가 끝나자 고개를 주억거리던 곤은 자리에서 막무가내로 일어났다. 옆에 지켜보던 담이 억지로 눕히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디가려고?”


“당연히 그 놈에게 가야지.”


“지금 그 몸 상태로는 무리라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조급해진 담이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곤의 앞길을 낑낑거리며 막아서는데.


“일단 밥부터 먹지.”


방금 막 채집을 끝내고 돌아온 강림이 빨갛게 익은 과일 하나를 곤에게 던지며 말했다.


“어차피 서로 목적은 같은 것 같은데.”



**********



잠시 후,


형형색색의 과일들을 중앙에 두고 빙 둘러앉아 정신없이 입에 넣기를 오 분.


맛있긴 하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양이 부족했는지 모두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드러났다. 이에 자연스럽게 따로 빼둔 비축분으로 시선이 향했지만 강림이 그 위에 천을 덮으며 시각에서 파생된 유혹을 절멸시켰다.


“그래서 아까 했던 말은 무슨 뜻이지?”


공복을 잊고자 손으로 배를 두들기던 곤의 물음에 강림이 답했다.


“말 그대로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 염라대왕에게 원한이 있잖아.”


“그래서?”


“상대는 군대를 통솔하는 왕. 혼자 보다는 여럿이 낫지 않겠어?”


“흐음..”


곤은 대답 대신 신음을 흘렸다. 도움을 받긴 했으나 아직은 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우린 그와 내기를 했거든. 불공평하지만 조건만 충족한다면 그의 군대를 상대하지 않아도 될 거야.”


“군대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강림은 담이 염라대왕에게서 받은 제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열 명의 시왕들과 이에 대적할 동료들. 그리고 그가 필요로 하는 열 가지의 물건들까지.


“너를 도와준 것도 온전히 동정심만으로 그런 게 아니야. 도깨비 방망이라는 약간의 계산이 들어간 거지.”


강림이 토로한 사실은 곤에게 나름 충격이었다. 그는 이제껏 담이 좋은 의도로만 자신을 도와준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더 믿음이 갔다.


자신들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지 않았는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겠지만 곤이 걸어온 길은 이 정도 선에서도 믿음을 가능케 할 정도로 순탄치 못했다.


“꽁꽁 감추다 뒤통수를 치는 것보다는 솔직한 게 좋지. 좋다. 너희와 함께 하겠다. 그런데....”


그런데.


모든 것이 마음에 들면서도 그의 마음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너희들, 도깨비 방망이에 대해 알고 말하는 건가?”


“그게 왜? 너도 도깨비라며? 그럼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담의 말이 끝나자 그들 사이에서는 한숨소리만이 들렸다. 모두가 담을 보고 한 번씩 내쉰 탓이었다. 심지어는 아껴 먹느라 아직까지도 입을 오물거리는 아름이마저 가담했다.


“아, 왜 사람을 벌레 보듯이 봐?”


“이제 보니 아무것도 몰라 이 불가능한 제안을 받아들인 거군.”


“그럼 넌 도깨비 방망이가 없다는 거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깨비 방망이는 평범한 도깨비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오직 두목과 그의 자손들만 갖출 자격이 있지.”


“두목이라는 분은 흔히 말하는 왕이지?”


끄덕-


“에고..”


시원하게 움직이는 곤의 고개에 맞춰 담은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했다. 그러다..


“그리고 난 도망자 신세라 그곳에 발도 들이지 못한다.”


“아이고...”


중심을 잃고 이번엔 진짜로 넘어갔다.



**********



그날 밤,


“토도독! 톡! 톡!”


“흡.. 훌쩍!”


밖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에서 깬 강림은 옆에 놓아 둔 검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꽤 먼 거리인데다 빗소리까지 섞여 희미하게 들리지만 분명 누군가의 울음소리였다.


인내심을 가지고 발소리를 죽이며 의문의 정체에게 다가간 그는 곧바로 대상의 목에 겨눈 검을 내렸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는 이가 아름이기 때문이었다.


“흡.. 크읍...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앙!!!”


들키지 않으려고 비를 쫄딱 맞아가며 멀리까지 와 숨 죽여 울었건만, 결국 우는 모습을 들키고 목에 검까지 들어오다니.


비참한 자신의 신세를 인지한 소녀의 예민한 감정이 요동쳤고 결국 아름이는 또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꼬맹아.”


“흑.. 흑흑..”


“오늘까지 만이다.”


“.....”


“그 이상은 애도가 아닌 묵살로 간주하마.”


뚝-


울음을 멈춘 아름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강림은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처럼 마냥 울기만 한다면 떼놓겠다는 얘기다. 물론 그녀와 약조한 게 있으니 너의 안전이 확보된 이후겠지만.”


서걱!


스으윽- 탁!


한 번의 휘두름.


이후 강림이 검을 거두자 여러 개의 나뭇가지가 꺾이며 아름이가 있는 자리에 비를 막아주었다.


“선택해라. 마냥 울기만하며 그 남자가 먼저 죽길 저주할 것인지 아님 네 힘을 보태 그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할 것인지.”


통보에 가까울 정도의 대화를 끝마친 강림이 매정할 정도로 홱 돌아 떠나는데 몇 걸음가지 않아 다시 소녀에게로 돌아왔다.


“언제 줘야 할지 고민했는데. 지금 주는 게 맞는 것 같군.”


그렇게 말한 강림은 품속에서 곱게 쌓인 천 쪼가리를 아름이에게 건넸다. 무엇인지 몰라 그저 만지작거릴 뿐 풀어보지 못하는데...


“구희라고 했나?”


“!”


구희라는 이름에 눈이 커진 아름이는 황급히 매듭을 풀었다.


“네가 너무 힘들어 할 때 전해 달라더군.”


발에 치이는 낙엽을 쓸며 강림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아름이는 꽉 움켜진 천 조각을 서서히 펴보았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꽤 많은 양의 흙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내자 흠집하나 없는 깨끗한 도토리 한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평범한 도토리는 아니었다. 덕분에 아름이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력이 깃든 떡갈나무 열매.


이 근방에서 제일 오래된, 숲 내 유일의 마력이 깃든 떡갈나무이자 구희의 탄생수.


흙과 함께 동봉된 각종 벌레와 찢어진 나뭇잎은 구희가 겪었을 급박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흐윽....”


울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보호자가 없는 자금, 약한 모습을 보이면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이빨을 들어낼 테니까.


그래도...


오늘까지는 괜찮다고 했으니까.


“흐아아아아아앙~”


이제는 세상에 없는 구희의 흔적을 꼭 껴안으며 아름이는 서럽게 울었다.


한 소녀의 서글픈 울음은 황량한 산에 밤새도록 울려 퍼졌고 가까운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림은 해 뜰 녘까지 아름이의 옆을 지켰다.



**********



다음 날 아침,

밤사이 내린 비 덕분에 덜 건조된 과일꼬치를 먹는 모두의 얼굴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핼쑥했다.


퀭한 눈에 넋을 잃은 것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았다.


아침이 되어서야 눈물이 마른 아름이와 그런 아름이를 밤새 지켜본 강림은 그렇다쳐도 일찍 잠에든 담과 곤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들 못 주무셨나보네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아름이가 묻자...


“어. 여기 터가 안 좋은가봐. 나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위 눌렸다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어젯밤, 꿈에서 여성의 울음소리에 시달렸다.”


“너도? 으.. 소름 돋아.”


기다렸다는 듯, 정체불명의 현상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뜨끔!


“으흠. 아! 이 부분 맛있으니까 아껴 드세요.”


본의 아니게 원인제공자가 되어버린 아름이는 괜스레 헛기침으로 일축시키고는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몫을 담과 곤에게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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